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84화 (8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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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항상~ 댓글, 선작, 추천 감사드립니다.

비축분이 떨어져 미칠 지경입니다. 주말에 미칠 듯 달려야....ㅠㅠ

완전체와 데뷔 준비

연습생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주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들은 댄스 연습을 하기 위해 연습실로 사라졌다.

강전기는 라테 한 잔을 내려서 천천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아래를 보자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길거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역시 강남이 짱이야. 홍대 원룸이 아니라 강남에 빌딩 한 채는 사야지. 이게 시세가 얼마나 하지? 이런 거 사려면 어쩔 수 없이 고추돌까지 키워야 하나?”

강전기가 씁쓸한지 들고 있던 종이컵을 구겨버렸다.

걸그룹은 비교도 안 되는 매출이 가능한 고추돌! 걸그룹으로 초대박이 나지 않는다면 맘에도 없는 프로젝트를 시도해야 할지 몰랐다.

“제기랄! 그럴 순 없지!!”

남자 아이돌 멤버끼리 꽁냥꽁냥, 알콩달콩하는 걸 보고 있으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버리고 싶은 강전기였다.

‘솔직히 그런 것은 팬을 모으기 위해 다 연출된 게 아닐까? 남자들끼리 그렇게 노는 게 말이 돼? 남자들은 게임하면서 욕지거리하고 주먹도 날리고 그런다고! 꽁냥꽁냥? 웩… 실제로는 나 누구 따먹었다… 그런 거 신나게 자랑하면서 뻥도 엄청 쳐가면서 음담패설을 늘어놓을 텐데…….’

역시나 생각하는 게 쌍팔년도 스타일인 틀딱 강전기! 그는 정말로 고추돌은 사양하고 싶었는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 .EXE는 봐주자. 그냥 곡만 쓰는 거지 뭐. 하지만 키워서 제작하는 건 절대 못 해. 내가 못 견딘다고!!’

그런 불상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번 걸그룹은 무조건 성공시켜야 했다. 강전기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성기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그래… 나다. 방학인데 너 요즘 뭐 하고 있냐?”

―나야, 일주일에 두 번은 우리 키스마이걸 애들 보러 다니고 나머지는 콘텐츠 만들고 편집하고 그러고 있지. 왜, 나 보고 싶으냐?

“지랄하네. 네가 귀찮게 안 하니까 살 거 같다, 인마.”

―꼴 보기 싫은 사람한테 왜 연락을 하셨을까? 천하의 천재 작곡가님께서? 혹시 선물 하나 주려고 하는 거야? 너 저작권료 들어왔지?

“허? 이 귀신같은 놈… 하여간 빠삭해요.”

―그래서 얼마 들어왔는데? 짭짤하냐?

“내 돈인데 얼마인지 네가 왜 궁금한데? 그러는 너는 소울퀸즈 뮤직비디오 광고로 얼마 벌었는데? 내가 일부러 대표님한테 아무 말도 안 했다.”

―흠흠… 그냥 용돈 벌이 수준이지. 뭘 그렇게 깊게 파고드는데?

“전 세계 .EXE 팬들이 한 번씩 눌러줬는데 용돈 벌이라고? 무슨 개소리야, 그게? 어디 보자. 조회 수가 얼마더라? 어이쿠야… 3천만이네, 3천만!”

―그래 봐야 너한테는 새 발의 피야. 넌 세 곡이나 저작권이 정산됐을 거 아냐?

“그건 순전히 나의 창작물이고…….”

―뮤직비디오는 내가 만들었잖아? 인정받을 만하지.

“뮤직비디오 감독이 찍은 작품을 저작권까지 소유하고 광고 수익까지 챙기냐? 이 도둑놈의 시키야!”

―크흠…….

성기호는 강전기의 논리에 굴복하고 말았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저… 형님, 무슨 시키실 일 있으십니까?

‘역시 이 녀석 덕후치고는 눈치가 엄청 빠르다니까? 머리 하나는 기가 맥혀.’

“그래, 인마. 너 시간 언제 나냐? 얼굴 좀 보자.”

―오늘 편집할 영상이 있는데 그건 미뤄도 되지. 어디에서 만날까? 바로 간다.

“오케이! 회사로 와라. 너랑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할 게 있어.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와! 알겠냐?”

―알았다. 씻고 바로 출발할게.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사무실 문을 열고 기호가 들어왔다. 허겁지겁 급히 왔는지 복장 상태가 영 불량했다.

강전기는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쯧쯧… 꼴하고는…….”

“어제 밀린 빨래를 몽땅 해서 그래. 급히 나오려고 하니까 입을 게 없더라고.”

“아니… 그렇다고 강남을 추리닝 바람으로 오는 건 또 뭐야? 얼씨구? 라면 먹다가 엎었냐? 바지에 뭘 묻힌 거야?”

“아, 이거? 쓰레기 버리다가 좀 묻었나 봐. 그런데 차 몰고 와서 괜찮아. 나 차 오너잖냐.”

“손에 들고 있는 거 뭐야? 외제 차 키 같은데? 돈 벌었다고 벌써 외제 차 샀냐? 수익이 좀 짭짤했나 보네?”

“엇… 보였냐? 중… 중고로 한 대 샀다. 내가 돈이 어디 있어. 누가 싸게 준다길래 샀어.”

“헐… 무서운 놈이네! 이거… 저작권법 위반으로 확 고발할까 부다.”

“아… 제발… 알았고, 할 이야기가 뭔데…요?”

교묘히 말을 돌리는 성기호를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젓는 강전기였다.

“커피 한 잔 줄까? 별다방 커피 캡슐도 있다.”

“좋지. 난 달달한 거… 알지?”

강전기가 커피 캡슐을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에스프레소가 기계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사무실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고 큰 컵에 옮겨 담아 라테를 만들었다.

그가 성기호에게 라테를 건네주려고 몸을 돌렸는데 성기호가 두 손을 들어 손가락을 네모로 만들고 각도를 재고 있었다.

“너 뭐 하냐?”

“네가 커피를 내리고 있으니 진짜 한 폭의 그림 같길래 카메라 앵글 한번 잡아봤다.”

“「커피 프린스」 같냐?”

“「커피 프린스」?”

“음… 그냥 하는 말이야…….”

‘요즘 애들 드라마를 너무 안 보네. 개그도 못 치겠어.’

어처구니없게도 방영된 지 10년이 넘은 미니시리즈를 이야기하고 있는 아재 감성!

“저번 뮤비에서 내가 너를 너무 조금 출연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싱겁기는… 아냐, 그건 잘했어. 얼굴 팔려야 뭐 좋은 게 있다고… 너 아예 찍을 때부터 미리 편집 생각했냐? 내 얼굴이 정면으로 나오는 샷은 거의 없던데, 뭘…….”

“우와, 강전기… 너도 보는 눈은 있구나? 내 의도를 간파했네?”

“무슨 사람을 호구로 아나 이게, 콱!”

‘이놈의 덕후 새끼. 어떻게 굴려야 되려나…….’

“크흠… 일단 미튜브 때문에 불렀어.”

“으으… 나 돈 없다니까……. 진짜 다 썼다. 정말이야.”

“허… 졸긴… 그 뮤직비디오 말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라.”

“그럼?”

성기호가 죽을상을 쓰다가 그의 말에 얼굴이 활짝 폈다.

“이제 곧 우리 회사에서 걸그룹을 론칭하려고 하거든? 그래서 SNS 마케팅 담당자 겸 콘텐츠 제작자로 너를 채용하려고… 어때? 관심 있냐?”

“뭣? 리부트가 걸그룹을? 연습생이 한 명도 없잖아?”

“있어. 최근에 다 뽑았어.”

“잉? 그게 무슨 개소리야? 연습생이 무슨 길가의 돌멩이냐? 그냥 그렇게 줍줍하게? 그렇게 구하기 쉬우면 누가 힘들여서 몇 년씩 키우느냐고…….”

“진짜야. 그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길고……. 어때? 관심 있냐?”

“어디서 오갈 데 없는 애들 대충 구해다가 네 곡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거면 난 안 하련다.”

성기호는 리부트의 사정을 다 꿰뚫어 본다는 듯 한 발짝 물러서는 팔짱을 꼈다.

‘크크크… 이 덕후 새끼… 하여간 머리는 좋아요.’

“예쁘지 않으면 하기 싫다는 소리를 뭘 그리 길게 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말 빙빙 돌리지 말고…….”

“크흠… 꼭 그렇게 팩트로 탈탈 털어야 하냐? 대충 알아들으라고…….”

“너 인마, 우리 애들 보면 깜짝 놀랄걸?”

“혹시 회사에 지금 있는 거냐?”

“있지, 연습실에…….”

“그래? 그럼 일단 한번 봐야지.”

성기호는 강전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역시나 걸그룹 전문가다웠다. 살짝 웃겼지만, 저번 소울퀸즈 때도 활약을 톡톡히 했기 때문에 그의 능력은 의심치 않았다.

“연습실에서 소개해 줄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어우… 내가 비주얼 퀸 키스마이걸 홈마 출신이라고. 걱정하지 마라. 나를 실망하게 하지나 말어…….”

“흐흐흐… 우리 애들 보고 채용해 달라고 애원하지 마라.”

“흥…….”

솔직히 말해서 성기호의 의심은 타당한 것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데뷔 멤버를 구했다니? 정말 그랬다면 졸속으로 연습생을 뽑은 거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와.”

강전기는 성기호를 데리고 연습실로 내려갔다. 연습실에서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습하고 있구나…….”

“피디님, 웬일이세요. 저희 못 믿고 체크하러 오셨어요? 어? 뒤에 누구…….”

“응, 인사해. 내가…….”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여러분의 기획을 담당하게 될 기획 팀 성기호라고 합니다. 소울퀸즈의 「이벤트는 필요 없어」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감독이기도 하구요.”

성기호가 갑자기 자기소개하며 전기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심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얼굴이 헤벌쭉해진 기호를 보니 뭐라고 한마디 해줄 기분이 사라졌다. 어차피 이놈은 그런 게 안 통하는 개썅 마이웨이를 달리는 놈이었으니까.

‘이거 어처구니없는 놈이네. 안면 싹 바꾸는 거 봐. 미튜브나 찍어주고 SNS나 담당하라고 했더니 무슨 기획이야, 기획이…….’

“와, 저 그거 봤어요. 감독님이 찍으셨구나…….”

“우리 기획하시는 분도 따로 채용하신 거예요?”

인하와 레이카가 성기호의 존재를 궁금해하며 질문했다. 강전기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쩝… 뭐, 그렇다고 해두자…….’

강전기는 성기호에게 1호부터 4호까지 이름과 주특기를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성기호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앞으로 너희를 잘 도울 테니 자, 박수……….”

짝짝짝짝―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연습생들과 인사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성기호는 돌아오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들은 사무실 소파에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어때? 괜찮지?”

강전기는 기대감으로 성기호의 평가를 기다렸다. 이놈 눈은 정확했으니까. 성기호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솔직하게 말해봐. 혹시 걸그룹 명가 JB Ent.에 가서 애들이라도 빼 왔냐? 어째 애들이 죄다 1티어냐?”

“흐흐… 아이돌 좆문가의 눈에도 괜찮나 보구만.”

“외모만 놓고 봤을 때 3대 기획사랑 비교해 봐도 전혀 안 꿀릴 거 같다. 진심이야.”

“그걸 누가 모르냐? 그리고 누가 너한테 기획하라고 했어. 엉? 그리고 우리 회사에 기획 팀이 없는데 어디서 사기를 쳐?”

“이제 만들면 되지. 리부트는 조직이 너무 막장이야. 지금이 무슨 90년대냐? 하여간 시스템하곤…….”

“왜 나한테 그래. 내가 만들었냐?”

“됐고… 연습생 어떤 식으로 구했는지 다 이야기해 봐. 처음부터 끝까지…….”

“너 엄청 맘에 드나 보다? 하여간, 이 얼빠 새끼 그냥 예쁘면 다지. 어이구…….”

“얼른! 이야기 좀… 현기증 난단 말이야…….”

“어우… 알았어.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강전기는 1호부터 4호를 연습생으로 만든 스토리를 장장 한 시간에 걸쳐 조곤조곤 말해줬다. 중간에 구라와 과장을 적절히 섞어가며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물론, 2호 레이카와 4호 이다미는 일부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성기호는 전기의 말에 때로는 흥분을, 때로는 웃음을 터트렸다.

“뭐, 일단 멤버들의 실력은 차차 봐야 하겠지만 일단 외모로 봤을 땐 잘만 기획하면 차기 1티어도 노려볼 수 있겠는데?”

“그러냐? 역시 안목 하나는 기가 막히네.”

“일단 세 명의 외모가 뛰어나. 특히 일본인 레이카 씨는 어우야… 진짜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그런데 춤하고 노래도 잘한다고? 어떻게 저런 애를 캐스팅한 거지? 진짜 미스터리네.”

‘너무 좋아하지 마라. 전투가드형 워머신이다. 너 같은 놈은 딱밤 한 대로 바로 두개골이… 뽁! 어우, 끔찍해…….’

“인하 씨하고 다미 씨도 다른 그룹이었으면 센터까지 노려볼 인재야. 1티어 그룹에서는 좀 살짝 후달리긴 하는데…….”

“최시유는?”

“으음… 시유 양은 뭐, 그럭저럭 깔끔하고 귀엽게 생기긴 했는데 다른 세 명하고 비교하기엔 좀 그렇지. 약간 씹덕을 타깃으로 하면 좀 먹힐지도 모르겠네. 아까 보니까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있더라.”

‘이 날카로운 새끼. 어쩜 나랑 이렇게 의견이 딱 맞지?’

“그래, 넌 앞으로 쟤들 데뷔 때까지 미튜브 채널 만들고 콘텐츠 만들어서 바람몰이 좀 해라. 물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전기야, 말은 바로 해야지. 일단 쟤들은 ‘브랜뉴 걸그룹’에 출연시켜서 얼굴을 알릴 생각을 해야지. 새로 만들어봐야 사람들이 오겠어? 이제 연습생인데…….”

“너는 하꼬 미튜버잖아. 효과 없지 않아?”

“어허… 하꼬라니… 이제 구독자 25만이다.”

강전기는 성기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네 채널에 소울퀸즈 뮤직비디오 올려놔서 늘어난 거잖아.”

“그건 모르는 거지. 단순히 뮤비만 볼 거면 구독 안 하지. 콘텐츠가 재미있으니까 늘어나는 거라고!”

“지랄하네. 됐고… 난 신경 안 쓸 테니까 애들 데리고 가끔 콘텐츠 좀 만들어라. 그런데 쟤네 5개월 안에 데뷔해야 하니 쓸데없는 거 시키면 안 된다. 알았냐? 연습해야 한다고…….”

“흐흐흐… 알았어. 나한테 맡겨봐.”

“그리고 이제 키스마이걸 그만 쫓아다니고 정식으로 회사 출근해라. 필요한 장비 있으면 이 대리님께 요청하고… 아… 너 채용하자고 대표님께 허락받아야 하는데… 뭐,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뭐야, 아직 보고도 안 했는데 네 맘대로 채용해도 되는 거야?”

“괜찮아. 나 이제 리부트 엔터 이사 됐어. 30% 지분 양도받았다.”

“저작권 나온 거 거기 다 들어갔냐?”

“오호… 역시 뭘 좀 아는구만?”

오덕후라는 게 살짝 걸리지만 역시 사람은 잘 고른 거 같았다.

‘넌 이제 죽었다, 요놈아. 그동안 꿀 잘 빨았냐? 이제 네놈의 영혼은 나의 것이야. 흐흐흐…….’

강전기는 마치 사람의 영혼을 담보로 잡은 악마 에이전트처럼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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