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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 댓글 놀이하다가 한편밖에 못썼습니다.
중간에 일이 있어서 집안일도 하고요.
다음편은 지금 쓰고 있는데 아침이나 오전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걸그룹 4차 대전의 서막
강전기는 이틀 후 빅샷엔터테인먼트 녹음실에서 「너는 나를 지킨다」를 녹음했다. .EXE는 데뷔 6년 차답게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 레코딩을 완료했다.
‘역시 세계 최강 보이밴드다운 실력이군.’
솔직히 조금은 놀라고 있었다. 춤은 일단 잘 모르니 패스하고 노래는 하나같이 준수함 이상이었다.
특히 서너 명은 상급(A급)의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도 톤별로 다양했다. 바리톤, 테너, 알토, 소프라노까지 소프라노의 음역을 보유하고 있는 메인 보컬 민우의 하이 톤은 평범할 수도 있는 노래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진짜 명품 보이스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랩은 어떻고?’
빈칸으로 내준 16마디를 느슨하지만 미칠 듯한 그루브감으로 채워버린 티렉스였다.
‘노래도 다 들어냈는데 랩도 꽉꽉 채워서 갈 필요가 없는 거 같아요.’
과연 티렉스다운 센스였다. 랩도 운율을 살린 그런 매끄러움이 돋보였다.
강전기는 .EXE와 작업하면 할수록 그들의 거대한 잠재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오늘 할 녹음을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로 생각하고 왔다면 실전에서 150점 정도의 점수를 낸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였다.
‘진짜 특별해. 이들은 진짜야. 나도 모르는 내 곡의 매력을 머리채를 잡고 끌어올리듯 강제로 스펙업을 시켜버린다. 이런 애들이라면 남돌도 키워볼 만하겠어. 막연히 심리적으로 거부할 게 아니라… 물론 터지면 수익도 짭짤… 크흠…….’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노래 진짜 잘 뽑혔어요.”
“레온 씨도 수고하셨어요.”
“형, 어제 회사에서 콘셉트 관련 회의를 했거든? 며칠 후에 바로 뮤비 찍고 복귀할 건데 쇼케이스에 꼭 와야 해? 알았지?”
녹음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에릭이 말하며 강전기의 옆으로 가서 어깨동무했다.
“형, 왜 난 형이 내 친형 같지?”
“왜? 누가 너한테 나 닮았다고 하드냐?”
“그런 소리야 여기 스태프들도 맨날 하는 소린데, 뭐. 형제같이 생겼다고…….”
“나도 미국에 있을 때 외국인들한테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
‘그걸로 꿀 좀 빨았는데…….’
“그때 M케이콘 할 때 레드카펫에서 너랑 나랑 찍힌 사진이 SNS에 돌고 있다고 우리 회사 직원이 알려주더라.”
“아… 그거? 형, 그때 내가 알아볼 줄 정말 몰랐어?”
“설마 했지.”
“아니, 생각 좀 해봐. 형처럼 생겨서 번쩍거리는 몽클레어 패딩을 입고 앞에 떡하니 있는데 그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그런가?”
“그래,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더라.”
강전기는 녹음을 마친 후 .EXE 멤버들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겼다. 저녁 식사에 빅샷의 대표이사인 나진혁 대표도 참석했다. 그는 검은 뿔테 안경에 턱수염이 아주 멋지게 관리된 중년인이었다. 그는 전기에게 몇 번이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실 고마울 것이다. 빅샷은 사실상 온리원팀 회사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회사의 모든 수익이 다 날아가 버리는 기형적인 형태였다.
최근에 그런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엔터 회사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돈이야 차고 넘치는 중이었다. 대형 3사의 수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이 벌어들였다고 알려졌다.
한편, .EXE의 곡이 아주 잘빠져서 그런지 기분이 너무너무 좋은 강전기였다. 나 대표가 나중에 통장을 보면 깜짝 놀랄 거라며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귀띔한 게 결정타가 되었다.
통장 이야기를 듣고 술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기 시작했다. 기분이 무척 좋아진 강전기가 소문난 주당이라고 알려진 나진혁 대표와 끝도 없는 술 배틀을 벌이는 중이었다.
“나 대표님… 에? 리부트 엔터 인수하시면 안 돼요.”
“전기야,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근데 넌 참 농담도 잘한다. 아까부터 말했잖아. 걸그룹 있는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다니까. 그러니까 리부트 엔터는 자동으로 아웃이지.”
“아니? 왜욧? 우리 소울퀸즈는 걸그룹 아닌가요?”
“누가 소울퀸즈를 걸그룹이라고 해? 그냥 보컬 그룹이지.”
“참… 제가 프로듀싱 맡으면서 걸그룹으로 재창조했다니까요. 작년 가을에 장기간 차트 알박기한 거 모르세요? 카테고리 들어가 보면 걸그룹으로 분류되거든요?”
“꺽… 그건 파인트 담당자가 실수했네.”
“형… 아니라니까 그러네.”
나 대표와 일렉케이가 술을 먹은 뒤 티키타카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레온과 에릭이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다른 멤버들은 피곤하다며 자리를 뜬 상태였다.
‘레온 형, 와… 케이 형 왜 저런데요. 술 먹으니 완전… 크흠… 대표님하고 비슷한 연배처럼…….’
‘조용히 해. 그래서 겁나 편하잖아. 대표님의 무한 리바이벌을 안 들어도 되잖아?’
‘아… 그건 인정.’
무한 리바이벌이란 나진혁 대표가 술에 취했을 때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버릇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그거 듣다가 머리에 쥐 나잖아.’
‘그러게요. 저도 그거 들으면 스트레스 해소하느라 인터넷으로 쇼핑해요. 그런데 케이 형은 대표님하고 완전히 잘 노시는데요?’
‘흐… 우리 일렉케이 형님 갭 뭐냐. 미치겠다, 큭큭…….’
아직도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며 누가 죽나 대작하는 중이었다.
“진혁이 형, 우리 리부트 무시하지 마요. 조만간 걸그룹 하나 나올 건데요. 대박 낼 거니까…….”
“어? 혹시 너희 회사도 뮤직넷에서 기획하고 있는 그 프로에 나가는 거야?”
“끅… 형도 아세요? 걸그룹도 없는 회사가 정보력이 참 빠르기도 하네요.”
“소문 벌써 돌았지. 뮤직넷 경영진들이 바뀐 후부터는 일을 좀 잘하는 것 같더라. 메가 히트 프로그램인 「아이돌 메이커」가 그 꼴이 되고 무너지자마자 그런 신선한 계획을 또 내놓다니. 프로듀싱+신인 걸그룹 전쟁이라고? 허, 참… 우리 회사에 제대로 된 연습생 데뷔 조만 있었어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거기 내보내는 건데. 나도 나오면서…….”
“아… 진짜로 왜 그래요. 상도덕 좀 지킵시다. 여자 .EXE는 우리가 좀 할게요.”
“너 지금 무슨 담합하니? 가요계가 그렇게 사이좋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곳이야? 나도 얘들이 이렇게 터질 줄 몰랐어. 빌보드 1위라니. 이게 가당키냐 하냐?”
“형, 됐고요. 진짜 기대해도 좋아요. 우리 애들 정말… 내 새끼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진짜 한 명 한 명이 톱티어예요. 빅샷의 .EXE라니까요. 아, 맞다. 우리 애들 목표가 여자 .EXE예요.”
“하이고… 지금 보니까 좋은 거 같지? 돈도 잘 벌고?”
“예, 부럽네요.”
“넌 다행인 줄 알아. 이정수 대표님이 진짜 좋으신 분이야. 난 혈혈단신으로 JB Ent. 뛰쳐나와서 아이돌 그룹 시원하게 연속으로 말아먹고 .EXE를 마지막으로 진짜 한강 다리 가려고 했다. 사채업자들한테 쫓기는 심정 넌 절대 모를 거다.”
“그런 아픔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건 형 레벨이지. 난 어나더 레벨!”
“전기야, 자신감은 좋은데 자만하지 마라. 나도 네가 만든 곡들 쭉 들어봤어. 자신감 가질 만하더라. 곡들이 아주 좋아.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 해. 알겠냐?”
“알았어요, 형… 맞다. 진혁이 형도 우리 정수 형처럼 프로듀서였지? 하하… 자꾸 까먹네요. 언제 셋이서 술 한잔해요.”
“좋지. 방송에서 한두 번 뵀는데 나도 친해지고 싶은 형이더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인간미가 그냥…….”
“인간미가 너무 넘쳐서 문제죠. 그래서 회사도 인간미 넘치게 아주 막장으로 굴러가고요.”
“흐흐… 재미로 하나 보지.”
“…….”
“아무튼, 너무 고맙고… 전기는 내 맘 알지?”
“아… 이제 그만 좀 하시고요. 술이나 마시죠?”
* * *
“헉…….”
눈을 떠보니 자신의 방이었다.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어찌어찌 집을 잘 찾아온 것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강전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우… 술을 얼마나 먹은 거야. 머리 깨지겠네, 진짜.’
[띠링! 다량의 알코올 섭취로 신체 능력이 저하되었습니다. 속성으로 해독하시겠습니까?]
“그래, 죽을 것 같다. 얼른 해독해.”
[5분가량이 소요됩니다. 해독 중… 에너지 소비가 높습니다. 해독 완료 후 열량을 보충하시기 바랍니다.]
5분이 지나니 정말로 숙취가 씻은 듯 사라졌다.
강전기는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세수만 하고 후드티와 패딩을 걸치더니 근처 국밥집에 나가 시원한 깍두기를 곁들여 돼지국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잘생긴 총각, 이건 서비스야. 너무 잘 먹어서 주는 거야.”
“어? 감사합니다, 사장님.”
가게 여사장님이 순대 한 접시를 테이블에 놓고 계산대로 돌아갔다.
‘참… 잘생겨지니 여기저기서 이런 호의를 보여주네. 참 세상 편하다. 쩝… 그런데 왜 이렇게 씁쓸하지?’
전생의 우울했던 삶이 머릿속으로 잠깐 스쳐 갔다.
먹음직스러운 순대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조금 떨어져서 국밥을 먹고 있던 처자들이 자신을 몰래 쳐다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나이트에서 신나게 놀다가 나온 일행인 듯했다.
‘음… 역시 존잘이 최고야. 어디를 가나 이렇게 관심을 받잖아.’
그는 한번 웃어주고 계산한 뒤 출근할 준비를 했다.
* * *
리부트 엔터 연습실에서 강전기는 매의 눈으로 핑크엔진을 점검하고 있었다. 옆에서는 리부트 식구들이 다들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데뷔곡을 실전처럼 쇼케이스 하는 중이었다. 핑크엔진은 육성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역시 인하, 레이카, 다미는 안정적이다 못해 무슨 AR을 틀어놓은 거 같네. 이거 라이브 실화냐? 얘들은 이미 1티어야. 1티어 그룹 중에서도 얘들처럼 하는 멤버는 몇 안 되지. 이거야말로 미친 수준이야. 기호 말처럼 인지도만 없을 정도…….’
그런데 그의 눈에 밟히는 한 명이 있었다. 12월부터 2월 말인 지금까지 3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지만, 언니들의 춤을 따라 기기엔 역부족인 최시유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춤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따라가기는 하네. 대견한걸?’
강전기는 다른 세 명은 보지도 않고 최시유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외모는 레이카의 세심한 관리로 재탄생되었다. 심미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쌍꺼풀은 완벽하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고 얼굴도 살이 올라 강아지처럼 러블리한 귀여움을 뽐내고 있었다.
‘좋아, 좋아. 댄스 실력이야 연습 시간이 해결해 줄 테지. 그런데 저런 외모는 시간을 들인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지, 암.’
모델 같은 도시 미녀 김인하, 웃으면 러블리한 천상계 미소녀지만 평소엔 무뚝뚝한 레이카, 얼굴에 색기가 줄줄 흐르는 고양이상의 미녀 이다미!
셋 중에 그나마 레이카가 얼굴로 보면 러블리계로 볼 수 있지만, 자고로 걸그룹의 비주얼 센터는 매우 예쁜 나머지 남자건 여자건 동경할 수밖에 없는 미모의 소유자들이 맞는 자리였다.
그랬다. 핑크엔진에는 러블리한 요소가 충분하지 않았다. 씹덕을 담당해 줄 인재가 하나 있어야 했는데 그게 바로 최시유였다. 그녀의 환골탈태한 화사한 얼굴은 그 롤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몸매도 대박이야. 긁지 않은 복권 같은 S라인이랄까? 레이카랑 헬스클럽을 다닌다던데 엄청 신경 써줬나 보군. 흐음… 워머신에 그런 지식도 있겠지? 아무튼 시유는 완벽하게 업그레이드됐어. 이제 지적 능력만 높이면 돼.’
노래가 끝나고 멤버들이 조용히 강전기의 평가를 기다렸다. 최시유는 힘이 드는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모두의 눈이 강전기의 입을 향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핑크엔진의 프로듀서는 일렉케이 강전기였으니까.
“좋네요. 레이카는 처음 들어가는 도입부가 아주 좋았어. 역시 센터라면 그 정도는 해줘야지. 초반부터 관객들을 확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해. 중간중간 브리지에서도 매력적이고 매끄럽게 잘 이어줬고… 다미는 역시, 뭐 춤이건 노래건 흠잡을 게 없다. 그냥 곧바로 데뷔해도 되겠어. 다미가 춤을 추면 선이 너무 예뻐서 집중돼.”
레이카와 이다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인하는 코러스가 진짜 좋았어. 춤을 그렇게 추면서 계속 화음을 넣어주는 거 좋더라. 그리고 중간에 랩 파트는 진짜… 이런 말 하면 좀 없어 보이긴 하는데 쩔었다. 그냥 쩔었어. 내가 봤을 땐 랩으로는 신디 말고 너보다 잘하는 여자 아이돌은 없을 것 같다. 아, 오해는 하지 말고. 신디보다 못한다는 게 절대 아니야. 그만큼 어나 더 레벨이라는 거야, 알았어?”
“넵! 감사합니다!”
김인하가 미소 띤 얼굴로 폴더 인사를 했다.
‘역시 텐션 좋고……. 인하는 노래, 춤, 랩, 코러스, 표정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진정한 멀티 툴이야. 총 점수의 합을 따지자면 무조건 일등이다. 얘는 그룹 해체해도 솔로로 잘 나갈 것 같아.’
“그런데… 시유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시유가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모두의 시선이 강전기의 얼굴에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