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81화 (8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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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은 코피까지 쏟았습니다. 손가락을 넣었을까요? 아닐까요?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닷......

4호는 어디에?

다음 날은 온통 창원 지진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 마을 예체능」 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뭐야, 지진 때문에 피해가 컸네? 허, 참…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구나.’

아침에 미튜브로 뉴스를 보니 건물에 금이 가고 벽에서 떨어진 건축 자재 때문에 차들이 많이 파손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어제 지진 때문에 그 시간대 예능 쪽 방송들 시청률이 죽을 쑨 모양이었다.

‘유앤아이 액터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겠지. 피디를 구워삶아서 편집을 그따위로 한 것도 모자라 방송할 때 지진이 일어나 전국적인 관심이 모두 그것에 쏠려버렸으니…….’

“짜증 나네.”

그렇다고 강전기가 당장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아직은 미약하기만 한 한 기획사의 일개 작곡가일 뿐이었으니까.

그는 하는 수 없이 옷을 차려입고 자신의 애마를 몰고 강남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진에 묻혀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다. 역시나 인터넷 최강국 대한민국답게 축구 관련 게시판 위주로 이광현의 굴욕 짤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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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엠꼬레아 포텐팡팡터진게시판

제목 : 군대스리가의 위엄

오늘 「우리 마을 예체능」에서 지인 축구 시합이 열렸음.

멤버인 김수곤이 연기한답시고 구단을 때려치운 이광현 개객끼를 데려옴.

어쨌건 은퇴는 은퇴니까 나름 치트키라면 치트키였음.

그런데 이게 웬일!

군대스리가 출신의 강 병장(별명 : 강 다이크)에게 처절할 정도로 처발리고 말았으니…….

(링크 : 동영상 링크 / 강 다이크의 위엄)

(사진 : 이강현 굴욕 짤)

강 다이크 : 이 면제받은 새끼야. 군대 짬밥이 괜히 있는 게 아냐, 인마…!! 넌 군대스리가에서 주전자도 감당 못 해. 알겠냐?

이광현 : 깨갱… 잘못했습니다, 성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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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베스트) 나 강 다이크 넋 놓고 보다가 집에 금이 가는 것도 몰랐다. 우리 집 창원임. ㅠㅠ 아파트값 개폭락

―갓갓 강 병장! 반다이크의 헌신인 줄… 지렸다리…

―레알로 강 다이크의 포스에 입이 쩍 벌어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피디가 겁나게 편집한 듯. 피지컬에서 완전히 밀리고 축구 센스인 위치 선정에서도 완벽히 패배함.

―이광현이 여자 좀 줄이고 뺀질거리지 않았으면 유럽 충분히 갔을 듯… 하여간 빠져 가지고 수비도 설렁설렁하더니만… 이제는 군대스리가도 못 버티네. 퇴물 색휘…….

―처음에 못 봤는데 강 병장 누구임? 해외파임? 피지컬 쩔든데…….

―해외파는 개뿔… 대타로 출전한 군대스리가 출신의 수비수임.

―다들 강 다이크 움직임 봤음? 당장 챔피언십 정도에서는 통할 실력임.

―지랄한다. 이광현 상태를 봐라. 이제 일반인이다. 여자 친구랑 뿅 뿅만 해서 체력, 실력 오링남.

└이 새퀴 신고

―노노 내가 데이터로 분석을 해봤음. 볼 경합 성공률 95%, 주력 100m 환산 대략 10초대, 킥력 135km/h. 나 명치대 스포츠 기록분석학과 다님. 사실상 인간이 아님. 분석하다가 빤스에 지림.

―위의 이 사기꾼놈아 그 정도면 프리미어 리그에 있어야지. 왜 작곡을 하고 있냐 ㅋㅋ

―이거 피디가 일부러 재미를 위해서 연출한 거 아님?

―그렇게 보기엔 이광현을 감싸는 티 나는 편집이었어. 꽤 웃겼다. 광현이 프로에 있을 때도 저런 최악의 굴욕은 없었을 듯. 은퇴하고 몇 달간 운동 하나도 안 한 모양.

―병신 같은! 해외 못 갔다고 구단 때려치우고 연기한다고 깝죽거릴 때부터 알아봤다.

―그런데 웃긴 게 얼굴도 강 다이크한테 밀렸음 ㅋㅋㅋ 연기한다는 놈이 작곡가한테도 밀려 ㅋㅋㅋㅋㅋ

―강 다이크가 상식 밖의 미친 존잘이라 그래.

―그래도 여초에선 이광현이 겁나 빨걸? 소속사에서 어지간히 밀어줘야지. 완전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

―븅신 이광현 vs 군대스리가의 전설의 수비수 갓갓 강 다이크!

―선출이고 애들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봤을 때 강 다이크가 다른 일을 하는 건 우리나라 축구계의 엄청난 손실이야. 어깨 봤음? 압도적인 피지컬과 빠른 주력 하나만 봐도 탈아시아급임.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손형민도 뛰어넘었을 듯.

―윗분 오버 좀 그만하쇼. 이광현이 못했을 수도 있잖아. 모든 건 상대적이라고…….

―이상하네. 친구가 헬스클럽에서 이광현 거의 매일 봤다고 하던데…….

축구 관련 게시판에서는 구단을 나올 때 워낙 깽판을 쳤던 이광현을 놀려먹는 일이 며칠간 지속됐다. 후일담으로 이광현이 모든 게시물을 읽고 컴퓨터를 박살 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 * *

아직 아홉 시가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1호부터 3호까지 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열 시부터 수업이 있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열심이었다.

“얘들아, 안녕…….”

“안녕하세요, 피디님…….”

“안녕하세요…….”

“어우… 땀 좀 봐. 열심히들 하는구나? 진짜 보기 좋다.”

아침 일찍부터 연습했는지 옷이 땀에 젖어있었다.

“피디님이 곧 엄청난 곡을 주실 텐데 열심히 연습해 놔야죠.”

그래도 1호라고 붙임성이 좋은 인하가 대표로 대답했다.

‘생긴 건 차도녀처럼 생겨서 성격이 의외로 제일 괜찮단 말이야?’

강전기는 인하를 보면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얘들아, 오늘 추가로 연습생이 올 거야.”

“네? 진짜로요? 이번에도 피디님이 직접 구하신 거예요?”

“흐흐…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홉 시에 오기로 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오오… 어떤 연습생인지 아주 궁금한데요?”

“너희도 잘 평가해 봐. 앞으로 같이 할 수도 있는 멤버니까.”

아홉 시가 되자 회사 정문에 도착했다는 다미의 톡이 도착했다.

강전기는 다미를 맞이하기 위해 직접 1층 정문 앞으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다미는 화려한 옷차림으로 나타났다. 멤버들에게 꿀리지 않기 위해서일까? 몸에 쫙 달라붙는 청바지에 고급스러운 하얀색 골지 하프넥을 입고 그 위에 두꺼운 핑크색 니트 카디건을 걸쳐 섹시하면서 포근한 룩을 연출했다.

‘어우야… 패션 보소. 내가 알던 다미 맞구만. 패션 감각은 진짜 갑이야.’

“어서 와… 다미야. 여기가 우리 회사야.”

“회사가 강남 한복판이네요?”

“어때? 위치 죽이지? 조금만 나가면 고속도로라 지방 내려가기도 진짜 편하다네? 사실 이거 대표님 아버님 건물이래.”

“와… 좋겠다.”

강전기는 이다미를 사무실로 안내해서 연습생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이다미는 대충 내용을 빠르게 훑어본 뒤 쉽게 사인했다. 정말로 리부트 엔터 걸그룹으로 데뷔할 마음이 있다는 뜻이었다.

“잘했어, 다미야. 조건 나쁘지 않아.”

“그렇네요.”

“그럼 이제 멤버들을 보러 갈까? 아… 노래부터 테스트할래? 아니면 댄스? 나야 네 댄스 실력을 알고 있지만 다른 애들은 모르니까 하긴 해야지.”

“그럼 노래부터 해요. 제 주특기니까.”

“그… 그래? 댄스 아니고? 진짜인가 보네? 알았어. 애들 녹음실로 부를게.”

그렇게 강전기와 이다미는 녹음실로 향했다. 얼마 있으니 1호부터 3호까지 전부 녹음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처음 본 멤버들은 약간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강전기는 다미에게 멤버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했다.

“자… 모델같이 생긴 이쪽이 김인하. 너랑 동갑이야. 랩에 리드보컬이고…….”

“얘는 이시카… 레이카… 맞나?”

“이시하라 레이카.”

레이카가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 쏘리. 얘는 이시하라 레이카. 스무 살이고 일본인이야. 보다시피 우리 그룹의 센터지. 그러고 보니 세 명이 다 동갑이네. 그리고 얘는 최시유라고 열여덟 살이고 메인 보컬이야.”

메인 보컬이라고 소개하자 이다미의 눈이 순간적으로 꿈틀했다.

“이쪽은 이다미라고 하고 내 대학교 동아리 1학년 후배야. 다인기획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적도 있어서 춤이나 노래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하네. 나도 아직 노래는 못 들어봐서 먼저 녹음실로 데려왔어.”

“와… 피디님, 동아리 후배 중에 이렇게 예쁜 사람도 있었어요? 진즉에 캐스팅하셨어야죠.”

1호기 김인하가 다미의 손을 꼭 잡고 꺄꺄… 거리면서 흔들고 있었다. 어색하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이다미는 색기가 줄줄 흐르는 외모대로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아이여서 그런지 처음부터 멤버들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피디님?”

“응?”

다미가 강전기를 선배라는 호칭 대신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피디라고 불렀다.

“아직 포지션이 확정된 건 아니죠?”

“포지션……? 뭐, 일단은 내가 대충 정해놓긴 했는데 왜, 너도 매인 보컬에 욕심 있니?”

“제가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예전에도 보컬로 캐스팅된 거고 저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고요.”

메인 보컬 이야기가 나오자 최시유가 약간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아직 어리다 보니 심리가 얼굴 상태로 다 드러났다.

“그래, 일단 다미 노래를 먼저 들어보고 이야기하자. 저쪽 녹음 부스로 들어가면 돼.”

다미는 부스 안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목과 입을 풀기 시작했다. 언뜻 들어보니 성량이 꽤 좋은 것 같았다.

“자, 다미야. 노래는 뭐로 할래? 혹시 준비해 온 것 있니?”

“네, 아리아 그란데의 「No problem」요.”

‘오호… 이거 재미있는데? 그 곡은 많이들 따라 해도 사실 제대로 부르는 사람을 찾기 힘든 곡인데…….’

“그래, 준비할게.”

강전기가 마우스를 클릭하자 「No problem」의 경쾌한 색소폰 소리가 모두의 귀를 강타했다.

‘진짜 신나는 곡이지. 다미가 어떤 식으로 부를지 기대된다.’

전주가 나오자 무표정하던 다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확 바뀌었다.

‘오오… 표정 좋다. 겁나 섹시해. 굿굿!’

드디어 곡이 전주가 지나고 가사 부분에 도달했다. 다미는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첫 소절이 나오자마자 충격적이었다. 이다미는 마치 아리아처럼 진성과 반가성을 넘나들며 여유롭게 노래를 소화했다. 보컬 스타일이 팝적인 느낌도 나고 R&B 스타일의 감성도 있는 서구형이었다. 중간에 비트가 고조되며 음정이 높아지는 구간에 이르러서도 큰 무리 없이 높은음을 처리했다.

하지만 원래 다미의 평소 톤이 약간 낮은 스타일이라 그런지 아리아의 원래 곡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보컬은 무척이나 듣기가 좋았다.

“어어어?”

소파에서 이다미의 노래를 편히 듣고 있던 모두가 허리를 세우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남자 보컬의 속삭이는 배경음의 리듬에 맞춰 이다미가 댄스를 추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댄스라기보다는 리듬을 타는 꿀렁임에 가까웠지만 그 스무스한 몸의 움직임이 너무나 리드미컬했다.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쥐고 있었다. 그 정도로 다미에게 허를 찔려버린 것이다. 솔직히 노래는 중간만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완벽하게 자신의 예상을 빗나가 버렸다. 노래는 물론 표현력이 자연스럽고 연기력이 상당했다.

‘어쩐지… 다인기획에서 계약도 안 된 애를 데리고 연습시켰다길래 그게 무슨 경우인가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이 정도 보컬 능력이라면 3대 기획사에서도 충분히 넘치고 남는다.’

강전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크윽… 대박! 초대박이야.’

다시금 강력한 색소폰의 후크 멜로디가 나오자 급기야 몸을 흔들면서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댄스가 아리아 버전이 아닌 프리한 움직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다미는 중간중간 아리아와 다르게 애드립을 쳐냈는데 새롭고 과감한 시도였지만 그것 나름대로 개성이 있었다.

‘노래 너무 잘한다.’

최시유는 이다미의 노래를 들으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저 언니도 메인 보컬 감이 분명했다. 다만 스타일이 자신과 정반대였다. 분했다. 자신도 팝송에서 저런 느낌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의 톤과 스타일이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발라드 형태의 곡을 주로 불렀다.

브리지 부분이 지나고 랩 파트가 나오니 이다미가 자신 없는 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파에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던 김인하가 자신이 외운 곡인지 벌떡 일어나서 랩을 하기 시작했다. 부스 안에서 그 모습을 본 다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인하의 랩은 원곡의 랩보다 그루브 있고 리드미컬했다. 역시나 분위기파 김인하다운 솜씨였다. 이다미는 그 랩을 리듬으로 계속 몸을 흔들고 있었다.

드디어 랩 파트가 끝나고 조용한 음이 깔리면서 음이 높아지며 노래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다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팡팡 울리면서 터지고 있었다.

‘와… 끝내주네. 고음 진짜 안정적이다.’

강전기가 머리를 움켜쥐던 두 손을 내려 입을 틀어막았다. 다시 한번 이 곡의 색소폰 후크 멜로디가 나오자 김인하뿐만 아니라 레이카와 최시유까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만큼 엄청나게 신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녹음실이 난리가 났다. 무게를 잡고 있던 강전기까지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비록 그것이 봉산탈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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