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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잠깐 지금 보고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선작을 눌렀는지 확인해봅시다.
독자여러분들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망한 오디션?
연기자를 꿈꾸고 있는 한세영은 연극영화과로 유명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실직하시고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하루빨리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 신인으로 연기해서 돈을 벌기는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도 우선 보조 출연자나 엑스트라를 전전하며 현장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경력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우연히 리부트 엔터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연기자 쪽은 그럭저럭 알려진 조연 배우들이 많은 곳. 그 이유도 웃겼다. 대표가 별 관심이 없어서 회사가 가져가는 수익이 작은 기획사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대표는 작곡가 출신 연예인으로 유명한 이정수였다. 그는 연예계 마당발로 유명했다. 뛰어난 입담으로 뛰고 있는 프로만 대여섯 개에 달했으니까.
리부트와 계약하면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소문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조연들이 알음알음 인맥으로 소개되며 드라마나 영화판에서 경력을 계속 쌓을 수 있다는 정보도 들었다.
‘내 얼굴로 무슨 미니시리즈 주연을 하겠어? 그냥 소소하게 돈이나 벌면서 길게 길게 가자.’
집안이 어려워지며 스스로 다짐한 결심이었다.
그리고 기획사 오디션을 한번 쭉 돌고 나자 자신감이 엄청나게 떨어진 상태이기도 했다. 오디션에 온 지원자들 중에 무시무시한 미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도 무명이라니 점점 더 자신감이 떨어져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런지 목표가 소소해졌고, 예전에 들어서 알고 있는 리부트 엔터에 합격하고 나서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일단 뭐라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적어도 자기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되었으니 집에 손을 벌릴 일도 없어진 것이다.
물론 학교는 휴학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돈을 좀 모으면 소속사에 이야기해서 빠르게 학점을 따고 졸업할 예정이었다.
“한세영… 연기나 잘하자고! 아자, 아자…….”
나름 개성 있는 배우의 싹이 보이는 한세영이 주먹을 꽉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잠시 10분 정도 쉬기로 했다. 조금만 하면 다 끝날 것 같았다.
“야, 박지석! 너 이 시키… 자꾸 졸 거야? 내가 여기서 자라고 너 데려온 줄 알아?”
“아니… 졸려 죽겠는 걸 어떻게 해. 그럼 어제 술을 마시지 말자고 하든지… 본인이 먼저 마시자고 해놓고 왜 그래?”
“넌 나보다 젊은 놈이 체력이 그래서 어떻게 할래? 어휴…….”
“에이… 나갈까? 강 피디… 배우 지망생 들어오면 알려줘. 살짝 졸고 있을 테니.”
“지석이 형, 피곤하면 그냥 들어가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음… 그래도 되니?”
박지석이 이정수 대표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조심히 말했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회사의 대표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래, 피곤하면 들어가라. 솔직히 배우 오디션은 아니었으니… 솔직히 더는 좋은 애들이 올 것 같지도 않고…….”
“형… 고마워요. 피곤해 죽는 줄 알았네요. 죄송한데 먼저 들어가서 눈 좀 붙일게요.”
배우 심사를 같이 봐주기로 한 박지석이 피곤한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사라졌다.
“하여간 젊은 놈이 체력 봐라. 저질이네! 저질… 쯧…….”
“나이는 형이랑 별로 차이 안 나잖아요?”
“어, 나보다 두 살 어려. 그런데 젊은 건 젊은 거잖아. 아이고… 힘들다……. 이 대리야… 아까 한세영 씨랑 계약했지?”
“예, 대표님… 계약했고요. 이제 한 열 명 정도밖에 안 남았어요. 힘내세요.”
“어우… 빨리 끝내고 사우나 가야겠다. 얼른얼른 들여보내.”
“네, 빨리 끝내세요. 쓸 만한 사람도 별로 안 보이니 저도 지치네요.”
그 후로도 오디션이 진행됐지만 한세영 씨 이후로 쓸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걸그룹 지원자들은 거의 3류 수준에 가까웠고 포텐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름 진지하던 강전기조차 귓구멍을 후미면서 하품하고 말았다.
“자, 힘내세요… 마지막 지원자 들어갑니다.”
이 대리의 목소리에 침침해진 눈을 비비고 연습실 문으로 들어온 지원자를 쳐다보았다. 한 소녀가 다소곳이 기타를 매고 조심조심 주위를 살피며 걸어왔다.
‘오? 뭔가 분위기 있네?’
그 소녀에게는 지루하고 피곤한 현재 상황을 날려주는 청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단번에 강전기의 눈이 번쩍 띄었다. 이정수 대표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허리를 펴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용인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심은하라고 합니다.”
“으응? 심은하?”
강전기와 이정수가 동시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은하 양, 혹시 예전 유명했던 연기자 이름이라는 소리 많이 듣지 않아요?”
“네, 어른들이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저희 아빠께서 그분 팬이라서 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셨어요.”
“어머니는 반대를 안 하셨나 보네요.”
“아… 엄마는 안 계셔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저런, 미안해요. 괜한 말을 해서……. 공개 오디션이 이게 안 좋아요. 정보가 많이 없다 보니…….”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전 행복하거든요.”
당차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 강전기였다. 이정수도 강전기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요. 사람을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네요. 어디 노래도 그런지 한번 볼까요?”
“네… 곡은 아이윤의 「나의 복숭아」를 하겠습니다.”
심은하는 160㎝ 정도 되는 키에 약간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지금도 여자 솔로 가수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아이윤과 아주 흡사한 모습이었다. 물론 얼굴은 분위기가 약간 달랐지만…….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자신이 가져온 기타를 꺼내 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호오… 자세 나오네? 얘는 뭔가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그녀가 하나, 둘, 셋을 외치더니 기타 연주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기타 치는 실력을 보니 꽤 연습해 온 모습이었다. 고수는 아니었지만 몇 개월 정도 연습한 초보도 아니었다. 안정적인 연주를 바탕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모와 어울리는 귀엽고 청량한 목소리였다.
‘와, 좋다. 노래 선곡도 좋고… 흐음… 그런데 왜 어디서 본 것 같지?’
이정수도 뭔가를 느꼈는지 턱을 괴고 심은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젠장… 특성 분석 짜증 난다. 또 코를 파게 생겼네.’
노래하는 지원자를 앞에 두고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며 중지를 들어 코를 쑤시는 강전기였다.
[띠링… 해당 개체에 착상 성공! 5분 간편 분석을 시작합니다.]
‘휴… 다행히 한 방에 잘 해결됐군.’
그는 다시 심은하의 노래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귀를 간질거리는 목소리에 그의 눈이 스르륵 감기고 말았다.
‘으음… 녹는다, 녹아. 꿀 보이스야. 어째서 이런 인재가 여기까지 온 거지?’
드디어 심은하의 노래가 끝났다. 목소리가 너무 좋은지라 끊지 않고 완곡으로 다 듣고 말았다.
“오… 잘 들었습니다. 노래 잘하시네요. 여기 간단한 설문지를 보니 자작곡도 있다고요?”
“네, 들려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제목은 「나의 친구 하루」입니다. 아… 하루는 제가 기르는 강아지예요. 지금은 좀 컸는데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으아… 풋풋하다. 너무 귀여운데?’
“크흠… 알겠습니다. 편하게 해보세요.”
그녀의 자작곡이라는 「나의 친구 하루」가 시작되었다.
노래[부드럽고 폭신한 나의 친구 하루.
너는 나를 온종일 기다리지.
지루할 텐데… 심심할 텐데… 나만 기다리는
너는 온종일 생각나는 하루…….]
자신을 온종일 기다리는 강아지를 생각하며 만든 곡인듯했다. 제대로 작곡을 배운 적 없다 보니 코드 전개도 어설프고 노래와도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노래 자체, 분위기 자체로 그냥 사람의 시선을 주목시켜 버리는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아……!! 다인기획에서 봤던 그 애다!!’
그랬다. 그 소녀는 강전기가 헨리 피디를 응징하기 위해 갔었던 다인기획에서 우연히 본 연습생이었다.
‘그때 리나랑 한판 하고 현타 와서 꽤 괜찮은 곡을 만들었지. 그때 본 아이구나. 이런 우연이 있나?’
1절을 끝으로 그녀의 노래가 끝났다.
“…이상입니다.”
짝짝짝―
강전기와 이정수가 동시에 박수를 쳤다.
“은하 양, 잘 들었어요. 약간 미숙한 면이 있긴 한데 자작곡도 괜찮네요.”
“감사합니다.”
심은하는 예의 바르게 칭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그런데 혹시 어디 기획사에 있지 않았어요?”
“네? 아… 맞아요. 다인기획에서 1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습니다.”
“아… 그랬군요.”
강전기가 모르는 척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서 오디션을 보고 있는 거죠? 회사를 나왔나요?”
“아… 그게…….”
심은하는 뭔가 주저하는 듯 손을 앞으로 맞잡고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소속사에서 잘렸어요.”
“응? 아니 왜요? 제가 보기엔 꽤 가능성이 보이는데요? 연습생이었다면 걸그룹 연습생 아닌가요?”
“네, 맞아요. 그런데 제가 어릴 때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서 다리 쪽을 크게 다친 적이 있거든요. 최근에 춤을 연습하다 보니 증상이 재발했어요. 병원에서는 절대로 격렬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해서 춤을 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요? 그래서 잘렸다고요? 허, 참…….”
“네, 원래 소속사 대표님이 학교 장기자랑에서 저를 캐스팅하셨는데 요즘 대표님 건강이 안 좋으셔서 다른 분이 대신 일을 하시거든요. 그분 결정으로 계약 해지 되었어요. 차기 걸그룹에 집중한다고 해서요. 제가 춤을 출 수 없는지라…….”
“그래서 싱어송라이터 쪽으로 방향을 튼 거군요.”
“맞습니다.”
강전기의 말에 심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병신 같은 헨리 피디 놈일세. 하여간 삽질 오지게 하시네… 아마 은하 양의 노래는 들어보지도 않고 내보낸 거겠지? 바보 같은 놈, 흐흐… 우리야 개꿀이지. 넌 내가 제2의 아이윤으로 키운다. 아이윤도 이제 이십 대 후반인데 슬슬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야. 딱 보니까 헨리 아버지가 보는 눈이 뛰어나네. 그런데 아들 녀석은 왜 그럴까? 쯧쯧…….’
그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얼굴은 전체적으로 젖살이 빠지지 않아 귀염상이었다. 눈이 반짝반짝하고 쌍꺼풀이 없는 게 전체적으로 깨끗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얼굴도 귀엽고……. 그런데 지금 봐서는 노래 실력은 그냥 괜찮은 편이고 작곡 능력도 뛰어난 건 아닌 거 같아. 자, 이제 5분 간편 분석을 한번 보실까나?’
===[간편 분석]===
1. 기본사항 (중요)
―키 : 160cm / 몸무게 : 46kg / 시력 1.2(좌우) / 체력 E / 근력 D / 민첩 D / 지력 B-
2. 사용자의 요구로 상대 개체와 교감을 나눌 시 유용한 분석 내용은 생략됩니다.
3. 사용자 요구 반영 분석사항 (마이너 사항)
―가창력 : B- (A+) / 댄스 : C- (D-) / 언어능력 A (A+) / 연기력 C- (A) / 예능감 B+ (A)
#지수는 어빌 (포텐)로 표시됩니다.#
(요약) 해당 개체는 가창력과 언어 능력이 가장 뛰어남. 싱어송라이터로 대성할 자질이 엿보임. 지속해서 창작 능력을 길러주고 보컬 트레이닝을 한다면 좋은 가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함. 연기력도 괜찮은 수준. 지속해서 체력을 키워줄 필요성이 있음.
참고로 5분 간편 분석은 통계학적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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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역시!!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제2의 아이윤으로 키워볼 만한 재목이야. 오우… 미치겠네. 넌 당장 계약이다! 으흐흐…….’
“그런데 은하 양, 혹시 계약 해지되고 처음 보는 오디션인가요?”
“네, 리부트 엔터 오디션이 제일 먼저 해서요. 그리고 리부트에서 걸그룹을 제작한다고 했지만, 기존 솔로 가수들도 많이 있고 혹시 솔로도 캐스팅되는지 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아휴… 말도 예쁘게 잘하네요. 지원 요건 보시면 알겠지만, 솔로 가수도 뽑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은하 양은 합격이고요.”
옆에서 이정수도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 있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원래는 걸그룹 연습생을 뽑으려고 한 건데…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춤은 안 시킬게요. 어차피 솔로 가수를 시킬 계획이니까요.”
“아… 솔로 가수…….”
심은하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기뻐하고 있었다.
‘정작 기뻐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이거, 참… 흐흐흐… 특성 분석 기술 진짜 최강이다. 사이즈 자동 조절 안 뽑길 잘했어. 이거로 회사를 빵빵하게 키울 수 있겠어.’
강전기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어우, 귀여운 거 보소… 은하야, 아이윤처럼 돈을 싹쓸이하자. 알았지?’
강전기의 눈에서 아빠 미소 대신 흡사 노쇠한 수전노의 탐욕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