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28화 (12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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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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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급 재능

여자 연습생이 데뷔를 위해 남자 연습생과 이별한 후 슬픔에 젖어 절절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그녀의 보컬은 일반적인 미국 가수들의 R&B 창법이 아니라 뮤지컬을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진성(두성)을 사용했는데 서양에서는 이것을 벨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녀의 깨끗하고 꾸밈없는 목소리가 마치 음악을 뚫고 나오는 것 같아, 시원하기도 하고 뭔가 정화되는 목소리였다.

‘으…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클리어한 음색이라니. 딕션도 미쳤어! 오케이! 됐다. 이거면 무조건 통과야. 일주일간 보컬 트레이닝을 해준 보람이 있네.’

멜리나는 강전기의 본능적이고 분석적인 보컬 트레이닝으로 가창력에서 만렙을 찍을 수 있었다.

“멜리나, 이제 됐다. 그렇게 부르면 되겠어. 내일 조지한테 가서 가이드 녹음 떠왔다고 동영상을 보여주면 되겠네. 그런데 어디서 녹음하지? 흐음…….”

“내 친구 중에 미튜브에 케이팝 리액션 올리는 애가 있어. 걔네 집에 가서 좀 찍어달라고 해야지.”

“오… 그래? 그럼 같이 한번 가보자.”

그들은 그렇게 친구 집에 가서 「Singer in the Dark」를 부르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가이드 노래를 부른 영상에 뜬금없이 얼굴 클로즈업과 전신 샷이 계속 번갈아 가면서 나왔지만 멜리나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조금 티가 나나? 뭐 어때. 아님 마는 거지.’

* * *

다음 날 리만 스쿨에 일찍 도착한 강전기가 강의를 준비하고 있던 조지를 찾아갔다.

“헤이… 조지, 보내준 가사로 저번에 말했던 대로 수정을 해왔어요.”

“응? 케이 왔나. 그거 메일로 보내지 그랬어? 그럼 미리 들어봤을 텐데…….”

“직접 들려주려고 가져왔죠. 한번 들어보실래요?”

“좋지…….”

그는 무선 이어폰을 꺼내 일단 음원부터 들려주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조지가 눈을 감으면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와우… 이거야! 내가 원하던 그대로 고쳐왔군. 수고했네.”

“제가 이거 만들면서 친구에게 가이드 녹음 좀 해달라고 했는데 그거 한번 보실래요?”

“아… 그런 것도 만들었나. 그래,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한번 보도록 하지.”

강전기는 자신의 사과 노트북을 꺼내 동영상을 클릭했다. 무선 이어폰에서 곡에 보컬을 입한 버전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헉…….”

동영상을 보는 둥 마는 둥 노래만 듣고 있던 조지가 보이스가 나오기 시작하자 자세를 바로잡으며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크크… 걸려들었구먼. 조지 브라더.’

약 3분 40초의 노래가 끝났다. 조지는 앉은 자리에서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손으로 입을 가리고 쏟아질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멜리나의 에메랄드빛 두 눈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영상은 마치 노린 것처럼 그녀의 얼굴이 화면을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지? 조지! 조지 브라더…….”

“으응?”

“왜 그러세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어때요? 노래 입혀놓으니까 좋죠?”

“자… 잠깐만… 케이… 이 노래 부른 사람 누구지?”

“제 친구요.”

“아… 아니, 뭐 하는 사람이냐고…….”

“그냥 뮤지컬 배우 하려다가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는 백수인데요?”

“집에서 쉬고 있다고? 당… 당장 여기로 데려오게나.”

“그런데… 좀 있으면 수업 시간…….”

“됐네… 오늘 말고 내일 하지 뭐. 얼른 연락해 보게.”

‘크… 걸려 들었어… 역시나 음악만 하신 거장이라 그런지 순진하셔.’

“아니, 친구한테 왜 그러는지 알려줘야 할 것 아니에요.”

“혹시 영화 출연 관심 없는지 물어봐 줘.”

“아, 저번에 말한 그거군요. 다 되는 싼 여배우…….”

“어허… 말이 좀 심하네. 싼 배우라니… 신인 배우라고 불러주게나.”

“후후… 알았어요. 어차피 집이 이 근처라 바로 올 수 있을 거예요.”

강전기가 전화해서 근처에 대기 중인 멜리나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그녀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순간 조지의 표정이 아주 볼만해졌다.

“오 마이… 로드…….”

그의 입은 귀에 걸려 찢어질 듯했고 손바닥을 쫙 펴고 두 팔을 하늘로 치켜올려 마치 만세 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는 그러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두 팔을 앞으로 벌려 아주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멜리나 페레즈입니다. 반가워요.”

“오오, 조지 로페즈예요. 잘 오셨어요. 케이 친구분이라고요?”

“네, 케이가 가이드 보컬 좀 해달라고 해서요.”

“혹… 혹시 영화 출연해 보실 생각 있나요?”

“아까 케이한테 듣고 오긴 했는데… 제가 가능성이 있는지… 전 뮤지컬만 해봐서…….”

“지… 지금 찍으려고 하는 게 뮤지컬 영화입니다!”

얼굴을 살짝 찌푸리는 멜리나를 보고 애가 닳아 어찌할 줄 모르는 조지 형이었다.

“조지! 그런데 이런 걸 알아서 캐스팅할 수 있는 거예요? 감독이랑 상의해 봐야 하지 않나요?”

“그런 문제라면 안 물어봐도 돼. 내가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역시… 멜리나의 말이 맞았어. 음악 감독도 영향력이 아주 세. 더구나 조지 형 같은 거장이면 더하겠지.’

“멜리나… 한번 해봐. 뮤지컬이잖아. 그리고 너 연기는 꽤 잘해서 인정받았다며.”

“그렇지.”

“오… 연기도 잘하는군요……. 그것참 좋은 소식입니다. 일단 조만간 감독을 불러 세부적인 계약을 하기로 하죠.”

일단 그렇게 헤어진 뒤 이틀 후 영화감독을 만나 간단한 오디션을 본 후 계약하게 되었다. 계약할 때는 대니얼 박 변호사가 함께했다.

알고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은 조지 로페즈의 친구였다. 각본을 본인이 썼는데 음악 감독을 해달라고 조지에게 부탁한 것이다. 조지는 마음씨도 좋게 어려운 처지의 친구를 위해 흔쾌히 음악을 맡아주기로 한 것이다. 거기다 더해 제작비도 일부 보태줬다고 했다. 그러니 이러한 권한을 휘두를 수밖에…….

“혹시 제작비가 부족하시면 멜리나 씨의 출연료를 안 주셔도 됩니다. 대신 일정 이상의 흥행을 거두면 비율로 출연료를 지급해 주셔도 되고요. 그리고 저희가 투자 펀드도 운영 중인데 적게나마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미 계약 미팅을 하기 전에 대니얼 변호사와 입을 맞춘 것이다. 투자 펀드는 강전기의 돈이었다. 케이라임과 다른 곡들의 저작권료가 조만간 들어오면 투자하기로 했다. 금액은 약 30만 달러(3.6억) 정도로 책정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야 정말 고맙죠.”

“그런데 이건 그냥 투자가 아닙니다. 한국 내 판권을 저희 펀드가 사는 겁니다. 아시죠? AFM(아메리칸 필름마켓)에서 판매하실 걸 저희가 미리 사는 겁니다.”

“30만 달러에 한국 내 판권이라…….”

감독은 정말 제작비가 부족한지 멜라니의 출연료도 0원으로 책정하고 러닝개런티로 주기로 했다. 또한 펀드로부터 30만 달러를 받고 한국 내 판권을 넘기기로 했다.

‘이 영화는 흥행 여부를 떠나 조지 형과 내 노래만으로 그 정도는 뽑고도 남는다. 영화사에 남을 만한 사운드 트랙이야. 나도 돈 좀 보태서 투자 한번 해보자.’

자신의 곡뿐만 아니라 조지 로페즈의 곡들도 너무나 좋았다. 100% 확신을 할 순 없지만, 왠지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주연 배우인 멜리나…….

‘한국인들이 그녀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이 영화를 안 볼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음악 영화는 한국인들이 아주 사랑하지. 최악의 경우 실패하고 한국에서 활동하더라도 이 경력은 분명 도움 된다.’

강전기는 눈 딱 감고 다음번 들어올 저작권료는 없는 셈 치기로 했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야. 나에게 돈 같은 건 그냥 부수적인 것일 뿐… 새롭게 태어난 이상 원 없이 즐기다 가는 거지.’

그렇게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감독에게 들어보니 영화 촬영하고 편집까지 하면 6개월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찍는 데 3개월밖에 안 걸려요?”

“왜, 너무 긴가?”

“아뇨, 아뇨. 너무 짧은 것 같아서요.”

“짧긴… 영화 촬영이 오래 걸리면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 특히 할리우드의 인건비가 어마 무시하지. 제작비를 줄이려면 최대한 단축해서 찍어야 해.”

그렇게 계약이 끝나가는 듯했다. 그들은 계약 기념으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강전기는 식사하는 도중 고개를 갸웃하면서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뭔가… 뭔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말 하기엔 뭐하지만, 시나리오가… 뭐랄까, 너무 고루하다고 해야 하나?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헤이… 케이, 주연 여배우도 구해진 마당에 왜 한숨인가?”

“제가 미리 판권 계약을 했으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봐도 될까요?”

“당연하지, 좋은 의견은 당연히 참고하는 거 아니겠어?”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걸 알아두시고요. 그리고 제가 사실은 책을 엄청나게 읽습니다. 이런저런 스토리에는 아주 이골이 난 콘텐츠 마니아죠.”

“그래, 알았다니까.”

“지금 전체적인 줄거리가 성공한 뮤지컬 여배우가 사고를 당해 남자 친구는 떠나고 힘겨운 재활을 하다가 병원에서 괴짜 물리치료사를 만나고 결국 티격태격하며 극복해서 재기한다는 거잖아요? 재기에 성공하자 남자 친구가 다시 돌아와서 대기실을 찾아가는데 사랑을 고백하려고 온 물리치료사가 그 장면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지만, 이번엔 여자 주인공이 전 남자 친구를 밀치고 돌아서 나가는 썸남에게 역으로 고백해서 해피엔딩… 뭐 이런 내용이죠.”

“큰 줄기는 그렇지. 우리는 영화 곳곳마다 뮤지컬 곡을 배치할 거고.”

“뮤지컬 영화니까 당연히 곡이 좋아야죠. 곡은 잘 나온 거 같아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스토리가 너무 구식이에요. 식상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나쁘냐? 그건 아닙니다. 그냥 평범하죠. 솔직히 이야기하는 거예요. 각본을 짜신 감독님한테는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감독은 강전기가 너무 다이렉트로 말해버리니 화나기는커녕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그… 그렇다면 자네라면 어떻게 할 건가?”

“저 같으면 흙수저 주인공을 내세울 겁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 수 있거든요. 흙수저 여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주연 여배우 파이널까지 올라가지만, 모종의 이유로 떨어지게 되죠. 뭐, 외압이거나 뭔가 흑막이 있는 거죠… 그날 그렇게 실의에 빠져 돌아가던 중 여주인공이 길에서 칠 뻔한 아이를 구하다가 사고를 당해 전신 마비가 옵니다. 의식은 있는데 마치 죽은 것 같은 상태가 된 거죠.”

“뭐, 여기까지는 비슷한 거 같은데?”

“네, 뭐, 그렇죠. 그런데 여기에서 현 남자 친구는 병실에서 다른 여자와 통화를 합니다. 사실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녀의 다른 남사친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녀가 당한 사고를 슬퍼합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고백하죠. 의식이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녀의 남사친은 얼마 전 사기를 당해서 자신이 개발한 기술의 권리를 다 빼앗기고 알거지가 된 상태였죠. 성공해서 그녀에게 고백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겁니다.”

“흐음… 그래서?”

‘너무 한국적인가? 다들 무슨 표정인지 모르겠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사고로 목숨을 건진 아이의 신비스러운 할머니가 병원으로 찾아와 마비된 주인공에게 이야기하면서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줍니다.”

‘큭큭… 한국의 장르소설에 만연한 회귀를 넣어주는 거지. 요즘은 이런 거 안 넣으면 이야기가 안 되거든. 한국의 장르소설 독자는 치가 떨리게 많이 본 내용이지만 서구권에서는 신선할 수도 있잖아?’

“오…….”

뇌순녀 멜리나가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감탄하고 말았다.

“한 달 전으로 돌아간 그녀는 남사친의 사기 사건을 막아주고 자신이 오디션에 떨어진 이유를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경쟁자의 음모였다는 것을 밝혀내죠. 또다시 가볍게 어린아이를 구한 그녀는 뮤지컬의 여주인공이 되고 성공한 남사친이 그녀에게 고백하면서 해피엔딩이 됩니다.”

“으음…….”

강전기의 이야기를 들은 감독 마이클이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괘… 괜찮은데? 저 스토리에 뮤지컬 요소까지 넣으려면 영화 밀도가 상당히 높겠는걸? 어떻게 생각해? 마이클?”

조지가 강전기의 스토리가 꽤 맘에 드는 듯 친구에게 물었다.

“사실… 원래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는 꽤 있었지. 원래 스토리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그런데 이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는 뮤지컬 영화라는 게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겠네. 흐음… 영화 제목은 「인생 다시 한번」 이렇게 하면 되려나?”

‘마 감독 이 양반 자기합리화 쩌네. 뭐가 원래 스토리하고 별로 차이가 없어? 어이없네.’

마치 자신의 친구인 성기호처럼 중얼중얼하는 감독을 보고 혀를 차는 강전기였다.

“이렇게 변경하려면 조지 자네 곡들 가사들을 많이 바꿔야 하는데 괜찮겠나?”

“그건 작사가들이 하겠지. 난 바꿀 거 없어. 나중에 스토리 보고 곡을 수정하든가 하면 되지 뭐.”

“그래, 알았네. 케이 씨, 원작자에 이름 올려줄게요. 어차피 각본은 내가 써야 하니…….”

감독인 마이클이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테이블에 있는 서류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집어넣고 허둥지둥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영화 신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강전기는 며칠 전 일부러 마이클의 전작을 찾아서 보고 왔다. 스토리가 이상해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영상과 편집은 상당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번 영화도 스토리가 별로라 이 양반은 각본은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영화에 개입한 것이다.

“그러세요. 알아서 잘해보세요. 우리 멜리나나 좀 잘 챙겨주시고요.”

‘나야 영화만 잘되면 되니까. 그리고 나중에 기민이 형한테 극장에서 상영 좀 해달라고 해야지. 우리 형이 배급사도 있고 극장도 많이 가지고 있던데…….’

뮤직비디오를 찍은 후 한 번도 만난 적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벌써 그를 친형제처럼 생각하고 있는 강전기였다.

“좋은 영화 소개해 줘서 기민이 형 돈도 불려주고 좋잖아? 뭐, 윈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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