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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캐릭터들이 너무 나와서 헷갈리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작, 댓글, 추천은 사랑입니다. 주말에는 연참 가겠습니다.
레몬같은 상큼이들
“자! 잡담은 이제 그만하고 노래 한번 들어볼까요?”
“네!!”
레몬캔디 멤버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귓속말을 주고받으면서 웃고 킥킥댔다. 그런 장면이 전부 다 촬영되고 있었다.
사실 핑크엔진은 데뷔곡을 이미 여러 번 듣고 녹음도 했기 때문에 녹음 영상을 찍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별다른 멘트도 없이 약간은 무미건조했다고 할까? 하지만 레몬캔디는 오늘 처음 보는 거라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일단 파트는 아직 안정해졌으니 전부 다 한 번씩 불러볼 거예요. 먼저 은성 씨부터 들어가세요.”
“넵! 알겠습니다!”
차은성이 씹덕답게 귀여운 얼굴에 기합을 넣으며 녹음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보기만 해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오라가 풍겨왔다. 워낙 많은 것에 대해 호기심이 있어서 해본 것도 많고 취미도 다양해서 존재 자체가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저런 멤버는 그냥 꽂아놓기만 하면 팬들이 알아서 덕질을 하는 거지.’
“자, 시작합니다.”
차은성의 헤드폰으로 강전기가 작곡한 「마지막 여름」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집에 있기엔 심심하잖아. 우리 소중한 여름~
그냥 노는 건 의미가 없어. 추억 여행을 떠나~]
그녀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과다한 상태였다. 첫 소절부터 음정이 불안하더니 피치를 올리는 두 번째 마디부터 음 이탈이 나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요.”
“왜요? 그냥 쭉 해보세요. 감안하고 들을 테니까.”
“감안하시면 안 되고요. 저 이… 이 정도는 아닙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런 이미지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인지 스스로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강전기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다시 전주가 나오고 차은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까 처음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불안 불안하게 흘러갔다. 차은성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지 동공이 지진 난 듯 마구 떨리고 있었다.
그것을 감지한 강전기가 그냥 진행하라며 손을 들어 빙빙 돌렸다.
“자, 됐습니다. 나오세요, 은성 씨.”
“피디님, 한 번만 더 하면 안 될까요? 제가 첫 번째라 긴장했나 봐요.”
“괜찮습니다. 이건 가창력 테스트가 아니에요. 음역과 음색을 보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야 제가 파트를 분배하고 녹음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 그래도…….”
“다음, 이유리 씨 들어가세요.”
“아… 제발…….”
차은성은 녹음실 문을 열고 나오며 자신에게 실망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잘했어. 네가 그렇게 밑바닥을 깔아줘야지.”
“뭐라고? 이게?”
차은성과 남민지가 또 서로 어깨를 잡고 옥신각신하는 중… 강전기가 그들을 보고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녹음할 테니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였다.
“죄… 죄송합니다, 피디님. 이 녀석이 자꾸 도발해서…….”
“피디님, 죄송합니다.”
‘밝아서 좋구만. 이 둘은 에너지를 남에게 발산하는 스타일이다. 예능 캐릭터로 딱 맞아.’
강전기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려 헤드폰을 쓰고 있는 이유리를 쳐다보았다.
이유리는 160cm가 안 되는 그룹 내 최단신이었지만, 머리가 작고 상·하체 비율이 좋아 최단신처럼 안 보이는 신기한 느낌을 주는 소녀였다.
강전기가 보기엔 시간이 갈수록 팬이 많아질 것 같은 스타일이었다. 행동이 조심스러웠지만 사려 깊고 배려가 있었다. 그리고 남과 이야기할 때 눈을 맞추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를 가진 데다가 말도 조곤조곤 논리에 맞게 조용히 잘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유리가 이 레몬캔디라는 그룹명에 가장 부합하는 멤버야. 얼굴만 보면 막내인 병약 미소녀 공소연이 제일 상큼하긴 하지만…….’
이유리는 몸 전체에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소녀였다.
‘얼굴은 뭐라고 해야 할까? 청결한 느낌이 드는 깔끔한 스타일?’
“자, 노래 나갑니다.”
이유리가 3분여에 달하는 곡을 끝까지 불렀다.
“자, 됐고요. 다음은 초희 씨 들어가세요.”
다음 타자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걸즈 스쿨」 초반부터 항상 3위권을 질주했던 레몬캔디의 센터 김초희였다.
그녀는 쌍꺼풀이 없는 한국형 미인이었는데 키도 167cm로 상당히 크고 몸매도 좋아서 팬들 사이에서 제2의 이화라고 불리는 멤버였다. 「걸즈 스쿨」 당시 흰 롱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를 보고 누군가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다고 했던 게 방송으로 나가는 바람에 별명이 김선녀가 되었다.
“김선녀, 파이팅!”
“하지 마…….”
그녀는 그 별명이 창피한지 녹음실로 들어가며 멤버들에게 눈을 살짝 찌푸리면서 하지 말라고 애교를 떨었다.
‘크헉… 미쳤다리. 천상계 비주얼 무엇? 레이카만 없었으면 얼굴은 거의 압도적 1위였을 텐데 말야. 그래도 레이카는 몸이 좀 운동선수 같지. 내 취향은 압도적으로 초희야. 비율도 탁월하고 말이지.’
“자, 노래 나갑니다.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부르세요.”
드디어 일곱 명의 노래가 끝이 났다. 강전기는 각 멤버의 현재 상태를 악보에 적어놓았다.
[가창력 등급]
1. 씹덕의 여왕 차은성 C-
2. 볼매극호 이유리 C+
3. 도른자, 개그 듀오 남민지 C-
4. 종잇장녀, 병약미소녀 공소연 D
5. 과학고 출신 뇌섹녀 이보경 C
6. 센터 김선녀 김초희 C+
7. 메인 보컬 정우리 B
전반적으로 노래 실력은 일반인 수준, 아니 일반인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으로 보였다. 지금껏 트레이닝을 받아온 아이들이니 실제 실력은 그냥 일반인. 하긴 「걸즈 스쿨」에서 실력으로 뽑힌 게 아니라 오로지 외모나 스타성으로 선발된 아이들이라 어쩔 수 없었다.
강전기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레몬캔디 멤버들은 그런 강전기의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잘생겼다.’
레몬캔디 멤버와 여작가들이 그 모습을 보며 공통으로 갖는 생각이었다.
강전기는 레몬캔디 데뷔곡을 맡은 프로듀서로서 냉정해지기로 했다. 일렉케이는 종이에 쓰여있는 1번 차은성과 3번 남민지 그리고 4번 공소연, 5번 이보경의 이름에 줄을 죽죽 그었다.
‘얘네는 노래 파트를 줄여야 해. 어쩔 수 없어. 차은성과 남민지는 짧은 랩이라도 시키면 되는데 공소연은 그것도 무리야. 그냥 곡 전주나 초반에 한두 마디 임팩트 있는 부분을 넣어줘야겠어. 비주얼은 새콤달콤하잖아? 보경이는 애매하네. 현재 노래 수준은 완벽한 일반인 수준이야. 어떻게 하지?’
그는 고민된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고개를 내젓고 책상을 두드렸다.
“잠시 쉬었다가 합시다. 전 화장실에 좀…….”
강전기는 화장실에 들어가 팔짱을 끼고 거울을 노려봤다.
‘젠장, 경연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될 놈 될이야. 잘하는 애 위주로 가야 해. 그래도 내 감이 틀릴지도 모르니 잘하는 애 세 명은 포텐을 점검해 봐야겠어. 으… 이 개 같은 스킬.’
시원하게 물을 뺀 전기가 중지를 들어 콧구멍을 후비기 시작했다. 그냥 터치하는 게 제일 간단하긴 한데 초면에 몸을 만지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던 대로 나노 로봇을 튕겨서 착상시키는 게 제일 깔끔했다. 하지만 녹음실 360도에 설치된 카메라 때문에 코를 맘대로 후비기 민망해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것이다.
강전기는 손을 씻지 않고 녹음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자 조용히 잡담을 나누고 있던 레몬캔디 멤버들이 대화를 뚝 중단했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강전기의 얼굴에 집중됐다. 그러는 사이 강전기는 책상 밑으로 손가락을 튕겨서 정우리, 이유리, 김초희에게 나노 로봇을 날려 보냈다.
[띠링… 분석 나노 로봇이 착상에 성공하였습니다. 특성 분석을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래! 간편 분석으로 그리고 레포트는 마이너 분석 그 페이지만 송출해라.’
[분석 중입니다…….]
한편, 레몬캔디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돌아오자 무언가 중요한 걸 발표하려는 것처럼 느껴져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일렉케이는 노래 배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나노 로봇의 분석을 기다리는 중이었지만 그냥 기다리면 없어 보일까 봐 괜히 분위기를 잡고 있는 거였다.
[띠링… 간편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착상 순서대로 레포트를 송출합니다.]
먼저 정우리의 레포트가 망막으로 송출됐다.
===[간편 분석]===
1. 기본 사항 (중요)
―키 : 163cm / 몸무게 : 48kg / 시력 1.2(좌우) / 체력 D / 근력 D / 민첩 D / 지력 C
2. 사용자의 요구로 상대 개체와 교감을 나눌 시 유용한 분석 내용은 생략됩니다.
3. 사용자 요구 반영 분석 사항 (마이너 사항)
―가창력 : B (A) / 댄스 : C+ (B-) / 언어능력 C (B) / 연기력 C- (C+) / 예능감 C+ (B)
#지수는 어빌(포텐)로 표시됩니다.#
(요약) 해당 개체는 예능감과 가창력의 포텐이 뛰어남. 가창력의 수준은 B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A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기타 재능으로는 예능감이 괜찮은 수준, 체력과 근력을 올리지 않고 가창력 포텐에 도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점을 유념할 것. 참고로 5분 간편 분석은 통계학적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3%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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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룹 내에 가창력 A급 포텐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강전기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A급이 없었다면 프로듀싱하는 데 상당한 제약조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곡에서 비중이 큰 멤버부터 차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정우리 양은 메인 보컬이라 그런지 노래가 꽤 괜찮네요.”
“감… 감사합니다.”
정우리의 귀엽지만 약간은 순박(?)하게 생긴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노래도 많이 연습해 왔는지 다른 멤버에 비해서 곡의 이해도도 뛰어나고 감정 표현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정우리가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마지막 단어를 듣고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가 누구던가, 빌보드를 평정해 버린 전무후무한 작곡가가 아니겠는가? 정우리는 데뷔곡을 받고 꾸준히 연습하긴 했지만, 작곡가가 일렉케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며칠 전부터 정말 미친 듯이 연습해 왔던 것이다.
“아직은 정상급의 메인 보컬과 견주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그룹 내에서는 제일 잘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 잘해야 합니다. 이 노래에서 우리 씨의 비중이 50% 정도는 될 거예요. 더 잘하지 못한다면 곡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게 될 겁니다.”
정우리는 일렉케이의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부터 스스로 노래를 꽤 잘한다고 생각했었고 멤버가 된 후 레슨을 더 받으면 실력이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난 두 달간 보이스 트레이닝에서 실력이 조금밖에 늘지 않고 정체된 상황이었다.
어떤 트레이너는 그게 자신의 한계치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 사실이 답답하기도 하고 불안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그룹에 자신을 받쳐줄 리드보컬도 없는 상황으로 그룹에서 거의 소녀 가장 수준의 메인 보컬이었다.
노래를 마치고 프로듀서가 칭찬하긴 했지만, 자신이 느끼고 있는 바를 정확히 꿰뚫어 보자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구역질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그만큼 혼자 전부 노래를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강전기는 현재 상황에 몰입하여 패왕색기를 최대치로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밀폐된 녹음실 공간에 있는 모든 이들의 멘탈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마치 언령 마법을 펼친 것처럼 말이다.
“우욱…….”
“우리 언니… 왜 그래? 어디 아파?”
옆에 있던 이유리가 주의 깊게 우리를 살피다가 그녀가 가슴을 부여잡고 안색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것을 보고 두 손으로 우리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정우리는 입을 손으로 막고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도 걱정되는지 일어나서 정우리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우리 언니, 괜찮아?”
“우리 메인 보컬님 괜찮아. 괜찮아. 네가 제일 잘했어.”
강전기는 그 모습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보통의 데뷔 조라면 메인 보컬이 많아도 30% 정도만 커버하면 되는 수준이었지만 레몬캔디는 최소한 50%였다.
아니, 코러스까지 해야 하니 많으면 70%까지도 육박할지 몰랐다. 만약 다른 멤버들이 그대로라면 그야말로 혹사 수준의 노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수준인 것이다.
잠시 시간을 주니 정우리가 멤버들의 보살핌으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좀 괜찮아요?”
강전기가 아까와 다른 따뜻한 음성으로 정우리를 바라보았다.
“네… 네… 죄송합니다, 피디님.”
말하는 정우리의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물기가 묻어있는 느낌이었다.
“메인 보컬로서 부담이 크죠? 다 알고 있어요.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강전기는 정우리의 깨끗한 얼굴을 바라보며 의자의 등받이에 허리를 가져다 대며 다리를 꼬았다. 그 모습이 마치 화보에 나오는 일류 패션모델 같아 보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괜히 프로듀서가 아니니까. 그런 거 하라고 제가 여기에 앉아있는 겁니다. 이리 와보세요. 해결책을 알려드릴게요.”
강전기는 손을 들어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는 시늉을 했다. 정우리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강전기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