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85화 (8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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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불쌍한 오따쿠 놈~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쿠폰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힘이 됩니다.

완전체와 데뷔 준비

성기호의 덕질의 역사는 중학교까지 올라갔다. 그는 2세대 걸그룹 대전에서 카밀리아의 극성팬으로 활약했다. 일명 카퀴(카밀리아 바퀴벌레)로 불리며 인터넷 대전의 선봉대로 앞장선 키보드 워리어였다.

하지만 카밀리아가 소속사 분쟁으로 허무하게 해체하자 극심한 우울증과 슬럼프에 빠졌다. 그때는 바야흐로 수능을 마친 고3 겨울 방학이었다.

식음을 전폐하며 며칠간 거의 폐인 상태로 지내다 키스마이걸이란 그룹을 미튜브에서 우연히 보고 다시금 덕질할 의욕을 되찾았다.

카퀴 시절에는 인터넷 부대로 활동했다면 키스마이걸 때는 더 과감해졌다. 아예 홈마로 전직한 것이다. 한창 열심히 활동한 1학년 때는 과 생활보다 카메라를 들고 키스마이걸을 따라다닌 시간이 더 많았다.

아예 미튜브 채널까지 파서 열정적으로 걸그룹에 대해 분석하고 은근히 키스마이걸을 띄웠다. 초반에 조회 수가 적어 광고 수익이 안 나자 아메리카 TV에서 걸그룹 24시간 직캠을 틀어주면서 후원을 받는 방송을 운영했다. 그 당시 이런 방송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정기구독에서 나오는 돈과 후원으로 근근이 홈마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메리카 TV는 이제 어느 정도 매니저들을 깔아놓은 상태로 자체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익을 제대한 지금은 미튜브까지 구독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용돈 이상으로 쏠쏠하게 벌리기 시작했다.

물론 성기호가 꾸준히 콘텐츠를 올린 게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구독자들이 성기호의 분석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복학하고 강전기를 만난 후, 많은 일을 겪고 욕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허접하지만 뮤직비디오도 찍고, 실제 연예인도 만나서 같이 작업해 보더니 그저 그런 직캠 방송이나 걸그룹 분석이 시시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찰나에 강전기가 불러서 가보니, 이게 웬걸? 완전한 브랜뉴 걸그룹 예비 멤버들이 그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게 된 거다.

그는 강전기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 멀리서만 봐도 연습생들의 아우라가 느껴졌으니까…….

그냥 대충 어디 떨어진 애들이나 데리고 왔는지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룹의 평균적 외모가 1티어를 능가했다. 평균 키조차 160대 후반… 정말로 믿을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특히나 그룹의 센터인 일본인!!

이시하라 레이카의 외모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천만 분의 일의 확률로 태어날 만한 천상계의 초절정 미소녀였다. 왜 하필 일본인이란 말인가! 요즘은 일본과 무역 분쟁 때문에 애매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모든 걸그룹을 통틀어 그녀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먹힐 만하다고 생각했다. 말해보니 한국어조차 네이티브 수준이라 속으로 오예쓰! 를 외치고 말았다.

물론 모든 것은 성기호의 주관적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정도의 쇼크랄까? 처음에는 자기도 모르게 뭐에 홀린 듯 앞으로 나가서 멋대로 인사했지만, 멤버들을 하나하나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강전기와 같은 배를 타도 되겠다는 각이 빠르게 나왔다.

‘그래! 이게 바로 나의 운명이었던 거야.’

1차는 인터넷에서 2차는 홈마로 3차는 드디어 걸그룹 기획자로…….

“크윽… 바로 이거다.”

성기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트북을 펴고 기획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전기는 같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빠진 사람처럼 노트북을 꺼내서 무언가를 타이핑하는 기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자식 또 시작이네. 갑자기 맛이 간다니까? 저번에 뮤비 찍을 때도 그러더니… 그냥 미튜브 콘텐츠나 만들고 운전 잘하니까 매니저나 시키려고 했더니… 쩝… 에이, 나도 몰라…….’

어차피 5개월 정도는 시간이 있다. 물론 2개월은 이것저것 데뷔 준비를 해야 하니 바쁠 테지만, 시유가 댄스에 익숙해지는 최소한의 기간인 3개월 정도는 충분히 생각해 봐도 넉넉한 것이다.

괜히 벌써 자세히 이야기해 준 게 아닌가 싶었다. 멤버별로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테스트까지 이야기를 다 해줬더니 알아서 미친 듯이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하는 성기호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성기호가 정신을 차렸다.

“뭐 하는데 그렇게 집중해서 하냐?”

“마스터플랜!”

“넌 콘텐츠나 짜라니까. 피디는 나야, 나라고!”

“너는 참모도 모르냐? 유비에게 제갈량, 조조에게는 곽가가 있다면, 천재 작곡가 강전기에게는 기획실장 성기호가 있는 거 아니겠어?”

“네가……?”

끄덕끄덕.

‘직캠이나 찍으러 다니는 놈이?’라고 말하려다 겨우 참은 강전기였다. 어차피 굴려야 할 녀석인데 괜히 초장부터 기를 꺾을 수는 없는 노릇!

“마음대로 생각해. 아… 이사로서 첫 미션을 주겠어. 리부트 걸그룹의 그룹명을 물색해 봐라.”

“그룹명… 그룹명… 그룹명이라…….”

실성한 사람처럼 웅얼대는 성기호가 꼴 보기 싫어 가방을 싸는 강전기였다.

“나는 집에 간다. 내가 대표님한테 말할 테니 결정되면 그때부터 출근해. 넌 아직 임시직이니 일단 내가 시킨 거 위주로 하고… 알았냐?”

“그래… 알았어.”

“그리고 노파심에서 경고하는데 레이카 조심해라.”

“응? 무슨 소리야? 조심하라니?”

“괜히 껄떡대지 말라고.”

“으… 눈치챘냐?”

“미친 새끼… 입을 헤벌쭉 벌리고 눈에서 꿀이 아주 뚝뚝 떨어지더니만?”

“어차피 보기만 할 텐데, 뭘… 내가 이야기했잖아. 난 그냥 옆에서 보는 거로 만족한다고… 이렇게 된 거 엔터태인먼트 쪽으로 진로를 잡아보지, 뭐…….”

“뭐, 그러든가…….”

강전기는 잘못하면 레이카에게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컴퓨터를 켰다. 이제는 집중해서 머릿속에 흘러 다니는 멜로디와 비트를 악보에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역시 작곡에는 뮤즈가 필요했다. 떡하니 걸그룹의 콘셉트와 멤버가 확정되니 심상으로만 존재하던 곡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윤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네임드로즈가 자주 사용하는 힙합 비트를 강하게 깔아준다. 서양권에서 통하는 힙합, EDM을 조화롭게 매치시켜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에지 있는 분위기로 시작하는 거야.’

그의 수십, 수백 개의 샘플이 조합되며 가장 멋지고 신나는 비트와 멜로디가 탄생하고 있었다. 강하게 울리던 EDM의 신스가 줄어들며 덥스뎁 비트를 깔아 인하가 랩을 하기 위한 파트를 마련해 줬다.

그 후 다양한 킥을 넣고 하이헷을 쪼개며 후렴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후렴은 마이하트의 사랑스럽고 신나는 뽕삘 멜로디를 넣어 대중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싶었다. 이 부분이 시유와 레이카의 사랑스러움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경쾌한 댄스를 추며 중독성 있는 후크 부분을 완성했다.

‘한번 들으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게 만든다. 수능 금지곡처럼… 흐흐…….’

그 후론 비슷한 2절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을 주기로 했다. 네임드로즈와 마이하트 그 중간쯤이 아닌 새로운 혁명적인 그룹이 되기 위해 브리지 이후 고조되는 부분에 중간중간 김인하의 빠른 랩과 레이카의 귀엽지만 탄탄한 보컬, 이다미의 마치 서양인 같은 그루브 있는 R&B 보컬이 번갈아 이어지면서 듣는 사람의 귀를 폭격했고 마지막으로 소름 끼치는 최시유의 고음 샤우팅까지… 엄청난 임팩트를 주는 곡이 탄생하고 말았다.

“와… 어떻게 이런 다양한 장르를 섞었지? 조금만 잘못 계산해도 완전 엉망이 되는 건데 이걸 한 곡처럼 살려버리다니… 나 자신조차도 믿을 수가 없구나. 트랙만 320이 넘네. 후유…….”

다시 한번 들어보고 디테일한 부분을 수정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곡을 재생시켰다. 그렇게 여러 번 수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지막 수정을 마쳤을 때 강전기는 손을 들어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키야… 레전드네. 케이 라임에게 준 그런 퀄리티가 또 나왔다. 내가 만들었지만, 이거 미친 거 아님?”

강전기는 스스로의 엄청난 능력에 취해 잠시 동안 눈을 감고 곡을 음미했다. 복잡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눈물이 찔끔 나오고 말았다.

그는 눈가를 비빈 뒤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곡만 쓰면 섭섭하지. 그래도 내가 만든 걸그룹의 데뷔곡인데 가사도 써야지.”

그의 스타일은 그룹에 대한 이미지와 콘셉트가 잡히기 시작하면 노래가 술술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가사는 그때그때 달랐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들을 쓰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강전기는 예전 노트를 꺼내 들었다. 옛날 찐따 시절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가사들이었다. 그는 한 장 한 장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응? 루저 혁명(Losers Revolution)?”

루저 혁명은 강전기, 아니 주기만 시절 더럽게 못생긴 뚱녀에게 차인 뒤 자괴감에 빠져 만든 노래였는데, 나 같은 루저도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이 담긴 내용이었다. 지금 상황은 절망적이라도 언젠가 명품 옷을 입고 슈퍼카를 타고 엄청나게 성공할 거다, 지금은 네 멋대로 생각해라, 내가 너를 비웃을 테니 하는 내용의 가사였다.

“오… 이거 좋다. 내가 이런 곡도 썼었나. 지금 들어보니 곡은 쓰레기인데 가사는 뭔가 심금을 울리는구만. 아마 그때 상황이 진짜 뭣 같았으니까 그랬을 거야.”

강전기는 가사를 몇 번을 반복해서 되뇌었다.

‘조금만 바꾸면 걸그룹 데뷔곡 가사로 괜찮을 것 같은데? 그때의 절망스러웠던 날것 감성을 조금 줄이고 현대 흙수저 젊은이들의 애환과 노력을 가사에 담으면 되겠어. 결국엔 난 멋진 사람이 될 거라는 희망적인 가사야. 와우… 그야말로 미쳐버린 감성이로구만.’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곡에 루저 혁명이라는 가사를 약간 수정해서 곡을 완성했다.

그가 초집중 상태에서 벗어나자 주변 상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자리에 앉았는데 벌써 새벽 세 시였다. 뭔지 모르지만 뿌듯한 감정이 차올랐다.

‘이런 게 바로 성취감이라는 건가? 피곤한데 기분이 너무 좋구나.’

그는 새로 만든 곡을 회사 식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새벽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들은 이 곡을 어떻게 평가해 줄 것인가? 그는 내심 기대감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 *

다음 날 강전기는 아침 일찍 나갈 채비를 마치고 자신의 애마에 올랐다. 데뷔곡을 들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그때, 갑자기 네비 화면에 케이 라임의 이름이 떴다. 전기는 운전대에 있는 버튼을 눌러 그녀와 통화를 시도했다.

“어? 어쩐 일이세요? 지금 미국 아니세요?”

―작곡가님, 별일 없으시죠?

오랜만에 케이 라임의 전화를 받았다. 차의 고급 스피커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지 약간 하이 톤이었다. 아무래도 요즘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네… 제가 뭐 별일 있겠습니까? 라임 씨는 어떠세요. 요즘 미국에서 활동 중이시잖아요.”

―저야 하루하루가 꿈만 같죠. 여기 매니지먼트에서 짜준 일정대로 다니긴 하는데 반응이 예상외로 너무 좋아서 깜짝깜짝 놀라게 돼요.

“와… 대단하시다. 라임 님이 그렇게 활동해 주시니 제 통장이 한층 빵빵해지고 있습니다. 흐흐…….”

―아… 저작권료 들어오셨죠? 호호…….

“다 라임 님 덕분입니다.”

―제가 뭘요… 작곡가님한테 제가 고마워해야 하는데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아침부터 어쩐 일이신지요?”

―아… 한국은 지금 아침이겠네요. 제가 실례를 했네요.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한국에 와서 노래를 녹음한 브랜든 기억하시죠? 브랜든이 작곡가님을 추천하려고 하시는데요. 혹시 생각이 있으신가 해서요.

“추천이라뇨?”

―아… 알고 보니 브랜든이 해외 여러 유명 아티스트의 곡을 작업한 나름 유명한 작곡가라고 하네요. 특히 뮤지컬 쪽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데 미국저작권협회 BMI에서 운영하는 뉴욕의 ‘리만 스쿨’에 작곡가님을 추천하려고 하나 봐요. 작곡가님이 만든 곡이 꼭 극적인 뮤지컬 곡 같다고 칭찬이 대단해요. 그래서 혹시 관심이 있나 싶어서 급히 전화드린 거예요.

“리만 스쿨요?”

―네… 저도 잘 몰라서 물어보니 이 ‘리만 스쿨’이라는 게 젊은 창작자들을 선발하여 우리가 알만한 초대형급 뮤지컬을 쓴 작가, 작곡가들이 직접 멘토링을 해주는 워크숍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상당히 유명하다네요. 선배에게 밀착 지도를 받아 작품을 만들고 잘만 되면 투자자까지도 연결된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곧바로 계약되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뉴욕이라고? 어메리카? 내가?’

강전기는 자신이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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