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91화 (91/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머리를 짜냈더니...너무 힘드네요. 그룹명 갠찬나요?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그룹명 정하기

“핑크엔진이라… 어떻게 그걸 생각했어? 갑자기 생각난 거야?”

이정수 대표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강전기에게 질문했다. 그는 겉으로는 무덤덤했지만, 속으로 엄청 당황하고 있었다.

‘백마랑 떡치는 거 생각하다가 나왔다고 하면 상변태로 몰리겠지?’

“성기호 사원이 핑크드래곤이라고 하길래 조금 바꾼 겁니다. 별것 아네요.”

“오… 우리 강 피디가 작명에도 센스가 있었네.”

“피디님! 제 마음에 딱 들어요. 뭔가 귀여우면서도 강렬함이 있달까? 저 이걸로 진짜 데뷔하고 싶어요. 꼭이요.”

1호 김인하가 강전기를 쳐다보며 두 눈에서 하트 뿅뿅을 뿜어댔다.

“그런데 핑크엔진으로 결정하시려고요? 그냥 의견 중 하나인데요?”

“아냐… 내가 봤을 땐 그 이상의 의견은 안 나올 것 같아. 지금까지 나온 수준 보면 알잖아? 나는 강 피디가 엔진 이야기했을 때 감이 딱 오더라고…….”

“맞아요, 저두요…….”

‘어… 다들 부담스럽게 왜들 그러지. 쩝… 사실 성기호가 다 했는데…….’

“이거 사람하고 용 대신 분홍색 엔진을 로고로 삼으면 더 멋질 것 같아. 내가 수정해 볼게.”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성기호가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이 뭔가 우울해 보였다. 그의 기쁨을 빼앗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쉑히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좀 띄워줘야겠는데?’

“일러스트레이터도 배웠냐? 너 만능이구나? 솔직히 로고 보고 딱 생각이 나더라. 반절은 네가 만든 거나 다름없어.”

“그… 그래? 그런 거야?”

성기호도 나름 접대성 멘트라는 것을 느꼈겠지만, 그래도 걸그룹 작명에 지분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자신감을 갖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거 실린더 속으로 들어가는 피스톤을 생각하면서 떠올린 거긴 하지만 로고까지 그런 식으로 디자인되면 안 될 텐데……. 로고는 진짜 분홍색 자동차 엔진을 귀엽게 그리면 될 거 같다.’

강전기가 좌중을 둘러보며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혹시 다른 아이디어 있으신 분 계십니까?”

“…….”

“강 피디, 이제 없는 거 같다. 우리 그냥 핑크엔진으로 가자.”

‘으음… 내 생각에는 약간 진부한 것 같기도 한데… 다수의 의견이니 어쩔 수 없군.’

“알겠습니다, 대표님. 자, 그럼 리부트 걸즈의 1차 그룹명은 ‘핑크엔진’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박수…….”

“와아아아…….”

모두가 꽤 괜찮은 이름에 만족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강전기가 최시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유야… 너 중학교 검정고시 봐야겠더라. 오전에 조금, 저녁에 시간을 좀 들여서 교과 과목하고 상식 좀 공부해야겠어. 방송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큰일 나.”

“네에…….”

최시유는 강전기의 말에 위축되는 듯 몸을 웅크렸다.

패왕색기에 반응한 것과 더불어 원래부터 자격지심이 있는 아이였다. 노래 빼고는 전부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지라 강전기의 말에 일희일비하고 있었다. 최시유는 현재 강 피디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하하하… 강 피디… 미안하네. 그건 아빠인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교육을 좀 등한시한 거 같네. 춤하고 같이 상식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도록 가르칠게.”

“알았어요, 민호 형… 만약 개선이 안 되면 과묵한 캐릭터로 설정해야 할지 몰라요. 괜히 역사 문제나 아니면 민감한 이슈 잘못 말해서 큰일 날 수 있거든요.”

“그… 그래… 알았어.”

‘쩝… 기본 상식이 교육한다고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뭐, 일단 최시유는 과묵한 캐릭터로 이미지를 설정해야겠어.’

그렇게 리부트 걸즈의 그룹명을 만들기 위한 회의가 끝났다.

* * *

강전기는 성기호를 따로 불렀다. 그는 아직도 풀이 죽어있는 상태였다.

“기호야, 왜 그러고 있어? 반은 네가 작명한 거나 마찬가지야. 자부심을 품고 어깨 펴, 인마…….”

“알았어. 너무 기분 안 맞춰줘도 돼.”

“그래, 알면 됐다. 그건 그렇고, 네 채널에 우리 애들 언제부터 들어가니?”

“일단 다음 주부터 조금씩 찍을 예정이야.”

“콘텐츠는?”

“일단 처음에는 얼굴을 알리는 소소한 브이로그 위주로 올릴 예정이야. 연습하거나 노는 장면 위주로 찍을 거야. 그다음에는 각자 멤버들의 특징에 맞게 영상을 제작할 거야.”

“멤버별 내용은?”

“일단 인하 씨는 힙합 도장 깨기 콘텐츠를 할 예정이야. 내가 유심히 보니까 인하 씨 랩이 엄청나더라. 현재 아마추어나 방송에 몇 번 나간 적 있는 래퍼를 찾아가 랩 배틀을 하는 거지.”

“에? 그거 너무 자극적이고 어그로 아니냐? 인하가 전문 래퍼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더 재미있는 거지.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큰 래퍼라니? 난 들어본 적도 없다.”

“괜히 힙합계에 밉보이는 거 아니냐? 자기들 우습게 본다고?”

“그런 의견은 꼭 참고하도록 할게. 고수들을 찾아서 패배도 하고 가르침도 받고 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그거 좋다. 실력 없이 건방진 놈들은 참교육하고 고수들에게는 겸허한 심정으로 가르침을 받는 콘텐츠.”

“그다음, 레이카는?”

“야… 너 그 말투 심히 거슬린다? 내가 무슨 네 꼬봉이냐?”

‘꼬봉 맞지, 이 새캬… 어이없네, 크크크…….’

“회사에서는 직책대로 해야 해. 난 이사고 넌 평사원이잖아. 회사가 무슨 떡볶이 가게냐? 너도 진급해서 너희 부서원들에게 그리해라.”

“야, 부서원이 없는데 어느 세월에…….”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네가 능력을 보여주면 대표님이 팀을 만들어 주시겠지. 일단 브이로그부터 조회 수를 잘 올려봐.”

“젠장… 내가 브이로그 히트시켜서 팀으로 만든다.!”

“됐고… 레이카는?”

“휴… 레이카 씨는 일단 서바이벌 캠핑을 격주마다 한편씩 올릴 예정이야.”

“엥? 서바이벌 캠핑?”

“어… 멤버들 전부 사전 조사를 해봤는데 레이카 씨 특기가 캠핑이라네?”

“정말? 그런데 서바이벌 캠핑은 뭐야?”

“열악한 상황에서 생존하면서 캠핑하는 거라는데 레이카 씨가 직접 제안한 거야.”

“혹시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 그런 거?”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레이카 씨 같은 미소녀한테 어떻게 그런 걸 시켜. 그냥 캠핑하는데 약간 힘들게 하는 수준이지. 장비 같은 거 몇 개 빼면서…….”

“흐으음…….”

강전기는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초특급 살인 병기 워머신인 레이카는 분명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서바이벌 스킬이 있을 거야. 그런데 이게 잘하는 짓일까? 괜히 여자 혼자 가혹한 상황에서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욕먹기 딱 맞을 텐데?’

“혹시 위험할까 봐 걱정하는 거야?”

“맞아, 혹시 그런 거로 욕도 먹을 수 있는 거잖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위험한 상황을 안 만들면 되는 거니까. 낚시 같은 것도 좋고… 자막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찍었다고 자막도 넣지, 뭐…….”

“그래, 역시 똑똑하구만. 콘텐츠 덕후다운 준비성이야.”

“그다음은 시유… 음… 얘는 아직 안 돼. 얘는 그냥 빼. 핑크엔진의 아킬레스건이야. 아까 브레인스토밍할 때 말하는 거 봤지?”

“어… 좀 놀랐다. 너무 4차원이더라.”

“4차원이면 다행이게? 애가 기초 상식이 없어요, 상식이… 노래만 잘해서는 안 돼. 요즘 아이돌들은 노래는 기본이야.”

마치 틀딱 교감 선생님으로 빙의라도 했는지 시유를 강하게 비난하는 강전기였다.

“사실 설문지를 받아보니 특기가 게임이라고 써놨더라. 뿌요뿌요 세계 1위라네?”

“응? 그런 게임도 랭킹이 있어?”

“그런가 봐. 난 뿌요뿌요 자체를 모르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그런 아케이드 게임 초고수라고 써놨더라. 적어놓은 몇몇 게임 살펴보니까 왜 그런 거 있잖아, 약간 노가다성 게임 말야. 머리 별로 굴릴 필요 없지만 순간적인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필요한 그런 거…….”

“아아… 뭔지 알겠어. 딱 그 녀석이 잘할 만한 게임들이구만? 머리 안 쓰고 순발력으로……. 그런데 그래도 안 돼. 그건 좀 나중에 하자. 얘가 좀 상식이란 게 생기면 말이지. 그리고 걔는 내일 쌍꺼풀 수술도 해야 해. 살도 찌워야 하고……. 너 걔 몸무게 봤냐? 완전 이북 사람이잖아.”

“레이카 씨가 옆에 붙어서 토할 때까지 엄청 먹이던데…….”

“…아무튼, 걔는 체중하고 외모 업그레이드가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외부에 드러내면 안 돼. 알았냐? 붓기 빼고 살찌우려면 최소한 두 달은 걸린다고…….”

“그래, 알았어. 나도 당장은 안 될 거로 생각했어.”

“좋아. 그럼 마지막 4호인 이다미는?”

“다미 씨는 일단 브랜뉴 걸그룹 메인 프로그램에 합류시키려고 해. 내가 작은 코너를 하나 마련할 생각이야. ‘걸그룹의 댄스를 배워보자’라는 코너야. 물론 강사는 다미 씨가… 그래도 춤은 제일 낫다면서?”

“춤은 제일 나을걸? 그런데 너무 약한데? 그게 먹히겠어?”

“물론 그게 다가 아냐. 솔직히 다미 씨가 좀 섹시하냐? 그걸 최대한 이용해야지. 360도 캠을 이용해서 춤추는 것을 찍을 생각이야.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약간 타이트한 옷은 필수고…….”

“혹시 네가 옆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춤을 배우는 역할이냐?”

“헉… 귀신같은 놈. 어떻게 알았어?”

“야… 내가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넌 항상 잇속 챙기기 바쁜 놈이잖아?”

‘넌 내 손바닥에서 논다, 이 녀석아. 내가 왜 뮤직비디오 광고 수익에 대해 트집을 안 잡는 건데? 다 네 녀석을 마구마구 굴리기 위해서라고… 흐흐흐…….’

“그리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패션 쪽 콘텐츠를 할 거야. 다미 씨가 패션 쪽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 옷 입어보고 직접 자신이 앱으로 파는 콘텐츠야. 요즘에 그런 앱들 많거든?”

“혹시 걔 그걸로 대박 내는 거 아냐?”

강전기는 이다미의 콘텐츠를 듣고 약간 불안해졌다. 이다미는 안 그래도 옷은 끝내주게 입는 편이었으니까. 떼돈을 벌고 런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걸그룹이 꿈이라고 했는데… 그러진 않겠지. 약간 황아영 채널하고 겹치긴 하는데 좀 애매하군. 뭐, 어때… 그냥 고하는 거지.’

“아무튼, 이 정도야. 일단은 브이로그부터 시작할 거고…….”

“그래, 됐다. 이 정도면 내가 맡겨놓고 미국을 다녀올 수 있겠어.”

“아까 들었지만 거기 가서 뭐 하는데? 할 일 많아 죽겠고만. 네 손이라도 좀 빌리려고 했더니…….”

“작곡가가 노래 만들면 됐지, 내가 왜 네 일까지 도와야 해? 그리고 뭐가 궁금한데? 미국은 작곡 배우러 간다. 라임이 누나가 소개해 줬다고 했잖아. 나도 사실 잘 모르니까 그만 물어봐라.”

“너 혹시… 잿밥에 관심이 많은 거 아냐?”

“무… 무슨 개소리야?”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성기호의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강전기였다.

“방학 동안 미국 가서 관광이나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일은 다 맡겨놓고 혼자 놀려고 하는 거지?”

‘아아… 그런 의미였어? 하긴 모쏠이 나의 섹스 라이프를 알 리가 없지. 이 몸은 미국에 가서 한국 남자로서 국위선양을 할 몸이라고… 우리 불쌍한 기호… 넌 열심히 일만 해라. 흐흐…….’

“그런 마음이 없진 않지만, 진짜 좋은 기회란 말이야. 미국 전역에 있는 음악 천재들이 다 온다더라.”

강전기는 아주 뻔뻔하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원래 완벽한 거짓말이란 99% 사실에 1%의 거짓을 섞는 것이니까.

‘흐흐… 그 1%가 메인이지. 암…….’

“그럼 한 달 정도 다녀오는 거야?”

“음… 리만 스쿨이 4주 동안 열린다고 하니. 한 2주는 현지 학원에서 영어나 좀 배우고 1주일 정도는 관광해야지. 뭐, 거의 두 달이네.”

“크… 부럽다. 나도 미국 언제 한번 가봐야 하는데…….”

“야, 인마. 넌 할 일 엄청 많잖아. 콘텐츠 언제 찍고 데뷔 계획 언제 세울 건데? 내가 다 일임할 거니까. 하루하루 깨톡으로 보고해라. 알았냐, 성기호 사원?”

“…….”

입을 꾹 다문 기호의 얼굴을 살펴보며 강전기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짜식, 심각하긴? 아니, 네가 핑크엔진 성공시켜서 M케이콘-뉴욕에 출연시키면 될 거 아냐… 그렇게 같이 가면 되지.”

“그… 그럴까?”

“당연하지… 너는 내가 꼭 같이 보내준다.”

‘물론 카메라 찍새로 보내는 거지. 흐흐흐…….’

“오홀… 고생길이 훤하구만. 내가 최저 시급 받으면서 진짜 팀장처럼 일해야 하냐? 한 명 정도만 붙여줘라.”

“봐서 진짜 안 되겠다 싶으면 믿을 만한 놈 뽑아서 일 시켜봐. 어차피 로드 매니저도 구해야 하는데… 혹시 끈기 있는 애 없냐? 여자면 더 좋고.”

“흐음… 여자애도 아는 애가 있긴 한데… 걔는 남자 아이돌 홈마라… 일단 한번 물색해 볼게.”

“그래, 부탁하마. 솔직히 남자 놈들은 믿음이 안 가. 우리 애들 보면서 헬렐레할 거 아냐?”

강전기는 어이없게도 자기 이외의 남자는 전혀 믿지 않았다.

“…뭐, 어쨌든 노력해 볼게, 여자로. 나도 시커먼 놈들보다는 나을 거 같거든.”

“그래, 그래야지. 역시 넌 뭘 좀 아는 놈이야.”

강전기가 성기호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성기호는 마지못해 자신의 주먹을 뻗어 그의 주먹과 부딪쳤다.

“오케이! 나는 이제 미니 앨범 나머지 곡들만 쓰고 녹음까지 끝내면 내 할 일은 다 하는 거군.”

“아냐, 너 오디션도 봐야 해.”

“아… 그게 있었구나. 알았어. 이제 가서 일하자.”

그렇게 성기호가 회의실을 나갔다.

‘오디션이 한국에서 마지막 일이 되겠구나. 사실 기대는 안 되는데 좀 괜찮은 애들이 오면 좋겠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