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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은 한편만 올립니다.
내일은 두편 갑니다.
항상 선작, 댓글, 추천은 감사드립니다~~~ ㅎㅎ
완전체와 데뷔 준비
“우리 회사 작곡가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이건 근래 들어본 곡 중에서 최고다. 완성도가 엄청난 곡이야. 힙합과 EDM도 잘 섞었고 후크 부분 후렴구까지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사실 이건 수십 번을 해봐야 완성되는 진짜 엄청 힘든 작업인데…….”
역시 유명 작곡가 출신이라 그런지 곡을 분석하고 있는 이정수였다.
“후… 도대체 트랙이 얼마야? 이렇게 음악적으로 복잡한 곡을 몇 시간 만에 썼다고? 이거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역시 형이 작곡가라 그런지 이 곡이 얼마나 정교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챘구나.’
“괜찮죠?”
“괜찮냐고? 후우… 이거 음원 나가잖아? 아마도 우리나라 작곡가들 이거 공부한다고 한 번씩은 다 분석할 거다. 내가 장담하지.”
“그래도 자기 식구라고 엄청 비행기 띄우시네요.”
“가만 보면 넌 아직도 네 능력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뭐, 좋으면 됐죠.”
뒤에서 곡을 듣고 있던 성기호는 가사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흙수저인 내가 지금은 뭔가 불안하고 길이 안 보이지만, 당당하게 노력해서 자기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심플한 가사였다.
“아이돌 분석 채널 브랜뉴 걸그룹 운영자 양반! 노래 어때?”
강전기가 기분이 한층 업(UP)되어 성기호를 불렀다.
“으음… 곡 진짜 미쳤는데… 그런데 나는 가사가 더 좋더라.”
“피디님, 저도요. 가사 엄청 좋은데 이것도 어제 쓰신 거예요?”
“아… 가사는 예전부터 노트에 많이 써놓은 게 있어서 괜찮은 몇 개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릴 만한 것을 뽑아서 약간 수정했지.”
“노트… 뭔가 비밀 노트 같네요. 멋지당.”
‘비밀 노트까지는 아니고 찐따 감성이 가득한 건데…….’
‘이 멤버에 이런 곡이라… 이건 무조건 뜬다. 인지도 때문에 1위는 못 하더라도 신인 그룹에서는 데뷔 후 1티어급으로 직행할 만한 포텐이야.’
성기호는 연습생들과 강전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소형 기획사에서 사고 한번 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지도가 너무 부족하다. 데뷔하기 전이라도 SNS나 미튜브를 통해서 얼굴을 비칠 필요가 있어. 솔직히 뮤직넷 오디션이나 특집 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제일 효과가 있긴 한데… 흠…….’
이제는 리부트 직원이 된 오덕후 성기호도 나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너희 강 피디가 끝내주는 곡 들고 왔으니 연습 열심히 해야 한다. 알았지?”
“네에…….”
네 명의 연습생은 미리 짠 거처럼 동시에 대답했다.
“제가 이 곡 말고 좀 가볍고 흥겨운 노래도 만들어볼 테니 미니 앨범으로 갔으면 합니다.”
“외부에서 가져올 곡은 필요 없니? 혼자 다 준비한다고?”
“네… 곡은 많아요. 아직 정리가 안 돼서 그렇지. 혹시 제가 작사가가 필요하면 말씀드릴 테니 그것만 도와주시면 돼요.”
“오케이, 알았어. 내가 그런 거라도 해야지.”
“아…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12월 20일쯤 미국에 가게 됐습니다.”
“응? 미국 어디?”
“뉴욕요. 라임 씨가 소개해 준 건데요. 작곡가로 초청받아서 가는 겁니다. 전미저작권협회에서 작곡 멘토에게 1대 1 수업도 받고 인맥도 쌓고…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오… 그것만 들어도 대단한데?”
“어차피 커플링 곡들은 금방 나올 테니 얘들은 미니 앨범으로 쓸 곡하고 안무를 계속 연습시키세요.”
“그래야지. 철저히 연습해서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데뷔도 시키는 거니까.”
“데뷔 목표는 4월 말이니 딱히 할 게 없으면 한두 달 정도 다녀오려고요.”
“그래, 그렇게 해. 내가 애들 연습은 계속 지켜볼 테니까 맘 편히 다녀와.”
“네, 부탁드릴게요. 아, 참! 연습생 공개 오디션은 언제죠?”
“가만 보자… 아, 17일이야. 너도 같이 볼 수 있어서 다행이네.”
“네, 그럼 오디션까지 보고 갈게요. 일정이 빡빡하긴 한데 딱 맞네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할 일이 모두 정해졌다. 이 대표와 강전기, 그리고 성기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곡 링크는 톡으로 보내줄 테니까 계속 들으면서 연습해라. 노파심에서 말하는 거지만 곡을 유출하는 실수는 절대 하면 안 돼. 알았니?”
“네, 피디님. 걱정 붙들어 매셔요.”
“열심히 할게요, 피디님.”
“저기요! 질문 있습니다.”
조용하던 이다미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래, 다미야. 왜?”
“다름이 아니라 저희 그룹명요. 혹시 정해졌나요?”
“아… 그거 아직이야. 이제 생각해 봐야지. 뭐 생각해 놓은 거 있어?”
“제가 몇 개 생각해 놓은 게 있긴 한데 되게 어렵더라고요. 영 맘에 안 드네요.”
“자자… 그룹 이름 이거 엄청 중요해. 원래는 대부분 회사에서 결정하긴 하는데 그룹명을 잘 지으면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니까 괜찮아 보이는 이름이 생각나면 생각해 놨다가 내일모레 모여서 결정하도록 하자. 알았지?”
“네…!!”
자신도 그룹명을 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기뻐하는 것 같았다.
‘흐흐… 그룹명과 상관없이 어차피 너희는 내 곡으로 뜨게 될 거야.’
요즘 들어 어깨 뽕이 과하게 들어간 강전기였다.
연습생들은 녹음실에서 곡을 몇 번 더 듣고 의욕을 다지다 연습실로 돌아갔다.
“형님도 생각하신 거 있으시면 그때 말씀하시고요.”
“에이… 나야 이제 한물갔지. 나는 그냥 강 피디가 선정하는 거로 따를게.”
“그럴까요?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래… 그러마.”
“기호 너도… 알았냐?”
“하… 이거 채널에 설문 조사라도 올려야 하나? 고민되네.”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넌 마케팅 어떻게 할지나 고민해라.”
“그래, 알았어… 나한테 맡겨둬.”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룹명을 하나씩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전기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 * *
저녁 일곱 시.
KM 미디어 산하 레이블인 다이아 엔터테인먼트사 콘퍼런스룸에서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기업 산하 기업이라 그런지 회의도 최신식 화상 회의 장비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 저희가 매니지먼트를 하게 될 레몬캔디에 대한 보고 건입니다.”
딸깍.
차도녀처럼 생긴 30대 여성이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 자료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최은영. 다이아 엔터의 3팀을 총괄하고 있는 이사였다. 그녀는 레이저 포인트로 화면을 짚어가며 임원들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방금 넘긴 화면에는 「걸즈 스쿨」 일곱 명의 데뷔 조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이상입니다. 현재 레몬캔디 멤버들은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며 트레이닝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댄스 레슨을, 오후에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저녁에는 기본적인 인성 교육과 상식 수업 그리고 외국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최 이사, 레몬캔디는 데뷔가 언제라고 했죠?”
회의실 뒤쪽에 앉은 한 임원이 자료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트레이너들의 판단으로는 빠르면 5개월, 늦으면 7개월 정도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너무 늦어요. 이러다가 방송발 다 없어질 때쯤 데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신인 그룹하고 별 차이도 없을 테고…….”
“제가 걱정하는 바도 그렇습니다. 해서 무조건 3개월 안에 준비를 마치고 그 후부터는 본격적인 데뷔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레몬캔디는 이미 방송으로 쌓아놓은 팬덤이 있어서 쉽게 망하기도 힘들 거예요. 그게 우리가 본사를 끼고 아이돌을 매니지먼트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무능력하다고 봐야겠죠.”
최 이사는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딴지를 거는 준대머리 김 이사가 짜증 나기 시작했다.
‘어휴, 저 드문드문 나있는 머리를 다 뽑아버리고 싶구나. 내가 이사 진급했다고 드디어 견제를 시작하는 건가?’
“카오스 ENT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대형 신인을 내놓을 거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제가 내부 소식통을 통해 알아보니 마이하트 콘셉트로 기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잘못하면 이미지가 겹칠 수도 있어요.”
카오스 ENT.
음원 시장의 최강자 파인트 앱을 소유하고 있는 IT 공룡 파인트의 자회사다. 최근 기획과 매니지먼트 분야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이는 회사였다.
“약간의 리스크가 있지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 팬덤은 확고히 구축된 상태입니다. 각종 커뮤니티 특히 20~40대 남성층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두껍습니다. 실시간 차트 상위권 진입까지는 힘들겠지만 오리지널 포토 카드, 팬미팅 추첨권 등으로 상당한 앨범 판매가 예상됩니다.”
“최 이사님.”
회의실 가장 뒤쪽 상석에 앉아있는 다이아 엔터 윤 대표가 나지막이 운을 떼었다.
“「걸즈 스쿨」 멤버들 케어 잘해주세요. VIP께서 이번 프로젝트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십니다.”
“네…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 이사, 믿겠어요. 수치로 증명하셔야 합니다.”
다이아 엔터의 윤 대표는 담담했지만, 특유의 포스로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큭… 스트레스… VIP라면 최대 주주인 KM 미디어 이기민 전무야. 이번 건은 거의 그가 만든 작품이라는 소문이 그룹 내에서 파다했는데 진짜인가 보군.’
띠… 하는 소리와 함께 아무 말이 없던 화상 장비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화면은 그냥 블랙이었다.
―곡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죠?
갑자기 윤 대표가 자세를 고쳐잡으며 최 이사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고개를 까딱했다. VIP께 얼른 이야기하라는 뜻이었다.
“안녕하십니까? 3팀을 맡고 있는 최은영 이사입니다. 레몬캔디의 데뷔곡은 최고의 작곡 팀에게 콘셉트에 맞게 의뢰를 한 상태로 조만간 곡이 나오면 TO DO LIST에 있는 일정대로 꼼꼼하게 데뷔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혹시 최고의 작곡 팀이 일렉케이입니까? 요즘 괴물 신인이 나타났다고 하던데요.
“아닙니다, 전무님. 일렉케이에게 곡을 받은 가수들이 정체를 함구하고 있는지라 정보를 알아내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직접 곡 의뢰는 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군요. 어쩔 수 없죠. 걸그룹의 초기 성패는 어떤 곡을 부르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최 이사님은 곡이 완성되면 최우선으로 저에게 먼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최고의 팀들에게 의뢰를 넣었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믿겠습니다. 오늘 제 일정 때문에 늦게 퇴근도 못 하시고 회의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시죠.
“수고하셨습니다.”
띠릭―
화상 연결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후… 힘드네. VIP께서 하시는 말씀 다들 들으셨죠? 최 이사는 최대한 좋은 곡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이만 회의를 마칩시다.”
다이아 엔터의 12월 정기 전략회의가 끝났다.
모두 나가고 마지막 발표를 했던 최 이사가 의자에 앉아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최고의 곡이라… 아… 속 쓰려. 스트레스로 속이 안 좋아진 것 같아. 으음… 그런데 요즘 트렌드가 걸크러시라는 걸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솔직히 말해서 수많은 걸그룹들이 마이하트 콘셉트를 흉내 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묻히고 말았다. 같은 콘셉트면 멤버들이 대부분 1티어급인 마이하트를 보지 굳이 신생 걸그룹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걸크러시가 대세였다.
‘다행이라면 VIP가 이쪽 사정에 정통하다는 거지. 마이하트와는 약간 다르게 청순, 큐트 쪽으로 잡았으니……. 하지만 문제는 그 콘셉트는 해외 쪽 특히 서구권에 반응이 없다는 게 문제야. 일단 한국과 일본까지만 레인지에 넣고 생각해 봐야겠어. 그나저나 곡이 잘 빠져야 할 텐데…….’
최은영 이사는 손으로 상복부를 문지르며 눈썹을 찌푸렸다.
한편, KM 미디어의 전무이자 다이아 엔터의 최대 주주인 이기민은 화상 회의를 종료했다. 그는 대형 TV에 나오고 있는 ‘레몬캔디’ 멤버들의 사진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완벽해. 너희는 숙소나 의상, 곡, 교육 등 최고의 대접을 받아야 해. 무조건…….’
한없이 투명한(?) 무색무취의 남자. 몇 번을 봐도 기억할 수 없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이기민은 개인 콘퍼런스룸에 홀로 앉아있었다. 그의 사적인 공간에는 희미한 조명만 그의 주변을 미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하얀 칠판에는 걸즈 스쿨 멤버들 이름이 쓰여있는 자석과 신문 기사 스크랩이 어지럽게 붙어있었다.
그의 앞에는 슈퍼컴퓨터같이 생긴 장비들이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원목 가구에 모니터만 세 대가 올라가 있었다. 마치 주식 투자를 하는 데이트레이더 같은 모습이었다.
최근 성황리에 끝난 뮤직넷의 「걸즈 스쿨」은 대부분 이기민 전무의 아이디어였다. 다들 말려도 말을 듣지 않고 꾸준히 밀어붙인 결과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팬덤 수준이 거의 2티어급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특정 연령대 아재들에게는 거의 1티어급으로 올라왔다. 국내 최대의 메이저리그 커뮤니티에 가보면 레몬캔디에 대한 게시물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이기민은 KM 그룹의 3남으로 막장인 첫째, 둘째와 다르게 조용하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 수저였다. 이미 형들에게 뮤직넷을 소유하고 있는 KM 미디어와 다이아 엔터만 넘겨주면 경영권 싸움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포를 하고 무난히 해당 기업의 지배권을 약속받았다. 형들은 머리가 뛰어나고 성실하고 사고를 안 친다는 셋째를 상당히 경계했었는데 이제는 한시름 놓은 상태였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수제로 제작된 전자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