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20화 (12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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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참교육을 하느냐 당하느냐!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최강의 더블 센터

“오… 잘 어울린다.”

“그래?”

확실히 크리스티안의 머리 만지는 솜씨는 괜찮았다. 강전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고 있었다. 마치 패션 잡지의 잘나가는 일류 모델 같아 보였다.

그가 이마를 훤히 드러내자 날카롭고 강렬한 인상이 확 살아났다. 호랑이 몸매에 번뜩이는 눈동자. 마구 뿜어져 나오는 미친 패왕 색기!!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서양 남자들은 이마를 까는 걸 선호하는 거 같네. 머리 길면 무슨 게이처럼 본다던데…….’

“진짜. 인물이 확 산다. 진작에 이러고 좀 다니지. 어학원에서 볼 때마다 눈에 밟히더라.”

‘됐어, 인마. 네 관심은 필요 없어.’

“넌 참 오지랖도 넓다.”

“난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이거든.”

“그래, 너 잘났다. 얼른 준비해. 시간 없다며?”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크리스티안은 샤워를 마치고 잿빛 슈트를 입었다. 그의 준비가 다 끝나자 둘은 입고 있는 슈트 위에 비슷한 색깔의 목도리를 하고 방문을 나섰다.

내려가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 안 둘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와우… 아주 잘 어울려.”

“너도 꽤 괜찮다.”

강전기는 아주 현재 상태가 맘에 드는지 기분이 약간 좋아져 크리스티안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

한 명이 이러고 있어도 무슨 패션 화보 같았는데 두 명의 미남자가 함께 멋진 옷을 입고 있으니 아주 볼만했다. 한 명은 찰랑거리는 머리를 뒤로 넘긴, 동양에서 온 야수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지적인 느낌의 호위 무사 강전기였고 다른 한 명은 정통 유럽 왕실의 댄디하고 부드럽게 생긴 큐트 프린스 크리스티안이었다.

어둠이 내리고 있는 저녁 뉴욕의 거리에서도 유독 두 사람은 빛나 보였다. 그들이 지나가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뒤돌아보곤 했다. 특히 젊은 여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훔쳐보기 바빴다.

‘흠… 이거 이 녀석하고 같이 다니니까 뭔가 시너지 같은 게 있네. 이래서 클럽에서도 팀을 짜서 헌팅하고 그러나? 이거 마치 아이돌 그룹에 비주얼 센터가 두 명인 그런 느낌이야.’

강전기는 크리스티안의 와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패션 잡지 초현실주의 사진 작품에 나오는 모델이나 판타지 월드에 나오는 왕자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이화 같은 미친 몸매도 실존하는데, 뭐…….’

강전기는 횡단보도에서 담배를 꼬나문 크리스티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그냥 웃겨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뭐 하는 짓이냐니? 인생이 다 그런 거야. 재미 보고 살아야지. 안 그래?”

“그렇긴 하다만… 꼭 면접 보러 가는 거 같다.”

“아니라고 하기도 뭐하지. 그런데 케이, 저기 봐봐.”

크리스티안은 횡단보도 뒤 쇼윈도를 가리켰다. 전면 유리에는 둘의 모습이 반사돼 비치고 있었다.

“최강의 듀오 아니냐? 너랑 나랑 작업하면 안 넘어올 여자가 있겠어?”

“뭐야? 넌 맨날 여자 작업 치니?”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 어째 넌 아니라는 것처럼 들린다?”

“당연히 아니지. 나는 그냥 자연스러운 그런 만남을 좋아해.”

“어학원의 아야카처럼?”

“어……? 뭐…….”

“걔는 내가 몇 번 찔러봤는데 안 넘어오던데 어떻게 꼬신 거야?”

“허, 참… 꼬시긴 누가 꼬셔? 그런데 너도 아야카한테 껄떡댔냐? 참 눈도 밝다.”

“아무리 이상한 옷이랑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녀도 본연의 아름다움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 프로페셔널이라면 그런 걸 빨리 알아채야 해.”

“프로? 하이고… 아주 꼴값을 떠시네. 됐고요. 얼른 횡단보도나 건넙시다.”

말은 그리했지만, 약간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그녀가 손을 흔들 것만 같았다.

‘정신 차려! 강전기! 그녀는 이제 없어. 남자라면 지나간 추억은 가슴에 묻는 법.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그만 그녀를 놓아주자.’

놓아주기는 개뿔… 잡은 적도 없는 주제에 기적의 논리를 펴고 있는 강전기였다.

* * *

그들은 꽤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아직 약속 시각은 15분 정도 남은 상태였다.

“크리스티안, 이거 네가 쏘는 거냐?”

“그래, 알았어. 내가 사준다.”

“오케이, 좋고… 들어가자.”

그들은 가게로 들어가 예약석에 착석했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는데 크리스티안이 알아서 다 시키고 있었다. 웨이터도 아주 오래 근무한 것같이 모든 게 매끄럽고 능숙했다.

“역시 유명한 맛집은 달라도 뭐가 달라.”

강전기가 주위를 둘러보니 커플들과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여긴 음식값이 비싸서 연령대가 꽤 높아.”

“흠… 그런 거 같다. 무슨 스테이크가 이렇게나, 허…….”

“스테이크가 아니고 코스 요리야. 이 정도급 레스토랑에서 그 정도 가격이면 훌륭하지, 뭐.”

“그래, 난 관심도 없고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주문은 네가 다 알아서 해.”

“내가 여자애들 것도 대충 시켰어. 거의 도착했나 보더라.”

“오케이!”

강전기가 호쾌하게 대답하며 손뼉을 마주쳤다.

잠시 후 크리스티안의 여자 친구들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녀들은 아름다웠다. 외모와 의상까지 모두 화려했다.

갑자기 강전기가 상체를 옆으로 숙이더니 크리스티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쟤네 뭐 하는 애들이냐?”

“에리나는 모델이고 멜리나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야.”

끄덕끄덕…….

“크리스티안, 늦어서 미안…….”

에리나가 크리스티안의 옆에 서서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반면, 멜리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더니 자리에 앉았다.

‘확실히 일본 애가 키가 크구만. 과연 기럭지가 모델다워.’

‘헉… 멜리나 얼굴 뭐야… 너무 예쁜데……?’

“인사해. 여긴 내 친구 케이야.”

“만나서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케이라고 합니다.”

케이가 살짝 일어나서 손을 내밀어 그녀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후후… 그쪽 이름은 알아요.”

먼저 선수를 친 것은 멜리나였다.

그녀의 얼굴을 본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그때 축구장에서는 멀리 앉아있어서 잘 몰랐지만 멜리나의 얼굴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한 사람을 떠올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이. 공교롭게 올리비아 핫세이도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다. 다른 게 있었다면 멜리나는 금발이었다는 사실.

그녀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

[띠링… 나노 로봇 침투 중… 특정 호르몬 분석을 시작합니다. 도파민 80/100, 아드레날린 80/100.]

[상대 개체는 현재 호감도가 높고 살짝 흥분한 상태입니다. 섹스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확도 80%.]

그야말로 섹스 가능 커트라인이었다.

‘커트라인이면 뭐 어때? 하, 이거야 원… 이놈의 와꾸는 인터내셔널하게 통하는구만. 쩝… 이런 초미녀가 알아서… 흐흐…….’

“저도 그쪽 이름 알고 있습니다. 멜리나… 이름이 참 예쁘더군요.”

“고마워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름보다 외모가 훨씬 아름다우세요.”

“네……? 호호호…….”

“제가 좀 이상한가요? 혹시 이런 이야기 불편하신가요?”

“아니에요. 잘생긴 남자한테 들으면 괜찮아요.”

‘역시…….’

강전기는 그 후 일본녀와도 인사를 나눴다. 다분히 형식적인 인사였다. 그녀의 이름은 야마구치 에리나로 양친이 모두 일본인인 일본계 미국인이었다. 현재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확연히 온도 차가 느껴지는 강전기의 반응에 약간 심술이 났지만 이 자리가 멜리나가 처음으로 먼저 말을 꺼내서 만남이 성사된 자리였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얘는 얼굴은 시원시원하게 생겼네. 약간 서구적인 일본 여자 스타일이야. 그런데 키가 너무 크네. 강소라 같아서 좀 거부감이 느껴지는구만. 와… 보면 볼수록 멜리나는 진짜 얼굴 천재네. 내가 본 사람 중에서는 첫째 누나 강소희를 빼고 가장 예쁘게 생겼어. 물론 레이카도 빼야지. 눈은 땡그랗고 입술은 도톰하고 얼굴은 하얗고… 어쩜 이렇게 생겼을까?’

그게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그들은 날씨나 길 막히는 이야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기다렸다. 일단 대화는 크리스티안이 주도하면서 중간중간 적절하게 강전기가 어시스트하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나온 음식들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 와인도 몇 잔 들어가니 다들 기분이 좋은지 거리감이 많이 사라졌다.

“넌 그냥 외모가 유럽 사람이구나?”

“그런 소리 많이 들어. 그런데 아르헨티나에선 다들 그래.”

“알아. 아르헨티나는 유럽계 이민자들의 나라라 백인이 90%를 훌쩍 넘지.”

“맞아. 다들 조상들이 유럽계가 많아.”

“예전에는 엄청 잘살았잖아. 지금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남미의 파리라며?”

“오… 케이 넌 아는 게 많구나? 맞아. 내가 살았던 곳이지.”

“너 그거 알아? 「엄마 찾아 삼만 리」라고 엄청 유명한 동화 겸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그 내용이 이탈리아 제노바에 사는 꼬마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정부를 하기 위해 떠난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내용이잖아. 아르헨티나가 그 정도로 잘살았어.”

‘물론 대공황 이후, 독재, 포클랜드 전쟁 등으로 국력이 쇠약해지고 IMF 크리까지 처맞더니 디폴트까지 선언하고 지금은 뭐 막장이더만? 그런데 내가 안 좋은 이야기를 여기서 굳이 할 필요는 없지.’

“와… 아르헨티나를 잘 아네? 너무 신기하다…….”

“그냥 상식이야. 한국 사람들은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공부해.”

“그렇구나… 교육 수준이…….”

강전기는 역시 꼰대라 이것저것 주워듣거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봐서 아는 게 많았다. 사실 도서관에서 책도 즐겨 봤으니까…….

“케이… 말 잘하네. 난 무뚝뚝한 줄 알고 좀 걱정했는데…….”

크리스티안이 에리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말했다.

‘허… 저 느긋한 태도 보소. 나는 오디오가 비지 않도록 신나게 입을 터는데 넌 그냥 쿨하게 앉아있으면 다냐? 쳇! 그런데 네놈이 아무리 MBA 어쩌고 해봐야 애송이에 불과해. 아재의 잡학 다식함을 이길 수 없다고…….’

강전기는 크리스티안의 저런 여유로운 행동은 내추럴 본 존잘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메모하고 있었다.

‘여유와 느긋한 태도… 밑줄 쫙…….’

한편, 강전기는 멜리나와 이야기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말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순진한 것 같았다. 도저히 이 스위스, 일본 커플과 어울려 쓰리썸이나 하는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멜리나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잔을 들고 레드 와인을 한 잔 마시더니 둘을 번갈아 가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난 아까 레스토랑 들어오는데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어.”

“왜? 놀랄 게 뭐가 있어?”

“둘 다 너무 잘생겨서… 눈이 정화되더라고…….”

“하하… 나는 자주 봤잖아?”

크리스티안이 멜리나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글쎄… 설명하기는 힘든데 뭔가… 둘이 그렇게 앉아있으니… 아… 뭐라고 해야 하지?”

“흐흐… 막 오라 같은 게 느껴져? 1+1=2가 아니라 3 같은 그런 느낌?”

“응… 뭐 그런…….”

강전기와 크리스티안이 서로를 쳐다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는 그걸 좌청룡 우백호라고 하지.”

“좌청룡 우백호?”

‘물론 그냥 하는 말이야. 흐흐…….’

“그래. 여기 크리스티안이 블루 드래곤, 나는 화이트 타이거.”

“헤에… 그거 일본에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게 지금 쓰는 게 맞나?”

“됐고… 뭐 그런 느낌 아냐? 우리 둘을 보면…….”

강소라 닮은 에리카가 반문했지만 단호하게 끊는 강전기였다.

“뭐, 비슷하긴 한데… 아! 생각났어. 느낌이 케이팝 아이돌 느낌이야.”

“응? 뭐?”

멜리나의 말을 듣고 크리스티안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강전기는 피식 웃고 말았다.

‘뭐야, 얘도 케이팝 마니아야? 혹시 그래서 날 한국인이라 부른 거고? 허, 참… 이거야 원…….’

“혹시 .EXE라고 알아?”

“알지. 아…주… 잘…….”

“역시 케이, 넌 한국인이라 잘 아는구나? 게네 뮤직비디오를 보면 고급스러운 슈트를 입고 찍은 뮤비가 있는데 너희가 입은 그런 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입고 있어.”

크리스티안은 멜리나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에리나… 너도 좋아하잖아. 말 좀 해봐.”

“에에? 무… 무슨 말을…….”

“넌 에이틴 열혈 팬이면서…….”

‘에이틴이면 남돌 중에서 1. 5티어 그룹인데?’

“혹시 너희 케이팝으로 친해진 사이야?”

“맞아!”

“…….”

“하하하…….”

멜리나는 맞다고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렸고 에리나는 크리스티안 앞에서 뭔가 부끄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흐흐… 그렇게 된 거구먼. 에리나 요거 요거 백인 킬러인가? 에이틴에 혼혈도 아니고 아예 백인이 한 명 있었지? 한국으로 유학 온……. 설마 케이팝 동호회에서 만난 사이인가? 거기서 친해졌고, 에리나가 멜리나를 꼬셔서 크리스티안이랑 같이 응응응을 하게 된? 왠지 느낌이 온다. 느낌이 와. 아마도 지령은 크리스티안이 내렸겠지. 저 썩을… 아니, 부러운 놈…….’

엄청 순진하게 생긴 멜리나의 얼굴을 보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뭔가 촉이 오는 강전기였다.

‘아르헨티나가 남미 최초로 동성 결혼을 허가한 개방적인 나라라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군. 쓰리썸은 진짜 별것도 아닌 건가?’

남미에서 사귀는 사람 이외에 성적 관계를 맺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설문 조사를 했는데 다른 나라는 평균 10%였는데 아르헨티나만 유일하게 20%를 넘는다는 기사를 본 게 생각났다.

강전기는 미국에서 뜬금없이 또 케이팝 이야기를 들으니 좀 깨긴 했다. 일본이랑 남미에 케이팝이 인기라더니 이렇게 초특급 미녀들까지도 그것에 심취해 있을 줄 정말 몰랐던 것이다.

‘너희가 그렇다면 내가 또 응수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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