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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퇴고 완료!
선추코 감사합니다.
첫 방송 걸그룹 4차 대전!
그녀는 다름 아닌 미국의 국민 여동생 3인방 중 하나인 에밀리 로버츠였다. 뮤직넷이 공들여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너무나 일정이 바빠서 강전기에게 보내는 인사 동영상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안녕, 케이.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어? 연락 못 해서 미안해.]
[한국으로 돌아가서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야. 나는 요즘 너무 바빠서 잠잘 시간도 없어. 다 네 덕분이야.]
[좋은 곡을 만들어줘서 고맙고, 내 마음속의 상처도 치료해 줘서 고마워. 넌 나의 생명의 은인이야. 알지?]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 그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아… 크리스티안이 인사하고 싶은가 봐.]
[헤이… 친구! 보고 싶다. 요즘 바쁜지 연락이 잘 안 되네. 뉴욕 오면 꼭 연락하고.]
[I love you man. See ya.]
[Thanks, Kei. I love you too.]
에밀리의 안부 인사는 짧게 끝났지만, 여운은 길었다. 비록 영어였지만 제작진들이 친절하게 한글 자막을 달아놨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해 못 하는 일은 없었다.
강전기도 TV 영상을 보고 잠시 추억에 잠겼다. 뉴욕에서 경험했던 재미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는 갑자기 크리스티안이 보고 싶어졌다. 자신에게는 성기호와 더불어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크리스티안뿐이었으니까.
‘크리스가 에밀리를 옆에서 잘 돌봐주고 있나 보네. 자식, 이제 정착한 건가?’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났다.
“피디님!!”
“응?”
“에밀리하고 무슨 관계예요? 수상한데요?”
실실 웃고 있던 강전기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던 김인하가 뽀로통한 표정으로 눈을 흘기고 있었다.
“무, 무슨 사이냐니? 에밀리하고는 그냥 친구야, 친구.”
“아니, 친구끼리 무슨 마음속 상처를 치료하고, 생명의 은인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막 해대요?”
“친구랑 술 먹으면서 속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스 풀면 그런 사이가 되지.”
강전기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고 있었다. 사실은 에밀리와 볼 장 다 본 사이였다. 심지어 크리스티안과 쓰리썸까지 한 사이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제 지난 일이야. 난 항상 과거는 묻어두는 쿨한 사람이지.’
“흐음… 이거 사람들이 좀 의심하겠는데요? 저도 잘 안 믿기는데 누가 피디님 말을 믿겠냐고요.”
“사실인 걸 어떻게 해. 한국하고 뉴욕이 얼마나 먼데… 비행기로 열두 시간을 가야 해. 내가 무슨 장거리 연애라도 하겠어? 그리고 아까 옆에 있던 남자 봤지?”
끄덕끄덕.
“걔가 에밀리 남자 친구야. 이름은 크리스티안이고. 미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거든.”
“아, 그렇구나. 둘이 커플이군요.”
“그렇지, 그거야.”
김인하가 나름 이해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묵직한 한마디가 날아들었다.
“삼각관계라는 말도 있죠.”
“사, 삼각관계? 쓰리… 헉…….”
강전기는 레이카의 말에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레이카는 강전기의 당황하는 표정을 살피며 뭔가 있겠다는 감을 잠은 상태였지만 추가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린 그런 사이 아냐. 진짜야. 그리고 솔직히 내가 왜 이런 사생활을 너희에게 해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굳이 이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강하게 나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피디님! 그렇게 선 막 긋기 있기, 없기!”
“어허! 인하야, 내가 아무리 편하다지만 그런 개인적인 것들은 좀 신경 써줘라.”
“히잉…….”
“그런데 뉴욕에서 어떤 생활을 하셨길래 저런 거물하고도 연결됐는지 궁금하네요.”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TV를 보던 이다미까지 묵직하게 한마디 했다.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윽… 다미까지… 그래도 너희는 어쩔 수 없어. 난 공식적으로 누굴 사귈 생각이 없다고… 난 그냥 공공재야. 날 독점하지 말아줘, 제발!’
강전기가 쓸데없는 상상에 빠진 사이, 벌써 『허풍선 포스트』 같은 유사 파쿠리 언론에서는 강전기와 에밀리의 관계를 의심하는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일렉케이, 에밀리와의 수상한 관계가 드러났다]
[빌보드 1위 작곡가의 비밀스러운 인맥]
[미국의 국민 여동생! 일렉케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충격! 일렉케이, 에밀리와 정체불명의 남성과의 관계는?]
[에밀리, 일렉케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
[에밀리의 마음속 상처를 보듬은 일렉케이! 둘에게 어떤 교감이?]
기사 제목만 보더라도 클릭질을 유도하게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은 기사들이었다.
한편, 커뮤니티에서도 속속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렉케이가 천재는 맞나 보다. 소울퀸즈 떡상시키고 음원은 폭망 테크를 타던 블루비를 1위로 만들고 케이 라임에, .EXE, 에밀리 로버츠까지… 망한 게 하나도 없는데?
―거기다가 새로 프로듀싱하는 그룹들까지 떡상하면… 이러다 전무후무한 존재가 되는 거 아니냐?
―전무후무고 나발이고 돈 겁나 벌듯… 이미 많겠지만…….
―얼굴도 넘사벽이고 참 간만에 엄마 친구 아들 보는 거 같다.
―엄마도 의류회사 사장임.
―미친… 뭔가 부족한 게 있지 않을까? 혹시 아다일지도 모르잖아.
―웃으라고 하는 소리냐? 넌 무슨 감자별에서 왔냐? 다 너처럼 감자같이 생겨서 일렉케이 같은 애가 추남인?
―왠지 아다 맞을 거 같아. 왠지 게이 같지 않냐? 아까 에밀리랑 같이 있던 백인 남자가 사랑한다고 했잖아.
―여자랑 못 하면 아다냐? 정신 승리 좀 작작 해라. 아까 그 남자만 해도 웬만한 여자보다 예쁘게 생겼던데?
―이 새끼들아, 토할 거 같으니까 그만해라.
방송에서는 10분 이상 일렉케이에 대한 정보를 내보낸 후 약 5분 동안 1차 경연에 대한 짤막한 준비 과정이 나오고 있었다.
[다음 주! 대망의 첫 경연이 공개됩니다. 채널 고정!]
“와… 재밌었다. 피디님, 이거 대박 나는 거 아니에요? 1화부터 너무 재미있는데요?”
“저기 전문가 있잖아. ‘브랜뉴 걸그룹’ 운영자한테 물어봐야지. 성 실장! 분석 좀 해보지?”
강전기가 성기호에게 농담하며 의견을 한번 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기호는 역시나 자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우선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 메이커」는 무조건 넘는다.”
“왜요?”
“「아이돌 메이커」의 빠른 편집도 좋았고, 무엇보다 출연진들의 퀄리티가 훨씬 좋아. 거기다가 프로듀서들도 화려하지? 일렉케이 이슈로 대중들의 이목도 엄청 끌었잖아?”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 이건 무조건 대박이다. 내 10년간의 덕질을 걸고 말할 수 있어. 경연에서 상위권에 포진되면 2티어까지 올라가는 건 순식간이야. 인지도를 그냥 거저 얻을 수 있다고!”
성기호가 흥분에 가득 차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는 핑크엔진 멤버들도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성 실장의 이야기가 맞아. 대박 조짐이다. 편집도 엄청 잘했고 여기저기 고민도 많이 했네. 우리는 무조건 여기에 올인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1등 하면 무조건 1티어에 근접한다고 봐야지.”
“와아… 우리가 신디 언니네처럼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죠?”
“당연하지. 이제 내가 하는 말만 잘 들으면 돼. 우리의 적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다들 긴장 풀지 마.”
“크, 클로버즈 있잖아요. 저희랑 1차 점수 별 차이 없던데…….”
“흠… 클로버즈도 좋긴 한데, 장기적으로 보면 실력이 압도적인 너희가 점점 유리해질 거야. 괜한 걱정 말고 경연이나 잘할 준비해. 알았지?”
“네! 피디님!”
핑크엔진 멤버 네 명이 동시에 대답했다.
방송이 종료된 후,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걸그룹 4차 대전」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1위 : 걸그룹 4차 대전
2위 : 일렉케이
4위 : 에밀리 일렉케이
8위 : G파워
9위 : 레몬캔디
10위 : 블루비 계약 해지
12위 : 핑크엔진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연예란 기사에 관련 기사들이 계속 포스팅되고 있었다.
[첫 방송! 「걸그룹 4차 대전」의 성적표는?]
[드디어 베일을 벗은 빌보드 1위 작곡가 일렉케이]
[명불허전! 뮤직넷 또 사고 치다. 경연 프로그램의 신기원?]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걸그룹 4차 대전」! 볼 것이 너무 많다]
[또 한 번 진화한 뮤직넷의 경연 프로그램. 이슈로 「아이돌 메이커」를 압살하다]
[「아이돌 메이커」에 이은 다른 포맷의 경연을 탄생시킨 뮤직넷!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다]
[일렉케이 이슈로 이목을 끈 「걸그룹 4차 대전」! 결국, 성공적인 안착은 바로 경연의 질이다]
언론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의 씨가 마른 것도 있었지만, 「아이돌 메이커」에 이은 새로운 포맷의 경연을 가장한 신인 걸그룹 오디션 혹은 스타 만들기 프로그램이었으니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새로운 시도기 때문에 신선함에서도 큰 점수를 받았다. 이 정도 기세라면 시청률 5%를 훌쩍 넘길지도 모른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 * *
한편, 집에서 TV로 「걸그룹 4차 대전」… 아니, 강전기를 유심히 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프로그램도 재미있을 것 같고, 일렉케이는 더 유명해질 것 같네.’
강전기에 관한 내용이 10분 이상 나오는 걸 보고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흐음… 어쩔 수 없는 건가? 아무래도 이슈가 있으니 방송국도 어쩔 수 없었겠지.’
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누군가가 방에서 옷을 걸치고 현관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화야, 프로그램 끝났으니까 나 간다. 일찍 좀 자고… 응?”
“그래, 언니. 같이 봐줘서 고마워…….”
“고맙긴… 매니저가 당연히 이런 거라도 해줘야지. 간다.”
“이제는 전 매니저지. 우리 잘렸잖아.”
그녀는 혼자 보기 뭐해서 전 매니저 언니를 불러 방송을 같이 본 것이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빈 맥주 캔과 남은 안주들이 놓여있었고 그 위에 화장품 같아 보이는 병이 있었다.
전 매니저가 현관문을 나서자 그제야 얼굴에 끼고 있던 마스크를 벗는 이화였다.
마스크를 벗으니 그녀의 민얼굴이 드러났다.
의외로 그녀의 얼굴은 말끔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는지, 약간 붉은 기가 감돌았다. 피부 정화 나노 크림에 무슨 문제라도 발생한 것일까?
‘괜히 썼어.’
이화는 테이블 위에 놓인 화장품을 집어 들었다. 그 화장품 포장 용기에는 연어 정액에서 DNA를 추출 어쩌고 하는 문구가 작게 적혀있었다.
‘이게 아니고, 오빠 것만 통하는 건가?’
그녀는 혼란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월요일 아침 양평에서 반포 아파트로 돌아온 후 그녀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기적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화요일이 지나 수요일이 되자 피부가 완벽하게 예전 상태로 복원되었다.
처음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병원도 가지 않고 한 시간 동안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가 병원에 가려고 준비하다가 괜히 이상하게 볼까 봐 외출하지 않고, 큐팡에서 연어 정액에서 추출한 DNA로 만든 화장품을 검색해서 당일 배송으로 주문했다.
양평에서 강전기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자신의 얼굴이 기적처럼 나은 건 그 정액 성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이내 틀리고 말았다. 완벽하게 깨끗해졌던 피부에 그 화장품을 바른 후 트러블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트러블이라고 할 수도 없어. 그 끔찍했던 흉터에 비하면 말이야.’
이화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의 자동차 키를 손에 움켜쥐고 핸드백을 챙겨 일어났다.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찍기 시작했다.
[오빠, 지금 어디예요?]
[나? 지금 집에 가고 있는데? 무슨 일 있어?]
[주소 좀 찍어줘요.]
[에……?]
이화는 오늘 자기 생각이 맞는지 최종적으로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그녀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오빠밖에 없어.’
* * *
그리고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한 명의 남자가 마시던 맥주 캔을 우그러뜨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기분 더럽네. 강전기 이 재수 없는 놈!’
“오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얼굴이 너무 안 좋아.”
“아냐, 넌 그냥 하던 거 계속해.”
“아, 알았어.”
3티어 걸그룹의 센터인 그녀는 잔뜩 성난 그의 물건을 손으로 움켜쥐고 다시 입을 가져가 쭉쭉 빨기 시작했다.
쭈웁쭈웁―
‘아흐…….’
그의 이름은 태인. SSJ 소속 딥블랙의 리더였다.
그는 후배가 자신의 물건을 빨아주자 기분이 다시 좋아지는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주아라…….’
그는 디어엔젤의 주아라를 떠올렸다. 자신의 첫사랑이었지만 끝이 좋지 않았던 인연이었다. 지금 그의 물건을 열심히 빨고 있는 후배에게서 자신의 전 여친이었던 주아라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그는 사정감이 오는지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뜨거운 정을 토해내었다.
“큭…….”
울컥울컥…….
“으으응…….”
후배는 색기 넘치는 모습으로 그의 정액을 입으로 전부 받아내었다.
“허…….”
사정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아직도 주아라와 강전기의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이들이었고, 때때로 꿈에서 그 사건이 나타나 악몽을 꾸기도 했다.
그의 얼굴이 마치 스토커처럼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주먹에 힘을 주고 부들부들 떨었다. 항상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주아라의 태도가 또다시 생각난 것이다.
‘일렉케이가 강전기라고?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