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03화 (10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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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코맨트, 추천 감사합니다~

새로 합류하신 분들 감사합니다.

코맨트도 다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욕의 그녀들

수업은 고급반이라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새로운 학생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다.

고급반에서 하루 정도 수업을 들어보니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의 네 명의 남학생이 중심이 되어 수업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분위기 파악 못 하고 계속 깐죽대고 있는 중동놈 한 명과 조용한 태국 남자와 일본인 여자. 학생 전부가 20대 초중반의 나이였다.

일단 하루는 조용히 수업을 들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유쾌하고 편하게 말했더니 반응이 괜찮았다. 중동 놈을 빼놓고 다들 강전기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어 실력이고 김치 발음이고 다 필요 없다. 그냥 자신감이다. 특히 외모에서 나오는… 흐흐…….’

유럽 애들 위주로 돌아가는 수업이 강전기에 의해 약간씩 변하고 있었다.

두 번째 날 수업은 각 국가의 문화에 관한 토론이었다.

“자… 서로의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자, 파트너의 언어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세요.”

강사인 나즈마가 수업 시작을 알렸다.

여덟 명의 학생이 랜덤으로 짝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물론 다들 귀찮아서 그냥 옆에 앉은 사람하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강전기의 파트너는 재수 좋게 일본인 여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미나미 아야카라고 했다.

‘앗싸! 역시 될 놈 될이야… 아야카라고 했나? 얼굴도 예쁜데 이름도 귀엽구나.’

강전기는 마치 미술관의 큐레이터라도 된 것처럼 날카롭게 그림, 그러니까 아야카를 감상하고 있었다. 노 메이크업에 약간 두꺼운 안경으로 눈과 얼굴을 상당 부분 가리고 있지만, 그녀에게서 풍기는 청량함은 도저히 숨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기본적으로 러블리한 얼굴이야. 입술도 뭔가 귀엽게 예쁘고… 완전 내 취향이잖아?’

어제는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몰랐다. 옷을 입은 것도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로 겹겹이 껴입은 레이어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몸매도 드러나지 않는 안경녀에게 신경 쓰기보다는 자기 어필하기 바빴던 강전기였다.

“하지메마시떼 와따시와 나마에와 케이데스.”

“에……?”

갑자기 터진 강전기의 일본어에 당황한 아야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표정을 수습하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야카이무니다.”

“오……? 한국말 좀 하네?”

강전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영어로 말을 건넸다.

“케이도 일본어 좀 하네?”

역시나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아야카였다. 옷 입은 거나 두꺼운 안경을 써서 자신을 숨기는 모습과 다르게 눈빛이 상당히 강렬했다.

‘솔직히 일본은 잘 몰라. 하지만 일본 야동은 너무나 잘 알지. 내가 아는 일본어는 다 거기서 배운 거야.’

개찐따 시절, 그는 인터넷 초창기 시절부터 일본 최대의 성인 유료 사이트(COOKI)의 정기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야동 마니아였다. 품번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유추 가능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 스페셜리스트였다.

강전기는 신인 여배우를 인터뷰할 때 처음에 나오는 자기소개 말을 떠올렸다. 단지 한마디씩 각자 나라의 언어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케이! 또 다른 일본어 아는 거 있어?”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아야카의 말에 순간적으로 강전기의 입에서 뇌를 거치지 않은 생활 밀착형 일본어가 튀어나갔다.

“야메떼 구다사이…….”

강전기는 말하고도 실언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른쪽 눈을 살짝 찌푸렸다.

‘아차… 실수구나, 야메떼라니… 무심코 야동에 자주 나오는 대사를 하다니…….’

“에에?”

아야카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황당함을 느끼려는 찰나, 강전기가 적절하게 미리 말을 끊었다.

“아까 복도에서 다른 반 일본 애들이 장난치는 걸 들었어. 친구인 거 같은데 장난으로 막 때리더라. 막 이따이 이따이… 하던데… 무슨 뜻이야?”

“아아…….”

아야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가까스로 믿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잘생긴 파트너가 도저히 야동을 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설마… 이런 남자가 우리나라 AV나 보고 그러지 않겠지…….’

강전기는 자신의 실책을 상당히 잘 수습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윽한 눈으로 아야카를 담담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휴… 위기일발이었다. 하마터면 초장부터 변태로 몰릴 뻔했어.’

그는 목이 타는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나는… 치가우 저는… 케이팝을… 좋아하무니다…….”

“오, 아야카는 케이팝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일본 A… 아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그는 일본 AV를 좋아한다고 또 헛소리할 뻔했다.

‘긴장하자, 강전기 이 미친놈아!’

강전기는 이다미의 버릇처럼 자신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케이… 왜 그래…….”

“아…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후후후… 케이는 영어 발음이 클리어하게 잘 들려.”

“아야카도 영어 잘하네, 혼또니 스바라시… 아나타와 오이시…….”

“호호호…….”

강전기의 노근본 일본어에 아야카가 까르르 웃었다.

‘역시 존잘러는 그냥 아무 말이나 해도 이런 반응이지, 흐흐흐……. 못생긴 애들은 진짜 말장난의 천재거나 자기 자신을 셀프 디스하지 않고서는 이런 미인들을 웃기기 힘들거든.’

토론 수업은 상당히 괜찮았다. 아무래도 틀딱답게 이것저것 아는 게 많다 보니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꼰대처럼 아는 것을 실컷 자랑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온 엄청 잘생기고 몸 좋은 놈이 아는 것도 많자 유럽 4인방도 강전기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 한국이나 강전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우… 뿌듯하다. 영어로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칼칼하네. 내가 이렇게 말이 많은지 이제 알았네.’

수업이 끝날 때쯤 강사인 나즈마가 클래스원들에게 공지했다.

“내일부터 크리스마스 휴가로 학원이 쉽니다. 아시죠?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그런데 이 학원이 오래돼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무런 계획이 없는 학생이 많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어요. 하하하… 그래서 내일 액티비티 일정이 있습니다. 참가비가 있어서 신청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어요. 관심 있는 사람은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관련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나즈마가 나가자 다들 가방을 싸서 교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내일 할 게 없는데 학원 액티비티나 참여할까?’

강전기는 사무실 화이트보드 앞으로 가서 액티비티를 확인했다. 글자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이는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기 시작했다.

‘마운틴 크릭? 오호… 스키장이구나. 한번 가볼까?’

강전기는 전생에 운동은 끔찍이 못하는 운동치였다. 그래서 그전에는 이런 것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몸이 바뀐 이후에는 완벽히 달라졌다. 저번 방송에 마구 편집되긴 했어도 축구 하는 것도 너무 재미가 있었다.

그는 결심했는지 사무실로 들어가 액티비티를 신청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저녁에는 케일린하고 저녁 식사가 예약되어 있었다.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낸다고 했지. 그래서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고…….’

한편, 강전기가 액티비티에 흥미를 느끼고 사무실에 들렀다 나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미나미 아야카였다.

미나미 아야카는 그녀의 본명이었다. 그녀의 예명은 하루키 료코. 일본의 현역 아이돌이자 톱배우였다.

13세에 데뷔한 그녀는 데뷔 첫해 엄청난 푸시를 받으며 데뷔 2년 만에 최정상 아이돌에 오르더니 출연한 드라마가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며 단번에 최고의 하이틴 배우로 떠올랐다. 그 후 그녀는 연기에 눈을 뜨더니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연예계 데뷔였을까? 19세 때 출연한 비극적인 영화에서 혼신의 메소드 연기를 펼친 그녀는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말았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이었는데 어떤 일에 불타오르듯 집중하다 갑자기 불이 꺼진 듯 무기력해지는 현상이었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으로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고 자신을 돌보던 매니저인 사촌 언니와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오게 된 것이다. 그녀는 특기인 영어 어학연수를 받으며 어느 정도 멘탈을 회복하고 있었다.

특히 사촌 언니가 소개해 준 케이팝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녀는 잠잘 시간도 없는 바쁜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 케이팝에 대해 말만 들었지 주의 깊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사촌 언니가 우연히 보여준 케이팝 뮤직비디오 .EXE의 「Sad Ending」!!

그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정말로 충격이었다. 연기나 CF 같은 게 아니라 자신이 처음 꿈을 꾸게 된 아이돌, 즉 가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특히 케이팝 여아이돌의 수준 높은 실력을 보고 마음속에 어떤 열망 같은 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였어. 난 연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난 가수라고!’

그날부터 그녀는 케이팝에 중독되듯 빠져들게 되었다. 수많은 그룹을 보고 들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최애 그룹은 그녀가 처음 본 .EXE였다. 물론 그들은 빌보드 1위를 밥 먹듯 하는 글로벌 슈퍼스타였다.

그녀는 어제 자기가 수강 중인 클래스에 새로 온 한국 남자를 보고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EXE의 에릭과 너무 닮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에릭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 1위를 한 케이팝의 슈퍼스타였는데 케이를 처음 보고 순간적으로 놀라 너무 허둥대고 말았다. 수업 내내 곁눈질로 그를 계속 훔쳐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는 에릭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무언가 사람을 잡아당기는 마력 같은 게 있었다. 아시아인이라고 관심도 안 주던 유럽 4인방까지 그에게 호감을 느꼈으니까…….

그런 그가 내일 있을 액티비티에 참석하는 것 같자, 그녀도 사무실로 들어가 내일 있을 마운틴 크릭 스키장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아까 수업 시간에 살짝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 야메떼 구다사이?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녀는 사무실에서 액티비티 신청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고 해서 후다닥 뛰어서 엘리베이터를 붙잡았다.

“아… 익스큐스 미…….”

그녀는 일본인 특유의 습관적인 스시마셍 조로 익스큐스 미를 연발했다.

“어? 아야카?”

“에?”

아야카가 고개를 들어보니 엘리베이터의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케이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케… 케이?”

아까 액티비티에 등록한 후 건물 밖으로 나가려다 급 똥이 마려워 잠시 화장실에 들러서 일을 보고 나온 강전기와 마주친 것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밀폐된 공간에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았다. 구식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야카가 고개를 돌려 옆을 살짝 보니 빙긋이 웃고 있는 케이가 보였다. 그녀는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다시 앞으로 휙 돌렸다.

“아야카, 집에 안 가고 뭐 해?”

“으응… 인제 가려고…….”

그들은 영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둘은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시간은 아직은 어두워지지 않은 네 시 반이었다.

“아… 날씨가 좀 쌀쌀하지? 일본도 추워?”

그는 아야카를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 사실이 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이중적인 감정을 느껴버린 그녀였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도 당연히 춥지.”

“그렇구나.”

강전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가방을 고쳐 매고 코로 심호흡을 크게 하기 시작했다. 아야카는 그런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후… 뉴욕 냄새… 나라마다 다른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신기하지?”

그가 몸을 돌려 하얗게 미소를 짓는 눈부신 모습은 아야카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쿵!

그리고 그녀의 심장이 떨어졌다.

“아…….”

반면, 아야카를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던 강전기는 다시 고개를 돌려 퀴퀴한 오래된 건물의 냄새를 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학원이 지하철 부근이라 근처 환풍구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크…. 노숙자가 오줌이라도 갈긴 것 같은 이 지린내…….’

강전기는 그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아야카? 왜 그래? 집에 안 가? 아직 시간도 이른데 나랑 커피나 한잔할래?”

강전기는 마치 얼이 빠진 듯 멍하니 서있는 아야카를 보고 80년대에 여자 꼬실 때나 쓰던 수작을 걸었다.

“아야카?”

“으응……? 그… 그래. 좋아.”

그녀는 망설임 없이 강전기의 제안을 승낙했다.

‘후후후… 역시…….’

“저기 조금만 걷다 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어. 거기 가자.”

강전기는 거침없이 뉴욕 거리를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아야카가 졸랑졸랑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어때, 여기야. 분위기 좋지? 어제 여기서 라테를 시켰더니 진짜 맛있더라고…….”

강전기가 그녀를 데리고 온 곳은 나름 은근히 유명한 야외 카페인 언더라인 커피였다. 많은 백인이 아직 남아있는 햇살을 즐기며 추운데도 불구하고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은 아야카도 몇 번 지나가다가 본 카페였다. 혼자 들어가기엔 뭔가 부담스러운 그런 곳.

강전기는 그녀를 데리고 거침없이 가게로 들어가더니 종업원과 인사하며 능숙하게 커피를 주문했다.

“아야카, 뭐 마실래?”

이렇게 남자와 공개적인 곳에서 데이트하다니……. 그녀의 마음속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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