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82화 (82/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항상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은 아이디까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일히 언급할 순 없지만 진짜 감사하고 있답니다.

댓글, 추천, 선작 감사드립니다.

4호는 어디에?

한창 덩실거리고 있던 강전기의 어깨를 누군가가 누르기 시작했다. 레이카가 추상과 같이 차가운 눈으로 강전기를 쳐다보면서 작게 소곤거렸다.

‘그만! 추해요. 무슨 노인네 관광버스 춤이에요?’

“크흠…….”

이다미의 엄청난 보컬 실력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온몸으로 흥을 표현해 버린 것이다. 그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다미에게 소리쳤다.

“다미야, 이제 나와도 돼…….”

다미가 부스를 나오자 강전기가 일어나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저 괜찮았어요?”

다미는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강전기는 그냥 몽둥이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사람처럼 정신이 쏙 빠졌다.

“큭… 괜찮았냐고? 미쳤다, 미쳤어. 넌 왜 이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보컬이라고…….”

“아니… 처음 보면 누가 봐도 넌 그냥 메인 댄… 아니다… 어쨌든…….”

강전기가 이다미를 쳐다보며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쌍 따봉을 날렸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었다.

옆에 서있던 레이카가 박수를 치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짝짝짝짝…….

“너 노래 너무 잘한다. 그냥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보컬이었어. 우리 이제 잘해보자.”

레이카가 센터로서 다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연습생 4호의 보컬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음의 벽을 깨고 먼저 다가간 것이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다미도 손을 내밀어 레이카와 악수했다.

“자, 박수… 주세여…….”

1호기가 기분이 한껏 고조됐는지 한 손을 들고 클럽 디제이처럼 소리쳤다. 다들 분위기에 휩쓸려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차… 다미야, 가요로 하나 더 테스트해 보자.”

“넵…….”

강전기는 가요로도 이다미의 보컬을 테스트했다. 가요를 불러도 굉장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가사 전달력이라든지 감성에서는 시유보다 한 수 아래로 판단되었다.

보컬 테스트가 끝나고 네 명의 리부트 엔터 연습생들이 소파에 차례대로 앉았다. 강전기가 의자를 빙글 돌려서 그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았다.

모두가 굉장한 인재들이었다. 외모와 능력으로는 3대 기획사 아이돌들과 비교해 봐도 절대 꿇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나 보였다. 적어도 강전기의 눈에는 말이다. 운명처럼 천운으로 모인 최상의 멤버들이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봐도 기적과 같은 일이랄까?

대한민국 아이돌 시장은 냉정했다. 대체로 아이돌 지망생들은 일단 1티어라 불리는 3대 기획사에 오디션을 본다. 중소기획사의 영세함과 어려움은 익히 소문나 있기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영웅담처럼 나오는 소규모 기획사에서 나오는 대박은 그야말로 로또급이었기 때문이었다.

걸그룹을 희망하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곳이 바로 마이하트의 소속사 JB Ent.였다. 그다음이 취향에 따라 SSJ나 더블케이로 나뉘었다. 거기서 떨어지거나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데뷔권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다시 그 아랫급 기획사에 다시 오디션을 봐서 재입사하게 된다.

이른바 2티어 기획사는 3대 기획사에서 독립한 후 회사를 잘 키운 경우가 많았고 그렇지 않다면 KB 미디어 레이블 산하의 기획사이거나 역사가 좀 되는 회사들이 있었다. 그 아래 3티어급 중소기획사로 분류됐다.

2티어 기획사까지는 연습생이 되고 데뷔까지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주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연습생들이 들어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더러는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겠다며 2티어 기획사로 먼저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3티어는 이른바 혼돈의 카오스였다. 중소기획사라고 해도 우연히 대박을 내는 경우가 왕왕 존재했다. 이른바 로또를 노리는 전략이었다. 최근에는 초대형 잭팟이 터졌다. 바로 빅샷 엔터테인먼트(BIGSHOT ENT)가 전 세계적으로 .EXE를 히트시킨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빅샷은 3티어로 분류되지 않고 1티어나 그 이상 아니면 그 이하로 애매하게 분류되기 시작했다. 걸그룹으로 따진다면 거의 망해가던 다인기획이 블루비로 대박을 내서 기사회생한 경우도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3티어에서 나온 아이돌들은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개고생하며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봤을 때도 멤버들이 확실히 1티어, 2티어 회사 아이돌들과 비교해서 급이 떨어지는 확률이 높았다. 물론 이건 절대적인 사실은 아니었다. 3티어 기획사 아이돌이라도 뛰어난 멤버는 분명 존재했으니까.

어쨌건 그 정도로 어려운 경쟁임은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하꼬 기획사인 리부트 엔터에서 이 정도의 인재를 모았다는 것 자체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인하, 레이카, 시유, 다미…….’

모델급 기럭지를 소유하고 있고, 세계 최강의 케이팝 걸그룹 네임드로즈의 1인자 신디와 경쟁할 정도로 뛰어난 메인 래퍼이자 모든 능력이 밸런스 있게 발군인 팀의 분위기 메이커 김인하!

출신은 꺼림칙하지만, 인하와 더불어 모든 능력치가 골고루 상타치이며 언어 천재로 외모는 누가 보더라도 호불호 없이 한눈에 딱 들어오는 초절정 미소녀이자 돈 가방 일본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할 명실상부한 부동의 센터 전투가드형 워머신(?) 레이카!

팀 내 섹시함을 담당하며 직캠 부대를 온몸으로 이끌 선봉대장이자, 실제로도 몸매로는 걸그룹 최강이라는 이화와 비빌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보컬 능력까지 최상타인 와일드캣! 이다미!

가요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엄청난 성량을 소유하고 있는 감성형 보컬이자 그럭저럭 쓸 만한 외모의 소유자 최시유! (아… 좀 살짝 약하다. 뭐, 그래도… 네 명은 있어야 하니까… 흠흠…….)

그리고… 이 리부트 프로젝트의 정점이자 코어! 화룡점정으로 걸그룹에 있어서는 최상위 덕후이자 전문가로 15년 이상의 작곡 경력과 뛰어난 직관력 그리고 무시무시한 두뇌 회전이 결합한 미지의 존재이자, 현재 트렌드인 작곡 팀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나 홀로 천재 작곡가! 신성! 색기갑(色氣甲) 리얼돌 섹스 토이 강전기!

정말로! 99% 완벽한 조합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강전기는 점점 가슴이 벅차올라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이런 멤버로 걸그룹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정말… 이건 기적이야.’

“저기요… 피디님, 말씀하셔야죠.”

레이카의 말에 강전기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어깨를 쫙 펴자 자기도 모르게 페로몬이 팍팍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모두의 시선이 고정된 가운데 강전기는 최대한 스위트하게 말문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 얘들아…….”

“네에…….”

1호부터 4호까지 힘차게 대답했다.

“피디님 그런데요, 메인 보컬 감이 두 명이네요.”

레이카의 지적에 강전기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댄스곡이나 팝송은 이다미가 우세하나 발라드나 가요 쪽으로는 최시유가 우세했다.

“결정했어.”

“누구죠? 메인 보컬이?”

네 명의 연습생은 모두 강전기의 입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묻고 더블로 가! 까짓 거, 그냥 메인 보컬 두 명으로 하지, 뭐.”

그러자 최시유의 긴장된 얼굴이 그나마 풀어지는 것 같았다. 다들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1호기 인하가 손을 번쩍 들었다.

“피디님, 저희 그냥 메인 롤 같은 거 없이 가면 안 될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리니?”

“제가 쭉 보니까요. 시유의 댄스하고 제 랩만 빼면 다들 우위를 가리기 힘든 것 같아요. 그럴 바엔 그냥 메인 롤이라는 것을 없애버리면 어떨까 하구요.”

“그렇다면?”

“그냥 저는 보컬, 랩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되고 레이카하고 다미, 시유는 보컬을 맡고 있다고 하면 되잖아요. 누가 물어보면 메인 보컬은 없다고 하면 되죠. 솔직히 메인 댄서는 소개해 봐야 의미도 없는 것 같구요.”

“옳거니… 그래, 인하야. 좋은 아이디어다. 다들 어때?”

“좋은 거 같아요.”

“저도 찬성이에요.”

“흐음… 그렇다면 한 가지만 완성되면 바로 데뷔도 가능하겠네?”

“최시유!”

강전기가 나지막이 최시유의 이름을 말했다.

“네… 네, 죄송해요.”

최시유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아이처럼 소파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다른 애들이 비정상인 거지. 앞으로 시유는 춤을 집중해서 연습하도록 해. 그리고 언니들이 막내 잘 케어해 주고… 알았지? 시유야! 3개월이면 되겠니? 너무 짧은 거 같긴 한데.”

“아녜요, 저 열심히 해서 민폐 안 끼치도록 할게요.”

“오… 우리 시유 이제 각성했나 보다. 든든하다, 든든해. 그런 마음가짐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완벽한 꼰대 틀딱다운 멘트였다.

“피디님, 걱정 마세요. 시유는 제가 책임지고 개조해 놓도록 할게요. 정신 상태부터 육체까지…….”

레이카가 말하면서 시유의 어깨를 토닥였다.

하지만 강전기는 그 모습이 너무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눈이 한없이 차가웠기 때문이다. 마치 태평양의 심해처럼 말이다.

‘육체라니… 설마… 두들기기야 하겠어? 어쨌거나 시유는 이제 죽었구먼. 레이카 녀석이 엄청 굴려댈 게 뻔해. 안 봐도 비디오야.’

“그래… 너무 다그치지 말고, 세세하고 다정하게 가르쳐줘.”

“알았어요.”

강전기는 이제야 긴장이 풀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아… 한 가지가 남았네요, 피디님.”

시유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레이카가 고개를 들어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뭔데?”

“곡요. 곡은 언제 들려주실 거예요?”

“아… 난 또 뭐라고. 곡이라면 일주일 안에 들려줄 수 있어. 여기에 다 들어있거든.”

강전기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꺄핫… 피디님, 저 너무 기대돼요. 케이 라임에게 줬던 레전드 명곡 또 나오나요?”

아무래도 작곡에 관심이 많은 인하가 부산스럽게 호들갑을 떨었다.

“나만 믿어. 엄청난 곡을 만들어 올 테니까…….”

“네에…….”

강전기가 가슴을 탕탕 치며 호언장담했다.

이다미의 테스트는 그렇게 끝났다. 네 명은 어느 정도 거리감이 사라졌는지 재잘거리며 일어났다.

“피디님, 저희는 잠시 대화 좀 나누다가 연습실에서 춤 좀 출게요. 열두 시 되면 저희 밥 좀 사주세요. 저 파스타 먹고 싶어요.”

“저두요…….”

“전 피자요…….”

“그래, 알았어. 요 앞에 맛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있던데 거기 가자. 내가 쏜다.”

“와아, 난 배 터지게 먹어야지…….”

“나두, 나두…….”

참새처럼 재잘대는 아이들 얼굴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한 명은 규격 외의 괴물이고, 한 명은 이미 자신과 볼장 다 본 사이였지만.

‘뭐, 어쩌겠어. 이게 운명이지. 다 합심해서 걸그룹을 성공시키는 게 목표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그렇게 연습생들이 녹음실을 빠져나갔다. 강전기는 심호흡하며 팔을 들어 머리 뒤로 깍지를 꼈다.

“어우… 뭐 했다고 이렇게 진이 빠지지?”

‘저번에 블루비 숙소를 갔다 오고 엄청 피곤했는데 역시 여러 여자하고 있으면 심력 소비가 큰가 본데?’

강전기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다미의 울트라리스크급 보컬 실력에 기존에 짜고 있던 콘셉트를 수정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마이하트와 네임즈로즈 중간 어딘가쯤으로 포지션을 짜려고 했는데 상황이 급변했다.

‘사랑스러움과 약간의 걸크러시는 기본적으로 그룹 안에 품어야 해. 거기다 네 명 전원이 상타치 보컬이라는 것을 더해야겠어. 그렇게 전대미문의 슈퍼 그룹이 탄생하는 거지.’

완벽한 보컬! (이건 이미 가능성이 충분)

완벽한 춤! (시유가 심하게 걱정되긴 하는데 레이카의 조련을 믿기로 함)

완벽한 외모! (또 시유가 약간 걱정인데 레이카의 심미안을 믿기로 함)

‘사랑스러움은 시유와 레이카가 맡는다.’

‘걸크러시는 인하와 다미가 맡고… 이건 오케이!’

‘크흠… 결론적으로는 레이카를 믿는 수밖에 없겠어. 어차피 그 녀석과 나는 같은 배를 탄 동지니까.’

성공하려면 레이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차! 실력 말고 중요한 게 하나 빠졌구나.’

.EXE를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SNS…….

유명하지 않았던 그들은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고 SNS를 활용하여 팬들과 거리를 좁혀나갔다. 이런 전략은 모든 전문가가 꼽은 .EXE의 성공 요인이었다.

‘우리 애들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해. 후후후… 나에겐 이미 그런 것에 미쳐버린 크레이지 지니어스 성기호가 있다. 그 녀석을 써야겠어. 우연히도 적임자가 내 옆에 있었구나. 당장 그놈을 나의 브레인이자 머슴으로 채용해야겠군. 뭐, 본인도 만족하겠지. 우리 멤버들은 1티어를 능가하는 애들이고 더구나 그놈이 그렇게 미쳐있는 걸그룹이니까. 후후후… 성기호! 앞으론 키스마이걸에서 리부트 애들로 갈아타야 할 거다.’

강전기가 성기호를 생각하며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레이카의 그것을 보는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