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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드디어 여러분이 사랑하시는 최애캐가 등장하였습니다.
더 흑화되었습니다.
사실은 더 묵힐려고 했지만, 투표로 저를 압박하시니 등장시켜야죠.
전 팔랑귀니까요.
그나저나 비축을 좀 하려 했는데 순위가 너무 팍팍 떨어져서 무리를 한번 해봅니다.
역시나 비축분 0인 상태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 되고 있네요. ㅎㅎ
항상 선작, 추천, 댓글 감사드립니다.
어둠 속의 눈동자
강전기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영상 속에는 자신과 리나가 욕실에서 떡을 치는 적나라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 이게 찍혀있는 거지?”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손까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으로 오늘 있었던 자신의 프로듀싱 원맨쇼가 스쳐 지나갔다. 핑크엔진, 레몬캔디 그리고 클로버즈까지…….
“아, 안 돼. 이제 인생 제대로 살면서 재미 좀 보려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이, 씨… 어떤 새끼야!!”
그는 후다닥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편한 티에 신축성이 있는 청바지를 걸쳐 입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다가 문득 이렇게 흥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분하지 말자, 강전기!’
피곤해서 그런지 머리가 안 돌아가는 느낌이라 주차장 대신 집 앞 단골 카페로 들어섰다.
“저기요, 라테 진한 거로 한 잔 주세요. 시럽 팍팍 넣고요.”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영업을 종료하려고 하는데 손님이 들어오자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지만, 그의 얼굴을 보고 말문이 턱 하니 막히고 말았다.
‘어……? 뭐지, 실화인가?’
카운터 건너편에는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야성미를 풍기는 초절정 미남이 뭔가 초조한 듯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기요, 라테. 진하게. 시럽 팍팍요.”
강전기는 정신없는 듯 메뉴에도 없는 커피를 만들어 달라며 생떼를 부렸다.
“진, 진하게요?”
“네, 빨리 주세요.”
“잠, 잠시만요.”
아르바이트생은 뭐에 홀린 듯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강전기는 영상과 함께 온 메시지를 자꾸 되뇌고 있었다.
[당장 아래 주소로 오지 않는다면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 뿌려질지도 몰라요. 경기도 양평군 XXX-XX.]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두 시까지 도착하세요.]
[이보세요, 이보세요…….]
“저,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
강전기가 휙 하니 카드를 내밀어 결제하고 라테 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진한 라테를 바로 한 모금 들이켰다.
“아뜨뜨뜨…….”
“어맛! 조심하세요. 뜨거워요.”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에서 뛰쳐나오며 냅킨으로 강전기의 손과 입을 닦아 주었다.
“괜찮으세요?”
아르바이트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전기는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자신을 걱정해 주자 점차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아…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전기의 목소리를 들은 아르바이트생이 얼굴을 붉혔다.
“혹, 혹시 전화번호 좀…….”
“죄송해요. 제가 누굴 사귈 처지가 아니라서요. 수고하세요.”
강전기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쿨하게 인사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녀의 대시로 잠시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이 영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무작정 갈 게 아냐. 냉정하게 짚어보자고.’
동영상은 욕실 밖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 같아 보였다. 영상에 손 떨림이 보였다. 감시 카메라나 몰래 카메라는 절대 아닌 듯했다. 영상의 각도를 보더라도 분명 문 뒤에서 누가 직접 찍은 각도였다.
아무래도 리나와 관계를 맺을 때 누군가 집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누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부자 소행인 것 같았다. 원한을 품은 매니저거나…….
강전기는 급하게 수아에게 전화해서 최근에 일을 관둔 직원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는 말만 들었다.
‘뭐지? 숙소에 함부로 들어올 수가 없을 텐데?’
그는 이번에는 리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야?
“리나야, 내가 잠을 깨운 거 아니지?”
―응, 이제 자려고. 그런데 어쩐 일이야? 나 못 나가는데…….
“아… 그게 아니고 뭐 하나 물어보려고.”
―뭔데? 물어봐.
“혹시 우리가 처음, 크흠… 처음 한 날 말이야. 그때 집에 누가 제일 먼저 왔어?”
―뭐야, 오빠 하고 싶어?
“아, 아니. 묻는 것만 대답해 봐. 급해서 그래.”
―음… 생각났다. 그날 이화 언니밖에 없었지. 생각 안 나? 다들 휴가 간다고 나만 집에 있었잖아.
“맞다. 그런데 이화도 영화 찍는다고 나갔잖아. 언제 숙소에 왔는데?”
―뭐야, 오빠 이상해. 무슨 일 있어?
“아냐, 진짜 별거 아냐.”
―뭐 비밀 있구나? 나중에 다 말해줘야 해. 알았지?
“응, 알았어.”
―그날 이화 언니가 언제 왔느냐고? 오빠 나가자마자 온 거 같은데?
“응? 영화 찍는다고 나갔는데 왜 그때 돌아왔대?”
―영화 세트장이 무너졌다나 어쨌다나 해서 일찍 왔을걸?
“아, 그래?”
―맞아, 확실해. 그날 나한테 엄청 신경질 내더라고. 그래서 언니랑 좀 싸웠어. 확실히 기억나.
“그래? 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보자.”
―그래,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잘 해결하고… 아, 참… 오빠 경연 잘한 거야? 오늘 한다고 했지?
“방송 보면 알 거야. 나쁘지 않아. 더 말하면 스포일러라 안 돼.”
―헨리 피디 놈 망했으면 좋겠다. 나쁜 새끼.
“그거도 보면 알 거야. 정확하게 말해줄 순 없는데 보면 아주 재미있을 거다.”
―킥킥… 왠지 느낌 온다. 알았어. 나 잔다. 나중에 봥…….
“그래, 잘 자고…….”
역시나 쿨한 리나다웠다.
‘가만, 이화밖에 온 사람이 없다고? 이화가 왜? 이해가 안 되는데? 에이, 설마…….’
점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의심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불현듯 전생에 부동산을 사기 위해 공부하면서 알고 있던 지식이 번쩍하며 떠올랐다.
‘아! 맞다. 대한민국 법원 인터넷 등기소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는 인터넷 등기소 사이트에 들어가서 등기 열람하기를 클릭했다. 간편 검색에 메시지로 온 주소를 치고 검색을 누르자 부동산 소재 지번과 소유자가 떴다.
소유자 천**
“큭… 세상에…….”
인터넷 등기소는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소유자의 이름은 표시하지 않고 성만 나왔다. 하지만 강전기는 성만으로도 거의 95% 이상 범인을 확신할 수 있었다.
소유자의 성씨는 천씨였다. 천씨는 바로 이화의 성! 천이화! 그날 집에 온 사람 중에 천씨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천씨는 희귀 성씨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0.2%밖에 안 되는 성씨였다.
‘흐흐흐…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해. 간단한 손가락질 하나로 범인을 잡잖아.’
하지만 범인을 알았다고 한들 도대체 이화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했다.
일단 차에 올라타서 경기도 양평으로 차를 몰았다. 두 시까지 오라고 했으니 서둘러야 했다. 도로는 한밤중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약 한 시간이 걸려 양평의 한 조그마한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이라기보다는 약간 큰 전원주택 같은 느낌인 집이었다. 앞에 차고가 있었고 마당과 2층으로 된 단독 주택이었다.
‘흐음… 입지는 진짜 별론데 건물은 예쁘게 잘 지어놓았네? 주말 주택으로 사놓은 모양이지? 나 같으면 안 사고 펜션으로 놀러 갈 텐데… 몇 번 안 쓸 텐데 너무 아깝잖아.’
그는 범인을 95% 확신하자 벌써 긴장이 풀어졌는지 쓸데없이 남의 부동산을 평가하는 중이었다.
길가에 주차하고 열린 대문으로 들어갔다. 새벽 한 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지만 건물 1층에는 불이 켜져있는 상태였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이화는 친절하게도 비밀번호를 문자로 찍어줬다.
‘아… 떨린다. 이화가 나를 좋아했을까? 그렇다면 이런 거 안 하고 그냥 고백해도 됐을 텐데…….’
강전기는 어떤 상황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기분 좋은 상상의 날개를 펴고 있었다.
띠띠띠띠띡… 띠리릭…….
그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은 인테리어가 꽤 그럴싸했고, 1층 전체에 고급스럽고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서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의 대형 TV에서 자신과 리나가 거실에서 질펀하게 거사를 치르는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
‘어우… 못 봐주겠네. 슬슬 걱정이네. 도대체 얘가 왜 이러지?’
강전기는 아직 범인을 모르는 척 행동하기로 했다.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아무도 없어요?”
그는 영상을 본 척도 안 하고 1층과 2층을 두리번거리며 인기척을 확인했다.
“뭐지? 아무도 없나?”
그러자 갑자기 천장 스피커를 통해 낮게 깔린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강전기 씨.]
“누, 누구세요?”
[그건 나중에 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묻는 말에만 답변하세요.]
“…….”
[지금 나오는 영상을 보니 어떤가요?]
강전기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이빨을 꽉 깨물고 어설픈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창, 창피합니다. 끄면 안 될까요?”
그래도 계속해서 여인들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연기 연습(?)을 해온 결과 나름 어색하지 않은 수준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부끄러운 건 아시는군요? 곡을 주러 왔다가 걸그룹 숙소에서 멤버랑 이게 무슨 짓이죠?]
“아… 그건 정말 오해입니다. 저는 당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흥, 뭐가 억울하죠? 눈이 있으면 저 영상을 보고 변명해 보세요. 저게 어디가 당하는 모습이죠?]
TV에서는 욕실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전기가 욕조 안에 서있고 리나가 무릎을 꿇고 그의 물건을 흡입하는 장면이었다. 강전기는 기분이 아주 좋은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윽… 영상으로 보니 너무 자극적이잖아!’
“저, 저건 누구라도 저런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쓰레기네요, 강전기 씨!]
“쓰, 쓰레기요? 말씀이 너무 심하신…….”
[당했다면서 예쁜 여자가 기분 좋게 해주면 군말 없이 저런 행동을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저 상황에서 거시기가 달린 남자라면 백이면 백 저하고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성직자나 스님도 예외 없이요!”
강전기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신을 항변했다.
[스, 스님요?]
“네, 아침에 비몽사몽 중에 그게 커져있는데 걸그룹 멤버가 침대로 불쑥 들어와서 막 야한 짓을 한다면 그 어떤 남자가 참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그걸 남자가 거부한다면…….”
[거부한다면?]
“게이겠죠.”
[게이요? 동성애를 혐오하시나요?]
“그게 아니고 어떤 남자라도 그런 상황은 절대로 참을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흐음…….]
강전기의 말을 듣고 있는 이화가 심정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바뀐 영상을 보고 다시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는 그녀였다. 강전기가 고개를 들어 화면을 보니 다인기획 연습실을 찍은 동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습실을 지나 작은 창고로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걸어가는 중이었다. 이윽고 카메라가 창고의 한 지점을 비추기 시작했다. 거기에 뭔가가 숨겨져 있었는데 하얀 손이 그것을 집어 들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전기와 리나가 뒤처리한 휴지 뭉치였다.
[강전기 씨! 이래도 변명이 나오시나요?]
“…….”
[어떻게 남의 사무실에 와서 걸그룹을 건드리는 거죠? 극혐이네요. 한번 재미를 봤으면 된 거 아닌가요?]
“억울합니다!!”
[억울하다! 억울하다! 도대체 뭐가 억울한지 모르겠네요.]
“그날 절 불러낸 건 리나였어요. 깨톡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면 그냥 넘어갈 기세가 아니었어요.”
[저, 정말인가요?]
“깨톡을 캡처해서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텅 빈 공간에서 허공을 향해 소리치는 그의 모습은 일견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는 겁니까?]
“아…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강전기는 마치 피를 토하는 것처럼 자신의 억울함을 소리치더니, 소파에 앉아서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은 진심으로 억울하고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화는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약간 흔들리고 말았다. 지금껏 여자들과 해온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꼭 그런 건 아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약간 썸을 타는 관계였어요. 제가 한동안 미국에 가서 다소 식은 감이 있지만…….”
[그렇다면 사귀는 사이는 아니군요.]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사귀는 여자가 없습니다.”
‘여친은 없고 섹파만…….’
[그런데 최근에도 만나지 않았나요?]
“으음… 리나의 성욕은 정말…….”
강전기는 소파에서 일어나 카메라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화가 보는 화면 한쪽에 강전기의 수려한 얼굴이 풀샷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강전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화야, 너도 알잖아. 리나가 어떤 애인지…….”
그의 입에서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언령 마법과 같은 스킬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