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76화 (7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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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몸도 안 좋고 회사 일도 너무 바빠져서 내일부터 하루에 한편밖에 못 올릴 것 같습니다.

물론 잠 안 자고 피똥 싸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쿠폰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응? 네가 3호?

“누구세요?”

“…….”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그 소녀는 딱 봐도 민호 형의 딸인 것 같았다.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이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아무래도 민호의 다크서클은 피곤해서 생긴 게 아니라 유전인 것 같았다.

그녀는 어두운 눈을 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꽤 괜찮게 생긴 편이었다. 머리도 옆으로 묶었는지 사과 애교 머리를 하고 있었고 마스크는 내려서 목에 위치하고 있었다. 눈은 쌍꺼풀이 없는 무쌍에 약간은 차가운 인상이었다. 키는 평균 키보다 큰 165㎝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누구시냐고…….”

강전기는 소녀의 물음에 말없이 몸을 돌려 고갯짓을 했다. 거실에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최민호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흥…….”

그녀는 귀신처럼 강전기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더니 부엌 서랍에서 컵라면을 꺼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초밥 안 사 왔죠?”

‘초밥은 개뿔… 무슨 방에 쓰레기가 한가득이야? 민호 형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틀딱 마인드인 강전기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을 본 소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회식하고 초밥 사 온다고 했는데…….”

그가 보기에도 방에만 처박혀 있다는 민호 형 딸이 맞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고등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민호 형 어렸을 때 사고 쳤나? 정수 형하고 똑같이 서른아홉 살 아니었어? 난 딸 밥 준다고 하길래 초등학교나 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녀는 컵라면의 수프를 뜯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붓기 시작했다.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누구세요? 그쪽이 아빠를 데려오신 건가요?”

“아… 난 강전기라고 해. 민호 형 직장 후배랄까? 리부트 엔터에서 일해. 알겠지만 오늘 같이 회식했어. 아차… 무의식적으로 반말했네. 아빠랑 친하니까 괜찮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강전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형이라고 부르기엔 나이가 너무 차이 나는 거 같은데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니. 늙으면 다 똑같아.”

“나랑 몇 살 차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말투는 우리 아빠랑 비슷한 거 같다.”

“크흠… 얘가 뼈를 때리네…….”

“…….”

“그런데 이름이?”

“최시유요.”

“그렇구나… 혹시 나이 물어봐도 되니?”

“18.”

강전기는 순간적으로 욕을 들은 줄 알고 살짝 놀랐다. 열여덟 살이면 고2였다.

‘어우… 깜짝이야. 욕인 줄 알았잖아?’

“그런데 아까 방에서 노래 부른 게 너니?”

“…들렸어요?”

“응… 우연히…….”

“몰라요.”

“왜? 남이 노래 듣는 게 창피하니?”

“저 아니라고요. 그냥 음악 들은 거예요.”

“그래? 뭐 듣고 있었는데? 노래 좋던데…….”

“그… 그냥 미튜브요.”

“나 그 채널 좀 알려줘 봐. 나도 한번 들어보자.”

“그게…….”

최시유는 계속되는 강전기의 꼬리 잡기식 질문에 당황하고 있었다.

“CU월드라고…….”

“오케이, 접수했어… 한번 들어볼게. 진짜 라이브로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 당장 캐스팅해야지.”

“캐… 캐스팅요?”

강전기의 캐스팅 발언에 그녀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그쪽이 그런 것도 해요?”

“뭐, 캐스팅? 당연하지. 내가 이래 봬도 프로듀서라고…….”

“프로듀서… 정말인가요?”

“그게 뭐라고 처음 본 너한테 거짓말하겠니? 되겠다 싶으면 한번 캐스팅해 보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어떤 가수 프로듀싱했는데요?”

그녀는 호기심에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2개월 전에 소울퀸즈랑 작업했지. 그리고 최근에는 블루비한테 곡도 줬고.”

“소울퀸즈라면 「쿨한 여자」 싱글?”

“당연하지. 2개월 전이라니까? 블루비는 한 달 안에 컴백할 거고…….”

“켁켁…….”

놀란 최시유가 라면이 불어서 터지는 것도 모르고 강전기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아빠를 깨워서 물어봐야 하나?’

사실 공부도 안 하고 중학교 중퇴인 자신이 유일하게 관심 있는 게 바로 노래 부르는 일이었다.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 학교에 적응 못 하고 현재는 반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는 최시유였지만 노래를 불러서 미튜브에 올리는 게 유일하게 재미를 붙인 일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노래를 칭찬하면서 캐스팅을 운운하자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 채널 주인이 제가 아는 사람인데요. 정말 그 사람이 재능이 있나요?”

“그럼… 노래를 부르는 톤이 특색 있잖아. 뭔가 유니크하달까? 이런 애가 메인 보컬을 해서 후렴구를 딱하고 터트려주면… 크… 뭔지 알지?”

“그… 그렇군요.”

“원석이긴 한데 그래도 고칠 건 많아 보이네. 트레이닝을 받으면 훨씬 좋아질 것 같은데?”

그 소리를 들은 최시유가 손톱을 뜯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강전기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흐흐… 거짓말하는 거 귀엽네. 자세히 보니까 외모도 그럭저럭 봐줄 만한데?’

최시유는 꼬질꼬질한 회색 롱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머리도 안 감았는지 기름기가 흘렀다. 하기야 방구석에서 쓰레기랑 뒹굴고 있는데 깨끗할 리가 만무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봐줄 만한 얼굴인데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오랜 기간 방에서만 생활해서 그런지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하고 다크서클이 심하게 내려와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꾸미면 봐줄 만할 것 같은데… 원래 게으른 애면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무쓸모인데? 요즘 같은 아이돌 판에서는 죽을 정도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불가능하단 말이지.’

역시나 그가 틀딱의 관점에서 인재를 평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방에 잔뜩 쌓여있는 건 뭐니?”

“그… 그건 내일 바로 치울 거예요. 집에 쓰레기봉투가 없어서요.”

‘쓰레기봉투 한 열 장은 필요할 것 같은 양이던데… 최소 몇 주일은 쌓인 양이야.’

“흐음… 데뷔하려면 진짜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 말을 들은 최시유가 움찔하더니 번개처럼 부엌 장을 열고 커피를 꺼내 뜨거운 물을 붓기 시작했다.

‘흐흐… 본인이 노래 부른 거 인정하는 꼴이잖아.’

“여기 앉으세요. 커피 좀 드세요.”

강전기를 보는 그녀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그런지 방 안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강전기는 시유가 건네준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바로 미튜브 앱을 터치했다.

“CU월드라고 했지? 어디 보자. 어? 구독자가 꽤 되네? 4만 명? 이거 용돈 벌이는 되겠는데?”

“그게… 저작권 때문에 수익이 별로 없더라고요.”

“이건 전문적으로 저작권을 해결해 주는 업체랑 해서 풀어야 해. 케이 라임 알지? 그분도 그렇게 해결했어.”

“그렇군요… 몰랐어요.”

“어? 꼭 자기 채널처럼 이야기하네?”

최시유는 강전기의 지적에 번들거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은… 그게 제가 부른 거 맞아요.”

“역시… 솔직히 짐작은 하고 있었어. 아무렴 내가 스피커랑 육성을 구별 못 할까 봐? 그런데 노래가 죄다 일본 곡이네?”

“어렸을 때 아버지하고 일본에서 살았어요. 전 잘 모르지만, 아버지가 ‘카밀리아’ 스태프셨대요.”

“카밀리아? 진짜?”

카밀리아.

소녀세븐과 함께 신한류를 이끌었던 2세대 5인조 걸그룹이었다. 한국에서 1. 5티어 취급을 받았지만, 일본에서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앞세워 돔 투어를 돌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회사와 멤버들 사이가 틀어지며 빠르게 몰락한 비운의 그룹이었다.

‘그 카밀리아의 스태프로 민호 형이 일했다는 거구나. 그래서 아빠랑 같이 일본에서 살았고…….’

“일본에서는 얼마나 살았어?”

“유치원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살았어요.”

‘음… 의식이 생기고 나서는 쭉 일본에서 산 거구나.’

“그래, 네가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니 오디션을 볼 기회를 줄게. 내일 아버지랑 같이 회사로 와. 알았지?”

끄덕끄덕.

최시유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이제 가볼게. 아버지 이불 좀 갖다 드려…….”

* * *

다음 날 강전기는 녹음실에 일찍 도착했다. 추측건대 분명 최시유가 바로 반응을 보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민호가 최시유를 데리고 녹음실에 도착했다.

“왔네?”

“안녕하세요…….”

“그래, 시유 어서 와라…….”

녹음실에 나타난 시유는 머리 스타일은 똑같았지만, 어제와 다르게 머리도 감고 옷도 괜찮은 것을 입고 왔다. 꾀죄죄한 모습이 없어지자 나름 인물이 살아났다. 하지만 화장 같은 건 안 했는지 진한 다크서클은 그대로였고 밥도 자주 거르는지 젓가락처럼 빼빼 마른 몸매였다.

‘어우… 무슨 애가 북한에서 탈북한 것 같냐?’

“어제 내가 실례가 많았지?”

최민호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집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좀 힘들었어요.”

“허어… 미안해, 전기야. 네가 고생 많았다.”

“형… 원래 술 취하면 인사불성 되나요?”

“아니, 맨날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 가끔 그래. 오해는 하지 마라. 나 그 정도 주정뱅이는 아냐.”

“알았어요. 그런데 술은 좀 줄이셔야겠더라고요.”

‘이 양반아, 진짜 짜증 나! 술 마시고 그렇게 뒤로 눕지 말라고… 한 번만 더 그러면 그냥 버려버릴 테다!’

“알았어, 알았어… 줄일 거야.”

“시유야, 그렇게 서있지 말고 여기 앉아.”

“네…….”

“그래, 혹시 아버지한테는 말씀드렸니?”

“아니요, 그냥 회사 구경시켜 달라고 하고 왔어요.”

“그랬구나.”

“응? 그게 무슨 소리니? 나한테 뭘 말해?”

옆에서 듣고 있던 최민호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반문했다.

“아… 어제 제가 형을 모셔다드렸는데 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유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봐줄 테니 내일 아버지랑 같이 회사로 오라고 했어요.”

“응? 시유아… 그게 정말이야? 어째 아침부터 방을 치운다 싶더니…….”

그녀가 아버지의 말에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시유가 방에서 노래 부르는 거 모르셨어요?”

“노래? 나는 전혀 몰랐어. 오늘 그냥 회사 구경하러 가고 싶다기에 데리고 온 건데…….”

최민호의 표정을 보니 정말로 전혀 모르는 일인 듯했다.

“아버지도 몰래 하던 취미였구나? 그런데 그게 왜 숨길 일이야?”

“그… 그게 아빠가 술 드시면 자주 엄마가 노래 부르는 영상을 보면서 울길래.”

최시유가 쑥스러운 듯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히키코모리처럼 방구석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아빠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랬구나. 일단 알겠어. 지금 하는 거 보니 너도 노래 부르는 것에 열정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많아요.”

“그래…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조금 이따가 오디션을 볼 거니까 목 좀 풀고 있어.”

“알겠습니다.”

아홉 시가 되자 연습생 1, 2호기가 동시에 녹음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그런데 누구예요? 혹시 새로 온 연습생이에요?”

1호기 김인하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최시유를 바라보았다.

“아직 연습생은 아니고 오늘 테스트받으러 온 최시유라고 해.”

강전기의 소개가 끝나자 김인하가 최시유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인사했다.

“안녕, 반가워… 난 여기 연습생인 김인하라고 해.”

최시유는 찐따처럼 머뭇머뭇하다가 마지못해 악수했다. 그 모습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저… 저는 최시유라고 합니다.”

“그래, 반가워. 꼭 오디션 붙어서 우리랑 같이 연습하자. 참… 인사해. 얘는 우리 회사 두 번째 연습생인 레이카.”

“혹… 혹시 일본인인가요?”

“맞아, 일본 도쿄 출신이야. 이시하라 레이카라고 해.”

최시유가 일본인 연습생이라는 레이카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레이카는 사람 좋은 김인하와 다르게 최시유를 냉정하게 살피고 있었다.

‘뭐지? 이 찐따 같은 애는? 얼굴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음침하고 어두운 거야? 몸매는 무슨 아프리카 난민도 아니고?’

“내 딸이야, 얘들아.”

그 말에 연습생 1, 2호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레? 정말요?”

“어머머… 엔지니어님 따님이세요? 직접 오디션을 보러 데리고 오셨구나.”

“크음… 그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자… 대표님은 스케줄 때문에 안 계시긴 한데 우선 노래라도 들어볼까? 시유는 녹음실에 들어갈래?”

“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되죠?”

최시유는 겉옷을 벗고 녹음실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크 앞에 서더니 헤드폰을 착용했다. 그 모습이 상당히 자연스러웠는데 아무래도 집에서 노래를 부르다 보니 적응된 모양이었다.

“허어… 제가 내 장비를 가지고 놀더니 저런 거는 잘하네…….”

최민호도 자기 딸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신기한지 한마디 했다.

“노래는 뭐로 할래? 혹시 가져온 거 있니?”

“제가 부르고 싶은 거 불러도 되나요?”

“당연하지…….”

“그럼 제 패딩 안쪽 주머니를 보면 USB 메모리가 있어요. 거기서 유타 히카리의 「First love story」 틀어주세요.”

“오케이, 준비성 좋고…….”

“오… 저거 유명한 일본 곡이잖아. 그치? 레이카?”

김인하가 소파에 앉아서 레이카에게 질문했다. 레이카는 그냥 묵묵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강전기는 최시유의 패딩에서 메모리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가 파일을 클릭하자 잠시 후 잔잔한 R&B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이크에서 사람의 귀를 홀리는 청아한 음색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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