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86화 (8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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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조금 있으면 미국에서 국위 선양(?)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표지를 바꿨는데 그지 같나요? 갑자기 투베1위가 저랑 똑같은 표지라

한번 바꿔봅니다. 추접스러우면 댓글로 반응 좀 주세요.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꾸벅

완전체와 데뷔 준비

―어때요? 생각 있어요? 1월부터 시작한다고 하네요. 어차피 방학이니까 괜찮지 않나요?

“…….”

강전기는 얼마 전 「우리 마을 예체능」에 출연해서 해외에서 축구 유학을 했느냐며 황당해하는 이광현의 질문에 나중에 기회 되면 음악을 배우러 미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 사실을 기억해 냈다.

―여보세요?

“아! 네… 관심은 많죠. 지금 준비하면 거기에 참가 가능한가요?”

―제가 봤을 땐 준비하는 데 좀 빠듯하긴 할 건데요. 서두르면 가능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할게요. 브랜든에게 고맙다고 해주세요.”

―제 소속사 한 대표님이 저 대신 편의를 좀 봐드릴 거예요. 비행기 표나 일정 안내 같은 건 시간에 맞춰서 연락이 갈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그렇게 신경 써주시면 저야 너무 고맙죠.”

―네… 준비 잘하시고 미국에서 뵐게요. 물론 가능하다면…….

“네… 감사합니다. 라임 씨…….”

그렇게 통화가 끊어졌다. 강전기는 입을 다물고 운전대를 손으로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다른 연습생들은 시유가 춤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데뷔는 빨라야 내년 4월이다. 시간은 충분해. 곡이야 몇 곡 더 만들어 놓고 미니앨범 준비하라고 할까? 퍼포먼스를 할 것만 한 곡 더 뽑으면 되겠지. 노래야 네 명 다 최상타치니까 문제없을 테고… 마케팅이나 콘텐츠야 오덕후 녀석이 알아서 할 거고…….’

섹스 토이가 된 후에 음악적인 능력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상태였다. 이미 최고의 곡들을 뽑아내는 그에게 교육 같은 건 사실상 필요 없었다.

단지 강전기는 그런 교육보다는 외국 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대해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뉴욕! 그 한복판에서 뉴요커 흉내를 내보고 싶은 강전기였다.

“흐흐흐…….”

강전기가 입을 손으로 가린 후 킥킥대고 있었다. 애마 시트에 앉아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심각했다가 때로는 빙구같이 웃었다가…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었다.

“크흠… 세계적으로 히트한 곡도 있는 작곡가가 해외를 한 번도 못 가봤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암… 애들한테 곡이나 후딱 던져주고 난 해외여행이나 다녀와야겠다. 흐흐……. 미국 물도 먹어보고, 가능하면 백마도 먹어보지, 뭐… 솔직히 이 정도 와꾸면 인터내셔널하게 통하지 않겠어?”

걸그룹까지 섭렵하고 나서는 자존감이 급상승해서 존잘러의 행태를 점점 갖춰가고 있는 강전기였다.

그는 플레이 리스트에서 걸그룹 노래 리스트를 선택했다. 스피커에서 노래가 나오자 콧노래를 부르면서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미국 가즈아… 아메리칸 드림! 고고우…….”

강전기에게 아메리칸 드림이란 서양녀를 만나기 위한 그 이상 그 이하도아니었다. 『플레이보이』지에 나오는 금발 머리의 풍만한 미녀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룰룰루…….”

오늘따라 도로가 뻥뻥 뚫리며 운전이 아주 즐거웠다.

강남에 도착한 강전기는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녀석들, 연습은 제대로 하고 있으려나? 농땡이를 부리면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겠어.’

강전기가 손을 비비며 창문 너머로 연습실을 쳐다보았다. 역시 데뷔 뽕은 강력했다. 연습생들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연습하고 있었다.

“최시유! 다리 틀렸잖아. 다시…….”

“네… 네… 허억, 허억…….”

“아니, 아니… 허리하고 어깨를 잘 써야 해. 그래야 선이 예쁘게 나와.”

“안 되겠다. 지금 이 동작 100번 반복해 봐. 이건 기본이야. 이게 안 되면 춤에 각이 안 살아.”

“헉헉헉… 네에…….”

최시유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 연습실 안은 얼마나 연습했는지 벽의 거울에 허연 김이 서려있었다.

‘쯧… 레이카 이 녀석, 사람 잡는 거 아냐?’

최시유의 얼굴은 홍조가 올라와서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미 입고 있는 가벼운 운동복은 땀 범벅이 되어 몸에 마구 달라붙어 있었다.

‘어라? 의외로 골격이 괜찮네?’

마르긴 했지만, 기본 골격이 S라인이었다. 평소에 약간 펑퍼짐하고 큰 후드티 같은 걸 주로 입는 것 같았는데 다른 멤버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옷도 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신경을 쓸 수밖에… 강남 한복판이잖아. 이 근처에 근무하는 여자들은 강남의 세련된 패션에 강하게 영향을 받게 돼. 주변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기 혼자 추리하게 입고 다닐 수 없다고… 더구나 이제 걸그룹으로 데뷔해야 한단 말이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강전기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다들 노래, 몸매, 얼굴 뭐 하나 빠지는 게 없구만. 든든하다. 든든해.’

강전기는 연습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오전부터 열심히 하네?”

“안녕하세요…….”

연습생들이 들어오는 강전기를 보고 다 같이 인사했다.

“뭐야? 너희 인사 맞춘 거야?”

“당연하죠. 이제는 그룹이잖아요. 뭐든 처음부터 해놓는 게 좋죠.”

“좀 이른 거 아냐?”

“준비 기간도 얼마 안 되는데 지금부터 연습해 놔야 해요.”

틀딱 한국인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레이카가 굳은 얼굴을 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약간 오버하는 것 같았는데 뭐 어떤가 싶었다. 다들 자발적으로 하는 건데 열심히 한다는 걸 말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해서 너희 데뷔곡을 만들었다.”

“꺄악, 데뷔곡…….”

“네에? 벌써요? 어떻게 곡이 그렇게 뚝딱 나오죠? 대충 만든 거 아닌가요?”

“허억… 지… 진짜요?”

“짱이다!”

“대충 만들었느냐고 한 놈 누구야?”

“…….”

연습생 1호부터 4호까지의 반응이 차례로 나왔는데 그게 너무 다 달라 웃음이 나오는 강전기였다.

“곡 쓰는 게 제일 쉬웠어.”

강전기는 허세 쩌는 멘트를 날리더니, 폼을 잡으면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렸다.

‘후후후… 대단하지, 이것들아… 응? 머리가 길었네. 좀 자를까?’

머리를 자른 지 한 달 반 정도 됐나?

평소에 가던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겁나게 후회했다. 물론 머리 스타일을 가볍게 무시하는 원판의 외모였지만 동네 아줌마들의 노골적인 섹드립을 들으면서 잘라서 그런지 심하게 망했다고 볼 수 있었다.

“피디님, 당장 들려주세요…….”

“어서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자, 조용… 곡은 대표님 오시면 같이 들을 거야.”

“대표님 벌써 출근하셨는데요?”

“아, 그래? 어쩐 일로 일찍 오셨지? 오늘 촬영 아침부터 있을 텐데…….”

“얼른 녹음실로 가시죠…….”

말을 마친 레이카가 수건을 들어 땀을 닦더니 문을 열고 휙 하니 밖으로 나갔다. 강전기도 어어? 하면서 그들을 따라 올라갔다.

사무실에는 이정수 대표가 이미 출근해서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연습생들이 이정수 대표에게 인사했다.

“안녕, 얘들아… 열심히 하는구나?”

“형님, 오늘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오늘 녹화 있지 않아요?”

이정수는 보고 있던 서류철을 팍, 하고 소리 나게 닫아버렸다.

“프로그램 폐지됐다. 「우리 마을 예체능」.”

“어? 정말요?”

“응, 아침에 나가다가 통보받았어. 새로운 예능 파일럿 들어간다더라.”

“방송 편집을 그따위로 하니 폐지되죠. 재미를 뽑아줬는데도 무슨 생각인지 나 원, 참…….”

“방송 봤냐? 어이없지?”

“황당하던데요?”

“그런 게 이 바닥이야. 힘없으면 그런 꼴을 당하거든.”

“그래서 자기 무덤을 팠답니까? 그따위로 편집을 휘둘리니 시청률 똥망되고 폐지까지 되잖아요.”

“쩝… 어디 김 PD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 위에서 찍어 눌렀나 보지.”

“…….”

“전기야, 맘에 담아 두지 마라. 어차피 곧 폐지될 프로그램이었어. 그리고 너 얼굴 팔리는 거 싫다며? 편집 당해서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음… 뭐, 그… 그렇죠.”

“이 바닥에서는 인정받으려면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게 최고야. 감히 누가 너에게 해코지 못 하게끔 말이야.”

“예…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왜, 무슨 할 말 있니? 다들 왜 여기로 몰려와서…….”

“연습생하고 직원 충원 관련해서 보고드리려고요.”

강전기는 그렇게 이정수 대표에게 4호 연습생 이다미를 소개하고, 뒤늦게 도착한 성기호까지 소개해 줬다.

이정수 대표는 강전기가 하는 일이 무조건 잘되는지라 관련 내용에 대해서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제 강전기는 리부트 엔터의 프로듀서이자 등기이사였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자잘한 일은 사후 보고만 하면 됐다.

다만 이정수는 4호 연습생 이다미의 외모를 주의 깊게 관찰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휴… 다행히 맘에 드시나 보다.’

“대표님, 다미가 생긴 거와 다르게 주특기가 보컬입니다. 메인 보컬이 두 명이라 그냥 메인 롤 없이 가기로 했어요. 단순하게 센터는 레이카, 래퍼는 인하라고 언급만 하고 다 동등한 거죠.”

“그래, 그래도 좋겠다. 요즘 그렇게 하는 팀들도 있더라.”

“네, 그렇다고 하네요.”

“그럼 연습생 뽑는다고 괜히 공고 올렸나? 어제 이 대리한테 올리라고 했거든.”

“아… 그러셨어요? 뭐… 진행은 하시죠. 별로 기대는 안 되는데 혹시 또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이번에 레이카도 그런 식으로 합류한 거니까…….”

‘형, 그건 아닙니다. 레이카는 우연이 아니라고요. 저를 감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공개 오디션이야 날짜 맞춰서 하면 되고… 제가 아침부터 찾아온 이유는 얘네들 데뷔곡 초안을 만들어서 그거 같이 들어보려고요.”

“응? 벌써?”

역시 이정수도 본업이 작곡가였던지라 데뷔곡 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어제 집에 가서 필 받아서 새벽까지 달렸어요.”

“허… 네가 진짜 요즘 확실히 전성기는 전성기구나. 내가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지.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거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되더라. 남 일 같지 않아서 그러는데 머리 팍팍 돌아갈 때 최대한 곡을 많이 뽑고 최대한 가수들에게 곡을 많이 뿌려야 해. 트렌드도 금방 지나가고 우리는 나이를 빨리 먹으니까. 알겠냐?”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역시 우리 전기… 능력도 있고 겸손하고… 그럼 이제 곡을 들어볼까?”

강전기는 컴퓨터를 켜고 곡을 내려받아 실행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가사가 적힌 악보를 이정수와 연습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가사도 썼으니 보시면서 듣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가사까지 썼어? 난 가사는 젬병이었는데 우리 천재 프로듀서님은 정말 자질이 남달라.”

“와… 너무 기대돼요, 피디님.”

“왜 나는 안 주냐?”

카메라를 돌리고 있던 성기호가 멍하니 서서 손을 벌리고 있었다.

“쏘리, 네 것은 없다. 넌 그냥 귀로 들어.”

강전기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 그런데 카메라는 왜 돌리고 있는 거야?”

“나중에 자료 화면으로 다 쓰일 데가 있어. 남겨둬서 나쁠 게 없지.”

“…….”

“바로 우리 천재 작곡가 강 피디의 신곡을 다 같이 들어보도록 하자.”

“자… 갑니다, 3, 2, 1…….”

녹음실 스피커로 강렬한 힙합 비트와 귀를 사로잡는 신스 음이 절묘하게 혼합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듣는 사람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지 다들 리듬을 타고 있는 게 보였다.

강렬한 덥스탭 비트의 랩 부분 파트가 나오자 김인하의 눈빛이 달라졌다. 랩 파트는 인하에게 알아서 쓰도록 가사를 비워놓은 상태였으니까. 그녀는 고개를 까딱이며 바운스를 타기 시작했다.

노래가 중간을 지나 후렴구로 들어가니 이정수의 표정이 엄청나게 환해졌다. 역시나 아재들은 뽕기를 좀 넣어줘야 한다. 뒷부분에 후크가 들어가야 곡이라고 생각들을 하니까. 계속 에지 있게 이어지면 오히려 나이 든 사람들은 싫어하는 경향이 강했다. 본래 사람들은 자기들이 계속하던 거나 들어오던 것, 한마디로 말하면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절이 반복되고 드디어 브리지 이후로 강전기가 특히 공을 들인 클라이맥스 부분이 시작되었다. 네 명의 보컬이 차례로 자신의 특징을 살려 실력을 발휘해서 고막을 폭격하는 후반부는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벌써 김인하는 멋진 플로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멤버들도 자기 파트를 유심히 보면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다들 엄청나게 집중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데뷔곡 감상이 끝났다.

“와… 곡 미쳤어요! 피디님, 제가 가사 붙여도 되죠?”

“노래 진짜 좋다. 올해 들어본 노래 중 제일 강렬한 거 같아요.”

“마지막 고음 샤우팅 부분 진짜 소름 돋았어요. 저 엄청 열심히 할게요.”

“노래가 좋으니 1위 해야겠네요.”

멤버들 전부 엄청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다들 감동한 눈으로 강전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레이카조차도…….

‘그래…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봐도 너무 잘났어. 그렇지 더욱더 칭찬해 보라고!’

그는 전생에 누리지 못했던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주위에서 인정받으면 자존감이 급속도로 올라갔다.

‘크… 이런 게 바로 뽕 맛이구나. 가슴이 벅차다.’

그때였다. 이정수 대표가 의자에서 고개를 흔들며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짝…….

그는 노래를 감상하며 감동했는지 눈가가 약간 촉촉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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