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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뭔가 애틋한 장면을 생각했는데... 중간에 팍 깨버리네요. 강전기 개깩기
4부를 관통하는 중요한 캐릭터가 등장하였습니다. (응? 지금 2부인데 4부라고? 미틴...)
항상 선작, 코맨트, 추천 감사드립니다. 충성 충성
뉴욕의 그녀들
그들은 커피가 나오자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강전기는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케일린 : 전기… 미안해. 오늘 저녁은 일이 생겨서 같이 못 할 것 같아. 어쩌지?]
[강전기 : 나 어학원 애들하고 같이 있어서 상관없어. 일 봐.]
[케일린 : 대신 밤에 늦지 않게 들어갈게. 좀 이따 봐…]
[강전기 : 후후…….]
강전기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라테를 한 모금 들이켰다.
‘조금만 늦었으면 밥 혼자 먹을 뻔했네. 상관없지. 오늘은 아야카랑 놀면 되지.’
강전기는 라테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반대편에 앉은 아야카를 주시했다.
“아야카, 이거 맛이 되게 특이해. 고소하거든. 어떤 거 같아?”
“응… 정말이네. 뭐지, 이거?”
“이런 맛에 내가 요즘 매일 두 잔씩 꼭 마셔. 안 마시면 많이 생각나더라.”
“신기한 맛이네. 나도 이거 자주 마셔야지. 헤헤…….”
순진한 얼굴로 웃고 있는 아야카를 보자 기분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아야카 귀여워.”
“에……?”
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케이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 멋진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왜 그렇게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니는 거야? 남자들이 귀찮게 하니? 일부러 남자들 접근 못 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니야, 그런 거…….”
아야카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강전기를 보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
“흐음… 그게 아니라면 네 패션 감각을 의심해 봐야 하겠는데?”
“킥… 나 옷 못 입는다고 놀리는 거야? 놀려봐야 소용없어. 나 이제 그런 거 관심 없어졌거든. 그런 건 다 쓸모없어.”
“쓸모없다고? 그럼 나 너무 옷에 힘주고 왔나? 민망한데?”
“아니… 넌 지금 그대로가 좋아 보여.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지.”
“그래, 네 말이 맞다.”
‘점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후후… 여자랑 이야기할 때는 공통 주제를 찾아야 해. 특히 외국인이라면 더욱…….’
“아야카는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그룹을 좋아하니?”
“난 .EXE 팬이야.”
‘참… 빅샷 엔터네인먼트 대박이구나. 개나 소나 크흠… 강아지나 송아지나 다들 .EXE 팬이네.’
“.EXE 좋지. 실력이 참 대단한 그룹이야.”
강전기는 솔직히 별다른 관심이 없는지라 뮤직비디오를 딱 한 번 보고선 아는 척하고 있었다.
“맞아! 진짜 대단해… 너무 완벽한 그룹이야. 괜히 빌보드 1위를 하는 게 아닌 거 같아.”
그 뒤로 계속 .EXE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는 아야카였다. 춤이 어쩌고, 노래가 어쩌고, 멤버들이 어쩌고저쩌고…….
‘젠장… 주제를 잘못 꺼냈나? .EXE 빠순이한테 제대로 먹이를 줘버렸네. 쩝…….’
안 그래도 잘생긴 한국 남자와 케이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 신기했는지 말이 끊이지 않았다.
강전기는 한쪽 팔로 턱을 괴고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 1도 관심이 없는지라 그녀의 이야기는 강전기의 오른쪽 귀로 들어갔다가 왼쪽 귀로 그냥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냥 의례적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데도 얘가 캐치를 못 하네? 흐미… 그럼 주제를 좀 바꿔볼까?’
“혹시 걸그룹은 안 좋아해?”
“걸그룹? 음… 나 마이하트 팬이야. 너무 사랑스럽지. 나중에 일본에서 콘서트 하면 꼭 가보려고.”
“마이하트 귀엽지. 나도 좋아해. 그런데 혹시 소울퀸즈라고 알아?”
“소울퀸즈? 처음 듣는데… 혹시 팬이니?”
“크흐음… 아냐… 예전에 .EXE가 한번 SNS로 언급한 적 있거든.”
“미안해… 나 SNS 같은 거 안 하거든. 사실 .EXE 안 지도 몇 개월 안 됐어.”
‘젠장… 작곡가라고 한번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했는데… 망했네, 쩝…….’
“별것 아냐… 혹시 아나 해서 물어봤어.”
강전기가 대화를 멈추자 잠시 테이블에 침묵이 감돌았다.
‘내가 너무 내 이야기만 했나?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
아야카는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는 강전기의 모습을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아야카… 우리 커피 마시고 저녁 뭐 먹을까?”
“음… 혹시 한국 음식 소개해 줄 수 있어? 이 근처에 있던 것 같은데…….”
“오… 한국 음식 먹고 싶구나? 그래, 우리 한국 식당 가서 밥 먹자.”
그들은 커피를 다 마시고 가까운 한국 식당으로 이동했다. 가게에 도착해 보니 벌써 한국 음식 냄새가 진동했다.
‘와, 안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김치가 왜 이렇게 땡기지? 미친…….’
“아야카, 메뉴 보고 골라봐. 난 김치찌개 먹을 거야.”
“음… 그럼 나는 짜장면!”
“어? 한국 식당인데 짜장면도 파네? 웃기네.”
“아… 최근 한국 드라마 보니까 이거, 이거 짜장면이 나왔어. 그래서 나도 한번 먹어보려고 해. 어떤 맛인지…….”
“그래… 신기하긴 할 거야. 시커먼 면발을 후루룩… 하하하…….”
강전기는 음식이 나오자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으… 너무 맛있다. 역시 신토불이여… 평소에는 먹지도 않던 김치찌개가 왜 이렇게 맛있지!’
아야카의 짜장면이 나오자 강전기가 손을 들어 그녀의 젓가락을 뺏어갔다.
“이런 건 남자가 비벼줘야 제맛이지… 잠시만…….”
“에에…?”
강전기는 커다란 손으로 아야카의 짜장면을 쓱쓱 비비기 시작했다.
‘진짜 한국 남자들은 다정한 것 같아. 그리고 너무 잘생기고… 남자답게 듬직하고…….’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야카…….
강전기가 다 비볐는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짜장면을 건네주었다.
“자, 이제 먹어봐…….”
아야카는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면을 입에 넣고 눈을 동그랗게 크게 떴다.
“와, 케이… 맛있어…….”
“하하… 그렇지?”
“그런데 이거 좀 달다. 그래도 엄청 독특해. 가끔 생각날 거 같아.”
“내 생각하면서 먹으라고… 나중에 짜장면 먹게 되면… 난 아무한테나 비벼주지 않거든?”
“정말?”
“농담…….”
“뭐야, 그게…….”
“하하하…….”
그들은 학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한국 음식을 먹었다. 종업원이 식사를 다 하고 나자 음료수로 식혜를 종이컵에 따라 주었다.
‘아이고… 달달하니 맛있네…….’
“아야카! 어때, 괜찮았어?”
“응, 너무…….”
“다행이네…….”
‘한국 음식점에 와서 짱깨를 멕이다니… 흐흐… 뭐, 어때 짱개는 중국집에서 팔지만, 한국 음식이 맞잖아…….’
강전기는 아야카를 집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한 블록 정도를 걷는데 아야카가 뭘 발견했는지 작게 소리쳤다.
“어! 가라오케다…….”
“응? 가라오케? 노래방이네? 왜, 가보고 싶어?”
“응… 혼자 가긴 뭐해도 케이랑 같이 라면……. 어렸을 때 친구들하고 가보고 진짜 오래 못 갔거든.”
“그래. 가보지, 뭐.”
강전기가 아야카를 데리고 지하에 있는 가라오케에 들어갔다.
‘어우야… 이거 되게 좁네? 한국 노래방 생각하면 절대로 안 되겠다.’
이 가라오케는 진짜 한국, 일본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곳인 것 같았다. 반은 한국 노래, 반은 일본 노래였다. 방 소파에서는 약간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아야카는 본인이 가자고 해놓고 많이 어색한 듯 몸을 쭈뼛거렸다.
‘후후후… 혹시 노린 건가? 아야카? 너 혹시?’
“케이가 먼저 노래 불러봐.”
아야카가 마이크를 꺼내 강전기에게 건네주었다.
‘응? 아닌가? 진짜 노래 부르러 왔나? 젠장, 좋다 말았잖아. 그래도 모르니 호르몬 분석 한번 해볼까?’
그는 마이크를 받는 척하면서 아야카의 손을 슬쩍 더듬었다.
[띠링… 나노 로봇 침투 중… 특정 호르몬 분석을 시작합니다. 도파민 80/100, 아드레날린 70/100 ― 해당 개체의 판단을 보류합니다.]
‘어라? 살짝 부족한데? 흥분도가 약간… 흐음… 진짜 노래 부르고 싶은가 본데?’
“그럼 뭘 부를까나?”
강전기는 약간 오래돼 보이는 노래방책을 뒤적거렸다.
‘뭘 하지? 아는 노래라곤 걸그룹 노래가 거의 다인데… 아야카 앞에서 그런 노래를 부를 수는 없고… 아… 그게 있었구나.’
강전기는 곡을 찾아서 리모컨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I'll be back] ― 가수 : 3PM
‘후후후… 유일하게 내가 알고 있는 남자 아이돌 노래다!’
이 노래는 공무원 시절 회식할 때 자신의 상사였던 노총각 이 사무관이 항상 술에 취하면 노래방에 가서 몇 번이고 계속 불렀던 노래였다. 그래서 강전기는 그 노래를 미칠 정도로 들었었다.
‘그 미친놈은 술에 취해 무조건 세 번은 불렀어. 되지도 않는 춤을 추면서 말이지.’
「I'll be back」의 노래 전주가 흘러나왔다. 약간은 우울하면서 리드미컬한 댄스 뮤직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강전기가 음악에 맞춰 토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른바 그 당시 유행하던 셔플댄스였다. 그는 새벽 노래방에서 이 사무관에게 죽도록 들었기 때문에 춤까지 외우고 있었다. 물론 어설프긴 했다.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 난 어떻게 하란 말야… 약속했잖아… 영원히 변하지 말자고…….”
아야카는 구석에 앉아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케이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박수를 쳤다. 케이의 노래는 꽤 괜찮았다. 춤은 뭐……. 그냥 서서 부르는 것보다는 나은 듯 보였다.
‘어라, 노래 괜찮게 부르네? 내가 원래 노래 좀 했던가? 에이… 몰라…….’
강전기는 점점 자신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뭐에 취한 듯 똥폼을 잡았다.
드디어 곡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한 강전기,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크게 소리쳤다. 바로 대머리 총각 이 사무관의 마지막 마무리 동작이었다.
“난 돌아올 거야… I'll be back…….”
“와아아…….”
아야카가 케이의 노래를 다 듣고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응? 내가 노래를 이렇게 잘했나? 진짜인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증폭된다는 말이 맞는 건가?’
전생에 강전기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다. 그냥 음치는 아닌 그 정도였고 잘 부른다는 것과는 상당히 멀었다. 하지만 지금은 꽤나 들어줄 만한 수준이었다.
‘와… 노래도 잘되니까 너무 신나는데, 이거?’
“케이, 노래 너무 잘한다. 이거 무슨 노래야? 되게 좋다.…….”
‘이것도 케이팝이야. 근데 나온 지 한 10년은 됐지…….’
“케이가 너무 잘해서 곡이 좋게 느껴지나 봐.”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한 곡 더 해줘…….”
“왜… 아야카도 좀 하지?”
“그냥 케이 노래 듣고 싶어. 몇 곡만 더 해줘.”
“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강전기도 자신의 실력에 고무돼 자신이 잘 아는 노래를 찾았다.
‘그래! 이거야.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 노래……. 그중에서도 뽕끼는 최고였던 치아라의 「넘버식스나인」’
아재 감성의 뽕기 충만한 곡을 좋아하던 강전기가 번호를 누르고 남자 목소리에 맞게 키를 내렸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뽕끼 가득한 기타와 강한 킥드럼 사운드가 쿵쿵 퍼져 나갔다. 그다음에 울려 퍼지는 더티 신디사이저 소리! 그냥 자연적으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노래였다.
춤도 어렵지 않았다. 그냥 거의 율동 수준!
‘흐흐흐… 꼭 내 대물을 맛본 여자의 심정을 표현한 노래 같다니까…….’
쓰레기같이 제멋대로 가사를 해석하는 강전기였다.
“넘버식스나인, 넘버식스나인, 넘버식스나인 나를 떠나지 말아요. 날 잊었나요…….”
“넘버식스나인, 넘버식스나인, 넘버식스나인 그대 없는 난 밤에 잠도 못 자요…….”
“아파… 너무 아파서 그래요…….”
“돌아와요, 넘버 식스나인…….”
“와아아아… 케이, 너무 잘한다…….”
“나 멋있었어? 훗…….”
한층 노래에 자신감을 찾은 강전기의 콧대가 한없이 하늘로 올라갔다.
“한 곡 더!”
“오케이…….”
강전기는 그렇게 장장 몇 곡을 불러재끼고 말았다.
“헉헉헉… 힘들다……. 이제 네가 좀 불러봐.”
“알았어…….”
‘후… 내가 분위기 잡아줬으니 못 부르면 바보지… 어디 한번 보자.’
그녀는 외투를 벗어 소파에 걸고 쓰고 있던 두꺼운 안경을 벗었다. 스피커에서는 AKB482의 「헤비 로테이션」이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오, 귀여워… 안경 벗으니 엄청 귀엽잖아? 몸도 되게 날씬하고… 도대체 왜 저러고 다니지?’
한편, 한껏 흥이 오른 아야카가 한 손을 위로 치켜들고 깜찍한 표정을 지었다.
“원! 투! 원! 투! 쓰리! 포!”
‘훗… 내가 한물간 라이벌의 노래를 부르다니……. 하지만 분위기 띄우는 데 이 곡만 한 게 없지.’
더구나 안무도 합동 무대를 통해 배워 기억하고 있었다.
“I want you… I need you…….”
“오오… 안무까지… 귀여워…….”
아야카는 무슨 일본 아이돌처럼 능숙하게 췄다. 그래 봐야 율동 수준이었지만……. 그녀는 엄청 신났는지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빙빙빙 돌았다.
‘신났네! 신났어… 흐흐… 조또 가와이하군. 처음 듣는 노랜데 나름 뭐 괜찮네. 근데 곡조가 고루하고 후지긴 하네……. 쩝… 외모가 아깝다. 노래 실력이나 춤 실력은 뭐, 좀 그저 그러네. 둘 중의 하나라도 좀 괜찮았으면 한국으로 채가는 건데…….’
폴짝폴짝 뛰는 동작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머리끈이 툭 하고 풀리며 까만 아야카의 머리카락이 등 뒤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오옷… 외모는 진짜 1티어급이다. 하얀 피부에 러블리한 페이스… 큭… 내가 최시유한테 바라는 딱 그 모습이야. 내가 노래 부르는 거 좀 알려주고 갈까?’
핑크엔진 애들이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흥미가 있어서 며칠간 옆에서 지켜본 강전기였다. 어깨너머로 주워듣고 녹음도 많이 해보고 해서, 사이비 선생으로 어디 가서 사기 칠 실력은 됐다. 초등학생 보컬 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까워 간단한 조언 몇 개만 해주기로 했다.
노래방을 이리저리 뛰던 아야카가 손가락을 쭉 뻗고 마지막 동작을 취하더니 숨을 가볍게 몰아쉬었다.
“와, 재밌었다…….”
짝짝짝―
“아야카 너무 귀엽다. 아이돌 같아.”
“하아… 하아…?”
"그런데…. 그렇게 노래 부르면 안 돼."
"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