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강전기! 괜히 어그로 끌다가 폭망?
차기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댓글 다시면 후원 쿠폰이 생깁니다. 다들 참여합시당!
프로듀서들의 신경전
간지 프로듀서는 눈에 띄게 동요하는 강전기를 보고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빌보드 1위라고? 곡은 잘 쓰긴 했던데, 너 같은 애송이들을 상대한 지 이제 거의 20년이다. 어릴 때부터 크게 성공한 놈들 다루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간지(GAN-ZI) 프로듀서는 SSJ에서 가장 까칠하고 깐깐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스타가 된 아이돌들과 부딪치고 싸워와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초장부터 사람 기죽이는 게 버릇이 된 케이스였다. 여자라고 우습게 봤다가 녹음실에서 눈물, 콧물 쏙 빼고 가는 아이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여자로 그것도 일류 기획사에서 최고 중의 한 명으로 살아남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렇게 롱런하는 여성 프로듀서는 GAN-ZI가 최초이자 거의 유일할 정도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던 것.
그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강전기가 고개를 들더니 찰랑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쓱 쓸어 넘겼다.
‘후… 이렇게 나오시겠다? 네임드라 웬만하면 선배 대접을 해주려고 했는데… 열 받네. 초장부터 뚜껑 열리게시리…….’
그의 겨드랑이에서 분노의 패왕 색기가 풀파워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강전기는 옆에서 움찔하는 간지 프로듀서를 천천히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피디님, 그만하시죠. 제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뵙고 이렇게 욕부터 먹는 건 경우가 아닌 거 같습니다.”
“이… 씨… 그래서 네가 잘했다는 거야? 어?”
“누가 잘했답니까? 다 끝난 일을 굳이 들추시는 저의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저의는 무슨…….”
끼익―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중년의 사내로 인해 나직이 주고받던 날 선 대화가 끊겼다. 그 사내는 손을 들고 늦어서 미안하다며 고개만 까딱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양반인데? 늦어놓고 사과하는 꼬락서니 보소? 잘나간다는 프로듀서들은 다 이러나? 다들 왜 이렇게 경우가 없는 거야?’
강전기는 짜증이 나는지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었다.
‘어제 내용을 좀 듣고 와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초장부터 말릴 뻔했어.’
강전기는 더는 안 듣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뒤 어제를 떠올렸다.
* * *
그는 어제 프로듀서 모임을 앞두고 한 가지가 떠올랐다. 자신이 SSJ 연습생이었다는 걸 밝혀 실컷 어그로는 끌었는데 정작 본판이 SSJ에서 왜 나오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수아의 말에 따르면 딥블랙의 다른 멤버와 싸우고 투표로 결정해서 쫓겨난 거라고 했는데 그녀도 그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녀는 엄밀하게 따지면 여자 연습생 데뷔 조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 당시 수아가 연습생으로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돼서 친한 친구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본판 녀석이 클럽에서 놀았던 화려한 이력과 외장 하드에 있던 사진들을 생각하면 SSJ 수뇌부와 당사자들만 아는 중요한 사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엄청난 고민 끝에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한 명의 이름을 검색했다.
[디어엔젤 주아라]
트렌드를 거스르는 청순가련형의 대표 걸그룹으로 시원찮은 음악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외모만으로 1. 5티어를 유지 중인 디어엔젤의 리더였다. 그야말로 섹시를 지향하는 블루비와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그룹의 리더라 국내에서 청순 하면 무조건 1타로 주아라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본판의 외장 하드에 숨겨져 있던 잠자리 동영상의 주인공 주아라를 만나면 혹시 일의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오다 SSJ 관계자와 만난다는 생각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통화가 되어 그녀와 만나기로 한 강전기였다. 주아라가 찍어준 주소로 가보니 그녀는 이미 홀로 와인을 한 병 이상 마신 상태였다.
“어서 와. 몇 개월 만에 보는 거지? 그때 음방 때 보고 못 봤으니까. 한 5~6개월쯤 됐네?”
한눈에 봐도 절세가인처럼 생긴 주아라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를 반겨주었다. 강전기는 앞의 슈퍼에서 산 생과일주스 선물 세트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킥킥… 이거 뭐니? 들어와, 어서.”
그녀는 이곳 청담동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것 같았다.
“그래, 오랜만이다. 더 예뻐진 것 같네?”
“너도 어째 연습생 때보다 더 멋있어진 거 같다? 머리 어디에서 했어? 완전 내 취향이다.”
“괜찮니? 사무실 근처 강남 미용실에서 잘랐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강전기의 헤어스타일을 이리저리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 주아라의 청초한 얼굴을 보고 가슴이 쿵쿵대기 시작하자 그는 크리스티안 모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가 거실을 둘러보니 미니바에 조명이 켜져있고 와인 두 병과 치즈 안주들이 놓여있었다.
“너 청승맞게 혼자 술 마시고 있던 거야?”
“그래, 외로워서 한잔하고 있었다. 왜!”
“멤버들이라도 좀 불러서 같이 놀지.”
“멤버들? 쳇… 그 돌아이들하고 내가 왜 놀아. 나하고 잘 안 맞아. 자기들끼리 놀겠지, 뭐.”
벌써 술을 어느 정도 마셔서 그런지 붉게 달아올라 있는 그녀의 얼굴에 뭔가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그래도 잘살고 있나 보네. 피부도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아하하… 그래 보여? 요즘 드라마 조연하던 거 끝나서 관리 좀 받고 있지. 조만간 TSV 드라마 주연 오디션이 있거든.”
“그렇구나. 바쁘게 사네. 이제는 아예 연기자 쪽으로 가는 거야?”
“그렇지. 너 알지 않아? 원래 나 연기 지망생이었잖아. 요즘은 생짜 신인이 연기자로 데뷔하기 힘드니까 걸그룹을 거친 거지.”
“하긴……. 아… TSV 드라마라면 그 김숙 작가 초대형 대작 말하는 거야?”
“너도 아는구나? 휴… 여배우들이 배역 좀 따보겠다고 아주 난리야. 캬…….”
말을 마친 주아라가 잔에 반 정도 채워져 있던 와인을 단번에 마셨다.
“왜 그래. 무리하는 거 아냐?”
“킥킥… 오늘따라 술이 잘 받네. 그런데 전기야, 내가 재미있는 거 알려줄까?”
“어떤 거?”
“거기 TSV 오디션에 네 전 여친도 나온다네?”
“응? 내 전 여친?”
“왜 그래, 강전기. 그때 충격이 커서 잊어먹기라도 한 거야? 네 전 여친 신이나도 나온다고! 아우… 젠장, 걔 얼굴을 어떻게 보지?”
강전기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멍해져 버린 상태였다.
‘신… 신이나가 본판 녀석의 전 여친? 이런 미친…….’
신이나는 초대형 K-POP 드라마로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유어걸 프로젝트」의 히로인으로 SSJ 여자팀 데뷔 조였던 거로 알려졌다.
드라마에서 흙수저 연습생 역으로 신들린 연기력을 선보이며 라이징 스타가 되더니 요즘은 CF계를 평정 중이었다. 이화의 CF를 다수 가져가 블루비 팬들이 뽑은 제일 싫어하는 배우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렇구나. 외장 하드에 덜렁 저장되어 있던 스티커 사진 스캔본의 주인공이 바로 신이나였던 거야. 화질이 안 좋아서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어. 후……. 자… 잠깐? 신이나가 내 전 여친이면 주아라는? 얘는 뭐지?’
강전기는 술이 약간 취한 그녀를 유도 신문하는 것처럼 살살 구슬려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내었다. 그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아니면 밤이 외로워서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는지 옛날이야기를 술술 털어놓고 말았다.
사건의 경과는 이랬다. 흔하디흔한 연습생들끼리의 사랑 이야기였다. 거기에 바람은 양념이었고… 여자 연습생 데뷔 조의 센터 신이나와 남자 연습생 데뷔 조의 센터 강전기는 회사 몰래 사귀고 있었다.
스무 살이 된 해 성년식이 지나고 몰래 친한 연습생들끼리 술을 마신 게 화근이었다.
연예계는 역시나 미남 미녀들이 즐비한 세계였다. 눈만 살짝 돌려도 예쁜 애, 잘생긴 애가 수두룩했다. 그날도 그런 자리였다. 술을 과도하게 마신 연습생들이 서로 눈이 맞아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이는 강전기와 주아라였다. 강전기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고 주아라는 평소에 강전기에게 호감이 있는 상태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이성을 상실한 둘은 깔깔거리며 모텔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섹스했다.
주아라가 장난삼아 관계하는 영상을 조금만 기념 삼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서로 애인이 있는 사이라 이런 기회가 다시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강전기도 넘어갔다. 그리고 관계 중 서로를 찍어주었다.
‘젠장… 그래서 외장 하드에 있던 동영상에서 주아라가 웃고 있었구나.’
젊은 혈기에 벌인 추한 일에 강전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새벽에 일어난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쿨하게 헤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아라가 남친에게 바람피운 사실을 들켜버린 게 화근이었다. 그녀의 남친은 같은 딥블랙 데뷔 조의 리더였던 태인. 뚜껑이 열린 그가 연습실로 뛰어 들어와 강전기에게 펀치를 날리며 개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일은 SSJ 수뇌부에서 쉬쉬하면서 잠잠해지는가 했는데, 남자 데뷔 팀을 만들고 있던 1팀에서 2팀의 매니지먼트 소홀을 비난하며 서순자 회장에게 교묘하게 보고해 버린 것이다. 데뷔 시기가 겹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선수를 쳐버린 1팀이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돈을 잘 벌어다 주는 남돌을 우선시하던 서순자 회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여자 연습생 데뷔를 무기한 연기시켜 버린 것이다.
그 사건은 SSJ가 남자 연습생과 여자 연습생을 명확히 분리해서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서 남녀가 같이 모이지 않도록 체계를 다 바꾼 것이다.
이런 극심한 팀 내 경쟁이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게 된 것이었는데 여기서 피를 본 게 여자 연습생 데뷔 조와 강전기였다. 1팀 팀장의 조카인 재미교포 데이브를 꽂기 위해 강전기를 내쫓아 버린 것. 1팀 팀장으로서는 2팀을 견제하면서 조카까지 꽂는 그야말로 1석 2조의 전술이었다.
물론 이런 사실은 처음엔 알려지지 않았으나 1팀에서 퇴사한 직원이 나중에 알려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자 데뷔 조의 실력이 출중한 것인지 운이 좋았는지 해체된 데뷔 조 멤버들이 하나같이 다른 그룹으로 데뷔해서 성공하거나 신이나처럼 연기 쪽에서 대박을 터트리는 등 이른 시간에 자리를 잡아서 불만이 조용히 사라졌다고 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좋아한 멤버들도 있었다.
오히려 이런 SSJ 여자 연습생들의 빠른 성공으로 여자 연습생 해산 사건은 SSJ의 흑역사로 회자되기도 했다. 주아라도 대원기획까지 흘러 들어가 결국엔 자리를 잡았으니 사고 친 장본인으로는 나름 선방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강전기가 생각해 보니 나름 다들 잘 풀리긴 했는데 결국엔 유일하게 병신이 된 건 본판뿐이었다. 하룻밤의 욕망 때문에 팀의 세력 싸움에 불쏘시개로 쓰이고 여자친구 신이나에게 버려진 것이다.
‘병신같은 놈, 그래서 그 후로 인생을 막살았나? 어쨌건 이건 당해도 싸네. 자고로 남자는 입과 거시기를 조심해야 하는 건데…….’
본인은 전생에 너무 조심히 사용한 주제에 실컷 사용하고 다닌 원판을 비웃고 있었다.
“아… 애들 보고 싶다.”
술을 몇 잔 더 한 주아라가 식탁에 엎어져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누구? SSJ 애들?”
“어… 그래… 이나랑 수정이랑 보람이랑… 다 보고… 싶다…….”
“보면 되지.”
“내가 무슨 낯짝으로…….”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원래 맘대로 잘 안 되는 거잖아.”
“그때… 참았어야 해. 무슨 짐승들도 아니고… 최소한 내가 안 들켰어야 했는데…….”
“다들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뭐. 솔직히 다들 잊어버리고 있을지 몰라.”
엎어져 있던 주아라가 천천히 상체를 세우더니 강전기를 돌아보았다.
“너처럼?”
“응? 뭐가?”
“너처럼 성공해서 다 잊은 게 맞느냐고… 네가 일렉케이잖아? 다 잊어버려서 그때 있었던 일을 다시 물어보는 거야?”
“…….”
“너도 충격이 엄청 컸나 보구나. 어떻게 그런 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어?”
“원래 사람이 충격을 크게 받으면 일시적으로 기억 상실증에 걸리기도 해.”
“어쨌건 너까지 성공해서 정말 이제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어떻게 나인 줄 알았어?”
“뮤직넷 광고에 나오는 목소리 듣고 바로 알았어. 갑자기 음방에서 만난 네가 소울퀸즈 노래 작곡했다는 게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확신을 했지.”
“그런데 굳이 SSJ랑 그런 식으로 얽혀야겠어? SSJ에서 어떻게 나올 줄 알고?”
“설마 사실대로 이야기하진 않겠지. SSJ 스스로에 똥칠하는 거잖아. 여자 연습생이랑 사귄 딥블랙도 이상해지고…….”
“하긴 그렇게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 대신 너를 어떻게든 밟을 생각을 하겠네. SSJ 연습생들하고 좋은 곡으로 말야. 안 그래도 간지 프로듀서가 나온다더라. 그렇게 언론을 싫어하시던 분인데…….”
“분은 무슨 분… 그 아줌마가 너 자르라고 한 사람이야. 그때 우리 프로듀서였잖아. 길길이 날뛰면서 아주 잡아먹으려고 했어. 딱 봐도 결자해지로 나왔나 보네. 유명해질 애를 잘랐으니 대신 나가서 잘 묻으라는 거겠지. 시체 처리반처럼…….”
“풋… 누가 누굴 묻어? 빌보드 1위와 2위를 동시에 거머쥔 이 몸을 어떻게 묻어? 나를 묻고 싶으면 빌보드 1위 한번 찍고 와보라고 해.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내가 직접 깔끔하게 매장해 줘버릴 테니…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