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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매일 퇴근후 쌩라이브 연재 너무 빡십니당~ ㅎㅎ 오늘도 간신히 세이프.
퇴고할 틈도 없다. ㅎㅎ 천천히 완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엔 연참을... 물론 가능하다면요~
M케이콘
“오우… 밖에서 봤을 때는 작은 것처럼 보이더니 꽤 넓네?”
“와, 정말… 사람이 한 2만 명쯤 들어오나?”
“글쎄? 이 정도면 대략 그 정도 되지 않을까?”
강전기와 아야카는 VIP석에 앉아서 뒤를 둘러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케이팝 가수들은 아메리카 한복판에서 공연하는구나. 대단해.”
잠시 스테이지 중앙에 있는 화면에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니 금세 공연할 시간이 됐다.
“으으으… 케이 짱! 이제 시작한다! 떨려…….”
아야카가 발을 동동 구르더니 고개를 들어 케이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케이는 어떻게 .EXE를 알고 있을까? 왜 자세히 이야기를 안 해주지? SSJ 연습생이라고 했으니 예전에 서로 친분이 있었을지도… 한국은 연습생도 소속사를 옮기기도 한다고 하니까 말야.’
사실 강전기는 그것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어서 하지 않는 거였지만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는 아야카였다. 사실 자기도 일본에서 뭐 하는 사람인지 밝히지 않았으니 서로 비긴 셈이었다. 그녀는 혹시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평소처럼 두꺼운 뿔테 안경과 모자를 쓰고 이곳에 와있는 상태였다.
콘서트홀의 빵빵한 스피커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하자 뜨거운 함성이 건물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와, 시작한다…….”
이번 M케이콘은 .EXE, 네임드로즈를 제외하고는 다들 고만고만한 신인급들로 채워진 상태였다. 연말에는 국내 시상식을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기존 1티어, 1. 5티어 그룹들이 올 수가 없었다.
강전기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심드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신인 그룹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대부분 남자 아이돌이라 그의 평가는 북극의 만년빙설처럼 차갑고 냉정했다. .EXE 정도나 돼야 ‘뭐, 괜찮네’라는 간단한 평을 들을 수 있었다.
‘라이브 뭐야? 어떻게 데뷔했어? 쓰레기네…….’
‘얼씨구? 긴장했냐? 팔다리가 따로 노네. 와르르 무너지는구만. 저래서 퍼포먼스라고 하겠냐?’
‘어우. 이딴 걸 곡이라고… 고막 테러야. 하아…….’
고추돌에게는 강전기의 가차 없고 무자비한 단두대 평가가 내려졌다.
그렇게 퍼포먼스를 마치고 들어가는 남돌들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을 무렵. 홀연히 무대에 등장한 다섯 명의 소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들이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으로 각을 잡고 에지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자 스산하면서도 잔잔한 피아노와 날카로운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녀들이 몸을 움직여 포메이션을 변경하자 강한 킥드럼이 멜로디를 뚫고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위로 입혀지는 내레이션과 같은 보컬!
‘오… 분위기 있어.’
찌르르르 울리는 스산한 바이올린 소리가 강전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크, 절묘하군…….’
곧바로 보컬의 소리가 커지며 귀를 찢는 일렉 기타 소리와 육중한 드럼 소리가 드넓은 홀을 메우기 시작했다.
“우와아…….”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순서에서 상당히 수준 높은 메탈 사운드가 흘러나오자 재비츠 센터에 모인 관객들이 무대 중앙에서 춤추고 있는 소녀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빠른 비트로 두들기는 드럼 소리에 강렬한 기타 리프가 입혀지며 본격적인 노래의 업비트 부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허어… 어떻게 이런 곡에 저런 댄스를 결합시켰을까? 대단해.’
이들이 부르는 곡은 이른바 록 메탈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지만, 케이팝다운 고난도의 안무와 인상적인 멜로디 선율이 결합한 강렬한 사운드였다.
‘위치 소울(Witch soul)…….’
강렬한 기타 리프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위치 소울의 메인 보컬 에리사의 진성 고음이 그의 고막을 강타했다.
“크으… 에리사… 이런 메탈릭한 소리라니… 정말 인상적인데…….”
강전기는 그녀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공연이 순식간에 끝났을 정도로. 그야말로 시간 순삭!
콘서트홀에 뜨거운 여운이 감돌았다. 관객들은 강렬한 사운드와 묘한 분위기에 많은 관심을 표했다. 북미와 유럽은 아직도 록과 메탈에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록이 형편없이 인기 없는 나라도 드문 편이었다. 위치 소울은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에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스테이지를 내려갔다.
‘위치소울, 정말 인상적이야. 너무 아까운 그룹인데 뭐, 어쩌겠어. 한국에서 별로 수요가 없는데…….’
이 그룹은 90년대에 유명했던 록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제작자로 변신해서 만든 아이돌 밴드였다. 멤버들이 밴드 멤버였다기보다는 연습생들이 악기도 배운 모습이긴 했으나 제작자의 과감한 결정으로 밴드에서 댄스 그룹으로 형태를 변경한 것이다.
뛰어난 음악성과 콘셉트를 가지고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벌써 3집까지 나왔지만, 대중적으로 성공은 못 하고 일부 마니아들을 위한 그룹의 길을 걷고 있었다.
‘아쉽다.’
본진이 털린 부대는 존속할 수 없는 법. 한국의 인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인기란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녀들이 들어가고 드디어 케이팝 걸그룹의 여왕 네임드로즈가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 유 레디(Are you ready?)?”
그들의 메가 히트곡인 「크레이지 러브 스캔들」이 홀에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오… 이 합한 사운드…! 역시 작곡 팀이 노래를 잘 썼어. 서구권 애들도 뻑 갈 정도로……. 얘네는 SSJ처럼 외국에서 곡을 공수하지도 않는데 잘만 히트시킨단 말야. 작곡 팀과 프로듀서의 역량이라고 봐야겠지.’
이제는 리스너나 팬의 입장이 아니라 제작자 입장으로 아이돌을 평가하는 강전기였다.
한편, VIP석은 가수 얼굴이 보일 정도로 무대와 아주 가까웠는데, 아까부터 계속 신디와 눈이 마주쳤다.
“케이 짱… 신디가 이쪽을 계속 보는데 손이라도 흔들어줄까?”
“어허… 그러지 마. 내가 말했잖아. 쟤들은 마이하트의 Enemy야. 적폐라고!!”
“힝… 난 둘 다 좋은데…….”
‘내가 뭐 잘못했나? 왜 이렇게 노려봐? 아… 헤어질 때 곡 좀 보내달라고 했던가? 혹시 그거 때문에 빡친 거야?’
강전기는 딴짓하면서 노려보는 신디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와… 케이… 신디 눈빛 좀 봐. 꺄아… 너무 멋져. 막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 같아. 나 이제부터 네임드로즈 팬 될 거야.”
“아야카, 다메, 다메…….”
드디어 불편한 시간이 끝났다. 그들은 앙코르까지 장장 다섯 곡을 부르고 엄청난 환호성 속에 퇴장했다.
‘오… 길다, 길어. 드디어 .EXE인가?’
.EXE가 나올 것 같다는 본능적인 기대감에 재비츠 홀이 술렁이고 있었다.
그 순간, 무대가 살짝 암전되며 바닥에 자욱히 안개가 깔리고 .EXE 멤버들 전원이 리프트를 타고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숨넘어가는 비명이 장내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으으으… 미친… 이 무슨 광기의 현장인가? 사이비 종교 집단도 이렇진 않을 거야.’
강전기가 고개를 돌려 아야카를 살짝 쳐다보니 그녀조차 마치 신을 영접한 듯 미친 듯이 .EXE를 외치며 야광봉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크흠… 어제 저렇게 내 물건을 흔들어줬는데…….’
그는 무심코 자신의 하체를 슬쩍 쳐다보았다.
‘어이! 강전기, 정신 좀 차리자. 넌 시도 때도 없는 거냐? 쩝… 뭐, 노래는 좋네.’
실제 현장에서 듣는 .EXE의 무대는 또 감회가 남달랐다. 일단 멤버 전원이 노래를 잘한다는 게 느껴졌다. 격렬한 라이브 내내 음 이탈을 하는 멤버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이래서 .EXE, .EXE 하는 건가? 물론 나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우리 핑크엔진도 보컬이 전원 출중한데… 그리고 한 명 빼면 춤도 엄청 잘 추고… 진짜 여자 .EXE라고 할 수 있지. 물론 시유라는 아킬레스건만 치료되면 말야.’
강전기는 문득 핑크엔진이 연습을 잘하고 있는지, 최시유의 수술받은 쌍꺼풀은 붓기가 잘 빠졌는지 궁금해졌다.
‘아, 맞다. 내가 25일부터 아야카한테 집중한다고 깨톡을 중지시켜놨구나. 지금 생각해 보니 괜한 허튼짓이었어. 무슨 일편단심 나셨다고… 흐흐… 공연 끝나고 켜야겠어.’
그래도 자기 새끼들이라고 핑크엔진이 다시 보고 싶어진 것이다.
‘여자 .EXE라고 처음에 홍보하면서 어그로 좀 끌어볼까? 아니지, 잘못했다간 역풍을 처맞고 데뷔가 아니라 은퇴 각이 나올 수도 있어. 그냥 나중에 언론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되도록 해야 해.’
물론 아직 데뷔도 못 한 생짜 신인을 .EXE하고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역시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뻐 보인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잡생각에 빠졌다가 무대를 쳐다보니 공연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문득 그는 .EXE가 불렀으면 좋을 것 같은 곡의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그는 이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마치 제삼자처럼 수많은 멜로디와 비트를 조합하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했다. 강전기는 곧바로 심연의 세계로 다이브하고 말았다.
‘으음…….’
“케이… 케이!!”
“응?”
“케이 짱… 왜 그래. 어디 아파? 왜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어라? 벌써 공연 끝났어?”
“응… .EXE가 앙코르로 두 곡 더 하고 들어갔다가 출연자 전원이 다시 무대로 올라와서 인사하고 끝났어.”
“흠… 그렇구나. 그럼 우리도 이제 가야지.”
“케이, 그런데… 저분이… 뭐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
강전기가 고개를 돌려 아야카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목에 스태프 목걸이를 하고 있는 동양인이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빅샷 엔터테인먼트의 이창진 매니저라고 합니다. 무대가 끝나면 에릭이 작곡가님을 꼭 모시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해서요.”
“예……?”
‘뭐야, 아까 그 말이 이런 뜻이었어? 공연 끝나고 보자는? 세계적인 그룹이 한번 보자는데 거절하기도 뭐하고… 흐음… 혹시 인맥이라도 만들어놓으면 내가 작곡한 곡을 써줄 수도 있잖아? 타이틀곡이라도 되면 최소 수억인데. 흐흐… 어디 한번 가봐야겠다. 아, 참. 아야카한테는 말을 해봐야지.’
“아야카, 에릭이 좀 보자는데 같이 갈래?”
“에에? 혼또니? 혼또?”
아야카가 또 빠순이 모드로 진입한 것 같았다.
끄덕끄덕…….
“케이 짱이 간다면 나도 가야지. 요시.”
“그래, 알았어. 매니저님, 가시죠. 어디예요?”
“무대 밖 컨벤션 센터 연회장으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거기서 식사하고 가볍게 축하 파티를 할 예정이거든요.”
“오… 파티라… 신기하네요.”
“저도 처음엔 신기했는데 요즘은 거의 일상화돼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매니저시라 세계 각국을 매일 다니시니 그러시겠지요.”
“하하… 정말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당연하죠. 빌보드 1등이라니 그것도 반짝도 아니고 노래를 냈다 하면 그러는데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거죠.”
“하하하… 작곡가님 말 잘하시네요.”
“아… 네… 뭐…….”
‘내가 작곡가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네. 그때 방송국 대기실에서 봤던가? 얼굴 보면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면 에릭이 직접 알려줬겠구나. 흠…….’
딱 봐도 연차가 꽤 돼 보이는 매니저를 직접 보낸 것이다. 에릭이 강전기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게 티가 났다.
“자… 이곳입니다. 여기 VIP 목걸이를 착용하시고요.”
이창진 매니저가 연회장 문을 열더니 둘을 데리고 회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오늘 공연했던 그룹의 멤버들과 그들의 스태프들이 음식을 먹거나 와인이나 칵테일을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일렉케이 형!”
에릭이 이창진 매니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 어어… 그래…….”
강전기는 당황한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고 인사했다. 실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순간이었다.
“형… 이리 오세요.”
“형들… 여기 일렉케이 형요. 다들 저번에 뵀죠?”
“어, 당연히 알지. 그동안 잘 지냈어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에요?”
.EXE의 리더 레온이 파스타를 먹다가 고개를 까딱하며 아는 척했다.
“방학에 어학연수 왔다가 친구가 M케이콘을 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 마침 표도 두 장 있어서…….”
“아하… 그랬구나.”
레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저 같은 하꼬 작곡가를 기억하고 있다니… 특히 에릭… 나 깜짝 놀랐어. 아까 밖에서 아는 척해서 말야.”
‘그래서 사람들한테 사진 엄청 찍혔지… 젠장…….’
“하하하…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형… 하꼬라뇨. 지금 차트를 씹어 드시고 계시면서 엄살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응? 얘가 갑자기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하네? 차트 1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