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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월드 클라스 재능도 꿀꺽!
그러다 배터질라~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3월 17일까지 댓글을 다시면 후원 쿠폰이 생깁니다.
레전드급 재능
강전기는 멜리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의 집은 그의 집과도 별로 멀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시계를 봤더니 이제 열두 시가 가까워졌다.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려봤다.
‘흐음… 레전드급 재능인 멜리나도 꿀꺽하고… 오늘 수확이 아주 괜찮았어. 아차… 영문 계약서가 회사에 있던가? 지금까지 경과도 보고 받을 겸 기호 녀석에게 전화나 해볼까?’
―여보세요? 전기냐?
“그래, 나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래도 하나뿐인 친구라고 새해 덕담을 해주는 강전기였다.
―그래, 너도 올해 대박 나라.
“회사에 별일 없냐?”
―별일은 없는데…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할 말이 있어도 뭐 연락이 돼야 하든 말든 할 거 아냐…….
“뭔데? 네가 콘텐츠 만드는 거 말고 중요한 일이 뭐가 있는데?”
―걱정 마라. 지금 착착 기획되고 있다고……. 그건 그렇고 진짜 대박 사건이 있다. 흐흐…….
“대박 사건? 네가 그렇게 흥분하니 좀 불안한데?”
―아니… 내가 뭐 어쨌다고…….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알았어… 알았고… 잘 들어봐. 내가 12월 31일 우리 채널 송년회를 했거든. 그런데…….
성기호의 이야기는 이랬다. 송년회에 20명가량 회원이 모여서 회식을 했는데 끝나고 나가려고 보니 벌써 계산이 끝나있었고, 이상해서 밖으로 나가봤더니 가게 앞에 어디서 많이 본 스포츠카가 서있었다고 한다.
거기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자신들에게 호화 주택을 무료로 제공해 준 흔남 아저씨!! 알고 보니 그는 KM 그룹의 3남이자 뮤직넷의 전무이사에 다이아 엔터의 최대 주주라고 했다.
“그 사람이 이기민 전무? 아이돌 메이커 조작 사건에 연루된 기존 경영진들 다 물갈이하고 「걸즈 스쿨」을 기획했다는?”
―맞아… 다 자기 작품이라더라.
“그런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왜 거기에 나타나?”
―뮤직비디오 찍을 때 내가 명함을 줬었거든. 그거 보고 직캠방에 놀러 온 거야. 난 그 형인지도 몰랐어. 놀러 와서 달풍을 엄청 쏘더라.
“또 그걸 좋다고 받았구만? 형님… 회장님… 감사합니다… 막 이러면서…….”
―콜록콜록… 거긴 원래 그래. 다들 그런다고…….
“목적이 뭐래? 그런 사람이 직캠방 백수들이랑 송년회 모임을 할 리가 없잖아?”
―으… 갑자기 팩트 폭격 훅 들어오네. 맞아, 기민이 형은 그런 데 올 이유가 없는 사람이지.
“언제 봤다고 또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됐어? 참, 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 형이 다가오더니 잠깐 따로 보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차를 타고 따라갔지. 어디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더라. 살짝 쫄긴 했는데 가서 하는 말이…….
“각설하고 요점만 이야기해라. 나 피곤하다.”
―어… 너한테 곡 좀 받고 싶대.
“응? 나한테 곡을? 설마 레몬캔디 데뷔곡?”
―뭐야… 너 어떻게 알았어? 맞아, 레몬캔디 데뷔곡을 고르고 있는데 맘에 안 든다고 너한테 곡을 받고 싶다네. 아… 다이아 엔터라고 해서 추측한 거구나?
“크흠… 그 형이 진짜 감각 있네. 듣는 귀가 참 좋아. 그 정도 감각이면 형이라고 불러도 될 거 같다.”
―뭐야… 좀 인정해 줬다고 금세 형이 됐네?
“천재들끼리는 통하는 거지. 난 작곡 천재. 기민이 형은 사업 천재.”
―그럼 나는?
“넌 내 영원한 꼬봉이지.”
―야, 이… 쩝. 어쨌건 기민이 형이 천재는 맞는 거 같아. 돈이 엄청 많다더라. 잘은 모르겠는데 현금 동원 능력으로만 따지면 거의 우리나라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던데?
“허… 그 정도래? 엄청나네? 하긴 그 비싼 땅에 그런 집을 지은 사람이니…….”
―그 정도는 새 발의 피래. 어디 미국 해변에 별장도 있고, 시애틀인가? 거기 호텔도 있다더라.
“대단하네. 그런데 왜 그 형 얼굴이 생각이 안 나지?”
―큭큭… 너도 그러냐? 나도 솔직히 람보르기니 아니었으면 기억 못 했을 거야.
한없이 투명한 남자 이기민의 슬픔이었다. 항상 명품과 스포츠카를 사는 이유였다. 그거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기억했으니까…….
―곡 만들어줄 거야, 말 거야?
“어… 당연히 만들어줘야지. 나의 최애 4인방이 모조리 거기 들어가 버렸잖아. 역시나 레몬캔디는 나와 엮일 운명이었네. 또 히트곡 하나 써줘야겠어. 데뷔곡으로 1등 한번 가야지… 룰루루…….”
―하여간 가만 보면 넌 참 안 어울리게 노는 거 아냐?
“무슨 소리야? 꼭 어떻게 놀아야 하는 법이 따로 있냐? 꼭 못생긴 애들만 덕질하냐고! 어? 너 그거 차별이다.”
―됐고… 그런데 문제가 있어. 레몬캔디 데뷔 일이 핑크엔진이랑 겹쳐.
“악! 안 돼! shit…….”
강전기가 안타까움에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기호야… 어떻게 조절 안 될까?”
―그게 의미가 없는 게 내가 극비 소식을 접했어. 우리 채널에 무식이 형님이라고 있거든? SSJ 아이돌을 전문으로 찍는 형인데… 그 형이 그러는데 그때쯤 SSJ도 신규 걸그룹을 론칭한다더라. 지금 극비리에 준비 중인 것 같다네. 레몬캔디고 나발이고 큰일 났어.
“나발이라니! 말 가려가면서 해, 인마……. 그래서 레몬캔디하고 우리 핑크엔진이 게네들한테 꿀린다는 거야? 능력으로 보나 곡으로 보나 꿀릴 게 없잖아.”
―물론… 그거야 우리 애들은 그렇지. 레몬캔디는 모르겠고.
“레몬캔디 애들도 괜찮아…….”
―어쨌건 우리 애들이 잘하는 건 우리만 알잖아. 다른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그런데 SSJ는? 소속사 이름만으로 일단 먹고 들어가요. 사람들 관심도 자체가 다르다고…….
“흐음… 그렇긴 하지.”
강전기는 성기호가 하는 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도 걸그룹이라면 거의 박사급 전문가였으니까.
“그래서 뭐 어쩌자고? 데뷔 미루자고? 그렇게 해서 죽도 밥도 안 돼. SSJ만 나오느냐? 다른 기획사들도 얼마나 많은데… 그거 다 피하다 보면 할머니 돼서 데뷔하겠다.”
―그게 다가 아냐. 실은 스트리밍 1위 파인트를 소유하고 있는 카오스 ENT에서도 그때 걸그룹을 내놓는다고 기민이 형이 넌지시 알려주더라. 카오스 ENT 윗선한테 들었다고…….
“에이… 게네들은 뭐… SSJ 애들이라면 몰라도…….”
―어쨌건 올봄에 중대형 소속사에서 걸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데뷔한다는 게 팩트야. 적어도 열 그룹 이상!
“하… 참, 나… 진짜 블루비도 꼬이더니 핑크엔진도 이러네……. 그냥 3월 전이라도 데뷔시켜야 하나? 시유 아직도 구멍이지?”
―왜 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래? 어디 가서 안 꿀린다면서?
“원래 큰 파도는 피하고 보는 법이지.”
―안 그래도 나도 고민하다가 기민이 형한테 한 가지 제안을 했어. 일렉케이가 프로듀싱을 해주는 대신 뮤직넷에서 방송을 하나 내자고 말야.
“뭐, 어떤 거? 데뷔 리얼리티 방송? 그거 이제 식상하잖아. 누가 보냐?”
―흐흐… 내가 그런 거나 제안했을 거 같아? 브랜뉴 걸그룹 채널의 마스터이자 리부트 엔터 기획실장인 내가?
“누가 들으면 진짜 기획실장인 줄? 하여튼, 뭐라고 제안했는데?”
―기민이 형이랑 이야기하는데 그 자리에서 기획 하나가 딱 떠오르더라고. 이른바 「걸그룹 4차 대전」이라고, 신인 걸그룹들의 경연대회를 뮤직넷에서 여는 거지. 서바이벌 형식으로…….
“걸그룹 4차 대전?”
―지금 걸그룹이 마이하트와 네임드로즈로 대변되는 3세대잖아? 그전에는 카밀리야였고…….
“헛소리하지 마, 인마. 탑은 소녀세븐이었지.”
―뭐… 어찌 됐건… 이제 슬슬 판을 바꿔야 하잖아. 올해부터 중대형 기획사에서 줄줄이 신규 걸그룹이 론칭 되는데… 거기 나와서 손쉽게 홍보하면 좋잖아. 요즘 아이돌이 포화 상태라 솔직히 뮤직넷에서 괜찮은 방송 하나 때려주는 게 제일 효과가 큰 거 너도 알지? 최근까지 「아이돌 메이커48」도 그렇고… 역시 뮤직넷의 힘은 아직까지 어마 무시해.
“근데 괜히 나와서 초반에 탈락해 굴욕당하면 어떻게 해?”
―그거야 다른 기획사 사정이지. 우린 좋잖아? 우리 애들이 미모가 달리니 아니면 실력이 모자라니? 그냥 딱 하나! 인지도가 없잖아. 우리만 그런 게 아냐. 대형 3사 아니면 같은 아이돌하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인지도랑 전쟁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4차 대전이지!
“흐음… 걸그룹 4차 대전이라… 그래, 이름 잘 지었네… 임팩트 있다.”
―어때? 쓸 만하지?
통화 너머로 마치 성기호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경연을 어떤 식으로 하는데? KBC 장수 프로그램인 「레전드 명곡」 같은 포맷으로 하나?”
―에이, 그건 너무 노티 나지… 좀 트렌디하게 기획해야지. 그건 세부적으로 연구를 더 해야 해.
“흐음… 그렇구만. 뮤직넷이 판을 깔아주면 우리 애들이 거기 올라타서 다른 팀들을 박살 내면 되는 거네?”
―맞아, 그게 최종 과제지.
“잠깐, 잠깐… 이거 프로그램의 성패가 SSJ한테 달려있잖아? 게네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가 문제 같은데? 안 나오면 임팩트가 확 떨어져…….”
―역시… 넌… 정말 척하면 척이구나…….
“네놈도 아이디어 괜찮았다.”
후후후… 크크크…….
둘은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낮게 웃었다.
―그건 기민이 형이 알아서 한다고 했어. 솔직히 SSJ도 다른 기획사 애들이 알아서 바닥을 깔아주면 인지도 올리기가 훨씬 쉽잖아? 아마 그런 식으로 살살 꼬드겨서 데려오겠지. 냉정하게 봐도 SSJ 애들이 1티어잖아.
“뭐, 그렇긴 하지. 일단 3사 시험을 치고 다른 데 알아보는 거니까…….”
―다이아 엔터에서 레몬캔디도 나갈 거 같더라?
“나가야 하지 않겠어? 뮤직넷에서 작정하고 밀면 화제가 많이 될 거 같은데… 같은 신인으로 거기 안 나오는 것도 웃기잖아.”
―맞아… 그래서 그럴 거야.
“그런데 뭔가 심심하다. 예전에도 비슷한 게 있긴 했었는데…….”
―안 그래도 기민이 형이 그 이야기도 하더라.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프로듀싱+신인 걸그룹’이야.
“프로듀싱?”
―어… 각 소속사 프로듀서들도 출연하는 거야. 사운을 걸고… 약간의 미션이 있을 건데 그거 때문에 조금 나와서 같이 작업해야 할 거야.
“음… 그런 식으로 약간 차별화를 두겠다는 소리군. 뭔가 총력전 같은 분위기… 정말 전쟁 같구나. 야!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레몬캔디 데뷔곡까지 쓰면 나는 두 팀을 맡은 프로듀서로 나가는 거냐?”
―뭐… 그렇겠지. 왜? 자신 없냐?
“뭐래, 이놈이… 레몬캔디 애들 노래는 진즉 써놨다. 노 프라블럼!”
―벌써?
“그래, 물론 걔네를 생각해서 만든 곡은 아니지만 레몬캔디 애들이 불러도 되는 거 하나 만들었어.”
강전기는 예전에 하리와 데이트를 하고 국내 유명 걸그룹을 생각하며 만들었던 노래들을 떠올렸다.
‘그때 마이하트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를 주면 되겠어. 키스마이걸 노래보다는 그게 어울려…….’
―오… 역시 일렉케이 프로듀서! 대단해요……. 그런데 나중에 미션도 있다 보니까 그렇게 되면 너는 두 배로 고생하게 될 거야.
“바라던 바다. 이제 나도 어엿한 엔터 회사의 이사인데 몸을 사릴 순 없지. 까짓 거 방송도 나가지, 뭐. 두 팀 다 프로듀싱하고…….”
―오… 뭐 잘못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환영할 만한 변화로구만…….
강전기는 .EXE의 유명함 자체가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미국에서 자신보다 더 잘나가는 작곡가도 만나게 되자 정체를 꽁꽁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뭐라고……. 거기다 크리스티안이라는 존잘러도 만나더니 여자를 대하거나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도 하나둘씩 배우고 있었다.
―사실은 기민이 형이 일렉케이 안 나오면 안 하겠다고 하더라. 넌 무조건 나가야 해. 그런데 자청해서 나간다고 하니 시름 하나 덜었네.
“홍보는 많이 해준대?”
―당연하지. 거의 「아이돌 메이커」 준하게 홍보 때려주고, 재방송도 때려주고 한다더라.
“오… 뮤직넷 또 한 번 사운을 거나요. 크크크…….”
―사운은 무슨… 기민이 형이 그러는데 방송국하고 엔터 회사는 취미로 운영한다더라…….
“엑? 진짜? 돌았네. 무슨 만수르야?”
―만수르는 아닌데 비슷하긴 한가 봐. 큭큭…….
“언제 방송할 예정인데?”
―아직 편성 확정은 안 났고 대략 5월쯤?
“에이… 뭐, 나는 충분하네……. 일단 2월에 들어갈 테니 애들 케어 잘하고… 콘텐츠도 계속 만들고… 알았어?”
―알았다고…….
“잠깐, 그런데 내가 왜 전화했더라? 아아… 기호야, 우리 회사에 영문 계약서 있냐?”
―글쎄? 민영 대리님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네 생각엔 있겠냐?
“없을 것 같으니까 너한테 전화했지. 지금 인터넷 뒤지든지 해서 열 시간 안에 메일로 보내주라.”
―야… 너무 촉박하잖아. 갑자기 그건 왜?
“내가 유망주 하나 선발해 놨어. 나중에 알려줄게.”
―유망주? 왜, 괜찮은 교포라도 하나 건졌어?
“그런 거 아냐. 나중에 한번 봐봐. 진짜 깜짝 놀라게 될 거야. 흐흐…….”
강전기는 멜리나를 떠올리며 아주 배부른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이만 자자. 내일 만나서 계약하고 오디션 준비까지 해야겠군.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