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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과학고 천재 이보경 다들 예상하셨나요?
모든게 유전자빨?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ㅠㅠ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성실연재 달성해서 댓글달면 쿠폰 준다네요. 참여들 해보세용~
프로듀서들의 신경전
‘이게 정녕 실화냐?’
과학고 천재 이보경은 미국에서 계약한 멜리나와 거의 맞먹는 수준의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연예계 쪽 재능은 멜리나한테 밀리겠지만 다른 분야를 생각했을 때는 오히려 압도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초특급 슈퍼 엘리트였다.
‘아니, 어떻게 이런 사기캐가 존재할 수 있는 거지?’
농담으로 아이돌계의 끝판왕 어쩌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수치를 보니 실감이 났다. 경연에서 레몬캔디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보경의 활약이 관건이 될 확률이 높았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캐릭터에서 갑자기 긁지 않은 복권으로 둔갑한 이보경.
강전기는 그 사실이 너무 든든했다. 솔직히 레몬캔디의 실력이 형편없다면 그의 어떠한 초특급 프로듀싱도 소용없었을 테니까.
‘어우, 이거지. 역시 강전기 사단에 합류할 만한 인재야. 이제 됐다. 레몬캔디는 확실히 띄운다.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전기는 우연히 만렙 포텐의 장수를 얻은 노쇠한 영주처럼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꼬리를 씰룩댔다.
‘이 귀여운 복덩이 같으니라고.’
울어버린 게 창피한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이보경을 아빠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는 강전기였다.
“보경아, 넌 따로 체력 관리 같은 거 어떻게 해? 호흡이 상당히 안정적인데?”
“아… 체력 단련실에서 러닝 머신 30분 정도 뛰고 근력운동 약간요.”
‘체력 단련실? 숙소에 그런 것도 있어? 기민이 형 뭐야. 얘들한테 그냥 돈을 쏟아붓네.’
“다른 멤버들은?”
강전기가 소파에 앉아있는 상큼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차은성이 냉큼 대답했다.
“원래 처음부터 운동했던 사람은 보경이하고 초희 언니밖에 없고요. 저희는 필라테스 강습받아요. 회사에서 몸매 관리해 준다고 해서 받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다들 하고 있어요.”
“집에서?”
“네.”
“그… 그렇구나.”
‘체력 단련실이 딸린 숙소에 필라테스도 배우게 해주고… 이쯤 되면 진짜 취미로 아이돌을 키우나 본데?’
강전기는 이기민의 실행력에 혀를 내둘렀다.
사실 강전기의 취향은 걸크러시와 멀었기 때문에 핑크엔진보다는 레몬캔디를 프로듀싱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핑크엔진 멤버들은 알아서 잘하는 살림꾼 첫째 딸 같은 면이 있었다. 반면에 레몬캔디는 뭔가 부족한 늦둥이 막내딸 같았다.
이보경의 데이터를 확인하자 갑자기 핑크엔진 멤버들의 수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참자, 참어.’
사실 강전기는 일부러 그들의 수치를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실제로 자기 자식에 대한 능력을 완벽히 파악해 버렸을 때의 공허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핑크엔진 멤버들에 대해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 것인지 한계를 알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추측건대 노래와 춤에서는 이보경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 아닐까 넌지시 추정만 할 따름이었다.
다음은 대망의 메인 보컬 정우리 차례였다. 그녀는 강전기의 응급 처방대로 운동을 열심히 한 모양인지 가창력이 A로 상승한 상태였다. 이제야 비로소 다른 걸그룹 메인 보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레몬캔디는 이제야 보컬에서 겨우 걸그룹 평균 정도가 된 거다. 그래, 뭐 이거면 됐다. 애들이 이 정도 해줬으면 이제 프로듀싱과 데뷔곡 싸움이야. 마이하트를 노리고 쓴 곡인데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정도는 하겠지, 뭐…….’
정우리는 역시 팀 내 메인 보컬답게 멤버 중 최고의 가창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파트를 시원하게 소화했다.
그렇게 그녀들의 데뷔곡 「마지막 여름」의 녹음이 무사히 종료됐다.
* * *
4월 어느 날 상암동 뮤직넷 본사의 한 사무실
「걸그룹 4차 대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 각 소속사의 프로듀서들이 하나둘씩 모이는 중이었다.
강전기는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하고 회의 시작 15분 전쯤 회의실에 도착했다. 작가가 나눠준 유인물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회의실에는 다른 프로듀서 두 명도 미리 도착해서 유인물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강전기는 정식으로 인사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살짝 눈인사만 하고 딴짓을 하는 척했다. 그때 몸매가 상당히 푸근한 20대 후반의 사내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그는 회의실의 프로듀서들이 아무 반응이 없자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강전기의 옆으로 다가왔다.
“여기 좀 앉겠습니다.”
굳이 허락을 안 받아도 되는데 이런 자리가 처음인지 약간 긴장한 모양이었다.
강전기는 고개를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푸근한 몸매의 사내는 강전기의 얼굴을 보자 움찔하더니 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자리에 앉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대원기획의 한수호라고 합니다.”
그는 억지로 웃음을 보이며 강전기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리부트의 일렉케이입니다.”
“헉…….”
대원기획의 한수호는 낭패라고 생각했다. 하필이면 처음부터 너무 거물에게 말을 걸다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헛바람만 들이켰다. 상대는 빌보드 1, 2위를 동시에 거머쥔 대한민국 음악계의 핫이슈 일렉케이였으니까.
“디튠 소속이셨죠?”
“네? 네네…….”
“디튠 해체하고 대원기획으로 들어가신 건가요?”
“맞습니다. 텐뮤지스 동생 그룹을 키운다고 해서요.”
“디튠 형님들은 잘 계신가요?”
“아… 형님들 잘 아세요?”
“아니… 뭐…….”
“저는 디튠에 막내로 들어갔다가 팀이 해체하면서 이번에 겨우 독립했죠.”
“그렇군요.”
“그런데… 작곡가님…….”
한수호가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려는 순간, 누군가가 문을 열고 회의실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구면인 사람이었다.
“오… 일렉케이 작곡가님, 오랜만이네. 안 본 사이에 엄청 유명해지셨네.”
“안녕하세요, 헨리 피디님. 오랜만에 뵙네요.”
“웬만하면 인터뷰도 좀 하고 그러지. 아오… 피곤해 죽는 줄 알았어. 기자들이 하도 귀찮게 해서 말이지.”
“아…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뮤직넷과 계획이 있다 보니…….”
“아냐, 아냐… 농담이야. 나도 우리 애들도 좀 홍보하고 그랬지, 뭐.”
헨리 피디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 같지 않게 친한 척하고 있었다.
‘나한테 5 대 5으로 발리고 개망신당한 건 벌써 잊어먹은 모양이지? 뻔뻔하네? 뭐,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야. 제2의 아이윤을 보내줬잖아. 감사해야지.’
강전기는 헨리 피디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자동으로 대원기획의 한수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피디님, 요즘 이화는 좀 어때요?”
“대충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 이후로 뭐, 계속 휴식기지. 망했어. 올해는 완전히 공쳤다고.”
“이화 빼고라도 개인 활동이라도 시키시죠?”
“게네들 돌려서 뭐 얼마나 벌겠다고? 알맹이가 빠졌는데… 누가 별로 찾지도 않아.”
‘아니,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 극혐이네.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고 애들을 무슨 이화 들러리처럼 말하네? 무슨 남의 새끼 취급이야?’
“에이… 그래도 블루비가 쌓아온 이미지가 있는데요.”
“아, 몰라…….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내년에 5년 차인데 재계약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해.”
“이화만 회복되면 돈 잘 벌 건데 너무 급하신 거 아니에요?”
“얼굴이 완전히… 에휴… 말을 말자. 앞으로 수술을 몇 번 해야 할지 몰라. 내년까진 망한 거지. 그나마 우린 제로쿨이 터져줘서 한숨 놨지.”
제로쿨(Zero-Kool).
다인기획에서 작년에 내놓은 남자 아이돌 그룹이다. 최근 내놓은 2집이 나름 덕후 몰이를 이어가 2티어 근처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남자 블루비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가 제로쿨의 센터 호영이 우연히 웹 드라마에 출연했다가 그게 대박 치자 덩달아 그룹까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현재 블루비의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고 했다.
제로쿨은 다인 기획의 A&R팀이 외부에서 공수한 곡을 바탕으로 헨리 피디가 프로듀싱하는 걸로 알려졌었다. 제로쿨을 이야기하는 헨리 피디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가 피어났다. 왠지 나도 이 정도는 한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즘 빌보드에서 .EXE하고 에밀 리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위하고 있던데 기분 좋겠어? 돈도 많이 벌겠던데… 기분이 어때?”
“뭐… 그게 제가 잘해서 그런가요. 가수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하하… 자네가 그래도 생각이 좀 있네. 맞아, 아무래도 그런 게 좀 있긴 했지. 운이 진짜 좋았던 것 같아.”
‘얼씨구? 듣기 좋으라고 겸손 좀 떨어줬구만. 후후… 그래, 맘대로 짖어라. 나중 가면 알겠지. 그게 우연인지 실력인지.’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헨리 피디의 얼굴을 보고 아주 차갑게 미소 짓는 강전기였다.
슬슬 짜증 나려고 하는데 회의실 문이 열리며 두 명이 동시에 들어왔다. 한 명의 젊은 남자와 얼굴이 날카롭게 생긴 아줌… 아니,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프로듀서 간지(Gan-zi), 본명은 강지영. 예명을 Gang zee로 하려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강아지라고 생각할까 봐 간지로 정했다고 한다. 일단 정하고 데뷔 후에 일본어로 이름을 지었다고 꾸준히 욕을 먹고 있는 프로듀서였다. 그냥 본명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SSJ 엔터테인먼트에서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천재 프로듀서였다. 나이는 41세였다. 그녀는 미국 유학 시절 SSJ의 서순자 회장을 만나 전격 영입된 인재였다. 그녀는 지금의 SSJ가 되는 데 상당한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졌었는데 서순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고 했다.
강전기는 SSJ의 프로듀서로 누가 나오는지 성기호를 통해 계속 염탐하고 있었다. 본판의 전 소속사라 은근히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 성기호가 SSJ의 내부 정보를 파악해서 강전기에게 알려주었다. 이번 G파워를 프로듀싱하게 될 책임자가 바로 간지 프로듀서라는 것을 말이다.
더구나 작년에 송 캠프를 통해 미국에서 영입한 스모킹독이라는 젊은 작곡가와 함께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뒤에 건들거리며 따라오는 얼굴이 까무잡잡한 녀석이 스모킹독으로 보였다.
‘뭐야? 흑인하고 혼혈이야? 뭔가 소울삘인데?’
스모킹독은 모자를 눌러쓰고 사과폰의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이 행동했다.
대신 그 옆에서 항공 점퍼 같은 것을 입고 흰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있던 간지 프로듀서의 시선이 회의실에 앉아있는 좌중을 쭉 둘러보다가 강전기에게 딱 멈췄다.
그녀는 앉아있는 강전기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야, 강전기. 빌보드에서 논다고 아는 척도 안 하냐?”
간지 프로듀서와 눈이 마주친 강전기가 자기도 모르게 엉거주춤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그래, 오랜만이다. 진짜 고맙다, 야. 나를 친히 여기까지 나오게 하다니…….”
간지 프로듀서가 짜증 나는 표정으로 강전기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정식 인터뷰조차 절대 하지 않고 언론이나 방송의 노출을 극히 싫어하는 사람으로 알려졌었다. SSJ의 아티스트가 아니면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그녀를 이름으로만 들어봤을 정도였다.
‘아, 이런 좆됐네. 간지 피디가 본판 녀석을 아는가 보네. 흐미… 내 이럴 줄 알았어. 어째 불안불안하더라. 괜히 어그로를 끌었나?’
그는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강전기가 친히 자신의 앞쪽으로 손을 가리켰는데도 불구하고 강전기 바로 오른쪽 옆에 털썩 앉아버리는 간지 프로듀서였다.
“아이, 참… 말년에 뭐 하는 짓인지. 아이… 짜증 나.”
그녀는 신경질을 내면서 옆에 앉은 강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죄를 지은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어우… 이게 뭐라고 떨리지? 잠깐! 내가 무슨 어그로를 끌었다고? 본판이 SSJ 연습생이었던 건 팩트잖아? 난 당당할 필요가 있어.’
시간이 되자 「걸그룹 4차 대전」의 한정석 책임 피디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들. 책임 피디 한정석입니다. 아… 한 분이 안 오셨네요. 조연출아… 김 피디님 어디쯤 오시냐? 뭐? 거의 다 오셨다고? 그래, 알았어. 하하… 한 분이 지금 오시고 계신다네요. 잠시 5분만 기다리셨다가 하시죠. 제일 연배가 높으신 분이 안 오셨네, 흠흠. 막내야… 여기 마실 것 좀… 아이, 이 녀석들은 기본적인 것도 준비 안 하고 뭐 하냐…….”
그렇게 다시 한번 회의실에 적막이 찾아왔다.
“야, 강전기.”
간지 피디가 주위 사람은 안 들리게 속삭이듯 말했다.
“예, 피디님.”
“너 갑자기 빌보드 뭐냐? 나도 아직 못 했는데.”
“글쎄요? 운이 좋았죠.”
“운? 지랄하네. 참, 나 내가 어이가 없어서… 안 어울리게 겸손 떨지 마. 쓰레기 같은 새끼야.”
“쓰… 쓰레기요?”
“그럼? 네가 쓰레기지, 사람 새끼냐? 네 전 여친들은 잘 있고?”
“제 전 여친요?”
“왜 모르는 척해? 네가 양다리 걸치다가 여자 데뷔 조 박살 냈잖아.”
“네? 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