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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저는 하루에 두 편 이상 쓰지 못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코로나보다 치명적입니다.
아침에 한편 올렸기 때문에 이거랑 합치면 두 편이죠.
두 편을 쓰는 순간 자꾸 다른 짓을 하고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원래 계획에 없던 작품인데 포기하지 않는 건 순전히 독자님들 때문입니다.
차기작이 마려워도 꾹 참고 갑니다. ㅎㅎ (차기작은 넷플릭스 들어갈 예정)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아이돌 전사 클로버즈
강전기는 클로버즈에게 오후까지 개인 연습을 하도록 하고 배달 음식을 시켜서 회의실에서 식사를 같이했다. 그들은 각자 연습을 하고 배가 고픈지 짬뽕과 짜장면, 탕수육을 맛있게 먹었다.
“얘들아, 미안해. 연습 시간을 더 줬어야 하는데 우리가 지금 시간이 없어. 이제 방송이 한 달도 안 남은 거 알고 있지?”
“네, 피디님 저희도 알고 있어요. 그리고 피디님보다 더 마음이 급한 게 저희예요.”
“하하, 사실 태리가 마음이 제일 급하구나? 아까 보니까 엄청 열심히 연습하던데?”
사실은 강전기보다 마음이 초조한 게 바로 클로버즈 멤버들이었다. 아직 뮤직비디오를 찍기는커녕 녹음이나 안무도 완성이 안 된 상태니 오죽할까. 그들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여 강전기가 지적해 준 내용에 대해 보완해 나가고 있었다. 마치 「아이돌 메이커」에서 초반 평가 곡을 연습하는 연습생들처럼 긴박감이 느껴졌다.
“피디님, 방송에서는 저희를 프로듀싱하는 거 밝히지 않을 거라고 하셨죠?”
“그래, 주리야. 아까 말했다시피 내가 세 팀을 하면 모양새가 이상해지고 밸런스가 깨지거든. 이해하지?”
“저는 뭔가 비밀스러운 게 더 재미있어요. 나중에 밝혀지면 사람들이 놀랄 거잖아요. 그거 생각하니 너무 짜릿해요.”
“쯧쯧, 막내 넌 짜릿한 것도 많다. 우리가 엉망인 모습을 보여주면 피디님이 공개하실 것 같아? 창피해서 못 하실 거야. 그렇죠?”
“허, 태리가 그렇게 말하니까 만약 무대를 망치고 수치를 당한다면 안면몰수하고 조용히 덮어야겠는걸?”
“아잉… 안 돼요, 피디님. 제가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할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피디님이 자랑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할 테니까요.”
“피디님 무대를 망치지 않도록 제가 이 게으른 망아지들에게 채찍질하겠습니다. 항상 얘들은 춤이 문제거든요.”
“이태리 너나 잘하시지?”
“야, 이영주! 너 무대에서 랩 절어봐. 나한테 혼날 줄 알아.”
멤버들이 시끄럽게 하고 있을 때 성다솜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어, 그래. 다솜이 할 말 있니?”
“피디님, 그러면 저희 이렇게 연습하고 같이 미션 작업하는 거 어떻게 해요? 저희는 안 나오나요?”
성다솜의 질문에 강전기가 간단히 큰 줄기를 이야기해 줬다. 클로버즈의 영상은 무대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콘셉트로 촬영할 예정이며, 클로버즈의 도우미 강 박사가 출연할 거라고 알려줬다. 뮤직비디오와 데뷔 무대 경연에 쓰일 영상은 세트와 촬영 팀이 준비되는 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때까지 모든 안무를 만들고 다 외워야 한다는 것도 상기시켜 주었다.
그 말을 들은 멤버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멤버들은 이미 자신들의 회사가 KM미디어에 인수되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촬영에 대해서는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촬영으로 인해 다른 팀들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지 상당히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애들이 스트레스가 심한가 보네. 표정들이 어두워. 내가 자신감 좀 불어넣어 줘야겠어.’
“얘들아, 마음 편하게 가져. 무대에서 실수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면 돼. 그리고 너희는 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앞으로 내가 프로듀싱을 전담할 테니까 불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어.”
“꺄악! 정말요? .EXE가 받은 그 프로듀싱을 저희가 계속 받는다고요?”
짜장 소스가 입가에 묻은 채로 돌고래 소리를 내며 좋아하는 김주리를 보고 흐뭇한 미소가 가시지 않는 강전기였다.
‘너희는 처음부터 내가 다시 기획했으니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영상은 최대한 퀄리티 있게 뽑아줘야 하는데 기민이 형이 알아서 잘해주겠지, 뭐.’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녹음을 재개했다. 아직 정식 녹음이 서툴다 보니 다른 팀들보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도 무사히 녹음을 마치고 이제는 멤버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옆에서 클로버즈를 챙긴 장준일 대표도 피곤한 모양이었다.
“피디님,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피디님, 저희 잘할게요.”
“그래, 다들 조심히 가고… 연습 열심히 해.”
강전기는 주차장까지 내려가 멤버들이 차에 타는 모습을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그때, 갑자기 승합차의 창문이 열리더니 김주리가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뿅뿅 날려주었다.
“피디님, 싸량해용…….”
“야! 막내 좀 말려라. 어우… 이 주책바가지.”
“아… 왜… 나 말리지 마. 사랑에 국경이 어디 있어?”
“태리야, 이 중딩 입 좀 막아야겠다.”
“네, 알았어요. 언니…….”
“읍읍읍…….”
그렇게 클로버즈를 태운 차량이 리부트 엔터를 떠나갔다. 그 사라지는 모습을 묵묵히 보고 있던 강전기도 미소를 지은 채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녀석들… 나는 참 복도 좋아. 어떻게 이렇게 좋은 멤버들이 많은 건지. 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까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았다. 정말 오늘은 여러모로 바빴지만 보람찬 하루였다.
* * *
핑크엔진은 마지막 점검을 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얼마 전 뮤직비디오 촬영도 계약했다. 블루비의 뮤비를 촬영했던 감독이 적당한 가격에 최고의 영상을 뽑아줄 거로 생각했다.
뮤직비디오 감독은 홍정훈이라는 젊은 사람이었는데 원래는 영화감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 때 독립 영화제에서도 상을 꽤 탔는데 조감독 시절 감독과의 불화로 잠깐 영화계를 나왔다가 경험 삼아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시 영화판으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처음에는 뮤비 촬영을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강전기는 그의 연출이 꽤 맘에 들어 성기호와 같이 직접 찾아가서 설득했다.
그가 찍으려고 하는 영화를 리부트에서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배우도 싸게 출연시켜 주고 아예 시나리오까지 읽어보고 투자 의향까지 살짝 내비쳤더니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주겠다고 했다.
그는 영화판에서 굴러서 그런지 미술, 소품, 촬영팀까지 두루두루 알고 있는 편이었다. 마지못해 승낙한 그가 2주일 안에 영상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예? 웹 드라마요?”
귀여운 안경을 쓰고 있는 홍정훈이 강전기의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제가 보기엔 감독님의 시나리오는 영화로 먼저 만들기보다는 프롤로그 형식으로 웹 드라마로 찍어서 내보내는 게 어떨까 싶거든요? 줄거리가 전직 여군이 기획사 매니저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남자 배우도 구하고… 처음엔 에피소드 위주로 소소하게 시작하다가 본편은 영화로 만들면 되죠.”
“그렇죠, 사실 이건 블록버스터 같은 스케일이 아니라 배우 출연료가 문제입니다.”
“그건 인지도 있는 배우가 충분한 저희 쪽에서 물량 공세로 넣어드리면 됩니다. 실제 리부트 건물에서 촬영해도 되고요. 저희가 인지도는 없지만, 건물도 강남에 있어서 꽤 그림이 잘 나올 겁니다.”
“흐음…….”
“혹시 캐스팅은 끝난 건가요?”
“아니요,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잘됐네요. 제가 한 명 추천해 드릴게요. 물론 오디션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고요.”
“아… 그럼 저도 감사하죠.”
강전기는 몇 개월 전 오디션으로 자신이 뽑았던 한세영을 떠올렸다. 그 당시 어빌이 B쯤이었으나 현재 리부트의 인맥으로 활발하게 조연 역할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라 연기력이 A급으로 오른 상태였다. 얼굴도 엄청난 미인은 아니지만 한번 보면 잘 잊어버릴 수 없는 개성 있고 임팩트가 있는 요즘 상당히 선호되는 스타일이었다.
“거기다 플러스로 아이돌들도 많이 출연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거의 공짜로요.”
“헉… 그럼 너무 좋죠.”
“아, 그리고 스토리는 당연히 감독님의 영역이라 말씀드리기가 뭐하긴 한데요. 혹시 제가 의견을 좀 드려도 될까요? 이건 그냥 한번 들어나 보시라는 겁니다.”
“괜찮습니다. 지금도 계속 고치고 있는 스토리라 저도 피드백도 받고 하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좋거든요.”
홍정훈 감독은 확실히 젊어서 그런지 꽉 막히지 않은 열린 사고를 하고 있었다.
“전직 여군보다는 북한에서 탈북한 특수 부대 출신으로 살짝 비트는 게 어떨까요? 작전 시에 남한으로 평상복을 입고 건너와서 미군 기지에 침투시키려는 요원으로 훈련받은 여군이죠.”
“북한 여군… 탈북… 으음…….”
홍정훈 감독은 강전기의 말에 깜짝 놀란 듯 팔짱을 끼더니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좋… 좋은데요?”
“그렇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사실 강전기는 홍 감독의 전작들을 다 찾아보고 온 상태였다. 그는 정말로 번뜩이는 감각이 있는 천재였다. 우연히 옆에서 쉬고 있던 레이카가 무슨 영화냐며 영상미나 편집이 아주 뛰어나다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심미안은 엄청나게 증폭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예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찍으려고 하는 영상은 연예계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리부트가 제작에 참여한다면 제작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네, 그럼 저도 계약하겠습니다. 아예 전반적으로 제작에 대해 같이 참여하시죠, 강 이사님.”
그는 현재 리부트 엔터의 이사로 홍 감독을 대하는 중이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꼭 성공할 겁니다. 저는 감독님의 능력을 믿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오랜만에 듣네요. 예전에 영화 찍을 때는 자주 들었었는데…….”
“그렇다고 우리 핑크엔진 뮤직비디오를 대충 찍어주시면 곤란합니다. 아직은 보잘것없는 내가 당당하게, 나답게 성공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뭐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고 생각되지만요.”
“맡겨만 주세요. 지금까지 만들었던 어떤 뮤직비디오보다 멋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뮤직비디오도 해결하고 차후 자신이 투자자로 들어갈 웹 드라마와 영화도 한 발 걸쳐놓았다. 그는 홍 감독과 시나리오를 보고 통할 것 같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레몬캔디도 이기민의 지휘 아래 뮤직비디오를 찍고 자신의 세심한 관리 속에서 능력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었다. 클로버즈는 사실상 뛰어난 가창력을 요구하는 노래가 아니다 보니 댄스와 촬영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기민은 강전기의 기획과 스토리를 듣고 전문 작가를 한 명 붙여주었다. 꼭 성기호처럼 생긴 작가였는데 기호와 죽이 착착 맞으면서 강전기가 처음에 기획했던 대로 시나리오를 만들어갔다.
또한 드래곤플라이 스튜디오가 움직여 세트를 만들고 기본 촬영까지 신속히 마치고 CG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호야, 클로버즈 영상 어떻게 돼가는 거냐? 클로버즈의 데뷔 무대는 편집된 그 영상이 어떤 수준으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특수 효과 팀하고 CG팀이 열심히 작업하고 있더라. 우리가 설정한 복장 수준이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서 CG팀보다는 특수 효과 팀이 상당히 힘든가 봐.”
“하긴… 핑크 가이버 수준으로 전투복을 만들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겠지.”
“아직 CG가 입혀지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경연 때쯤 가봐야 겨우 알 수 있을 거 같아.”
“기호야, 부탁이 하나 있는데… 네가 강 박사 역할 좀 해라. 내가 정작 경연 들어가면 이것저것 하느라 바쁠 것 같으니 대신 좀 해. 어차피 얼굴 안 나오고 목소리만 낮게 깔면 되니까. 특히 클로버즈 신들은 세트장에 가서 찍어야 하니 내가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같거든?”
“그냥 배우를 한 명 쓰지 그래? 어차피 나중에 영상에도 출연해야 하잖아?”
“그럴 필요가 없어. 당분간은 목소리를 기계음으로 낼 거야. 나중에 정식으로 강 박사 역할을 캐스팅해야지. 지금 섣불리 하면 안 될 것 같아.”
“하긴, 졸속으로 하면 안 되지. 솔직히 프로젝트가 너무 커졌어.”
“그런 건 생각하지 말라니까? 우리 돈이냐? 기민이 형이 상황 보고 알아서 할 거야.”
“와…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 네가 일을 크게 벌여놔서 그렇잖아. 미치겠네! 이거!”
성기호도 핑크엔진 뮤직비디오 체크하랴 클로버즈 기획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반면 강전기는 잡스러운 것들을 기호에게 다 밀어놨기 때문에 곡들이 다 준비되고 나서는 일이 많이 줄어서 상당히 한가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핑크엔진과 레몬캔디 뮤직비디오 촬영장도 놀러 가고 세트장에서 촬영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댄스 포메이션을 연습하고 있는 클로버즈에게도 찾아가고 한껏 여유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대망의 첫 방송 녹화 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