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52화 (15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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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45회에 나왔던 청순가련 주아라가 100편을 건너 뛰고 다시 등장! 띠용~

떡밥은 회수한다.

그리고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프로듀서들의 신경전

강전기는 어제 만났던 주아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외로운 모양인지 예전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강전기는 술주정까지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집에 늦게 돌아왔다.

‘많이 후회하는 것 같았어. 하긴 한순간의 실수로 친구들을 다 잃었으니 그렇게 자책하는 거겠지.’

어떻게 보면 제일 망가졌던 건 본판이 분명했다. 하지만 본인 잘못도 크기 때문에 그다지 안쓰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제는 본판이 이 세상에 없으니 그가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그래서 강전기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잘못된 인연의 마침표를 찍는 거로 생각했다. 그는 일단 「걸그룹 4차 대전」에서 SSJ를 이기고 우승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 피디가 회의 시작을 알리자 강전기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프로그램에서 책임 프로듀서를 맡게 된 한정석입니다. 이제 방송이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현재 소속사별로 사전 녹화가 진행 중이며…….”

한정석 피디는 의례적으로 하는 이야기들을 죽 읊어갔다.

“한 피디, 그런 이야기는 다들 대강 알고 있으니 여기 계신 분들 소개나 좀 하는 게 어떤가?”

“아… 그럴까요? 아직 인사 전이시죠? 그러면 정식으로 제가 호명해 드리면 편안하게 인사를 나누시면 되겠네요.”

그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웠다. 시놉시스, 기획 의도 이런 건 쭉 건너뛰고 참가자 소개란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그가 엔터를 한번 누르자 방금 말한 사람의 사진과 소속사, 대표 약력, 경연할 팀 사진이 떴다.

“자, 첫 번째로 방금 건의하신 김찬기 프로듀서님입니다. 아마 모르시는 분은 없으실 거라 생각이 되고요. 이번에 유앤아이 ENT 에서 새롭게 선보일 ‘라라걸즈’를 프로듀싱하게 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후배님들. 김찬기입니다. 제가 아이돌은 오랜만에 제작하게 되네요. 그런데 이런 경연 프로그램으로 나간다길래 약간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쪼록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김찬기 프로듀서는 90년대 후반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제조한 천재 작곡가였다. 음원 시장으로 바뀌기 전에는 그가 제작한 가수의 음반들이 100만 장은 기본으로 판매되기도 하고 크게는 몇백만 장씩 판 앨범도 있었다.

역시나 우리나라 작곡계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이 김찬기 프로듀서였다. 그 당시 댄스곡 하면 김찬기였으니까. 강전기도 그가 만든 곡을 많이 듣곤 했다.

‘오… 저 제일 늦게 온 아저씨가 김찬기 프로듀서구나. 그러네. 신문에서 몇 번 본 것 같다. 처음부터 초대형 거물이 등장하셨네.’

몇 년 전에 소속사에서 남자 아이돌을 내놨는데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해체되는 수모를 맛봤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아이돌 쪽을 기웃거리고 있다니 살짝 흥미가 생겼다.

김찬기가 좌중을 쓱 훑어보더니 간지 프로듀서에게 시선을 딱 멈췄다.

“간지 프로듀서, 오랜만이야. 작년에 SSJ 놀러 갔을 때 봤던가?”

“흥… 저번에 한번 시원하게 말아 드셨으면 그냥 집에 조용히 계시지 뭘 이런 데까지 나오고 그러세요?”

확실히 그녀는 초장부터 사람 기죽이는 데 도가 튼 것 같았다.

“어우… 기분 좋네. 지영 씨의 독설을 들으니 다시 복귀한 느낌이 팍팍 드는구만?”

김찬기는 그녀의 가시 돋친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본명 좀 부르지 말아주실래요?”

“하하하… 살살 좀 하자, 살살 좀.”

“자자… 다음은 방금 독설을 퍼부어 주신 SSJ의 간지(GAN-ZI) 프로듀서님입니다. 아마 얼굴은 거의 모르실 거고요. 이번에 G파워를 프로듀싱해 주실 예정입니다.”

그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간지 프로듀서님은 팀으로 참여하셨습니다. 같은 SSJ 출신 스모킹독 작곡가입니다. 인사하시죠.”

“안녕하십니까? 스모킹독이라고 합니다.”

간지 프로듀서 옆에 말없이 앉아있던 검은 피부의 청년이 유창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간지 피디, 뭔 용병을 데려왔어? 그냥 혼자 나오지. 실망이네. 벌써 감 떨어진 거야?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할 정도로?”

“흥…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선배처럼 틀내 나는 곡은 안 쓸 테니…….”

“왜 이러셔? 요즘은 다들 블라인드 테스트가 기본 아냐? 크게 히트한 건 없어도 꾸준히 아이돌들한테 곡을 넣고 있다고…….”

“그러셨구나. 저는 바빠서 몰랐네요. 난 왜 못 들었지?”

“하하하… 저기요? 두 분 초반부터 너무 불꽃 튀게 논쟁하시는데요. 그 에너지는 프로그램 들어가서 좀 터트려 주세요. 지금 그림 엄청 재미있게 나오거든요?”

초반부터 신경전이 과열되자 한 피디가 적절하게 개입해서 맥을 끊어줬다.

“촬영을 안 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 알면서 그래. 하하하…….”

역시 짬은 어디 안 가는지 아직도 여유가 넘치는 김찬기 프로듀서였다.

“참고로 이번은 소속사별 총력전입니다. 프로그램 이름부터가 「걸그룹 4차 대전」이잖아요. 추가되는 프로듀서나 스태프 참여에 딱히 제한이 없습니다. 가장 좋은 퍼포먼스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허, 참… 그러면 SSJ가 제일 유리하지. 우리 같은 곳은 어떡하누?”

김찬기가 나름 엄살을 떨며 말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는 거로 봐서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찬기 프로듀서님, 유앤아이에서 전권을 다 주신 거로 아는데요. 작곡가님이 예전에 데리고 있던 인재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험험… 한 피디가 조사도 참 열심히 했네?”

의뭉스럽게 헛기침하는 김찬기 프로듀서였다.

“자, 다음은 카오스 ENT에서 오신 브라이언 정 작곡가이십니다. 퓨리틴을 프로듀싱해 주실 예정입니다.”

“안녕하세요, 브라이언 정입니다.”

나름 말끔하게 생긴 30대 초반의 사내가 꾸벅 인사했다.

“마이하트 곡이나 계속 쓰지 왜 힘들게 나와서 사서 고생을 하나? 준봉이 오빠가 요즘 노래 잘 안 나온다고 눈치라도 줬어?”

“아… 자네가 JB Ent.에서 이번에 독립해서 카오스로 넘어갔다는 그 작곡가로군.”

“네, 맞습니다. 선배님.”

“나도 간지 프로듀서와 같은 생각이라네. 그냥 시간 되면 따박따박 따뜻한 밥을 대령해 주는 그 좋은 회사에 있지 그랬어. 왜 그리 어려운 길을 가시나. 컴퓨터나 만질 줄 아는 놈들이 뭘 안다고… 쩝……. ”

그러자 브라이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사람 좋은 웃는 얼굴로 상대를 농락하는 스킬이 참으로 대단했다. 두 노괴물의 티키타카가 아주 현란했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강전기가 속으로 혀를 찼다.

‘어우… 밥그릇 싸움 진짜 오지네, 오져.’

“그다음은… 아… 다인기획의 헨리 프로듀서입니다. 글로리아를 프로듀싱해 주실 예정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다인기획의 총괄이사이자 줄리어드 음대 출신 프로듀…….”

“어이! 됐고… 아버님은 좀 어떠시나? 풍으로 쓰러지셨다며?”

헨리 피디가 뭔가 자신을 거창하게 소개하려 하자 절묘하게 태클을 걸어 말을 잘라버리는 김찬기였다.

“아… 아직… 불편하시죠.”

“쯧… 그 양반 젊었을 때 지지리 고생하더니… 아들이 좀 잘 챙겨드려야지.”

“당… 당연하죠.”

“지영 씨, 다인기획 사장님 뵌 적 있으신가?”

“아뇨?”

“간지 피디 자네처럼 아주 눈썰미가 대단하신 분이셨지. 술도 잘 드시고…….”

“저… 저기요, 선배님?”

“아… 언제 한번 문병이나 가봐야겠네.”

김찬기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헨리 피디는 별다른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크… 겁나 웃기네. 헨리 피디는 역시 저렇게 당해야 제맛이지.’

한 피디가 마우스를 딸깍이자 강전기의 프로필 사진이 나오고 회사와 담당 그룹 이름이 슬라이드로 펼쳐졌다.

“으음…….”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를 내며 화면과 앉아있는 강전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들 저희 프로그램 광고 보셨죠? 처음부터 엄청나게 주목을 끌어준 주인공입니다. 리부트 엔터의 일렉케이 프로듀서입니다. 핑크엔진을 프로듀싱해 줄 예정입니다.”

강전기는 역시나 찰랑거리는 머리를 한번 쓱 뒤로 넘겨주면서 풀파워로 패왕 색기를 방출했다.

“크흑…….”

그의 압도적인 색기에 회의실 안의 프로듀서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후… 자… 자네가 요즘 장안의 화제 빌보드 1, 2위를 동시에 석권한 일렉케이로구만.”

“그렇습니다.”

“으음…….”

김찬기 프로듀서는 마치 무리의 새로운 지도자인 수사자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늙은 사자처럼 보였다. 그만큼 강전기의 외모는 압도적이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인기 주연 배우를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귀싸대기를 쫙쫙 때리는 모습이 생각났다.

“왜… 왜 작곡가를 하고 있나? 나 같으면 배우를 할 텐데…….”

“하하… 그런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흥? 잘생기면 뭐 해? 먼저 인간이 되어야지.”

“간지 프로듀서님, 아까부터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뭐, 인마?”

“자자… 왜들 그러세요. 방송에서도 그렇게 싸우실 거예요? 진정 좀 하세요.”

강전기와 간지 프로듀서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일렉케이 님,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카오스 ENT의 브라이언 정이 같은 젊은 작곡가라고 반가운 척하는 것 같았다.

“스물네 살입니다.”

“와… 진짜 어리시네요. 그 나이에 빌보드 1위도 하시고…….”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긴요. 노래도 엄청 좋았습니다. 감동했어요. 특히 에밀리의 「Not even an affair」요. 가사가 자극적이긴 했지만 전 곡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감사합니다, 브라이언 작곡가님. 저도 마이하트 노래 엄청 좋아합니다.”

살기 어린 논쟁이 오고 가다가 때아닌 브로맨스 훈풍이 불었다.

“어우, 분위기 뭐야. 난 이런 분위기 반댈세.”

간지 프로듀서가 유인물로 부채를 만들어 얼굴에 펄럭였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까칠한 사람인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스모킹독입니다. 노래 잘 들었어요. 저도 이번 에밀리 노래 좋아합니다.”

스모킹독이 강전기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예, 잘해봅시다.”

강전기는 마이웨이 같아 보이지만 경쟁자를 인정하는 스모킹독의 시원시원한 모습이 맘에 들었다.

‘짜식들, 은근히 괜찮네? 음악을 듣는 귀도 있고 말이지. 브라이언, 스모킹독. 언제 한번 밥이나 먹어야지.’

“후배님, .EXE는 어떻게 아는 건가? 나도 곡 좀 넣어보려고 했는데 절대 안 되던데…….”

김찬기 프로듀서가 강전기와 .EXE의 관계가 궁금한지 웃는 얼굴로 물어왔다.

“개인적으로 에릭하고 레온하고 친분이 있습니다.”

“에밀리 로버츠는?”

“에밀리는 케이 라임의 현지 레코드사의 프로듀서가 소개해 줬습니다.”

“에? 뭐야. 인맥이네?”

김찬기가 지나가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요?”

“아냐… 아냐… 그냥 혼자 하는 소리야. 마음 쓰지 말라구.”

‘하여간 저 인간은 꼭 저런 식이지. 사람 기분 더럽게 하는 건 작곡 실력보다 월등하지.’

옆에 앉아있는 간지 프로듀서는 김찬기의 심리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전기는 김찬기 프로듀서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의 오른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노망난 영감탱이가? 생각 같아서는 하이 킥이라도 한 방 콱… 어우…….’

“전기야, 너 인맥 좀 된다? 나도 좀 소개해 줘라. 좋은 곡 줄 테니까.”

간지 프로듀서까지 살살 웃으며 강전기의 속을 긁었다. 그들은 강전기의 실력을 인맥발이라고 깎아내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강전기는 코웃음 치며 그들의 도발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래, 지금 실컷 비웃어라. 나중에 방송에서는 울게 될 거니까. 흐흐흐…….’

“그다음은 대원기획에서 오신 한수호 프로듀서입니다. 디튠 소속이셨고 나인테일을 맡아주실 예정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한수호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대부분의 프로듀서들이 디튠의 이름은 들어봤는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경연할 때 너무 벗기지 맙시다. 상도덕은 지키자고…….”

역시나 깐죽대는 김찬기 피디였다.

“자자… 시간이 없는 관계로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늘기획에서 나오신 장준일 대표님입니다. 클로버즈의 제작을 맡고 계십니다.”

회의실 사람들이 다들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푸근한 인상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안… 안녕하십니까? 하늘기획의 장준일입니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혹시… 어디 기획사에서 독립하신 분이신지…….”

근 30년을 가요계에서 활동한 김찬기 프로듀서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아… 제가 드라마 제작 쪽에서 일하다가 이쪽에 발을 담근 지는 아직 2년도 안 됐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실 거예요.”

회의실의 프로듀서들은 점점 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만 갸웃거렸다.

“드라마요? 프로듀서도 없고?”

“네… 일단 팀은 1년 반 정도 트레이닝을 받았고요. 곡은 외부에서 구했습니다.”

“허…….”

김찬기 프로듀서는 더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 혀를 차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준일 대표가 쑥스러워하며 인사했지만 아무도 말을 받아주지 않았다. 아마도 다들 왜 저런 사람이 여기에 있는지 이상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자, 이상입니다.”

한 피디가 소개를 종료하려고 하자 간지 피디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 잠깐만요, 한 피디님. 우리 한 팀 더 있지 않았나요? 레모네이드인가 레몬사탕인가 하는 뮤직넷 팀이 있었던 거 같은데요?”

“뮤직넷 팀요? 아하하하… 제가 깜빡했네요. 잠시만요.”

딸깍.

한정석 피디가 마우스를 다시 클릭하자 마지막 장에 레몬캔디 멤버들의 사진이 나오고 그 옆으로 강전기의 사진이 다시 한번 깜빡였다.

[레몬캔디] [다이아 엔터] [프로듀서 : 일렉케이]

“어어?”

갑자기 다시 등장한 일렉케이의 사진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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