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53화 (15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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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 바닥에 영원한 아군은 없다.ㅋㅋ

오래 살아남은 사람일수록 매운 놈들~

막장으로 고고?

사람이 많이 등장하니 쓰는 제가 다 머리가 빙빙 도네요.^^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꾸벅~

프로듀서들의 신경전

“한 피디님, 저거 사진 잘못 나온 거 아닌가요? 일렉케이 님이 또 들어가 계신데요?”

“사진 잘못 나온 거 아닙니다. 레몬캔디는 일렉케이 작곡가님이 프로듀싱할 예정입니다.”

“뭐?”

“미친…….”

“헐…….”

일렉케이가 한꺼번에 두 팀을 맡는다는 사실에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제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김찬기와 간지 프로듀서는 코웃음을 쳤지만, 헨리 피디는 미칠 듯한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브라이언 정과 스모킹독이 보였고 한수호, 장준일 대표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이 자리만으로 정신이 없어 보였다.

“우리 일렉케이 프로듀서께서 빌보드 1위 좀 하셨다고 자신감이 엄청나신 것 같네? 두 팀을 동시에 프로듀싱 하신다고?”

김찬기가 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한 곡이라면 모를까, 상황에 따라 매주 편곡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상당할 터… 리부트 엔터에 작곡 팀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이해가 가질 않았다.

“후배님, 내가 조언 좀 해도 될까?”

“예, 편하게 하십시오.”

“한물간 내가 감히 빌보드 1위 작곡가에게 조언이라니 웃기긴 한데 말이야.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요.”

“…….”

“잘나갈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거야. 이 바닥이 좁은데 하겠다는 사람은 너무 많잖아. 괜히 욕심부리다가 사람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 상당히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거야.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거지. 뭐, 쉽게 말하면 대중이 등을 돌리면 끝이란 말이야.”

강전기도 능구렁이같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김찬기를 쳐다보았다. 사실 일리가 있는 조언이었다. 그는 관심이 없으면 이런 이야기도 안 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말은 지랄 맞게 해도 그렇게 쓰레기는 아닌 듯싶었다.

‘아저씨 이야기는 일반적인 천재에나 해당하는 말입니다. 저는 상관이 없어요. 저는 규격 외의 천재 리얼돌 프로듀서란 말입니다.’

“뭐… 잘 알겠습니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놔두세요. 다 끌어안고 자폭하든지 말든지. 원래 조금 뜬 애송이들이 천지 분간을 못 하잖아요.”

간지(GAN-ZI) 프로듀서가 비웃는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강전기는 무슨 개가 짖느냐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고 있었다.

“프로듀서님들, 초장부터 괜히 힘 빼지 마시고요. 다이아 엔터에서 일렉케이 프로듀서에게 타이틀곡을 의뢰한 상태에서 이 기획이 진행된 터라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렉케이 님도 두 팀을 맡는 것을 수긍하셨고요.”

“누가 뭐래요? 괜히 경연 수준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거죠. 그럼 덩달아서 프로그램 수준도 의심받거든.”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요.”

“피디님, 혹시 이거 경연 방식이라든지 그런 거 미리 알려준 거 아니죠? 만약 그랬다면 저희 진짜 가만히 안 있어요.”

“간지 피디님, 저희가 지금까지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저 감방 가기 싫습니다. 절대 미리 알려드리지 않을 겁니다. 그때그때 회차에 맞게 미션을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흠… 그래요. 그건 좀 마음 놓아도 되겠어요. 일단 데뷔곡 경연 미션만 준비하면 되겠네요.”

“맞습니다.”

갑자기 대원기획의 한수호 프로듀서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한수호 프로듀서님 말씀하세요.”

“진짜로 무대 위의 게스트를 빼고는 어떤 것이라도 다 동원해도 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작곡이나 편곡에서 어떤 소스나 어떤 다른 작곡가를 동원하셔도 좋습니다. 무대 연출도 마찬가지고요. 무대 장치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뮤직넷에서 최대한 연출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아… 거기 더해서 일반적인 백댄서는 출연 가능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한수호 프로듀서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건 개인 역량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역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였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자사의 신인 그룹을 띄우기 위한 피 튀기는 전쟁이었다.

“자사 연예인들을 관람석으로 데려와도 되나요?”

“안 됩니다. 뮤직넷은 지역별, 나이별, 성별, 직업별 특성을 모두 다 반영해서 경연 관람객을 객관적으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Guest 점수와 관람객 점수 그리고 온라인 투표 점수를 반영할 예정입니다. 뒤로 갈수록 점수 반영 퍼센트가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게 더 남았어요?”

“아니요, 이상입니다.”

그렇게 첫 번째 프로듀서 미팅이 끝났다. 다들 끝나자마자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휭하니 떠나갔다.

마지막까지 회의실에 남아있던 강전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우… 이렇게 오래 크리스티안 모드를 유지한 건 또 처음이네. 피곤하다, 피곤해. 진짜 호락호락한 사람이 없구나. 김찬기, 간지, 브라이언 정 등등…….”

자리에서 일어난 강전기는 뮤직넷 본사에 온 김에 이기민 전무를 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뮤직넷은 KM 미디어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기민에게 연락해 보니 다행히 근무 중이었다. 들은 대로 12층 전무실에 들어서니 비서가 입구에서 대기 중이었다.

“강전기 님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전무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강전기가 전무실에 들어서니 중역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이기민이 보였다. 그의 사무실은 전에 가봤던 집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그냥 일반적인 대기업 임원급 사무실이었다. 강전기는 이기민을 향해 손을 들었다.

“형…….”

“어, 전기 왔냐? 앉아라.”

“일하고 계셨어요?”

“그렇지, 뭐. 결재도 하고… 잠깐씩 신문도 좀 보고…….”

“현금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으신 분이 뭐가 아쉽다고 일을 하고 계실까. 흐흐…….”

“일이 아니라 놀이라고 생각하면 재밌지. 일 안 하고 있으면 돈 많은 백수 아니냐? 그거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못 해.”

“하긴 그렇죠. 사람은 역시 일을 하고 살아야죠.”

기본적으로 틀딱 마인드는 어디 가지 않는 강전기였다.

“어쩐 일이야? 아… 맞다. 오늘이 「걸그룹 4차 대전」 미팅이었지? 프로듀서들 만나보니까 어때?”

이기민이 살짝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질문했다.

“다들 한가락 하는 분들을 잘도 모으셨더군요. 특히 김찬기 프로듀서와 GAN-ZI 프로듀서는 대박입니다.”

“그래, 그 둘은 나도 의외였어. 둘 다 레전드잖아.”

“각 기획사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임팩트가 클 것 같다는 걸 예상하는 거죠.”

“그래, 김찬기 프로듀서야 유앤아이가 엄청난 돈을 들여 영입했으니 그렇다 치고 SSJ에서 GAN-ZI 프로듀서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인터뷰도 아예 안 하는 사람인데…….”

“뭐, 누가 나오든 상관없습니다.”

“오… 역시 자신감 하면 일렉케이 프로듀서지. 이길 자신은 있고?”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큭큭… 역시 넌 나랑 개그 코드가 맞는 거 같다.”

“형님이 마인드가 젊어서 그렇죠. 절대 제가 올드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이제 슬슬 준비를 마쳐야겠네? 핑크엔진은 뮤직비디오 찍었어? 우리 애들은 이번 주에 찍는다. 요즘 날씨도 좋아서 영상 진짜 잘 나올 것 같다.”

“또 뮤비에 얼마를 쓰시려고 그러세요?”

“고등학생들이 한적한 곳으로 여행가는 콘셉트인데 얼마나 많이 쓸 수 있겠어? 괜찮은 장소 섭외하고 세세한 소품 같은 거 신경 써주면 되지. 그래서 그냥 드래곤플라이 스튜디오에 맡겨놨어.”

“드… 드래곤플라이 스튜디오…….”

이기민이 말하는 드래곤플라이 스튜디오는 KM미디어의 전문 드라마 제작 자회사로 TSV나 지상파의 드라마를 만드는 회사였다. 최근에는 수백억이 투입되는 넷플렉사용 블록버스터 시리즈도 제작해서 성공시킨 거대 제작사였다.

“왜 그래?”

“아… 아뇨, 생각해 보니까 거기도 형이 소유하고 있었죠?”

“왜? 너희도 하나 만들어줘? 50% 세일해 줄까?”

“오우, 노노… 이번에는 순전히 대결로 가셔야죠. 저는 제 나름대로 핑크엔진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저번에 블루비 뮤비 나온 거 보니 진짜 괜찮던데 그 감독하고 콘택트 중입니다.”

“그래, 이번엔 누가 더 영상 잘 뽑는지 내기나 한번 해보자.”

“그러시죠. 내기는 뭘 거시려고?”

“우리 집 1층에 있는 차 중에서 한 대 어때?”

“콜…….”

“오케이.”

“그런데 제가 지면 뭘 줘야 해요? 흐흐…….”

“네가 지면 레몬캔디 다음 앨범 타이틀곡을 공짜로 줘야지. 이번 데뷔곡 정도 퀄리티로 뽑아주면 된다.”

“제가 무슨 작곡 기계예요? 그런 레전드곡을 어떻게 맨날 쭉쭉 뽑아요?”

“기계 아니야?”

“뭐, 기계는 아니지만 비슷하긴 하죠. 작곡 천재니까요. 하핫…….”

둘이 즐겁게 말장난을 하고 있으니 김 비서가 차를 가져왔다. 강전기는 향기로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범했지만 채광도 좋고 개방감이 있어 꽤 괜찮아 보였다.

그는 갑자기 문득 프로듀서 미팅 때 의아해했던 일이 생각났다.

“아! 형, 프로그램에 하늘기획이라고 있던데, 거긴 프로듀서도 없고 그냥 대표가 왔던데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아세요? 그룹 이름이 클로버즈던데?”

“아… 잠깐만! 거기 대표 이름이 뭐였더라?”

“장준일 대표라고 하던 거 같던데…….”

“맞다, 장 대표였지. 그 하늘기획… 사실은 KM미디어 소속 레이블이야. 최근에 내가 샀어. 5억인가? 그쯤 주고 100% 지분 인수했지. 그 사람은 월급쟁이 사장이야.”

“에?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니고 3개월 정도 됐나? 인수 제안서가 들어온 기업들을 보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하늘기획이었어. 처음에는 제안서를 보고 어이없어서 메일을 지워버리려다가 우연히 거기에 있던 링크를 눌렀더니 영상 하나가 뜨더라고.”

“그래서요?”

“큭큭큭… 잠깐만! 내가 틀어줄게. 너도 한번 봐봐. 진짜 웃겨.”

이기민은 컴퓨터에서 메일을 찾더니 동영상을 플레이시켰다. 50인치 평면 TV에서 클로버즈의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약 5분간으로 요약된 예고편이었는데 그 영상을 다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떠냐? 재밌지?”

“이… 이거 뭐예요?”

“뭐긴 뭐야. 전대물이지.”

“전대물? 이거 그거잖아요. 후래시맨, 바이오맨, 파워레인저 그런 거… 주인공들이 원색 비닐 옷에 오토바이 헬멧 쓰고 나오는 거… 계속 나오는 괴물들 죽이고… 거대 로봇도 나오고…….”

“맞아. 그런데 약간 달라. 아까 제목 봤지? 「아이돌 전사 파워UP 클로버즈!」라고…….”

“그러네요. 멤버들이 다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것 같은데요?”

“인기 없는 신인 걸그룹이 사실은 지구를 지키는 전사라는 콘셉트래. 아이돌 활동을 하다가 정체불명의 괴수들을 처치하는 그런 스토리야.”

“멤버별로 컬러가 다른 건 파워레인저랑 똑같은데 애들 전투복이 약간 교복 스타일인데요?”

“맞아, 아이돌이니까 전신 타이즈 같은 거 입고 나오는 게 좀 그렇잖아. 교복 스타일이 딱 맞지.”

“쓰읍… 하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너도 당황스럽지? 예고편 보면 알겠지만, 솔직히 영상이 엉망이잖아. 근데 또 이게 제대로만 하면 은근히 먹힐 것 같아요. 클로버즈 멤버들이 연기도 꽤 잘하는 데다 장 대표가 오디션에서 외모를 보고 뽑았나 봐. 다들 연기자들처럼 예쁘게 생겼어. 그리고 웃긴 게 뭔지 아냐? 이게 사실 하이라이트인데… 극 중에서 걸그룹이다 보니 실제로 1년 반 정도를 실제 걸그룹처럼 빡시게 트레이닝을 시켰대. 심지어 노래랑 안무 시안까지 받았더라. 큭큭큭… 아이고 배야!”

“이런 전대물이 취향이라 인수하신 거예요?”

“어… 취향까지는 아니고 아이돌하고 전대물을 합친 게 너무 신선해서 그냥 인수해 버렸어. 얼마 하지도 않고 그래서… 장 대표가 여기저기서 빌린 돈이 많더라고. 그게 한 5억 정도 되는데 다 갚아주고 내가 지분을 다 인수했지. 나중에 정식으로 드래곤플라이 스튜디오에 기획 한번 짜보라고 하려고… 물론 장 대표가 찍은 건 다 폐기 수준이지. 그런 건 방영 못 해.”

“그런데 왜 「걸그룹 4차 대전」에 넣으시는 거예요?”

“그게 말이지. 내가 확정된 일곱 팀 말고 다른 걸그룹들을 몇 개 심사했는데 도저히 너무 별로라 방송에 못 내보내겠더라. 그런데 얘네들 연습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봤거든? 그런데 각이 나와. 그림이 나온다고. 심사에서 떨어진 애들보다 훨씬 낫더라니까? 그래서 그냥 밀어 넣었어. 한정석 피디도 동영상 보고 허락했고…….”

“흐음… 형! 혹시 얘네들 곡 받았어요?”

“받긴 받았는데 별로야.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무를 수도 없고… 곡이 그래서 프로그램에서 그냥 밑바닥을 깔아줄 거 같아. 뭐, 그래도 화제의 프로그램에 얼굴 비쳤으니 인지도는 생기겠지. 그래도 좀 아쉽긴 해.”

“제가 할게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한다고요.”

“프로듀싱 말이야? 미쳤어? 너 혼자 벌써 두 팀을 맡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아이돌 곡은 제 사운드 클라우드에 500여 곡 넘게 저장돼 있어요.”

강전기의 두 눈에서 광기에 가까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미친 듯한 영감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마치 말을 달리는 것같이 화려한 비트와 멜로디가 서로 뒤엉키며 폭주 중이었다.

‘크흑… 이렇게 영감이 오는 건 흔치 않아. 이건 뭔가 대박삘이야.’

“전기야, 이건 그냥 다른 사람 곡으로 가자. 괜히 네가 또 맡는다고 하면 시청차들도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잖아.”

“그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정체를 숨기면 되죠. 파워레인저에 조력자 있지 않아요? 김 박사 같은…….”

“그건 마징가…….”

“뭐, 어쨌건 전 아이돌 전사에서 정체를 숨기고 있는 클로버즈의 후견인 강 박사 역할을 하면 되겠네요. 프로듀싱도 하면서…….”

이기민은 불타오르고 있는 강전기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뭔가에 홀린 듯 온몸을 가볍게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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