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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사악한 놈이네요. 혼자 다해 먹어라~ 쩝.
설문에 선호 걸그룹 투표 올려놨습니다. 왠지 이건 답정너 같은데요?
아참~ 그리고 주말에 레이카가 등장하는 편들을 조금씩 손 봤습니다.
약간 부드러워졌달까요? 계속 바꿔보는데 딱히 맘에 들지는 않네요.
(69, 70, 71, 76, 77, 78화 수정)
첫번째 경연
“이제 1차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연에 참여한 모든 걸그룹들과 프로듀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느 팀이 1위를 하고, 최하위를 차지할지 그야말로 긴장되는 결과 발표 시간만 남아있습니다. 다들 떨리시죠?”
방송 녹화를 알리는 정상균과 심해철의 멘트가 이어졌다.
“지금 무대 위에는 프로듀서분들께서 각자 프로듀싱한 그룹 앞에 자리하고 계십니다. 물론 베일에 싸여있는 클로버즈의 후견인 강 박사님은 온라인으로 참석해 주셨기 때문에 클로버즈 앞에 있는 모니터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크흐흐…….”
사람들도 상황이 웃긴지 소소하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호 녀석, 도대체 어디에서 스트리밍을 하고 있는 거야? 나한테도 안 알려주다니…….’
클로버즈에 대한 내용은 강전기를 제외하고 성기호가 제일 많이 알고 있어서 온라인 인터뷰를 할 때 제일 적합한 인물이었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강전기와 상당 부분 통하는 면이 많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녀석이었다.
더군다나 나름의 야망도 있고 몇 년간 얼굴을 까고 미튜브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 말발도 알아주는 편이었다.
“강 박사님, 들리시죠?”
[네, 똑똑히 잘 들립니다.]
모니터에서 강 박사 특유의 기계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우… 깜짝이야. 목소리가 적응이 안 되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있으니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이렇게 강 박사님까지 모든 분이 참석하셨습니다.”
“자, 결과에 앞서 프로듀서님들의 소감을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먼저…….”
MC들이 프로듀서들에게 소감과 감상평을 물어보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프로듀서들은 나름대로 짬이 있어서 그런지 인터뷰를 막힘없이 술술 해나갔다. 반면에 나인테일 프로듀서인 한수호는 원래 그다지 숫기가 없는지 버벅대는 모습을 보여줬다.
탈락 유력 후보인 헨리 피디는 자꾸만 원래 실력은 이렇지 않은데 운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많은 사람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글로리아 멤버 중에 삑사리를 낸 보컬은 그야말로 얼굴이 흙빛이 된 상태였다.
‘아이고, 불쌍해 죽겠다. 너도 나름 능력이 괜찮은 거 같은데 윗사람을 잘못 만났구나. 어쩌겠냐. 팔자소관이지.’
강전기조차 불편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 이번에는 클로버즈를 프로듀싱한 강 박사님을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박사님? 오늘 무대는 어떻게 보셨는지요?”
[네, 평소 실력보다 훨씬 잘한 것 같습니다. 정식으로 기획사에 소속돼서 훈련을 받진 못했지만, 고대 강식 장갑의 선택을 받은 아이들답게 무대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푸훗… 강식 장갑… 어음…….”
MC 정상균조차 강 박사의 뜬금없는 고대 강식 장갑 드립에 현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만족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강 박사님은 어떻게 이런 프로듀싱을 하시게 된 건가요? 솔직히 이런 무대는 과거에도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무대 같습니다만…….”
[사실… 처음에 클로버즈의 영상을 보고 노래를 들어봤을 때는 충격이었습니다.]
“왜 그렇죠?”
[너무나 싼 티가 나고 노래도 너무 후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다시 콘셉트를 떠올리고 악보도 다 찢어버리고 곡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서요?”
[네, 천재 프로듀서라면 노래 같은 건 평소에 그냥 뚝딱 만들어내는 거 아닌가요? 뮤직넷에서 광고를 엄청 때려주시는 빌보드 1위 작곡가 일렉케이 님, 아닙니까? 한두 시간이면 만들지 않나요?]
강전기는 갑자기 쓱 치고 들어오는 성기호의 드립에 움찔했다.
‘어우… 이 시키가… 오늘 아주 물 만났는데?’
“저는 두 시간은 더 걸립니다.”
모니터링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자 천천히 입을 떼는 강전기였다. 모두가 지켜보는 화면에 일렉케이의 얼굴이 풀샷으로 잡혔다.
“와…….”
일렉케이 프로듀서를 실물로 처음 보는 걸그룹 멤버들이 자기도 모르게 낮게 신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와… 지금 정식으로 소개도 안 했는데 존재감 뭡니까? 강 박사님, 잠시 양해 바랍니다. 잠시 화제의 주인공인 일렉케이 작곡가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작곡가 일렉케이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전기가 가식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자 그의 화려한 외모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촉촉한 머릿결에 우수에 찬 눈빛,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에 날카로운 턱선. 그야말로 초인기 배우의 포스를 뿜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와… 나 이렇게 생긴 사람 처음 봤어. 허허…….”
심해철은 화면에 잡힌 일렉케이의 얼굴을 보고 어이없는지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도 젊었을 적 한 미모 하던 사람이었지만 지금 보고 있는 일렉케이 정도는 아니었다.
“드디어 정체가 공개됐습니다. .EXE 빌보드 1위 소식이 대한민국을 강타했을 때, 제일 화제가 됐던 분이죠? SSJ 연습생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외모를 보니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어떻게 보면 해철 씨 후배이신데요. 해철 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요?”
“글쎄요. 본 거 같기도 하고요. 확실히는 모르겠네요. 제가 한창 바쁘게 활동하고 있던 때라 그런지 잘 기억은 안 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생긴 사람은 한번 보면 잊어버릴 수 없을 거 같은데요? 혹시 SSJ 출신이라는 게 방송용 어그로 아닌지요?”
“그건 아닙니다. 일렉케이 프로듀서는 SSJ 연습생 출신 맞아요. 제가 예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아… 간지(GAN-ZI) 프로듀서님?”
“맞을 겁니다. 제가 봤거든요. 프로듀서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간지 피디가 일렉케이 후배한테 오랜만이라고 대뜸 반말하더라고요.”
옆에서 김찬기 프로듀서도 방송 분량을 뽑아 먹겠다는 듯 열심히 치고 들어왔다.
“죄송한데요. 연습생 때 이야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뭔가 흑역사 같은 건가 보네요. 연습생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전기가 약간 정색하자 정상균이 깜짝 놀라 멘트를 수습하려고 했다. 강전기에게서 뿜어져 나온 무형의 패왕색기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자면, 지금 클로버즈의 강 박사님께서 일렉케이 작곡가님께 도발 아닌 도발을 하셨죠. 일렉케이 작곡가님은 두 시간은 무리라고 하셨습니다. 맞나요?”
“맞습니다. 두 시간은… 흐음… 저한테는 힘든 시간입니다.”
“강 박사님, 빌보드 1, 2위를 동시에 석권한 프로듀서가 두 시간은 힘들다는데요?”
[실망입니다. 천재라면 그 정도는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푸흣…….”
돌아이 정상균 MC조차 강 박사의 어그로성 답변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본인은 가능하시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합니다. 저는 케이론 행성의 후예입니다. 인간들의 조상이죠. 고대 인류는…….]
“자… 자… 잠시만요. 이거 저희가 제지를 안 하면 이상한 쪽으로 인터뷰가 진행될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인터뷰만 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과했네요.]
성기호가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MC들에게 사과했다.
“지금 현장 경연의 관객 반응으로만 본다면 클로버즈와 핑크엔진에 가장 큰 호응이 있었는데요.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하군요.”
[뭐… 들어줄 만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한 수준 정도로 프로듀싱을 하시려면, 좀 더 노력하셔야 할 것 같더군요. 평소에 여자 만나시는 것 좀 줄이시고…….]
“오우… 오우… 오우… 잠시만요.”
“사적인 비방은 금물입니다, 강 박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맺힌… 아… 말을 너무 막 뱉었나요?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평소에 일렉케이 프로듀서를 아시는 건 아니시죠?”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저렇게 생긴 사람치고 바람둥이가 아닌 사람이 없…….]
띠띠띠…….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잠시 연결이 끊긴 거 같습니다.”
한편, 성기호는 한정수 책임 피디에게 조정실에서 혼나고 있었다. 성기호가 이상한 농담을 하자 한 피디가 소리를 끊은 것이다.
“저기요, 기획실장님. 이거 방송입니다. 농담은 가려서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과했죠? 시정하겠습니다.”
“딱 여기까지기 한계선입니다. 더 하시면 방송 못 나가요.”
“넵!”
“다시 연결할게요.”
성기호는 강력한 포스의 한 피디에게 쫄린 듯 입을 다물고 말았다.
띠리링―
[죄송합니다. 농담이었습니다. 일렉케이 작곡가님이 프로듀싱한 무대는 잘 봤습니다. 누가 1위 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물론 저희 클로버즈일 테지만요.]
강 박사의 뻔뻔한 말에 클로버즈 멤버들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붉게 물들었다.
“와우… 강 박사님, 대단한 자신감이시군요.”
“자존심 대결이 팽팽한데요. 두 분이 따로 재미로라도 내기 한번 해보시죠.”
심해철이 옆에서 농담조로 한마디 했다.
[내기라……. 일렉케이 프로듀서! 누가 1위 하는지 지는 사람이 다음 방송은 웃통을 벗고 하시는 게 어떤가요?]
“호우… 강 박사님의 상의 탈의 내기 조건이 나왔습니다. 경연에서 사상 초유의 내기 아닌가요.”
“끄윽, 끄윽…….”
심해철은 웃겨 죽겠다는 듯 배를 잡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성기호의 도발로 강전기의 미간에 주름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 미친 오덕후 새끼… 뭐라는 거야. 클로버즈도 잘했지만, 핑크엔진이 질 거 같아?’
“일렉케이 작곡가님, 어떠세요.? 이 내기에 응하시겠습니까?”
“훗. 해보겠습니다. 제가 질 리가 없으니까요.”
삽시간에 인터뷰가 아니라 유치한 병신력 배틀로 변질돼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무대 위의 걸그룹 멤버들이 눈에 띄게 흥분하는 것 같았다.
“잠시만요. 그런데 강 박사님은 출연할 수 없으신데요. 일렉케이 작곡가님과 똑같은 걸 하실 수 없으시잖아요?”
[아무거나 말씀하셔도 됩니다.]
“당장은 생각 안 나지만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전기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자꾸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데요. 이제 경연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제 손에는 지금 1차 전문가 투표 점수와 1,000명의 관객분들의 투표 결과가 있습니다. 결과 보여주세요!”
제작진은 뜸을 들이지 않고 스피디하게 화면에 1차 전문 심사위원의 점수를 공개했다.
1위 핑크엔진 75점
2위 G파워 70점
3위 레몬캔디 67점
4위 퓨리틴 62점 ― 공동
4위 클로버즈 62점 ― 공동
6위 라라걸즈 58점
7위 나인테일 55점
8위 글로리아 50점
“자! 전문 심사위원 평가 1위는 핑크엔진이 차지했습니다. 2위는 G파워, 3위는 레몬캔디, 4위는 퓨리틴, 아… 퓨리틴과 클로버즈가 공동 4위군요. 그리고 라라걸즈, 나인테일, 글로리아 순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문 심사위원들이 개인당 10점 만점으로 준 점수를 다 합한 수치라고 합니다.”
결과가 나오자 누구는 기뻐하고 어떤 이는 고개를 떨궜다. 강전기는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고 핑크엔진 멤버들은 일어나서 껴안고 난리가 났다.
‘후후… 역시 괜히 전문가들이 아니라니까? 보는 눈들이 있어요. 역시나 내 생각하고 비슷하군. 핑크엔진, 레몬캔디는 무대를 정말 잘했어. 뭐, G파워도 좋았지.’
사실 클로버즈는 눈 돌아가는 영상으로 두드려 패서 그렇지 모든 면에서 3~4위권 순위가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글로리아가 전문가 점수에서도 최하위를 했다.
‘어우… 꼬시다, 이놈아.’
강전기가 헨리 피디를 쳐다보니 그는 이미 예상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이마를 부여잡고 있었다. 글로리아의 메인 보컬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했는지 눈물까지 터트리고 말았다. 주위에 있던 팀원들이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래도 팀원들은 사이가 괜찮아 보이네.’
원래 공통의 적이 있으면 단결하는 법이었다. 헨리 피디라는 독재자가 위에 군림하고 있으니 멤버들의 사이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자, 1차 전문 심사위원 점수가 나왔고요. 여러분들, 아직 긴장을 늦추시면 안 됩니다. 천 명의 관객들의 점수가 남아있습니다. 물론 일주일간 펼쳐지는 온라인 투표를 더해 최종 순위가 정해지긴 하는데요. 일단 오늘 1차 결과가 방송을 먼저 타기 때문에 무시할 순 없습니다.”
“관객들은 인원수대로 1점씩 계산되었습니다. 자! 관객들의 평가 결과 지금 보여주세요!”
1위 클로버즈 273점
2위 핑크엔진 263점
3위 레몬캔디 160점
4위 G파워 150점
5위 퓨리틴 52점
6위 나인테일 45점
7위 라라걸즈 31점
8위 글로리아 26점
“꺄아아악…….”
클로버즈의 막내 김주리가 돌고래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로 모두 다 일어나서 껴안고 난리가 났다.
다른 프로듀서들도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음…….”
“끄응…….”
간지(GAN-ZI) 피디조차 관객들의 점수를 믿지 못하고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관객 점수가 4… 4위라고?’
관객 점수는 확실히 호응과 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 같았다. 그야말로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함성이 나왔던 클로버즈 무대가 1위가 되었고 충격적인 마샬아츠를 펼친 핑크엔진이 2위였다.
그리고 역시나 꼴찌는 헨리 피디의 글로리아가 26점으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아무래도 큰 실수로 무대를 싸하게 만든 효과가 컸던 모양이었다.
‘자, 잠깐? 합산하면 누가 일등이지?’
1차 전문 심사위원의 점수가 빠르게 사라져있어서 그런지, 각자 암산하느라 장내가 약간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자! 1차 경연 최종 점수는!!”
MC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화면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