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77화 (7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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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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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네가 3호?

마이크에서 아주 깨끗하고 청아한 음색이 흘러나오자 녹음실 안의 모든 사람이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다.

“으음…….”

확실히 녹음실에서 정식으로 노래 부르는 최시유의 목소리는 방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와 또 달랐다.

강전기는 감미로운 그녀의 보컬을 들으며 나직한 신음을 터트렸다. 어제 집에 가서 그녀의 미튜브 채널에 있는 곡을 몇 개 들은지라 어느 정도 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라이브로 들어보니 감흥이 또 새로웠다.

“와… 음색 좋다.”

“쉿, 조용히 해봐…….”

레이카가 떠들고 있는 김인하에게 핀잔을 줬다. 그녀도 녹음실 부스를 진지하게 쳐다보고 보컬을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쟤는 뭔데 지가 프로듀서처럼 평가하고 난리야?’

레이카가 정색하고 있자 은근히 짜증이 나는 틀딱 강전기였다. 아무리 운명 공동체라지만 버르장머리 없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것도 맘에 안 들었다.

‘저거, 저거 자세 봐라. 완전히 자기 안방이지?’

레이카는 몸이 바뀌더니 성격이 조금씩 변해갔다. 사람을 파리 죽이듯 할 수 있는 워머신의 육체를 얻었다고 생각해 보라. 딱밤 한 대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얼마 전부터 그녀의 몸에서는 뭔지 모를 무형의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워머신 육체의 부작용인 듯했다.

‘뭔가 제어할 방법이 필요한데… 아차차… 노래 들어야지.’

노래는 도입부를 넘어 1절 클라이맥스 부분으로 접어들었다.

‘오오오… 음색 끝내주네. 성량이 높아지니 뭔가 약간 메탈릭한 느낌이랄까? 약간 쇳소리 비슷한 느낌인데? 진짜 매력적인 음색이야. 가까운 곳에 이렇게 훌륭한 원석이 있었다니… 진짜 세상이 좁구나.’

옆을 살짝 보니 최민호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놀라고 있는 게 보였다.

‘이 형은 전혀 몰랐나 보네. 후후…….’

강전기가 어제 CU채널에 들어가 봤더니, 그녀의 미튜브를 구독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최시유를 숨어있는 고수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댓글도 다 일본 사람들이고 죄다 노래가 끝내준다는 평가가 많았다.

뭐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논의까지 있었다. 얼굴이 못생겼을 거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얼굴은 일반인치고는 미인에 가까웠다. 다만 아빠는 돈 버느라 바쁘지, 엄마는 없지, 제대로 된 생활을 못 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을 못 해서 자발적 왕따가 된 것 같았다.

노래가 끝나고 이번엔 한국 노래로 테스트해 봤다. 한국 노래를 부르는 최시유는 본인이 아는 곡을 불렀는데 대부분 카밀리아의 곡이었다.

“우아앗! 아니? 쟤 노래 실력 뭐예요? 음색 진짜 독특하다. 그런데 그냥 집에서 혼자 연습했나 봐요. 부르는 거 들어보면 보컬 트레이닝도 안 받아본 것 같은데?”

김인하도 최시유의 보컬에 감탄했는지 끊임없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닌 게 아니라 카밀리아에는 제대로 된 메인 보컬이 없어서 딱히 가창력을 뽐낼 만한 곡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시유가 부르니 곡 자체가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았다.

‘예전 모 프로그램에서 소녀세븐하고 곡 바꿔 부르기 하고 나서 엄청난 굴욕을 당했었지. 원곡을 뛰어넘는 소녀세븐의 위엄이라는 영상이 한동안 크게 유행했었어.’

걸그룹 덕후 강전기의 뇌리에 그 기억이 생생했다. 소녀세븐 덕후였던 그가 그 방송을 수십 번 돌려보면서 엄청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있었으니까.

강전기는 흡족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려 레이카를 쳐다보았다. 마치 눈빛으로 ‘쟤 어때?’라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카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강전기와 눈을 맞추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됐어요… 시유야, 이제 나와도 돼.”

“네…….”

“어떠냐? 괜찮은 것 같은데…….”

최민호가 강전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강전기는 답을 안 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 그래…….”

화장실에서 물을 뺀 강전기가 녹음실로 들어가려는 찰나, 옆의 빈 사무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디님…….”

강전기가 고개를 돌려보니 레이카가 자기 쪽으로 좀 와보라는 듯 손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마지못해 레이카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강전기가 방으로 들어서자 그녀가 문을 닫고 누가 없는지 주위를 살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쟤 연습생으로 넣을 거예요?”

레이카가 팔짱을 낀 채로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테스트 결과는 긍정적인데… 혹시 맘에 안 들어?”

“아니요, 정반대예요. 쟤는 꼭 넣어야 해요. 메인 보컬로 딱이에요.”

“하긴… 노래 실력은 진짜 손색이 없지. 그런데 외모가 인하나 너와 비교하면 좀…….”

“아니요, 괜찮아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괜찮다니? 너 쟤 몸 못 봤어? 나는 무슨 난민이 온 줄 알았다. 그리고 다크서클 뭐야. 좀 음침하지 않아?”

레이카가 눈을 치켜뜨며 그녀의 입술 근처에서 오른손 검지를 쭉 폈다. 좀 조용히 하라는 포즈였지만 손가락으로 벽에 구멍 내는 장면을 본 그로서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음…….”

그녀의 정체를 아는지라 왠지 모르게 약간 위축되는 강전기였다.

“피디님, 제가 심미안이 남다른 거 아시죠?”

“응? 으응… 그게 무슨…….”

“제가 보니까 살 좀 찌우고, 피부 관리 좀 받고, 쌍꺼풀 정도만 받으면 엄청 예뻐질 얼굴이에요.”

“뭐… 얼굴은 지금도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제 말을 믿으세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몸이 바뀌고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엄청나게 증폭된다는 사실을요. 언어 능력 말고 심미안도 엄청나게 강화됐어요.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딱 보면 각이 나온달까?”

“허… 누가 들으면 무슨 성형외과 의사인 줄 알겠네?”

강전기의 비아냥에 레이카의 미간이 좁혀졌다.

“노… 농담… 무슨 말을 못 하냐. 요즘 너무 세졌다고 나 무시하는 거 아니냐? 에헤이… 그래, 그래. 알았어. 그럼 네가 전담해서 관리해 보든가. 메인 보컬로 쓸 참이었어. 조금만 트레이닝 받으면 끝내주겠더라. 성량도 후덜덜하고 말야.”

“알았어요. 그럼 됐네요. 이제 우리 들어가요.”

강전기가 다시 녹음실로 들어오자 최민호 부녀는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전기야… 결정은 내렸니? 아까도 들어봤지만, 우리 시유가 노래를 꽤 하네. 죽은 애 엄마가 노래를 잘했거든. 얼굴도 엄마 닮았는데 노래까지 비슷하게…….”

“합격입니다.”

강전기가 최민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으응? 합… 합격?”

“네…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데 떨어지면 그게 이상하죠.”

“고… 고맙다, 전기야. 아까 너 없을 때 이야기해 봤는데 엄청 하고 싶다고 하더라.”

“재능이 대단하네요. 이제부터는 리부트 엔터 3호 연습생입니다. 조만간 숙소 구해지면 거기서 생활하면 되고 여기 언니들하고 트레이닝도 받으면 되겠네요.”

강전기가 말을 마치자, 곧바로 레이카가 시유를 쳐다보며 질문했다.

“시유 몇 살이야?”

“저… 열여덟 살이에요.”

“고2?”

“네, 그런데 학교는 중학교 때 중퇴했어요.”

“시유가 나랑 일본에서 살다가 왔거든. 한국에서 적응 잘 못 해서 집에서 홈스쿨링해.”

‘홈스쿨링은 개뿔… 그냥 히키코모리더만?’

“얘가 집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 원래는 성격도 좋았어.”

강전기의 표정이 좋지 않자 애써 변명하는 최민호였다. 묵묵히 듣고 있던 레이카가 최시유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 여기 인하 언니랑 나는 스무 살이거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

“네… 잘 부탁드려요, 언니들…….”

“꺄아, 우리 시유 너무 귀여워…….”

“넌 또 왜 이렇게 호들갑인데?”

“난 데뷔 조 팀에서 막내여서 언니가 돼보는 게 소원이었어.”

“킥킥… 별 시답지 않은 소원도 다 있네.”

“저… 레이카 언니… 진짜 일본인 맞아요?”

“왜?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신기해?”

“넹… 저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시는 것 같아요.”

“증명해 줘? 여권이라도 보여줄까? 아니면 일본 졸업사진이라도 보여줘?”

혹시 오해할까 봐 각종 증빙 자료를 일본에서 다 가져온 레이카였다.

“아뇨…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한국어가 너무 유창하셔서…….”

“내가 언어 능력이 특출나게 뛰어난 편이야. 영어도 잘하고, 중국어도 어느 정도 해.”

레이카가 뭐 별거 아니라는 듯 시크하게 답했다.

“와… 넘 대단해요, 언니… 전 한국어 때문에 지금도 고생하는데…….”

“한국인이라면 한국말을 잘해야지. 적어도 나 정도는 해야지.”

“피디님, 우리 벌써 연습생이 세 명 됐네요. 솔직히 저 처음에 왔을 때 걸그룹은 포기하고 피디님한테 작곡이나 배우려고 했는데, 이렇게 바로 멤버들이 들어오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지네요…….”

“뭐야? 김인하! 너 진짜 그런 마음가짐이었어? 그냥 작곡이나 배우려고 했다고?”

“왜요… 그땐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괜찮은 연습생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나요? 그랬다면 3대 기획사에서 기를 쓰고 연습생을 키울 필요가 없죠. 다들 어려우니까 스스로 키우는 게 아닐까요?”

“왜… SSJ에서 걸그룹 엎어지고 다른 기획사들로 많이 넘어갔잖아.”

“그건 진짜 드문 경우죠.”

“뭐, 관두고 다른 데로 들어가고 많이들 그러더구만.”

“그것도 이름있는 곳이나 그렇죠. 리부트로는 안 올걸요?”

“어우… 인하까지 뼈를 때리네…….”

“제가 성격이 이래서 그렇지 바보는 아니랍니다…….”

“누가 바보래? 그냥 뭐랄까… 허당 같지.”

“허당요? 제가요? 말도 안 돼…….”

“너 허당 맞아.”

“잉? 레이카 너까지 왜 그래…….”

“난 진짜 팩트만 말하지.”

레이카까지 인하를 놀리는 데 가세하자 금세 시무룩해지는 김인하였다. 최시유가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빠… 여기는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

“그렇게 보이니? 회사가 작긴 하지만 정도 많고 화기애애하달까? 강 피디가 온 이후로는 더 좋아진 것 같아.”

“정말?”

“어… 소울퀸즈 대박 나기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지. 직원들하고 술이나 푸고…….”

“그래서 아빠가 그렇게 매일 술 드시고 그랬구나?””

“…….”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이정수 대표가 피곤한 얼굴로 녹음실로 들어왔다. 어제 늦게 스케줄을 마치고 드디어 출근한 것이다. 몸이 안 좋은지 목을 계속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엥? 너… 시유 아니냐?”

“안녕하세요, 삼촌…….”

“너 방 밖으로 안 나온 지 꽤 됐다던데 어쩐 일이냐?”

“어허…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시유는 강 피디가 캐스팅했어.”

최민호가 누가 보면 딸바보 아니랄까 봐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전기가 시유를?”

“그렇다니까?”

“뭘 보고?”

“야… 뭘 보고라니. 이게 우리 예쁜 딸내미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네놈이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여기 대표야… 엉?”

“천재 프로듀서님이 뽑았으면 ‘네… 알겠습니다.’ 해야지! 이제 프로듀싱은 손 뗀다며?”

“흥… 그건 그냥 해본 소리지. 최종 결정은 난데? 내가 어디 보통 안목이냐? 내 허락 없이는 절대 안 돼!”

보다 못한 강전기가 둘의 유치한 말싸움을 중단시켰다.

“아이고… 형님들, 그만 좀 하세요. 애들 앞에서 왜 그러세요.”

“그리니까요… 3호 연습생이 들어왔는데 제일 어르신들이 축하해 주셔야죠.”

옆에서 김인하까지 거들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헹…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쯧쯧…….”

“아… 정 그러시면 노래 한번 들어보세요. 제가 왜 뽑았는지 아실 거예요”

“시유야, 노래 한 곡만 더 부르자.”

최시유는 강전기의 말에 대답하고 녹음실로 들어갔다.

“으으음…….”

최시유의 소름 끼치는 노래를 들은 이정수 대표가 민망한 듯 닭살이 돋은 팔뚝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만큼 방구석 히키코모리의 가창력은 놀라웠다.

이정수 대표가 누구던가? 거의 20년간 가요계의 내로라하는 보컬들을 봐온 프로 작곡가였다. 그런 그를 놀라게 했으니 그녀의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크흠… 그런데 민호야, 너 혹시 이거 몰랐냐?”

“뭐… 잘 부를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 시유가 엄마를 닮았잖아.”

“몰랐다는 이야기를 왜 그렇게 하냐? 부모 닮았다고 노래 잘하면 레전드 가수 자식들은 그 자리를 다 물려받았게?”

“집에서 나한테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 여긴 어떻게 왔는데?”

“그… 그게…….”

그다음부터는 강전기가 지금까지 있었던 스토리를 이대표에게 들려주었다. 그야말로 천운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만약 그날 최민호를 데려다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언제까지나 방구석에서 돈도 안 되는 미튜브 채널과 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전기가 발굴한 거네?”

“뭐… 그렇게 되나요? 하하…….”

이정수 대표가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상태로 생각에 잠겼다. 최민호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연습생은 허락한다. 단! 다시 한번 게으른 방구석 폐인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아웃이야! 내가 봤을 때 춤은 언제 준비될지 감이 안 온다고!”

“대표님 댄스 레슨 끝나고도 저랑 레이카가 전담해서 가르칠게요. 시유야, 얼른 대표님한테 감사합니다, 해야지…….”

“감… 감사합니다.”

최시유는 그나마 안면이 있던 정수 삼촌이 자기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사실에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인하는 그렇다 쳐도 레이카가 어떻게 시유를 가르쳐?”

“대표님, 댄스 트레이너 선생님하고 아무 말 안 하세요?”

“내가 아직 너희 수업에 관해 물어본 건 없는데…….”

“레이카 춤 엄청 잘 춰요. 저랑 비슷할걸요?”

“뭐? 정말이야? 어떻게 그게 가능해?”

“에?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레이카 너 어떻게 그렇게 잘 추니?”

아무래도 허당 김인하는 그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았다. 그냥 박수만 쳤을 뿐…….

소파에 무표정하게 앉아있던 레이카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최강의 살균 미소였다. 그녀 앞에서 모든 병원균이 싹 다 소독될 그런 미소였다.

녹음실 안의 사람들은 그 미소를 홀린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나마 그녀가 규격 외의 존재라는 걸 아는 강전기만 한 발짝 물러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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