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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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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급 재능
‘아우… 눈 아파. 초진동도 아껴서 써야지. 남발했다가는 안과부터 가게 생겼어.’
강전기는 얼굴에 튄 애액을 손으로 쓰윽 훔쳐냈다. 손을 탈탈 흔드니 묻어있던 멜리나의 애액이 침대 시트 위에 후두둑 떨어졌다.
엎어져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멜리나가 정신을 수습하고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발끝을 보니 침대 중앙에 앉아서 자신을 지켜보는 케이의 얼굴이 들어왔다.
“케이…….”
그녀는 홍조 띤 얼굴을 하고 두 팔을 활짝 벌려 안아달라는 시늉을 했다.
‘오구오구… 우리 애기 좋았어요?’
멜리나를 꼭 안은 강전기는 그녀의 이마와 눈꺼풀, 양쪽 볼, 그리고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해줬다.
“우리 멜리나 예쁘다.”
“케이… 얼… 얼굴이…….”
“응? 얼굴이 왜?”
그는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는가 싶어 화장대에 있는 큰 거울을 바라보았다.
“풋…….”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드라마 「은밀한 밀회」의 주연 강희애의 물광 피부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워낙 피부가 하얗고 잡티 하나가 없다 보니 멜리나의 애액 샤워를 받고 나자 마치 수분 크림을 바른 것처럼 얼굴에서 광이 났다.
“케이가 했던 말이 진짠가 봐. 신기하다.”
뇌순녀 멜리나가 강전기의 물광 피부를 보며 엄청 신기해했다.
‘으음… 이게 아닌데… 뭐, 오해해도 상관없지 않나? 멜리나를 이렇게 터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인걸…….’
강전기는 그녀의 머리와 등을 어루만지며 토닥여줬다.
‘스킬로 너무 큰 자극을 줬나? 이제 역치감이 높아져서 웬만해서는 흥분하기 힘들 텐데… 할 수 없이 특성 분석에 나왔던 교감 추천값을 써먹어야 하나?’
특성 분석의 교감 추천값!
나노 로봇이 상대 개체의 모든 행동 습관과 사고 체계를 분석하여 상대의 교감(성적 판타지)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기술이었다.
‘이건 심리적인 영역이라 조심해야 해. 지금껏 이 스킬을 써왔던 여인들이 나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기 때문에 괜찮았던 거지. 함부로 쓰다간 큰일 나. 이건 정말 중독적인 스킬이야. 뭐, 멜리나에게는 써도 되려나? 어차피 나도 조금 있으면 한국에 들어가야 하잖아?’
그는 셀프 뇌이징을 한 뒤 머릿속으로 들어온 AI의 교감 추천값을 떠올렸다.
‘훗… 역시 이제 케이팝이 대세라니까…….’
도대체 무슨 추천값을 알려줬길래 강전기가 썩소를 짓고 있는 것일까?
“멜리나, 너 뮤지컬 배우면 연기도 꽤 하겠다? 그렇지?”
“응? 연기? 뭐, 당연하지. 뮤지컬 배우니까.”
“그렇지. 배우는 다른 사람 인생을 흉내 내는 그런 거잖아? 거기에 더 빠지면 빠질수록 메소드 연기가 나오는 거고… 맞지?”
“메소드?”
“그런 게 있어. 진짜 그 사람이 돼버린 것 같은 느낌 말이야…….”
“아아… 난 종종 그래.”
“정말?”
‘이 큐트한 뇌순녀도 장점이 있었네. 거부감없이 메소드 연기를 펼칠 수 있다니… 흐흐…….’
“우리 역할극 한번 할까? 난 네가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볼 거야. 어때?”
“좋지, 난 찬성… 나 연기는 진짜 자신 있어.”
“자, 잘 들어봐. 넌 SSJ의 여자 연습생이야. 곧 데뷔해야 하지. 그런데 같은 기획사의 연습생에게 빠져버린 거야. 물론 그건 나고. 그 둘은 그렇게 비밀스러운 연인이 됐어.”
“와, 재밌다. 그래서?”
“그런데 말이지. 회사 실장님한테 그 사실을 들키고 만 거야. 회사 실장님이 그 남자 연습생하고 헤어지지 않으면 데뷔는 없다고 칼같이 말했어.”
“저런… 어쩔 수 없지. 데뷔는 꼭 해야 하잖아.”
‘크… 역시 케이팝 마니아다운 의식의 흐름이군. 너무 코리안 스타일이야.’
“맞아, 그래서 그 둘은 그렇게 마지막 날 밤을 맞이하는 거야. 날이 새면 그녀는 그와 헤어지고 데뷔해서 슈퍼스타가 되는 거지.”
“슈퍼스타…….”
그녀의 눈동자가 뭔가에 홀린 듯 몽롱해졌다. 과거에 열중했던 케이팝 댄스와 지금 열망하는 슈퍼스타의 꿈이 결합하더니 SSJ 여자 연습생으로 완벽하게 빙의하고 있는 멜리나였다.
‘미안한데 서양인 여자 연습생은 SSJ에 없단다. 교포면 몰라도…….’
강전기의 제안으로 그렇게 역할극이 시작되었다.
“멜리나, 오늘 연습 힘들었지?”
“으…응… 뭐, 그렇지.”
“곧 데뷔하는데 느낌이 어때?”
“조… 좋아…….”
‘얼씨구, 연기 퀄리티 보소? 표정 연기에 디테일이 살아있잖아? 괜히 포텐 S급이 아닌데, 이거? 어디까지 연기하는지 한번 보자.’
“좋겠다. 나도 얼른 데뷔하고 싶다. 너 데뷔하면 인기 진짜 많아지겠지?”
역할극에 몰입한 강전기의 연기도 평타는 치는 것 같았다. 물론 멜리나의 표정 연기 같은 건 흉내 낼 수 없었다.
“너도 잘해서 데뷔할 수 있을 거야.”
“어느 세월에… 차기 보이그룹이 언제나 기획될지 모르잖아. 딥블랙이 저렇게 빌빌(?)대고 있는데…….”
“아니야, 넌 꼭 잘될 거야.”
갑자기 강전기를 품에 꼭 안는 멜리나였다. 그녀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였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어쩔 수 없어, 케이.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밤.’
“울어? 너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니야, 눈에 뭐가 들어갔어.”
“아아… 조심해야지.”
강전기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넌 정말 예뻐. 이 세상에서 기적과 같은 존재. 나에게 온 세상이 고통뿐이지만 오직 너만이 행복이야.”
평소라면 토 나올 것 같은 부담스러운 멘트가 술술 나오는 강전기였다.
‘자, 너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 거니? 남자 친구는 오직 너뿐인데… 만약 네가 남친을 버린다면 그는 철저히 망가져 버릴 거라고!’
“케이, 정말 사랑해… 너도 나에게 기적이야.”
“사랑해, 멜리나.”
“케이, 우리 오늘만이라도 진짜 사랑을 나누자. 다음 날은 그게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더라도…….”
“멜리나, 그게 무슨 소리야? 물거품이라니…….”
“쉿! 오늘을 살자는 말이 있어. 내일을 위해 살자고 했던 사람들이 평생 노예처럼 일하다 어느 순간 회사나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후회하지. 그 사람들이 이런 충고를 하더라. 내일을 위해 살지 마라. 오늘을 위해 살아.”
“그게 무슨…….”
“아니… 케이! 잘 들어봐. 천국이 내일 올까? 아니야, 내일을 위해 살다 간 인생이 낭비돼 사라져 버린다구. 그래서 우린 열심히 오늘만 사랑하는 거야.”
“열심히 오늘만 사랑하자?”
“그래, 우리는 오늘 천국에 있는 거야.”
“훗… 멜리나, 그거 말 되네… 하하…….”
하지만 그렇게 웃는 강전기의 얼굴을 지켜보는 멜리나의 표정은 슬프면서도 단호했다. 마치 오늘까지만 사랑하겠다는 게 표정으로 절절히 전해졌다.
‘뭐야, 지력 D- 맞아? 대사 수준은 A 이상인데? 이게 바로 포텐 연기력 S급의 저력인가… 그런데 왜 멜리나가 하는 말이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지?’
그랬다. 강전기가 항상 모토로 삼고 있는, 하루라도 사랑했다면 인생을 산 거라는 말과 상당히 유사한 논리였으니까.
옆의 침대에서 정상위로 에리나를 다시 폭격 중인 크리스타인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도대체 쟤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열심히 재미나 볼 것이지. 뭘 저렇게 중얼중얼거려?’
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본인이 신경을 쓰던 멜리나가 다른 녀석과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보자 피가 들끓어 오르고 미친 듯 흥분하고 말았다.
갑자기 사정감이 엄습하는 크리스티안이었다.
‘크윽…….’
한편, 강전기는 완전히 여자 연습생으로 빙의한 멜리나를 침대에 눕혔다. 드디어 계속 커져만 있던 그의 대물이 일할 시간이었다.
그는 멜리나의 다리를 M자로 크게 벌리고 각도를 맞췄다. 그녀는 역할극에 흠뻑 빠져있는지 오늘 최대한 천국을 맞보기 위해 미리 애액도 알맞게 나온 상태였다.
“멜리나, 이제 넣는다.”
끄덕끄덕…….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고 눈빛은 슬펐다. 그리고 머릿속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뭔지 모를 배덕감이 그녀의 전신에 휘몰아쳤다.
쿠작쿠작… 쿠작쿠작… 촵촵촵…….
“아악… 악… 악… 아악… 아… 아… 악… 흐앙…….”
마치 방이 떠나가라 신음을 질러대는 통에 강전기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헐… 미쳤네. 메소드 연기 무엇?’
그녀는 정말로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을 불태우고 있었다. 강전기는 여러 체위를 바꿔가며 그녀를 공략했다.
멜리나는 상황극에 몰입해서 그런지 정말로 폭풍 섹스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서는 마치 내일 속세를 떠나 비구니가 되는 여인의 아련한 감정이 느껴졌다.
‘크윽… 미친… 너무 격렬해. 계속 강하게 피스톤질을 해서 그런지 껍데기가 벗겨질 거 같아.’
지금은 후배위로 그녀를 뒤에서 사정없이 폭격 중이었는데 멜리나는 정말 미친 듯이 신음을 내면서 시트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퍽, 퍽, 퍽, 퍽, 퍽…….
“악, 악, 악, 악, 악… 아악…….”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입에서는 약간의 타액이 흘러나왔다.
“크으윽… 멜리나, 싸… 싼다…….”
“케이잇……!!”
“윽… 대박…….”
관계가 끝났지만 멜리나는 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흑흑흑… 미안… 미안해…….’
강전기는 이제 끝났다고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었다. 연기력의 현재 어빌이 A-에서 A로 상승했다고 나노 로봇이 알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헐…….’
그녀는 진짜로 레전드급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고 그 연기가 그녀의 능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 그녀가 눈을 떴다. 그녀의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안녕…….”
[띠링… 연기력이 A에서 A+로 상승하였습니다. 비이성적인 감정의 폭주가 감지됩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 안 돼… 멜리나, 그만! 역할극은 이제 종료야!”
“으응? 벌써?”
강전기의 종료 선언에 마치 레드선을 한 것처럼 제정신을 되찾은 멜리나였다.
“벌써라니… 우리 지금 한 시간째 이러고 있는 거 알아?”
“에에?”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지? 하는 표정이었다.
옆을 보니 크리스티안과 에리나가 침대에 걸터앉아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티안은 그녀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진짜네? 헤헤… 그런데 나 연기 잘했어? 어때?”
“너 미쳤다, 진심으로. 살다 살다 그런 메소드 연기는 처음 봐.”
“잘했다는 거지?”
“이건 잘하고 못하고 그런 게 문제가 아니야. 너 꼭 무슨 영화배우처럼 연기했다고. 마치 거장처럼 말이야.”
“거봐… 내가 연기는 잘한다고 했잖아.”
“그래, 잘했다. 그런데 어땠어? 너무 역할극에만 빠진 거 아냐?”
“아냐… 섹스도 좋았어. 진짜 내가 이전에 했던 건 뭔가 싶을 정도였어. 나 오늘 뭔가 새로운 걸 깨닫게 된 거 같아.”
‘그래, 너 오늘 연기력 두 단계나 뛰었어. 진짜 미친 포텐이네.’
“멜리나, 너 혹시 영화 오디션도 보러 다니니?”
“아니? 나는 뮤지컬만 해.”
“왜?”
“왜라니, 난 노래하고 연기하고 춤도 추는 뮤지컬이 제일 좋다고…….”
“참나… 같이 하면 될 거 아냐……. 너 노래 때문에 지금 잘 안 되고 있지 않아?”
“어? 그거 어떻게 알았어?”
멜리나가 강전기의 지적에 움찔 놀라고 말았다.
“혹시 우리 예전에 본 적 있었나? 혹시 내 공연 본 적 있어?”
“아냐… 내가 명색이 음악 하는 사람인데 그걸 모를까? 딱 목소리랑 말하는 것만 들어도 알 수 있어.”
또 여지없이 약을 팔고 있는 강전기였다.
“너 그러지 말고 오디션 한번 볼래? 내가 소개해 줄까? 너한테 딱 맞는 게 있는데…….”
“응? 무슨 오디션?”
“내가 최근에 영화 OST에 곡을 하나 넣었거든? 감독은 잘 모르고 음악 감독이 조지 로페즈란 사람인데…….”
“뭐? 조지 로페즈? 「써머 캐슬」의 조지 로페즈? 정말이야?”
“그럴걸…? 자… 잠깐만, 「써머 캐슬」이라고?”
“조지 로페즈 몰라? 「써머 캐슬」의 「Let it come」 작곡가잖아.”
‘「Let it come」? 헉… 이런… 맞나 보네. 그때 그 양반이 본인 스스로 꽤 잘나가는 작곡가라고 했었지? 이를 어쩌나.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네. 흐미… 창피해라. 아니, 이 양반은 잘 설명해 줘야지 그렇게 얼렁뚱땅 소개하면 어쩌라는 거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엄한 남 탓을 하고 있었다.
“뭐, 어쨌든 거기 영화가 지금 배우 때문에 고생 중이거든. 뮤지컬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고……. 젊고 예쁘고 춤도 어느 정도 추고 노래까지 잘하는 배우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 거기다 출연료도 싸고… 크흠… 내가 한번 물어볼 테니까 오디션 볼 생각 있어?”
계약서를 작성할 때 얼마나 그 영화 이야기를 하는지 강전기는 짜증 나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게 바로 그때 들은 이야기였다.
“응, 응… 나야 물론 좋지. 나 조지 로페즈 팬이야.”
“팬이라고? 그 양반은 그냥 음악 감독이라니까…….”
“무슨 소리야. 뮤지컬 영화에서 음악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 그래?”
뮤지컬을 잘 모르는 강전기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