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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아이돌계의 여자 베어그릴스!!
유튜브 채널 은하캠핑을 참고 했습니다.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흔한 걸그룹의 컨텐츠
우연히 두 여자 사이에 끼게 된 성기호는 새벽이 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소에도 자리가 불편하면 잠을 못 자던 그였다. 더구나 여자들 사이에 끼게 되자 복잡한 생각이 들어 미칠 지경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후배 김지연은 평소에 상당히 괜찮게 생각하던 여자였다. 얼굴은 평범하지만, 평소에 화장도 잘하고 꾸미고 다닐 줄 알았기 때문이다. 엔터계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고백할 수도 있었던 여자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계속 뒤척이는 것을 보니 그녀도 잠을 못 자는 게 분명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잠을 자는 레이카가 이상한 거야.’
레이카는 잠을 깊이 자는지 색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온한 상태 보소. 이해가 안 가는구만.’
성기호는 지금의 상태가 딱 공익 판정을 받고, 훈련소에서 4주 교육을 받을 때 첫날밤 같은 기분이었다. 그날 눈만 감고 있었지 전혀 잠을 못 잤기 때문이었다.
‘으… 정말 미치겠다. 천국과 지옥 사이 같다.’
성기호는 잠이 오질 않자 쓸데없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거시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레이카는 밖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계룡산의 상쾌한 공기도 마시는 중이었다.
‘진짜 기분 좋다. 꼭 나중에 이런 한적한 곳에다 집을 짓고 살아야지. 뭐라도 채집 좀 해볼까?’
톡톡.
성기호는 누군가가 자기를 건드리는 통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동이 터올 무렵 겨우 눈을 붙였는데 바로 깨우다니… 머리가 멍하고 몸이 물먹은 솜덩이처럼 무거웠다.
“왜…….”
“오빠, 촬영하게 일어나요. 산에 들어가서 뭐라도 있나 좀 보려고요.”
“으으… 알았어.”
성기호가 그래도 레이카의 말이라서 그런지 몸은 작살 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떡 진 머리를 하고 끙끙거리며 일어났다.
“너… 왜 추운데 패딩도 안 입고 있어?”
“입을 거예요. 헤헤…….”
그는 반쯤 졸린 상태로 카메라를 들고 레이카 뒤를 졸졸 따라갔다. 겨울이라 그런지 산이 노란빛으로 황량한데 뭘 보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레이카, 여기 어디인지 알고 올라가는 거니?”
“아뇨, 원래 물 따라가면 길이 나있어요. 앗! 저기, 저기…….”
“뭔데? 왜 그래?”
레이카는 손으로 가리킨 곳에 도착하자 가지고 있는 야전삽을 꺼내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아직 땅이 약간 얼어있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땅을 파헤쳤다. 땅속에서 뭔가가 나오기 시작하자 손으로 잡고 살살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실한 더덕이 올라왔다.
“와! 15년~20년은 넘은 것 같아요. 대박!”
성기호도 더덕을 캐는 장면은 처음 봤다. 더덕 때문에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레이카는 흐르는 물 근처로 가더니 더덕을 씻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렇게 먹어도 되는 거야?”
“네, 괜찮아요. 이거 먹을 만해요. 향이 괜찮거든요. 뭐랄까, 인삼하고 비슷해요. 드셔보세요.”
“음, 그러네! 먹을 만하네. 되게 신기하다.”
“여기 맘에 드네요.”
“예전에 큰집에 제사 지내러 가면 어른들이 계룡산이 기운이 세다는 둥 그런 소리를 하시더라고. 그래서 도 닦는 사람도 많이 온다고 하더라.”
“그래요?”
레이카는 근방을 뒤져 냉이 나물을 캐왔다.
“오빠, 이제 돌아가요. 언니 우리 없어졌다고 깜짝 놀라겠다.”
레이카가 준 더덕을 씹고 있던 기호가 레이카가 들고 온 것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먹을 수 있는 풀이야?”
“당연하죠. 저만 믿어보세요.”
레이카도 잘은 몰랐지만 『서바이벌 식물도감』에 이 나물이 식용이라고 적혀있었다.
“근데 이런 말 해서 뭐한데 넌 왜 나를 오빠라고 했다가 실장님이라고 했다가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그때그때 달라요.”
“쩝…….”
셸터에 도착할 때까지 김지연은 잠을 자고 있었다. 레이카는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잠시 후 아침이 다 됐는지 레이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행은 아침을 먹기 위해 간이 의자에 앉았다. 성기호는 이미 촬영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와… 이거 뭐야? 나물 비빔밥이야?”
“냉이를 얹은 더덕밥이에요. 참치가 있어서 조금 넣었어요. 여기에 제가 가져온 특제 간장을 뿌리면 완성입니다. 따란…….”
“오우… 비주얼은 나름 괜찮은 것 같은데?”
“자… 제가 한입 먹어볼게요. 으음… 향이 진짜 아흐… 너무 향긋해요. 이런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음… 왠지 건강해지는 맛이야. 간장이 맛을 딱 잡아주네.”
“맛있죠?”
“응”
“언니는 어때요?”
“괜… 괜찮아요. 먹을 만하네요.”
김지연은 피곤해 죽을 거 같아 밥이고 뭐고 별생각이 없는 상태였다.
성기호는 레이카와 설정을 짜서 영상을 찍고 있었다. ‘캠핑 가서 남자친구 밥 해주기 콘셉트’로 영상을 촬영했다.
밥을 먹은 후엔 옆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등반하기로 했다. 중간쯤 올라가다가 여자 후배 김지연이 폭발하고 말았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며 짐을 다 내팽개치고 내려가 버린 것이다.
졸지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지만 레이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
성기호는 김지연이 살짝 이해가 가긴 했지만 그래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실장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레이카와 정상까지 등산했다. 레이카는 등산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에게 꼬박꼬박 인사하며 올라가고 있었다.
“와… 개운하다!”
정상에 오른 레이카가 두 팔을 활짝 펴고 미튜브용 동영상을 위해 오버액션을 했다. 옆에서 영상을 찍는 모습을 본 어르신들의 예쁨(?)을 듬뿍 받고 오후가 돼서 셸터로 다시 내려왔다.
“허억, 허억…….”
완전 파김치가 된 성기호가 촬영이고 뭐고 카메라를 내던지고 셸터로 들어가 피곤함에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2일 차가 지나갔다.
오후부터 새벽까지 졸도하듯 자버린 기호가 배가 고파 잠에서 깨어났다. 레이카는 옆에서 잘 자고 있었다.
그는 비적비적 일어나서 코펠에 물을 담아 라면을 끓여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이제 살겠네. 배고파 죽는 줄… 역시 산에서는 라면이 최고야.’
그는 라면을 먹으면서 셸터 밖에 버려진 카메라를 들었다.
‘아씨, 카메라도 대충 던져놓고 자버렸네. 이거 안 고장 났나?’
기호는 카메라 점검차 전원을 켜보고 녹화해 보았다. 다행히 카메라는 무사한 듯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부스럭… 부스럭…….
‘응? 이게 무슨 소리지?’
근처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풀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10m 전방에서 묵직한 체구의 동물이 킁킁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헉! 메… 멧돼지!!’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150kg은 가볍게 넘어 보이는 육중한 멧돼지였다.
‘시… 실수다. 설마 라면 냄새를 맡고 아래까지 내려 온 건가?’
성인 남자보다 훨씬 큰 놈이었다. 뾰족한 앞니가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성기호는 멧돼지에게 공격당해서 죽었다는 사냥꾼에 대한 기사가 생각났다.
“큭… 여기서 죽는 건가. 흑… 엄마…….”
그렇게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툭!
무언가 성기호의 목에 닿는 순간 그의 의식이 끊어졌다. 옆으로 쓰러지는 기호를 레이카가 받아냈다. 그가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을 굴렀다.
“미안…….”
레이카가 손날로 성기호의 경동맥에 충격을 가해 기절시킨 것이다. 성기호를 눕히고 일어서서 멧돼지를 노려보는 레이카였다.
푸들푸들―
순간적으로 대형 멧돼지가 레이카에게 전속력으로 돌진해왔다.
‘네가 죽고 싶구나.’
레이카가 손에 쥐고 있던 전술 나이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으음…….”
“정신 드세요?”
“응? 꿈인가? 나 안 죽었어?”
“킥킥… 안 죽었어요.”
“그 집채만 한 멧돼지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멧돼지요?”
“응, 진짜 큰 멧돼지가 음식 냄새를 맡고 가까이 왔었거든.”
“글쎄요. 도망갔나 보죠.”
“거참… 이상하네. 왜 도통 기억이 안 나지?”
“쿡쿡… 얼른 아침밥 먹고 약초 채집 가요. 미튜브에 올릴 영상 촬영해야죠.”
“약초 채집? 아침부터 가야 해?”
“벌써 아홉 시인데요?”
“허… 약초 채집이면 또 길도 없는 산 타야 해?”
“네.”
“허어… 알… 알았어.”
“이거 드세요. 소고기 죽이에요. 오빠가 가져온 거 꺼내서 만들었어요.”
“고마워. 뭘 이런 걸 다… 응? 그런데 옷에 이거 뭐야? 피야?”
“에? 뭐지? 왜 이런 게 묻었을까요?”
“가만있어 봐, 내가 닦아줄게. 자, 이제 됐다.”
“고마워요, 오빠. 얼른 드세요. 빨리 가야죠.”
“큭…….”
그렇게 죽을 한 그릇 뚝딱하고 외진 산길을 탐험하듯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앗! 여기 좀 보시죠. 따란… 씀바귀입니다. 겨울에도 이렇게 피어있습니다. 항암 효과가 있고 안구 건조증을 개선한다고 하네요. 약초로도 쓰이지만 무침으로도 먹습니다. 얼핏 보면 민들레하고 비슷한데요. 뽑아보면 뿌리가 다릅니다. 이것 보세요. 민들레가 좀 두껍고 씀바귀는 가늘어요. 신기하죠?”
성기호가 쉴 수 있는 시간이라면 약초를 설명하는 영상을 찍는 지금뿐이었다. 벌써 다섯 시간째 길도 없는 산길에서 헤매고 있었다.
‘허억, 허억… 아이고, 죽겠다. 얘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아는 거지? 그것도 일본 애가? 명칭을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잖아? 채널 이름을 바꿔야 하나? 캠핑소녀 레이카가 아니고 약초꾼 레이카나 심마니 레이카로…….’
사실 레이카는 『서바이벌 식물도감』에 나온 내용을 읊는 게 다였다. 보기만 해도 지식이 떠올랐다. 벌써 건진 동영상만 해도 열 편은 그냥 넘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을 하니 배가 부른 레이카였다.
그 후 20분 정도 더 들어가니 계곡의 끝부분이 나왔다. 아름드리 활엽수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허억, 허억… 레… 레이카, 이제 더는 갈 곳이 없다. 조금 쉬었다가 이제 내려가야지… 지금 세 시 반이야. 길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 그리고 여기까지 들어오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옷이 완전히 땀으로 젖어버린 성기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제발 돌아가자는 투로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면서 서너 번 정도 구르기까지 해서 무릎과 팔꿈치 등 여기저기가 까진 상태였다.
“그럴까요? 영상도 이제 충분히 찍은 것 같은데요.”
‘휴우… 살았다.’
셸터로 돌아오자 이미 날씨가 쌀쌀해지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오빠, 계곡 쪽으로 가서 좀 씻으세요. 땀이 그냥…….”
“헉헉헉… 진짜 주… 죽을 것 같다.”
성기호는 거의 숨이 꼴딱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얼굴이 다 벌겋게 올라온 상태였다.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요.”
“너무 추운데……?”
“러시아에서는 영하 30도에서도 얼음 깨고 입수하는데요, 뭐…….”
“여긴 러시아가 아니잖아.”
“에이, 겨우 영하 10도인데…….”
“영하 10도라고? 미친…….”
성기호는 레이카의 강권에 못 이겨 결국 팬티만 입고 때아닌 차가운 계곡물에 입수했다. 심장 부근에 물을 묻히다가 들어가자마자 차갑다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
“끄아악!”
그는 물 밖으로 나오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미칠 것 같아 번개처럼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그의 몸에서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성기호가 미친 듯이 괴로워하고 있는 사이 레이카는 아침나절에 숙성시켜 놓았던 스테이크용 고기를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했다.
“으음… 이 냄새. 너무 좋고.”
물기를 말린 성기호가 몸을 덜덜 떨며 화덕 주위로 다가왔다.
“고기 굽니?”
“다 됐어요. 드세요.”
“와… 비주얼 뭐야! 대박이네.”
성기호와 레이카는 또 설정을 짜서 촬영하며 스테이크를 뚝딱 해치우고 커피까지 나눠 마셨다.
오늘의 촬영을 모두 마친 레이카가 세면도구와 수건 그리고 옷 몇 개를 챙겨 들었다.
“어디가?”
“좀 씻으려고요.”
“여기서? 이 추운데?”
“오빠도 입수했잖아요.”
“에? 나는 군대까지 다녀온 남자잖아.”
“여자는 왜 못 해요? 저 겨울철 계곡물에 냉수마찰하는 게 특기예요.”
레이카의 이야기를 들은 성기호가 또다시 머리가 복잡한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이거 영상으로 찍으실 건 아니죠?”
“아… 안 돼. 데뷔도 안 했는데… 무슨 입수 영상이야. 절대 안 돼.”
“그럼 여기 계세요. 전 입수 좀 하고 올 테니까.”
그 말을 남기고 레이카가 계곡 쪽으로 사라졌다.
“크흑…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해.”
성기호는 버릇처럼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면서 레이카가 사라진 방향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