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38화 (13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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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캠핑은 아무도 없는 야영장이라고 수정했습니다.

걸그룹 4차 대전의 서막

성기호는 일말의 도덕심이 남아있는지 결국 레이카가 입수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지 않았다.

“앙… 시원하다. 물이 별로 차갑지가 않네. 너무 좋다. 겨울에도 이제 맘 편하게 입수할 수 있겠어.”

레이카가 자신의 가슴 높이 정도 되는 계곡물에 입수하고 몸을 씻고 있었다.

“물도 엄청 깨끗하고 좋네.”

몸을 씻은 레이카가 머리를 말리면서 셸터로 돌아오자 마치 불경을 외우는 듯 중얼거리면서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는 성기호가 보였다.

“오빠, 뭐 해요? 기도해요?”

“응? 아냐, 아냐. 다… 다 씻었어?”

“땀을 씻어내니 개운하네요.”

“그… 그래?”

“이제 우리 얼른 자요.”

‘컥…….’

레이카의 말에 성기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레이카는 워머신이 된 후 일본 여자 특유의 조신한 몸가짐이 사라지고 어떻게 보기엔 헤퍼 보일 정도로 행동하곤 했다. 남자와 아무렇지 않게 옆에서 잔다거나 물속에 입수한다거나 하는 행위 말이다.

물론 그녀에게 까불다가 혼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지만, 성기호가 그 사실을 알 리 만무했다.

레이카는 셸터 안으로 들어가더니 두꺼운 옷이 갑갑한 듯 옷을 훌렁 벗고 얇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런 게 정말 조심성 없는 모습이었다. 밖에서 속옷 차림의 레이카를 목격한 성기호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대… 대박! 몸매 미쳤…….’

속옷만 입은 레이카의 몸매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애슬레틱 계열의 건강한 근육질 몸이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S자 몸매라 보기에 시원시원했다.

‘큭! 안 돼!’

짝! 짝!

‘으윽!’

성기호는 음란마귀를 쫓기라도 하는 듯 자신의 뺨을 후려갈겼다.

“오빠, 왜 그래요? 괜찮아요?”

“어… 어… 괜찮아.”

그렇게 세 번째 날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레이카의 옆에 누운 성기호는 땀을 쭉 빼고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그런지 아니면 속옷 차림의 레이카가 떠올라서 그런지 오랫동안 텐트를 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또 잠을 설친 기호가 느지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카는 완벽하게 화려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공터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퍽!

레이카가 전술 나이프를 가볍게 던지자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썩은 나무의 중앙에 정확히 박혀 들어갔다. 다음번엔 휴대용 도끼, 정글도, 심지어 젓가락까지 정확하게 표적에 꽂히고 있었다.

“어어? 레이카 너 뭐야? 이런 재능이 있으면 진작 말해줘야지. 너 무슨 다트 선수니? 어떻게 똑같은 곳에 딱딱 꽂아 넣어?”

“촬영하려고요?”

“당연하지. 신박하다. 아주 신박해.”

“헤헤… 그러면 제가 또 미튜버처럼 해야죠.”

상당히 멀리 떨어져도 백발백중이었다. 레이카의 투척 기술을 촬영하고 나서 하산하기로 했다.

“오빠, 우리 아침은 내려가서 좋은 식당에서 먹어요.”

“그래, 그러자. 네가 캠핑하면서 해준 것도 좋긴 한데 지금은 진짜로 밥에 찌개 같은 거 먹고 싶다.”

“킥킥킥… 그럼 어서 가요.”

* * *

“그렇게 된 거야. 정말 3박 4일간 죽는 줄 알았다고!”

“뭐, 레이카랑 잘 놀았네. 왜 괜히 불평불만이야? 네가 레이카 같은 애랑 캠핑이 가당키나 하냐?”

“큼… 뭐, 암튼 힘들었다고.”

성기호는 말을 돌리며 컴퓨터를 켜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클릭했다.

“나 어제 캠핑 동영상 중간까지 편집하다 말았거든? 이제 일할 테니까 너도 가서 일 봐라. 늦게 올리면 또 뭐라고 할 거 아냐?”

“열심히 하면 뭐라고 안 하지.”

“쳇…….”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던 성기호가 갑자기 뒤로 우당탕 넘어졌다.

“으아악…….”

기획 팀 사무실을 나가려다가 넘어지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성기호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뭔데 그렇게 놀라? 응? 뭐야, 그냥 정지 영상이잖아. 아니구나. 배경만 나오네. 카메라 땅바닥에 떨어트렸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기호가 강전기를 의자에 앉히더니 살포시 헤드폰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동영상을 앞으로 돌린 후 플레이를 클릭했다.

“한… 한번 들어봐.”

영상에서 검은 물체가 엄청난 속도로 카메라를 휙 하니 스쳐 갔다.

[콰직! 꾸에에엑! 꾸에에에… 꾸이이익… 꾸이익… 꾸익… 꾸…….]

“으악… 놀래라. 뭐야, 진짜.”

“전기야, 이거 그 멧돼지 죽는 소리 아니냐? 막 찔리는 소리 아냐?”

사실 강전기도 이 소리가 생명이 꺼져가며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시치미를 떼며 딴소리를 했다.

“뭐, 인마. 레이카가 칼 들고 멧돼지라도 잡았다는 거야? 이게 돌았나?”

강전기가 어이없다는 투로 성기호를 쳐다봤다.

“아니…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멧돼지가 죽은 것 같다고. 나는 그 말밖에 안 했다, 쩝.”

“아니면 호랑이한테 잡아먹혔나 보지. 호랑이가 멧돼지 좋아했다더만?”

“한국에 호랑이가 어디 있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동물원에서 탈출했나 보지.”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어째 아재 개그 안 한다 싶더니 이제 헛소리로 종목 변경했냐?”

“그게 아니고 어디 가서 헛소리하지 말라는 거야. 괜히 레이카 이상한 애 만들지 말라고.”

“내가 미쳤냐? 레이카 겪어보니까 진짜 착하고 좋은 애더라.”

“아, 그래? 그건 또 신선하네.”

“뭐가 신선해?”

“아냐… 혼잣말이야. 그거 지우고 편집 잘해라.”

“아… 진짜 이해가 안 가네.”

성기호는 자꾸만 죽은 나무를 향해 나이프를 던지던 레이카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건 그렇고, 「걸그룹 4차대전」 이야기나 좀 해봐.”

“아, 그거 궁금하구나? 그게…….”

성기호가 자신이 정리한 프레젠테이션을 띄웠다.

기본적으로 미국에 있을 때 전화했던 내용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략 어떤 회사에서 신인 걸그룹을 론칭하는지 그리고 뮤직넷과 출연 계약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되었다. 쇼에 참여하는 신인들은 최종 여덟 팀이었다.

1) 핑크엔진 (4인조) / 리부트 엔터 ― 확정

2) 레몬캔디 (7인조) / 다이아 ENT ― 확정

3) 퓨리틴 (7인조) / 카오스 ENT ― 조건부 확정

4) 글로리아 (9인조) / 다인기획 ― 확정

5) 라라걸즈 (7인조) / 유앤아이ENT ― 확정

6) 나인테일 (9인조) / 대원기획 ― 확정

7) 클로버즈 (5인조) / 하늘기획 ― 확정

8) G파워 (5인조) / SSJ 엔터테인먼트 ― 미확정(협상 중)

강전기가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핑크엔진, 레몬캔디를 제외하고 다 처음 듣는군. 뮤직넷! 진짜 신인들로만 할 작정인가 보네. 중고 신인 하나도 없이 말야.’

소속 회사들을 살펴보니 강전기 본인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회사가 눈에 보였다.

‘글로리아’는 블루비 소속사인 다인기획 헨리 피디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이라는 그룹이었다. 성기호의 개인적인 홈마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본 결과 9인조의 신비주의 콘셉트를 지향하는 걸그룹이라는 추측이었다.

강전기는 성기호 싱크탱크의 추론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헨리 피디는 줄리어드에서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신비주의란 콘셉트가 딱 맞을 것 같았다.

‘헨리 피디… 또 삽질 안 할는지? 약간 걱정되는구만. 우리한테 제2의 아이윤도 공짜로 넘겨주고 말야. 정말 고마운 사람이지.’

그다음에 라라걸즈는 유앤아이액터스가 가수도 키우기 위해서 사명을 바꾼 회사라고 했다. 역시나 성기호 싱크탱크인 홈마들과 걸그룹 찍덕들, 그리고 성기호 자신의 분석에 따르면 실력은 모르겠지만 외모가 되는 배우 지망생들이 대거 포진된 섹시+러블리 콘셉트의 아이돌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었다.

‘와꾸가 좋으면 초반에 살짝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유앤아이하고는 원한이 있단 말이야. 「우리 마을 예체능」에서 나를 물먹였겠다? 어디 두고 보자.’

그리고 나인테일은 강전기의 전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디어엔젤의 주아라가 소속되어 있는 대원기획의 신인 걸그룹으로 시대를 앞서가서 나오는 바람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텐뮤지스의 소속사이기도 했다.

강전기는 개인적으로 텐뮤지스의 곡들을 많이 듣곤 했다. 갑자기 음방에서 처음 만났던 청순한 주아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인테일은 거의 확정적으로 섹시 콘셉트로 밀고 있는 그룹이라고 했다. 이 팀은 벌써 구체적으로 데뷔 일자가 자꾸 미뤄져서 이미 소문이 다 퍼진 상태라고 했다.

다음으로는 SSJ의 신인 G파워였다. SSJ엔터테인먼트는 원판의 소속사 즉 강전기 본인의 소속사였기 때문에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걸그룹이라곤 벌써 6년 차인 체리스노우 하나로 버티는 중이었다. 회사의 나머지 역량은 죄다 남돌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SSJ가 뜬금없이 신인 여자 아이돌을 낸다고 하니 차기 보이그룹이었던 딥블랙이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자 걸그룹을 론칭하는 거라고 분석하는 성기호였다.

“주목해야 할 그룹은 역시 G파워야. 일단은 기민이 형이 SSJ를 잘 설득해서 참전(?)시키는 거로 가정했어. SSJ가 괜히 SSJ가 아니지. 멤버들이 1티어라고 봐야 해. 물론 하도 데뷔를 안 시켜주니 여자 연습생 풀이 망가져서 다른 기획사로 많이 넘어갔다고 하지만 이름값을 무시하면 안 돼. 언제 SSJ에서 아이돌 데뷔 준비를 소홀하게 해서 팀을 론칭한 적 있어?”

성기호가 열정적인 눈빛으로 강전기에게 되물었다.

“아니… 내 기억엔 없는 거 같은데?”

“맞아, 역시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그룹은 G파워지. 요주의 체크다.”

“됐어,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프로듀싱으로 발라버리면 되지.”

“전기야, SSJ 전속 작곡가들 무시하지 마라. 케이팝을 선도한 거장들이다.”

“누가 무시한대? 그냥 이제 나한테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거지.”

“하하… 자신감은 대단해. 나도 그런 거 좀 배우고 싶다.”

“근데 그룹명이 G파워가 뭐야, G파워가? G스폿이 낫겠다.”

“큭… 아재 드립 또 시작이네.”

“앞에다 ‘보’를 붙여도 좋고…….”

“야! 망측하다. 그만해라. 누가 들을라…….”

“웃기면 그냥 웃어, 인마. 억지로 참지 말고. 나중에 한번 봐봐. 사람들이 많이 놀릴걸?”

“네 저질 유머엔 소울퀸즈 누님들이나 넘어갈까? 난 어림없어.”

“쳇, 그런데 SSJ에 도발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뭐가?”

“아니, 아직 미확정이라며?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해? 완전 나가리 아냐.”

“뭘 어떻게 해. 무산되면 그냥 밑바닥부터 인지도를 쌓아야지. 한 2년 본다. 경험상 아무리 괜찮은 애들이라도 요즘 그 정도는 걸리더라.”

“아… 안 돼.”

“그리고 카오스ENT 애들 있지? 퓨리틴이라는 그룹인데 걔들도 SSJ 안 나오면 안 한다고 조건부로 협상한 거래.”

“그래? 그래도 그 회사에 머리 좀 굴리는 사람이 꽤 있나 보다?”

“첨단 IT 회사가 모기업인데 그런 사람 하나쯤 없겠니? 안 그래도 내가 알아보니 퓨리틴 멤버들 다른 기획사에서 괜찮은 애들 스카우트해서 만든 그룹이라더라.”

“진짜?”

“맞아, 확실해. SSJ랑 어디냐… 더블케이 출신도 있다네.”

“허… 그럼 게네도 복병이네.”

“그렇지. 그런데 나는 솔직히 SSJ 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물론 참전한다는 가정하에…….”

“우리 애들이 G스폿인가 하는 애들도 충분히 바를 수 있어.”

“G파워다.”

“됐고… 그런데 클로버즈는 뭐야? 하늘기획? 나 진짜 처음 들어본다.”

“나도 몰라. 정보가 없음. 아마 신생 기획사쯤 되나 보지. 우연히 정보를 입수해서 콘택트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총 여덟 팀이라는 거네?”

“지금까지는 그래. 더 추가될지도 몰라. 그런데 더블케이하고 JB Ent.는 안 한다고 했나 봐. 신규 걸그룹 데뷔 일자가 안 맞는 거 같아. 맞는다고 해도 JB는 아마 안 나올 거고… 게네들은 솔직히 나올 필요가 없지. 걸그룹 명가잖아. 로얄로드.”

“기민이 형님이 고생 좀 하시는 거 같네. 내가 도움 줄 거 없나. SSJ를 꼭 참전시켜야 하는데 말야.”

“지금 KM이 움직여서 새로운 기획에 대해 소문이 살짝 돈 거 같아. 어때, 이제 좀 안달이 나냐?”

“회사 이름하고 내 이름까지 걸고 전쟁에 참전하는 건데 당연히 긴장되지, 인마.”

“후후… 전기야, 그런데 내가 가슴 아픈 소식 하나 알려줄까?”

“뭔데? 그게?”

성기호가 갑자기 팔짱을 끼고 의자를 뒤로 크게 젖히며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 핑크엔진하고 하늘기획 클로버즈인가? 이 두 팀이 현재 인지도 최하위권이야. 다른 팀들이 우리 회사 애들은 아예 아웃오브안중이래. 조사조차 안 한다더라.”

“흠… 뭐 당연한 거 아냐?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런데 실제로 애들 보면 깜짝 놀랄 건데…….”

“뭐, 네 말이 맞아. 내가 봐도 우리 회사에서 그런 애들을 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그런데 SSJ가 안 나오면 진짜 말짱 도루묵 된다.”

“하… 어떻게 방법 없겠냐? 머리 좀 굴려봐, 친구.”

“글쎄다. 당장은 기민이 형을 믿는 수밖에 없지.”

사무실이 침묵에 빠져들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 중인 강전기였다.

깨톡.

그때, 강전기의 스마트폰으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EXE의 레온이었다.

[레온 : 형님, 한국 들어오셨나요? 조만간 얼굴 한번 보시죠?]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 강전기가 차갑게 웃기 시작하며 책상을 두드렸다.

‘옳거니! SSJ를 도발할 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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