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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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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다! 괴수가 출현했다!
우리는 아이돌 전사! 파워업! 클로버즈!
너희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얘들아 싸우러 갈 땐 가더라도 레코딩은 하고 가야지.
강박사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후딱 찢어놓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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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강전기 미친놈아 적당히 좀 해!!! 벌써 세팀이란 말이다!
선작,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아이돌 전사 클로버즈
“전기야, 정말 세 팀을 전부 다 프로듀싱할 수 있겠어? 2주 간격으로 계속 새로운 미션이 나갈 텐데 그렇게 되면 넌 다른 사람의 세 배를 해야 해.”
“노 프라블럼! 전혀 문제없어요.”
“나야 네가 작업해 주면 좋지만…….”
“형,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뭔데?”
“곡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콘셉트하고 시놉 그리고 스토리까지 제가 짜볼게요.”
“스토리까지? 그건 전문가들을 시켜서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애들이 전원 미성년자라 시간은 좀 있거든.”
“갑자기 아이디어가 막 떠올라서요. 나중에 보시고 이상하면 시리즈 만드실 때는 바꾸셔도 되고요. 저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음악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곡이 술술 잘 나올 것 같아서요.”
“그… 그래. 네가 천재인 건 알겠는데 좀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진짜 괜찮아요. 맡겨만 주세요.”
“흐음… 만약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알지? 이건 내 돈 5억이 들어간 프로젝트야. 그걸 망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거야.”
사람 좋아 보이던 이기민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역시나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은 철저한 사람이었다.
‘후… 얄짤 없구나. 하지만 이런 게 깔끔해. 뭐든 오냐오냐해선 죽도 밥도 안 돼. 친한 건 친한 거고 일은 일대로 처리해야 맞지. 난 진짜로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 관련 자료를 메일로 전부 전송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료를 순식간에 쭉 훑어본 그가 이내 컴퓨터를 켜고 머릿속을 맴돌고 있던 비트와 멜로디를 찍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디스코풍에 퓨처베이스를 살짝 입혀서 복고와 세련된 사운드를 믹스 매치했다. 기본적인 비트는 강한 비트의 드럼, 킥을 사용하고 중간중간 강력한 브라스 사운드를 넣어줘 박력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다. 곡의 빈 곳에는 게임 사운드 같은, 들었을 때 확 튀는 소리도 적절히 배치했다.
곡의 제목은 「별빛 속의 댄스」였다. 지구를 지키는 아이돌 전사가 푸념을 늘어놓는 곡이었다. 낮에는 학교(예고) 가고 오후에는 인기 없는 신인 걸그룹으로 스트리트 홍보를 하며 굴욕을 당한다. 밤에는 사람들 몰래 괴수를 퇴치하는 바쁜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었다. 괴수와 싸우는 그 모습이 별빛 아래 단체로 댄스를 추는 것 같은 은유적인 표현이었다.
“자! 오케이, 됐다. 아이디어가 폭발하니까 곡이 그냥 뚝딱 만들어지네. 두 시간 반 컷 실화냐?”
미친 듯이 작업하던 그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이제 밤 열 시. 라테를 한 잔 내려 마시며 뭉쳤던 목의 근육을 살살 풀었다.
딸깍.
그는 이기민에게 곡의 초안을 이메일로 송부했다.
15분 후 이기민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기민 : 퀄리티 뭐냐. 가사는 또 뭐고? 미쳤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200%는 더 좋다. 스토리까지 전부 진행해라.]
[강전기 : 형, 이제 놀랍지도 않죠?]
[이기민 : 그래, 네 능력은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구나. ㅎㅎ]
[강전기 : 이 곡을 바로 애들한테 보내시고 내일 점심까지 리부트로 데려오시면 됩니다.]
[이기민 : 그래, 알았어. 장준일 대표가 데리고 갈 거야.]
다음 날 아침 강전기는 성기호를 불러서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는 관련 자료를 영상과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보여주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와…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도야. 뭐, 전대물 콘셉트는 일본에도 있지만 이렇게 걸그룹 자체를 전대물 시리즈로 연결하진 않았어.”
“괜찮지? 어우, 신나.”
“그런데 프로듀싱 가능하냐? 살짝 걱정된다. 시청자들이 뭔가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어. 두 팀이면 모를까 세팀은 너무 과한데…….”
“클로버즈 프로듀서는 가상의 인물이야. 강 박사라고, 큭큭…….”
“아… 뭔가 흑막 같은 프로듀서구나. 실제로는 없는 거겠네.”
확실히 성기호는 아이돌 덕후답게 강전기의 의도를 한 번에 캐치했다.
“잠깐, 그런데 프로듀싱하는 영상은 찍어야 할 것 같은데? 다른 그룹들은 프로듀서와 같이 곡도 맞추고 커뮤니케이션도 할 텐데 클로버즈만 없으면 이상하지.”
“얘네들은 콘셉트 영상으로 대체할 거야. 다 연출된 장면으로 대체하는 거지. 그걸 내가 해야 하고.”
“뭐? 네가 직접 한다고?”
“뭐, 그냥 낮게 깔린 목소리하고 얼굴을 제외한 상체만 나가게 하는 거지 뭐.”
“흐음…….”
“네가 세부적인 콘셉트나 설정 같은 것 좀 손 봐줘라. 어차피 데뷔곡 미션이기 때문에 스토리 전체가 필요한 건 아냐.”
“그런 거라면 또 내가 전문이지. 맡겨만 줘라.”
“너 이 시키, 벌써 복장부터 생각 중이냐? 허접스럽게 찍어서 폐기한다는 영상을 왜 계속 보고 있는 거야?”
성기호는 노트북으로 클로버즈의 전투복을 유심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이게 제일 중요해. 전체적인 느낌이 여기서 정해진다고. 이거 보니까 교복인데… 흠,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유치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전대물이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아서…….”
“흠… 이럼 어때? 아예 연령대를 높여버리는 거야.”
“연령대를? 유치하게 가지 말자는 말이냐? 너 전대물이 왜 유치한지 몰라? 그게 다 제작비의 한계 때문이야. 최대한 CG를 줄이고 실사로 가잖아. 그게 다 돈이거든?”
“야! 넌 젊은 놈이 왜 그렇게 대가리가 굳었어? 기민이 형이 누구냐? 국내 엔터계의 막강한 실력자이자 넷플릭사에 들어갈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는 드래곤플라이 스튜디오를 소유하신 분이다.”
“아…….”
“이제 감 잡았냐? 돈이야 우리가 신경 쓸 거 없다고. 우리는 노래나 잘 뽑고 콘셉트, 스토리만 만들어주면 알아서 할 거란 말야. 아… 물론 데뷔곡 미션에서 쓸 영상은 양해를 구해서 미리 당겨서 찍긴 해야겠지.”
“하긴 슈퍼 리치인 기민이 형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지.”
“그래, 인마. 그 교복 스타일은 폐기한다. 열라 유치해. 이렇게 갈 거야.”
강전기는 스마트폰을 들고 구골 검색엔진에서 ‘핑크 가이버’를 검색했다. 그리고 이미지를 성기호에게 내밀었다.
“자… 이런 스타일 어떠냐?”
“으헉… 이건 너무 로봇 이미지 아니냐? 좀 이상한데?”
“아… 물론 좀 분위기에 맞춰서 좀 예쁘게 다듬을 필요가 있는데 전반적으로 이런 느낌으로 가는 게 어떤가 싶어. 의상이나 CG는 모르겠다, 이거야. 그 제작비야 기민이 형이 알아서 하는 거고.”
“이걸 컬러별로 쭉 다 만들 거지?”
“맞아. 블루, 레드, 그린, 블랙, 핑크 이렇게 다섯 컬러로…….”
“응? 뭐야, 다 생각해 놨네? 이유가 있냐?”
“어제 연습생 애들 이미지를 보고 생각한 거야.”
“허… 이 덕후 같은 놈, 대박이네.”
“덕후라니? 실례라고. 이제는 어엿한 프로듀서 겸 기획자 아니냐.”
“낮에는 학교, 오후엔 아이돌, 밤에는 아이돌 전사라… 스토리 짜기도 좋은데? 에피소드도 엄청 많을 것 같고?”
“맞아, 드라마로 만들면 괜찮을 것 같아. 아예 넷플렉사용으로 제작하는 거지.”
“이런 퀄리티의 캐릭터로 학교, 연예계(아이돌), 외계 생명체와의 사투 같은 에피를 넣으려면 예산이 장난 아니게 들어갈 것 같은데…….”
“그건 모르겠고요. 일단 경연에 배경으로 쓰일 50초 정도의 오프닝 예고 영상하고 곡의 중간에 들어갈 짧은 10초 정도의 CG 전투 신 영상만 있으면 돼. 그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연 시작 전까지는 제작해야 한다. 그건 네가 좀 체크해 줘라. 내가 기민이 형한테 말해놓을 테니까. 알았지?”
“그래, 알았어. 진짜 재미있겠다.”
“아…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야기했던 거 있잖아. 너 일러스트레이터 좀 만지잖아. 일차로 캐릭터 초안만 대강 작업을 해서 콘셉트를 짜고 그걸 스튜디오 쪽 전문가에게 넘겨주자.”
“오케이, 그건 내가 잘 짜볼게.”
“아, 참. 클로버즈의 트레이드 문양은 괜찮더라. 그건 살리자.”
“목걸이 말이지?”
“어, 목걸이. 클로버즈 애들이 강원도에 행사 갔다가 산에서 길을 잃고 그 목걸이 다섯 개를 발견하는 거지. 알고 봤더니 그건 외계에서 온 전투용 생체 강식 장갑이었던 거야. 주문을 외치고 클로버 목걸이를 누르면 영화 「베놈」 같은 생체형 강식 생물이 나와서 몸을 감싸고 그게 전투복이 되는 거지.”
“캬… 좋구만. 난 좀 섹시하게 만들어야지. 큭큭…….”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나중에 한번 보여줘.”
“오키! 근데 점심때쯤 클로버즈 애들이 여기로 온다고?”
“어, 시간이 없어서 빨리 녹음해야 돼. 그래야 애들도 춤도 연습하고 그럴 거 아냐. 영상도 찍고…….”
“그러네. 얼른 서두르자.”
* * *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하늘기획의 장준일 대표가 다섯 명의 클로버즈 멤버들을 데리고 리부트 엔터로 들어서고 있었다.
“얘들아, 프로듀서님 보면 인사 잘해라. 그분이 누구라고?”
“저희를 띄워줄 분요.”
“아니… 그렇게 직접 이야기하면 어떡하냐.”
“빌보드 1위 작곡가님요…….”
“그렇지. 실력은 확실하잖아. 지금까지 만든 곡들을 쭉 들어봤는데 실력은 진짜더라.”
“대표님, 알았으니까 얼른 들어가기나 하시죠.”
전체적으로 여중, 여고생의 활기찬 느낌이 나는 멤버들이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녹음실로 향했다.
“하나, 둘, 셋!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아이돌 전사 파워업 클로버즈입니다.”
“하하… 이거, 이거… 귀엽네요.”
강전기가 아빠 미소를 실룩이며 인사한 다섯 명의 소녀를 쭉 훑어보았다. 뭔지 모를 힘찬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기민이 이런 에너지를 보고 지분을 전부 인수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정도로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안녕하십니까? 프로듀서님, 어제 뵙고 또 뵙네요.”
“안녕하세요, 급하게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바로 연락드렸어요.”
“저희야 프로듀서님이 봐주시면 더할 나위가 없죠.”
“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곡은 들어보셨나요?”
“네! 피디님 곡이 너무 좋고 신났어요.”
“어제 이 곡 열한 시쯤 듣고 멤버들이 다 울었어요. 곡이 너무 맘에 들어서요.”
“하하… 울기까지야. 아무튼, 좋다니 기분은 좋네요.”
“그리고 작곡하신 분이 일렉케이 님이라고 해서 저희 전부 숙소에서 뒤집어졌어요. 헤헤…….”
“허, 참… 아직 연습은 부족할 테지만 일단 멤버별로 노래를 쭉 불러볼까요? 파트 배분이라든지 개인의 특성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건 그냥 제가 감안할게요. 테스트 같은 거 아니니까 떨지 마시고…….”
“넵!!”
“어… 그러면 팀의 리더인 블루 클로버 성다솜? 먼저 스타트를 끊어볼까요?”
“넵!”
외모만 보면 청순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아이였다. 캐릭터의 컬러인 블루와 맞게 차분한 느낌이 드는 아이였다. 확실히 멤버 전원이 연기 오디션에서 뽑혔기 때문인지 인물들이 상당히 좋았다. 관건은 노래와 춤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 노래가 나가면 악보를 보면서 편하게 부르면 됩니다.”
노래가 나오고 성다솜의 목소리가 헤드폰으로 흘러들어왔다.
‘오오! 뭐야. 노래 엄청 잘하잖아? 음정 완벽하고! 톤 좋고! 딕션 좋고! 와우… 처음 1번 타자부터 홈런을 빵빵 날려주는구나.’
뒤에서 멤버들이 흥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케이! 다솜 씨 나오시고 이태리 씨… 푸흡… 아… 죄송… 들어가세요.”
2번 타자인 레드 클로버 이태리가 이름에 대해 사람들이 웃는 게 익숙한지 별 상관도 안 하고 녹음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느낌이 핑크엔진의 김인하와 비슷했다. 머리도 작고 비율이 좋은 게 마치 모델같이 다리가 쭉쭉 뻗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이다미의 고양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그래. 얘도 노래는 평타 이상은 해주는구나. 장 대표도 대단하네. 어떻게 이런 애들을 뽑았지? 웬만한 걸그룹 연습생보다 낫잖아?’
그다음은 눈매가 졸린 듯 보이는 특이한 미소의 소유자 그린 클로버 정지우였다. 그녀는 녹음실에서 강전기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자세를 잡았다.
‘으음… 노래는 평범한데 뭔가 캐릭터가 독특하군. 톤이 독특해서 중간중간 써먹기에 좋아.’
네 번째는 래퍼를 맡고 있다는 블랙 클로버 이영주였다. 다섯 명 중에서 가장 걸크러시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멤버였다. 걸크러시라고 해서 남자 같은 게 아니었다. 다섯 명 중에 가장 걸크러시하다는 소리고 기본적으로는 미인형의 얼굴이었다.
‘확실히 랩이 특기구나. 노래는 별론데 랩은 느낌이 있네. 뭐, 그래도 수준급이라고 보기엔 좀…….’
마지막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막내 핑크 클로버 김주리가 녹음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멤버 중에서 키가 170cm로 최장신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라고 했는데 블루비의 베이글 리나가 떠오르는 외모와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멤버였다.
그냥 분석하지 않더라도 심상치 않은 오라가 느껴졌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베이비 페이스가 보는 사람들을 자연적으로 무장 해제시키는 센터급의 인재였다.
“피디님, 잘 부탁드립니다!”
“어… 어어… 그래.”
그녀가 힘차게 꾸벅 인사하자 강전기가 느슨했던 자세를 고쳐잡고 대답했다.
“그래, 가자. 노래 스타트!”
노래가 나오고 헤드폰으로 김주리의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그 노랫소리에 강전기의 눈이 두 배로 확장되었다.
“오… 개성 있다. 좋아, 좋아… 이거 진짜 진지하게 해볼 만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