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94화 (9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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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안하신분 들 선작 좀 부탁드립니다.

항상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뉴욕 가는 길 (2부 시작)

다음 날 심은하의 아버지를 불러 계약하려 했으나, 사정이 있어서 못 오신다는 말을 듣고 강전기가 직접 용인에 다녀오기로 했다. 원래는 이민영 대리가 다녀오려는 걸 미니 앨범 곡까지 다 만들어서 할 일이 없던 강전기가 드라이브 겸 다녀오겠다며 자청했다.

사실 며칠 후엔 미국에 가기 때문에 하리와 드라이브를 하려고 했지만, 게임 대회 일정이 갑자기 잡혀서 데이트가 불발됐다.

‘젠장… 은하네 주소를 보니 헬버랜드 바로 옆인데… 평일이라 놀이동산에 잠깐 다녀오면 좋았을 텐데 그놈의 게임 대회! 짜증 나네.’

강전기는 모처럼 외곽으로 드라이브하면서도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배경을 벗어나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어휴… 서울 부근은 어디를 가나 아파트 숲이었는데 여긴 좀 탁 트였네.’

확실히 놀이동산 헬버랜드가 가까워지자 약간 농촌 분위기가 났다.

‘이쯤 어딘데… 옳지, 저기로군.’

강전기가 자신의 애마를 집 옆에 주차했다.

달깍.

문이 열리고 차에서 내린 그는 주변에 보이는 삭막한 풍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심은하의 집은 단독주택이었으나 상당히 오래된 집이었고 주변 밭에 메마른 풀들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살풍경하기까지 했다. 물론 겨울이라 작물들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럴 수 있긴 했지만…….

삐걱거리는 녹슨 양철 대문을 밀고 강전기가 집으로 들어섰다. 마당에는 은하가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와 다정하게 놀고 있었다. 강전기가 슬쩍 보니 1년 정도 된 다 자란 흰색 똥개였다.

“어… 안녕하세요, 피디님…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은하는 강전기를 보자 쪼르륵 달려 나와 인사를 꾸벅했다.

“안녕… 은하야. 이게 네가 말한 그 강아지구나?”

“네… 이름이 하루예요. 이제 한 살이 돼서 거의 다 컸어요. 귀엽죠?”

“그… 그래. 귀엽구나.”

강전기가 보기엔 완벽한 코리안 변견이었지만, 차마 남의 강아지를 가지고 뭐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잘생겼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귀엽다고 하는 건데 뭘… 못생겨도 귀여울 순 있잖아?’

“헤헤… 곧 있으면 아빠 돌아오실 시간이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알았어. 넌 강아지랑 놀고 있어. 나도 잠깐 집 좀 둘러볼게.”

“네, 피디님. 자… 하루, 공 물어와!”

멍멍…

그녀는 자신의 강아지와 공놀이를 계속했다.

강전기는 홀로 은하가 사는 집 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청소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지만, 세간살이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휑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으음… 좀 열악한 거 같은데? 밝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사는 곳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네.’

전형적인 농가 주택의 모습이었다.

‘이런 곳에서 살면서도 밝게 자라다니…….’

강전기는 은하가 나름 잘 큰 것 같아 안심되었다.

아마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부르릉 소리가 나더니 문밖으로 봉고차 한 대가 멈춰 섰다.

“하루야, 아빠다… 가자, 가자!”

왈왈왈…

대문을 열고 은하의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전기는 그녀의 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은하의 아버지는 반신불수 장애인이었다.

강전기는 상당히 놀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은하의 아버지는 리부트 엔터의 이정수 기획사라고 하자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안 읽어보셔도 돼요?”

“제가 이정수 씨 팬입니다. 방송에서 그 정도로 오래 나오시는 분이 나쁘신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송을 많이 봐서 그분의 인성을 잘 알고 있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을 보고 많이 놀라셨죠? 제가 아무래도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집이 이렇습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보니 아버님이 이렇게 긍정적이셔서 은하도 천성이 밝은 것 같습니다.”

“제 자식이라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인하는 뭐가 돼도 될 녀석입니다. 잘 좀 보살펴 주세요.”

은하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따뜻하다. 이런 게 부정이고… 가족인가?’

뭔가 가슴이 찌릿찌릿해지는 강전기였다.

그렇게 강전기는 인하와 계약하고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출발했다.

차를 운전하면서 은하의 가족이 겪은 일을 떠올리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역주행 사고를 당해 엄마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아빠는 반신불수, 그리고 은하는 평생을 짊어져야 하는 영구적 장애를 당한 것이다.

다행히 보험사에서 배상이 나와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겪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충격에서 벗어나 은하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 자신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기 위해 몸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장애인 취업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한 소규모 공장에서 조립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떠나기 전 은하가 자신의 속마음을 말해준 게 생각났다.

“열심히 해서 꼭 하늘에 계신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딸이 될 거예요.”

신파극에 나오는 전형적인 스토리였는데도 불구하고 운전을 하는데 괜스레 눈물이 났다. 비록 자신은 몸이 바뀌면서 없던 가족이 생겼지만, 평생을 외롭게 고아로 살아서 그런지 이런 스토리에 감정 이입이 심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리기 시작한 그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은하야! 너는 이 아저씨가 꼭 성공시켜 준다. 확실하게…….”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쳐냈다. 몸이 바뀐 후 처음으로 흘린 눈물이었다.

띠리리릭―

갑자기 화면에 전화가 왔다는 표시가 떴다. 유하리였다.

“훌쩍… 어… 하리야… 대회 다 끝났어? 어, 어… 뭐어? 코스프레 하려고 옷을 사고… 어, 어. 예쁜 속옷도 샀다고? 그래, 알았어… 바로 갈게. 지금 서둘러서 갈게. 기다리고 있어라.”

은하를 생각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도 성욕은 절대 막을 수 없었다. 슬픈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며 눈물이 쏙 들어가더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액셀을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기다려.’

* * *

인천공항에 연예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려입은 훤칠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색기 갑 강전기였다. 머리를 동네 미용실이 아니라 강남에서 잘랐는지 간지가 줄줄 흘렀다.

그는 회색 브이넥 니트에 검정 외투를 걸치고 살짝 타이트한 반유광 검은색 바지에 검은색의 댄디한 운동화를 신고 살짝 루즈한 블랙 백팩으로 포인트를 줬다.

그리고 귀에 최신 무선 이어폰!

“어우… 목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네. 황아영은 왜 이렇게 코디해 줘서 나를 춥게 하는지……. 그나저나 이 콩나물 대가리 성능 좋네.”

그의 오른손에는 미국에서 생활할 때 입을 옷가지들을 넣은 삼손나이트 블랙 캐리어의 손잡이가 들려있었다.

‘후후… 뉴욕이라… 가슴이 뛰는구나.’

강전기는 전생에 공무원 연수차 비행기로 제주도를 한번 가본 게 다였고 해외여행 경험은 아예 없었다. 촌뜨기도 이런 촌뜨기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다 있었다. 출국과 뉴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샅샅이 훑어서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역시 해외여행 갈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

그는 거대한 인천공항의 크기에 놀라서 촌닭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강전기가 공항 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사람이 그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멀리서 봐도 그냥 연예인 포스를 팍팍 풍겼기 때문이었다. 연예인 공항 패션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이 신인 연기자인가 궁금해하며 주위를 알짱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수속 절차를 밟고 짐부터 부쳐야지?”

그는 코리아 에어 뉴욕행 데스크 앞에 줄을 섰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짐을 컨베이어에 올리고 비행기 표를 보여줬다.

수속하던 항공사 여직원이 강전기를 보고 움찔했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시네요.”

“안… 안녕하세요. 고객님, 체크해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강전기는 수속을 마치고 짐을 보내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공항을 돌아다니고 면세점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단지 구경만 할 뿐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다. 황아영이 해준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떤 옷이 나름 괜찮다고 넌지시 이야기하면 황아영은 그 소리를 듣고 아주 치를 떨었다.

“아니, 나는 괜찮아 보이는데……?”

“넌 패션 감각이 빵점! 빵점이야. 아무것도 사지 마. 절대! 네버!”

그는 면세점을 나가서 커피숍으로 들어가 라테를 한 잔 시켰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코리아 에어 승무원인 한빛나였다. 그녀는 비행 스케줄에 여유가 있어서 커피를 시키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가 자신의 이상형을 보게 되었다.

‘와… 옷 입은 것 좀 봐. 무슨 모델인가? 아니면 연기자? 아무리 봐도 일반인이 아닌데? 몸이 완전 내 스타일이야. 얼굴도 엄청 작고 서양인보다도 비율이 좋네. 딱 봐도 뉴욕 가는 거 같은데 이따가 말이라도 걸어봐야겠어.’

한빛나는 한참 동안 모델 같은 그를 바라보며 눈요기를 즐겼다. 그녀는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홀더를 들고 직원 휴게실로 사라졌다.

강전기는 잠시 남은 시간을 이용해 커피를 마시며 성기호에게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 없는 동안 놀면 안 된다.]

[이틀 단위로 데뷔 준비 상황 및 콘텐츠 제작 진도율을 보고할 것!]

[레이카에게 까불지 말 것!]

한참 그렇게 신나게 톡을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뉴욕 가는 거예요?”

강전기가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한 외국인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20대 초중반으로 보였는데 붉은빛이 도는 브라운 계열의 머리카락에 얼굴이 하얀 전형적인 미국 여자였다. 외모는 충분히 한국에서 먹힐 만한 수준으로 보였다. 아마도 한국 남자들이 외모에 대해 많은 칭찬을 해줬을 미녀였다.

‘어? 한국말 꽤 잘하네?’

“아… 네, 혹시 그쪽도?”

“원래 고향이 뉴욕이에요. 오랜만에 집에 가네요. 전 케일린이라고 해요. 그쪽은?”

“강전기라고 합니다.”

강전기는 낯선 외국 여자가 말을 걸어오자 당황한 나머지 단답형으로 대답했는데 케일린은 그 모습조차도 왠지 멋지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뉴욕은 어쩐 일로 가시는 거예요?”

“뭐 좀 배우러 갑니다.”

“혹시 패션 스쿨 이런 데 들어가시는 거 아닌가요?”

“아뇨, 아뇨… 음악 쪽이에요. 작곡. 패션 아니고요.”

강전기가 말도 안 된다며 두 손을 들고 좌우로 흔들었다.

“입고 있는 거 봐서 그렇게 얘기한 건데…….”

“오해하셨네요.”

‘하긴… 내가 좀 간지 나게 입고 오긴 했지.’

“그런데 한국말을 왜 이렇게 잘하세요?”

“제가 3년 전에 교환학생으로 서울에 왔는데 한국어가 전공이라서 그래요. 최근에 한국에서 직장도 얻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한국말을 잘하셨구나. 전 무슨 혼혈이신 줄 알았어요. 발음이 너무 좋고 자연스럽길래요.”

케일린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 가방을 벗어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답답한 듯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우… 최소한 D컵이다. 역시 발육이 남달라. 한국에서 분명히 같은 밥을 먹었을 텐데… 아… 이미 미국에서 다 커서 왔겠군. 그럼 유전자구먼.’

“뉴욕도 겨울이겠네요.”

“그렇죠. 저도 오랜만에 가는 거라. 부모님도 보고, 친구들도 봐야죠.”

대화해 보니 케일린은 꼭 성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도 상당히 유쾌한 여자인 것 같았다. 말하는 게 재미있고 상식이 풍부했다. 나름 한국 사정에도 정통해서 강전기도 모르는 사실을 이야기할 때도 있었다.

“말을 진짜 재미있게 잘하시네요. 비행기 시간만 아니면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자리 좀 바꿔 달라고 하면 되죠.”

“혹시 자리가… 제가 비즈니스석이라…….”

“이런… 하하… 안 되겠네요. 그런데 무슨 학생이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요?”

“그러게요.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네요… 하하…….”

강전기는 뭔가 멋쩍은 듯 쓴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케일린도 자세히 묻지 않았다. 솔직히 이번 일은 Kstream 미디어가 무리한 거로 생각했다. 6~7백만 원에 육박하는 항공권을 끊어주다니…….

‘그냥 일반석으로 끊어줘도 되는데… 부담스럽게시리…….’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입꼬리는 올라간 상태였다. 누군들 장시간 비행을 좁은 일반석에서 하고 싶겠는가.

‘손수 그렇게 해주겠다는데 내가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잖아? 다시 일반석으로 끊어달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말야. 그나저나 아쉽네! 케일린하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비행기 시간이 되어 자리가 따로 떨어지게 되었다. 케일린은 아쉬운지 강전기의 전화번호를 물어보았고 그는 흔쾌히 알려 주었다.

‘이런 미인은 언제나 환영이지. 특히나 백마는…….’

“뉴욕에서 연락할게요…….”

케일린은 강전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녀석… 웨스턴 스타일이라 그런지 적극적이기도 하지. 하긴 한국에 나같이 쭉 빠진 남자가 얼마나 있다고? 탐나기도 하겠지. 흐흐…….’

강전기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었는데 섹스 토이는 내수용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빅데이터에서 산출된 여자라면 누구나가 가장 이상형으로 삼을 만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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