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19화 (11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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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카사노바가 한 말 아닙니다. ㅋㅋ

그리고 저 워크샵은 실제 뉴욕에 있습니다. 물론 수업 내용은 제 상상에서 나온 거구요.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최강의 더블 센터

“그냥 스토리만 이야기하는 거니 작사는 아저씨가 다 하는 거 맞죠?”

“그래, 그건 걱정 마. 나름 괜찮은 작사가라고…….”

휴이를 보고 있던 강전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에 진돗개라고 있어요. 이름대로 대한민국의 진도가 원서식지인데 천연기념물이에요. 뭐, 유전학적으로 늑대와 가장 비슷한 견종이라고 하니 야생성이 가장 강한 개예요. 아주 오래전에 그 진도에서 다른 곳으로 팔려 간 백구가 주인을 그리워하다가 탈출해서 7개월 동안 300km의 거리를 이동해 원주인이었던 할머니에게 되돌아온 일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오우, 정말? 대단하네! 300km를 혼자 여행해서 되돌아오다니… 그것도 섬으로…….”

“아… 좀 유명한 이야기라 한국에서는 오래전에 만화로도 만들어지고 했어요.”

“그렇구나. 해외로 팔리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건 아닐걸요. 어차피 그런데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 저작권이고 뭐고 애매하긴 해요.”

“그렇겠네. 괜찮은데 주인을 향한 애틋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잘 각색하면 꽤 괜찮은 스토리가 나오겠어.”

‘사실 혈통에서 탈락한 개들은 진도에서 쫓겨나는데 보신탕집으로 팔려갔다가 목줄 끊고 「프리즌브레이크」 찍으며 되돌아왔다는 게 기자의 양심 고백인데… 여기 애들 정서상 그런 이야기는 해주면 안 되겠지? 안 그래도 한국에서 아직도 보신탕을 먹는다고 욕먹는데…….’

“잘 짜보세요. 저는 업템포랑 코미디송을 베이스로 해서 가사 나오면 좀 바꾸면 되겠죠?”

“그래, 그렇게 하자. 나는 스토리랑 가사 생각 좀 해볼게.”

* * *

사실 별로 기대는 안 하고 있었지만 해도 너무했다.

풀이 팍 죽어버린 그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 케이… 나 누군지 모르겠어? 크리스티안이야. 어학원 관두고는 처음이네?

‘어? 이 녀석은…….’

그의 어학원에서 만났던 스위스 출신 크리스티안으로 멕시칸 애들하고 축구 시합을 할 때 강전기의 어시스트를 받아먹은 녀석이었다. 양 옆구리에 일본 애와 백인 여자애를 끼고 나타났던 그 존잘러였다.

약간 라이벌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녀석이라 그다지 호감이 가는 놈은 아니었다. 정확히 뭔지 모르지만, 상당히 이질적인 인간이었다.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놈 같았다.

―너한테 연락하려고 로베르토한테 네 번호 좀 물어봤어.

“어… 그래, 어쩐 일이야?”

―혹시 지금 어디야?]

“나 지금 월드 트레이드 센터 근처에 있는데?”

―오우… 잘됐다. 내가 그 근처에서 머물고 있는데 잠깐 올 수 있어?

“아니… 무슨 일인데 그래. 나 한가한 사람 아니다.”

별로 호감이 없던 녀석이라 그런지 말이 좀 세게 나갔다.

―워우… 이지이지… 전화로 이야기하긴 좀 그래서 그래. 너한테는 괜찮은 기회라 이야기해 주는 거야. 재미도 보고…….

‘응? 뭐지… 뭔가 있는데 이거?’

“그래? 어디 있는지 주소 찍어봐. 근처라면 내가 갈 테니… 그런데 이상한 일이면 너 나한테 혼난다.”

요즘 들어 사람도 좀 패고 그랬더니 한껏 자신감이 차있었다.

―절대! 네버! 그런 일 없어. 나만 믿으라고… 흐흐…….

뭔가 능글능글한 놈의 말투가 거슬렸다. 이 녀석은 금발에 키 크고 모델처럼 잘생기게 태어나서인지 주변에서 오냐오냐해 주고 여자들이 계속 달라붙어 고생을 안 해보고 자란 것 같았다.

강전기는 크리스티안이 보내준 주소로 찾아갔다. 걸어서 약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그가 머무는 곳은 3성 호텔이었다. 말이 3성 호텔이지 우리나라 깨끗한 모텔 정도 수준인 곳.

‘뭐야, 여기서 장기 투숙하는 건가? 집에 돈이 좀 많은 녀석인가 보네.’

강전기가 1013호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수건으로 하체만 가린 녀석이 문을 빼꼼 열고 밖을 내다봤다.

“오우… 일찍 왔네. 난 이렇게 빨리 올지 모르고… 옷도 안 입고 있었네.”

“됐어, 인마. 귀찮으니까 그냥 열어. 내가 뭐 네 몸매 보러 온 줄 알아?”

“그래, 그래… 들어와.”

강전기는 방 안을 휘휘 둘러보았다. 나름 깔끔한 룸이었다. 사이즈는 자신의 방과 비슷한 크기였다.

‘흐음… 욕실도 있네. 좀 비싸겠구만. 어? 트윈베드네? 뭐지, 이 새끼? 왜 침대가…….응? 뭐야… 침대에 누가 자고 있나?’

강전기가 크리스티안을 돌아보며 저거 침대 뭐냐고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크리스티안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로 다가갔다.

훌렁―

그가 이불을 들치자 엎어져서 자고 있던 한 백인 여성의 나신이 보였다.

짝!

크리스티안이 자고 있는 여자의 엉덩이를 손으로 가볍게 찰싹 때렸다. 그러자 여자의 엉덩이가 아주 탱탱하게 튀어 올랐다.

‘호오… 제법인데?’

“헤이, 제인! 너 일 나가야 한다며? 지금 다섯 시야. 얼른 일어나.”

“으음… 벌… 벌써?”

“케이… 미안하다. 얘는 곧 나가야 해서 신경 안 써도 돼.”

‘아니, 이 쉐리야. 신경을 어떻게 안 쓰니. 저리 홀딱 벗고 있는데…….’

그녀는 눈을 비비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주저앉아 머리를 묶었다.

‘뭐야… 상당한 미인이네?’

그녀는 크리스티안 뒤에 서있는 전기를 힐끗 보더니 무덤덤하게 밑에 떨어진 팬티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친구 왔어?”

“어… 내가 좀 보자고 했는데 일찍 왔네. 미안…….”

“괜찮아. 나도 나가야지. 나 좀 씻고 나갈게.”

제인은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곧바로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이 자식… 부러운데? 케일린보다 더 예쁘잖아?’

케일린은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뭐냐?”

“아… 제인이라고 이 근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배우야. 오늘도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제 나랑 술을 많이 먹는 바람에…….”

“흐음… 그렇구나.”

강전기는 속으로 내심 당황스러웠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은 창가로 가서 원두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어서 그런지 주황빛 햇살이 그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는데 마치 한 폭의 패션 화보 같았다.

‘허… 짜식… 잘생기긴 했어. 키도 185cm인 나랑 비슷하고. 아직 젊어서 그런지 머리숱도 많고…….’

강전기가 섹스 토이의 육체를 가지지 않았다면 이상형으로 꼽았을 만한 얼굴과 육체였다.

‘그런데 한 가지가 영 별로네. 나에 비하면 몸에 근육이 좀 없는 편이군. 멸치 같은데?’

애써 자신과 비교해서 안 좋은 점을 크게 부각하고 싶은 강전기였다. 실제로 크리스티안의 몸은 멸치가 아니라 아주 매끈하게 날씬한 편이었다. 강전기가 쓸데없이 근력을 팍 올리는 바람에 지금은 무슨 격투기 선수 같은 몸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내가 왜 불렀는지 궁금하지?”

“별로 안 궁금하니까 그냥 이야기해 봐.”

“잠시만… 제인 나가면 자세히 이야기해 줄게.”

잠시 후 제인이 샤워하고 나오더니 급히 옷을 챙겨 크리스티안과 인사하고 숙소를 나갔다.

“이제 이야기해 봐.”

강전기가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크리스티안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들려왔다.

“너 혹시 포썸 관심 있냐?”

“응?”

강전기는 지금 헛것을 들은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크리스티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강전기를 보며 빙긋 웃었다. 남자였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웃음이었다.

“왜 저번에 축구 시합을 할 때 내가 데려온 애들 있잖아. 일본계 미국 애랑 아르헨티나에서 온 애인데…….”

“그래, 기억난다.”

“둘이 친구거든. 그래서 걔들이랑 가끔 쓰리썸을 하는 데 그제인가? 멜리나가 네 이야기를 하더라고. 너를 끼워서 네 명이 하면 어떻겠냐고……. 내가 창피하지만, 그날 좀 피곤해서 만족을 못 시켜줬거든.”

강전기는 그 이야기를 하며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체에도 약간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뭐? 그 남미의 미녀가? 나를? 하긴… 내가 서양녀에게 좀 인기가 있지. 후후…….’

그때 축구장에서 크리스티안이 끼고 나타난 여자들은 둘 다 미인이었다. 특히나 백인 여자가 무슨 모델처럼 예뻤는데 이름이 멜리나고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다.

“어때? 관심 있어?”

크리스티안은 별다른 적개심도 없는 듯 자유롭게 강전기의 의사를 물어보고 있었다. 워낙 섹스에 자유분방한 유럽인다운 사고방식!

‘흐음… 어쨌건 이 녀석은 내추럴 본 존잘러야. 이 기회에 애초부터 잘생기게 태어난 놈들의 습성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어. 내가 무작정 저 녀석을 거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해서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지질한 모습을 보이는 강전기였다.

“나야 뭐, 좋지.”

가슴이 쿵쾅쿵쾅 뛰며 흥분되었지만, 크리스티안을 관찰하면서 그의 반응을 참고하고 있었다.

“Good…….”

그가 커피 홀더를 내려놓고 손바닥을 짝하고 마주쳤다.

“커피 한잔할래?”

“아니… 아까 마셨어.”

“그래, 그러면 여기 좀 있다가 게네들하고 저녁 먹자. 간단하게 와인도 마시고… 그다음은 알지? 후후후…….”

크리스티안이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동양인인 네가 그녀들을 만족시킬 수 있겠니? 라는 표정이었다.

‘어학원에서도 의식적으로는 안 그랬지만 왠지 모르게 동양인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듯한 시선… 아니, 얘는 모든 사람을 자기 아래로 보는 습성이 있는 거 같아. 뭐 내추럴 본 존잘러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후후… 넌 인마 X됏어.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내가 바로 리얼돌 섹스 토이라 이 말씀이야. 그것도 차트 1위, 아이튠 1위 작곡가! 축구는 같은 팀이라 흑역사를 안겨주지 못했지만, 잠자리에서는 똑똑히 보여주겠어. 클래스 차이를 말이지! 크흐흐흐… 하늘 위에 하늘! 천외천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크리스티안!’

강전기가 음흉한 미소를 띠며 그를 쳐다보고 있으니 크리스티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케이가 왜 저렇게 웃고 있지? 얘랑 같이 조금 있다가 맛있는 거 먹고 재미나 보지 뭐. 잠깐! 동양인 남자랑 같이하는 건 처음인가? 그렇군. 포트폴리오 하나 수집했다.’

그랬다. 그는 모든 관계를 해보고 싶은 섹스 마니아였다. 충분히 육체적 능력도, 재력도 되는 남자였다. 그는 사춘기 때부터 여자들이 줄줄 따랐다.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을 몰랐는데 유부녀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은 타고난 마성의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더구나 자신의 아버지는 유명 사립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였다. 현재는 미국에서 MBA를 다니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물론 그건 명목상이고 세계의 여러 여자를 만나기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최근 쓰리썸을 즐기다가 우연히 멜리나가 케이 이야기를 꺼내서 약간 자존심 상했지만 뭐, 나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해서 손수 연락까지 하게 된 것이다.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는 강전기에게 라이벌 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의 가문은 스위스에서도 알아주는 귀족 가문이었고 워낙 자존감이 높았다.

“조금 있다가 내가 슈트 좀 빌려줄 테니 그거 입고 밥 먹으러 가자.”

“뭘 얼마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길래…….”

“좀 유명하고 드레스 코드까지 따지는 식당이라 그래. 거기 보면 슈트가 있으니 맘에 드는 거로 골라봐. 아무리 봐도 너랑 내 사이즈가 비슷한 거 같거든?”

“흐음…….”

실제로 강전기는 어깨만 넓지 근육 돼지가 아니었다. 압축 근육과 같은 형태의 몸이라 덩치는 있어 보이지만 상당히 날렵한 몸매였다.

그는 옷장을 열어 적당한 슈트를 골라 한번 입어보기 시작했다.

‘이거 괜찮네.’

강전기는 살짝 꽃무늬가 들어간 셔츠에 감색 에르메스 슈트를 꺼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었더니 크리스타인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 마이… 케이! 너 무슨 격투기 하는 거야? 몸이 왜 이래?”

“그러니까 까불지 말라고, 크리스티안… 흐흐흐…….”

강전기의 진담인 듯한 농담으로 약간의 경각심을 가지게 된 크리스티안이었다.

“오우… 딱 맞네? 그런데 어깨가 약간 타이트하긴 하네. 화장실 들어가 보면 헤어스타일링제도 있어.”

“됐어… 난 그런 거 안 해. 잘 알지도 못하고.”

“잠깐만! 내가 해줄게. 그 옷에는 머리를 넘기는 게 잘 어울려. 그렇게 하면 진짜 멋있을 거야.”

“응? 그래?”

“나만 믿어봐.”

크리스티안은 욕실에 들어가 왁스와 헤어스타일링제를 가져오더니 거울 앞에 놓았다.

“여기 앉아봐.”

“야! 너 옷 좀 입으면 안 되냐? 내가 왜 네 몸을 자꾸 봐야 하는데?”

“아하하… 쏘리… 나 금방 씻어야 해. 얼른 우리 늦겠다. 준비하고 나가려면 시간이 빠듯해.”

“하, 참나… 얼른 해봐라.”

강전기는 수건으로 하체만 살짝 가린 크리스티안이 맘에 들지 않아 짜증 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크리스티안의 손은 강전기의 머리를 능숙하게 매만지고 있었다.

“와… 자세히 보니 너 피부가 엄청 좋구나?”

“타고났어.”

“와… 머리카락도 윤기 좀 봐. 무슨 실크 같아.”

“후후… 좀 괜찮냐?”

서양 존잘러에게 듣는 칭찬이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은 강전기였다. 그러다가도 거울을 보면 남자 둘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싶어 다시 미간이 찌푸려졌다.

크리스티안이 손에 왁스를 바르고 슥슥 정리해 주자 거울에 엄청 깔끔한 동양과 서양의 얼굴이 혼합된 초미남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남자는 머릿발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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