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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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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M케이콘
강전기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의아한 표정을 짓자 에릭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형이 블루비 「세뇨리타」 작곡하신 거 아니에요?”
“그렇지.”
“뭐야… 맞네. 그거 지금 파인트 차트 1위잖아요. 미튜브는 난리도 아니고…….”
“뭐… 진짜냐?”
강전기는 입을 떡하니 벌린 채 침을 질질 흘릴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킥킥… 형, 한국에다 스마트폰 놓고 왔어요? 그걸 왜 지금까지 모르고 있어요?”
“아니… 요즘 좀 바빠서…….”
“작곡가님, 정말 모르고 계셨어요? 도대체 뭐가 그리 바쁘시길래…….”
레온도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했냐고? 가상 신혼여행 연습! 인마, 너 같으면 신혼여행 갔는데 직장에서 계속 로밍으로 전화 오면 기분 좋겠냐?’
강전기는 대답하지 않은 채 옆에 찐따처럼 바짝 얼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아야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가상의 신부가 저래서야… 너무 쫄았네, 쯧…….’
강전기는 며칠간 아야카와 신혼 놀이(?)에 심취했었다.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인 연애는 마치 게임 퀘스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오로지 현재를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지. 그래서 모든 연락을 씹었던 거고……. 근데 괜히 그런 거 같아. 쟤는 여기에 와서는 영 나사 빠진 사람처럼 저러고 있네.’
“아야카, 긴장 좀 풀어봐. 왜 그러고 있어.”
“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케이 짱이 이상한 거라구.”
“좀 자신을 가져. 넌 여기 있는 누구보다 귀여우니까. 적어도 나한테는…….”
“케이…….”
비록 세계적으로 노는 케이팝 아이돌들 속에 외롭게 서있는 그녀였지만, 든든한 케이의 말에 조금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 그래, 나도 일본에서는 톱스타라구!’
“형, 그런데 블루비 곡은 또 언제 만드신 거예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곡이 너무 좋더라구요. 대박… 형 곡들은 다 내 취향이더라…….”
.EXE의 에릭은 역시 인싸다운 녀석답게 한쪽 눈을 찡긋 감고 윙크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었다. 역시 세계의 핫한 피플 1위다운 리액션이었다.
‘어우… 역시 잘생기긴 잘생겼네.’
“수아가 하도 달라고 해서 준 건데… 좀 괜찮았나 보네?”
“허… 어이없다. 그런 미친 곡을 쓰고 좀 괜찮으냐고요? 저기요, 형. 지금 저희 형한테 곡이나 좀 받아볼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나야 싫지 않지… 써준다면 대환영이야.”
“그래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연락드릴 테니 사무실에 한번 놀러 오세요.”
“그러지, 뭐…….”
“그런데 왜 작곡가님 친구분은 어디서 본 것 같죠?”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파스타 한 접시를 뚝딱 비운 레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아야카를 쳐다보았다.
“흐음… 어디서 봤지?”
“보긴 어디서 봐요. 전생에서 보셨나?”
강전기는 레온이 아야카에게 수작을 거는 것으로 판단하고 차갑게 대꾸해 줬다. 강전기의 전매특허 패왕 색기가 뿜어져 나왔다.
“큭…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아니, 이 건방지게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인 녀석이 어디서 수작을……?’
“아야카는 평범한 학생이니 좀 조심해 주세요.”
강전기 앞에서는 고추라면 케이팝 레전드건 슈퍼스타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칼같이 선을 긋는 강전기였다.
“아… 뭐… 쩝…….”
레온은 뭔가 어이없긴 한데 딱히 반박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흐흐흐… 아야카, 잠시만 여기서 밥 좀 먹고 있어.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케이… 빨리 와… 나 민망하다고…….”
강전기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손에 움켜쥐었다.
‘화장실이 어디야?’
연회장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드디어 화장실을 발견했다. 곧바로 소변기를 지나쳐 대변기 칸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변기 뚜껑을 내린 뒤 변좌에 앉아 깨톡을 눌렀다.
‘어디 보자… 옳지, 수아로구만.’
26일 10:40
[수아 : 전기야, 쇼케이스 했는데 반응 엄청 좋다. 기자들이 이거 무조건 대박 난대!]
[수아 : 지금 멤버들 엄청 흥분 상태야. 진짜 이러다가 올킬하는 거 아니냐고…….]
[수아 : 으… 드디어 음원 풀렸다… 긴장 긴장…….]
27일 08:34
[수아 : 꺄아악… 파인트 벌써 10위권 진입! 미쳤다. 미친 속도!]
27일 23:01
[수아 : 지붕킥이다, 지붕킥! 흑흑… 드디어 1위 등극… 음원 1위는 처음이야…….]
[수아 : 꺄아아아… 1위다, 1위… 너무 좋고…….]
[수아 : 야, 강전기. 너 뭐 하는데 톡을 다 씹는 거야? 프로필 사진 멘트 뭐야. 방해 사절? 미국에서 뭐 하고 돌아다니는데?]
[수아 : 너 이놈 좀 맞아야 하겠어. 톡 보면 언니한테 연락해.]
[수아 : 야, 강전기!]
28일 12:35
[수아 : 내일 연말 시상식 간다. 방송국에서 음원 1위 했다고 특별 무대 마련해 주네… 이런 게 바로 1위의 힘이다. 알았어? 킥킥…….]
28일 23:40
[수아 : 하루 만에 공연 짜려니 진짜 힘들다. 지금까지 특별 무대 연습하고 왔어. 이 자식, 너 뭐 하는 거야? 나중에 방송 보고 깜짝 놀라지나 마라. 1월 초부터 음방 시작되면 진짜 올킬 가능할 듯! 으앙… 넘 좋아 죽겠어…….]
28일을 마지막으로 수아의 메시지가 끝나 있었다.
강전기는 황급히 파인트 앱을 켜고 TOP 100을 눌러보았다.
30일 21:00 기준
1위 : 세뇨리타 ― 블루비
2위 : Fantastic girl ― 딥블랙
3위 : Devil ― 체리스노우
‘오오!! 진짜다. 1위라니, 1위라니! 큭… 드디어…….’
강전기의 두 눈에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아이… 깜짝이야. 아, 시팔! 오줌 튀었잖아…….”
신인 케이팝 남돌이 소변을 보다 강전기의 갑작스러운 웃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조준에 실패해 오줌이 바지에 다 튀었다.
“에이…….”
“큭큭큭큭…….”
강전기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스스로 이룬 업적에 자기도 모르게 살짝 감동해버린 것이다.
“1위 작곡가닷! 으하하하…….”
강전기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잠깐… 미튜브도 난리라고 했지? 어디 보자…….’
강전기가 미튜브에서 「세뇨리따」를 검색했다.
“오! 2,305만? 조회 수 미쳤네…….”
블루비의 미튜브 평균 조회 수는 1천~2천만 정도였다. 그것도 누적 조회 수로 말이다. 그런데 나온 지 5일밖에 안 된 노래가 벌써 2천만을 돌파했다. 최근에 미튜브 산정 방식 변경으로 조회 수가 평소보다도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숫자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뮤직비디오는 나중에 집에서 감상하기로 하고 댓글부터 훑었다.
―드디어 블루비의 포텐이 폭발했다. 항상 이 멤버를 가지고 이상한 곡들이나 부르고 있는 애들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이번 곡으로 블루비가 다시 태어났다. 제2의 데뷔일이다. 경축하라.
―이거 곡 뭐예요? 뭔가 선정적인데 선정적이지가 않아요. 내가 어휘력이 부족한가?
―다들 그렇게 느낌
―내가 이유를 설명해 줌. 섹시한 곡이지만 정교하게 계산된 꽉 찬 사운드. 트렌드를 따라가는 영리함. 그러면서도 그룹 본연의 색을 잃지 않은 아이덴티티, 조금 더 몸을 가린 옷차림이지만 더욱 미치게 만드는 의상. 모든 게 내가 그리던 걸그룹의 이상향이다.
―위의 변태 같은 놈. 너 맨날 직캠이나 처보고 있지?
―래가 흠잡을 곳이 없음. 지금 계속 리플레이 중. 이거 곡 이상하지 않아요?
―나도 계속 듣고 있다. 한 번도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는…….
―아는 형이 작곡가인데 이 곡 듣고 충격받았다고 함.
―왜? 뭐가 충격인데? 노래가 좋긴 하다만…….
―왜겠어? 뮤비 보다가 슬쩍 내렸겠지…….
―뭘 내려? 아씨, 이해가 가게 설명해 주세요.
―위의 병신… 크크크…….
―이 변태들아, 그게 아니고 곡의 짜임새가 장난이 아니래. 대표적으로 클래식에서 쓰지 않는 병행 5도, 8도 금지 이런 게 있거든? 이런 거 잘못 쓰면 불협화음 나면서 망하는데 곡의 흐름을 무너트리지 않고 느낌을 유지하면서 법칙을 깬 거라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지 하다가 몇 번 들어보고 무릎을 탁 쳤다더라.
―무슨 소리야? 짜증 나게… 아는 척 오지네.
―답답해서 내가 요약해 준다 ▶ 그냥 신기하게 잘 만들어서 곡이 좋다.
―초딩이냐? 어휘력 열라 부족하네.
―이거 소울퀸즈 작곡가 곡이네. 이 사람 요즘 내는 곡마다 미쳤네.
―와… 이화 봐라. 인간 맞냐? 비율이 진짜 무슨… 어우… 이번에 신이나에게 뺏겼던 CF퀸 자리를 다시 찾아와야지.
―맞다. 걸그룹도 아닌 유사 걸그룹 멤버인 신이나가 퀸이라니 말이 되냐? CF퀸은 이화였다고!
―솔직히 인기는 신이나가 압살이지.
―이 간나 새끼. 너 유어걸프로젝트 갤에서 원정 왔냐?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난 중간중간에 리나의 웃음소리가 자꾸 생각나서 미치겠어.
―나도, 나도… 뭔가 나의 이상 성욕을 건드린다.
―ME TOO… 이거 무슨 최면이야?
―어우… 이 드러운 놈들…….
―이거 만약 수능 듣기 평가 시간에 생각나면 진짜 망하는 거다.
―휴… 다행히 수능 끝났잖아. 한 달 정도만 빨리 나왔으면 블루비 고3 팬들 진짜 시험 망했을 듯.
―크크크… 미친…….
―근데 이거 뮤직비디오 찍은 감독 누구임? 이거 레전드 아닌가? 돈도 별로 안 쓴 거 같은데 영상미 무엇?
―진짜 미친 퀄리티. 수아랑 이화 진짜 미치도록 섹시하다.
―편집한 것도 예술이네. 무슨 영화감독이 찍어놓은 거 같다.
일단 한국어 댓글을 먼저 쭉 살펴보았는데 곡이 좋다는 의견과 뮤직비디오도 진짜 잘 만들어졌다는 칭찬이 엄청나게 많았다.
“크… 역시… 아무렴, 사람들도 듣는 귀가 있는데…….”
필터링을 다시 해보니 영어와 스페인어가 한국어 댓글보다 많은 것 같았다. 음악 자체가 좋아서 외국 팬들도 엄청나게 들은 모양이었다.
사실 블루비는 한국에서는 꽤 좋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팬덤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일본 진출을 하긴 했는데 거의 폭망 수준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녀들은 오로지 국내 팬덤과 CF 최강이라는 이화의 인지도로 버티고 있는 1.5티어 그룹이었다.
―이거 무슨 노래야? 진짜 좋다.
―섹시 앤 걸크러시.
―최근 들어본 케이팝 곡 중에서 최고다.
―아니, 최근이 아니라 내가 들어본 케이팝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좋은 곡이야.
―가사 세뇨리타 뭐야… 리나 너무 섹시하다.
―그러게. 케이팝에서 스페인어 보니까 너무 신기하다.
―너 케이팝 잘 안 듣는구나? 스페인어 꽤 많이 나온다.
―노래가 완전히 미쳤어. 춤은 또 어떻고……. 이래서 주위에서 케이팝을 듣는 거구나.
―아싸, 팬 한 명 추가요!
국내 스트리밍 차트 1위긴 하지만 오히려 터진 건 해외, 특히 서구권 자세히 말하면 스페인어 문화권에서 가장 크게 히트한 것 같았다.
‘오우, 오우… 세계적으로 터져버렸네? 벌써 2천만 넘었으면 한 달 안으로 1억 뷰 돌파할 듯… 키득키득… 돈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얼씨구, 지화자…….’
자존감 뽕을 한 사발째 들이켠 강전기가 싸지도 않은 변기의 물을 내리며 문을 열고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 피어있었고 가슴이 당당하게 쭉 펴진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뉴욕의 아름다운 밤이죠?”
“네?”
강전기의 능글맞은 웃음을 본 신인 남자 아이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아까 이 사람 때문에 바지 버렸잖아. 젠장…….’
“열심히 잘해봐요. 잘하면 터질 수 있을 거예요.”
‘나처럼 말이야. 노력하면 돼.’
“아… 네… 뭐… 감사합니다.”
그 남자애는 뭔가 좀 이상함을 느낀 나머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가 덕담해 주는데 화내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수고하시고…….”
강전기는 한껏 고무돼서 틀딱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가는데 문득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연회장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응? 뭐야? 누가 연설하려고 하나? 방송국 높으신 분이라도 행차하신 건가?’
그는 문을 열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강전기의 시야에 연회장 웨이터 옷을 입고 에릭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강전기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아야카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떤 미친놈이 에릭을 죽일 거라고 익명 SNS에 남겼다잖아. 그래서 경비들이 많을 거야. 수색도 많이 하고…….’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총을 든 남자가 휙 몸을 180도 돌려 강전기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미성년 티를 갓 벗은 것 같아 보이는 마른 청년이 총을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차트 1위를 했다는 기쁨도 잠시…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다.
총구를 보고 강전기가 순순히 양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제발 쏘지 마시라는 포즈였다.
“거기 멈춰! Mother fucker! 가까이 오면 머리에 구멍을 내버린다!”
강전기는 혹시 오해할까 봐 두 팔을 든 상태로 자기는 에릭이 아니라는 포즈로 고개를 강하게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탈인간급인 강전기였지만 총 앞에서는 장사 없었다. 그냥 한 방이라도 정통으로 맞으면 나노 로봇이고 뭐고 그냥 사망 각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