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94화 (19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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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한, 한계다... 털썩... 졸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차 경연 방송

강전기가 새롭게 편곡한 위치소울의 「나이트메어」는 심포니가 더해져 한층 더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다.

거기다 색욕의 악마로 강전기가 소환되니 그 효과가 배가되었다. 화면 속의 강전기는 뱀파이어처럼 창백하게 분장한 상태였다. 눈에는 검은색 섀도를 칠했고 피부색은 창백한 회색빛이었다. 비록 쇠사슬과 엑스 반도에 상체 근육이 많이 가려져 있었지만, 그의 몸이 상당히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처럼 수영 선수 같은 몸이 아니고 촘촘한 격투기 선수형 근육이라 비주얼 효과가 더 커진 것이다.

강전기는 마치 ‘한낱 미물 주제에 감히 나를 소환하다니!’라는 표정으로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눈을 삼백안처럼 치켜뜨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카메라의 줌이 당겨지며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주위가 어두워지며 두 눈을 날카롭게 뜨고 있는 일렉케이의 얼굴 실루엣이 화면에 가득 담겼다.

뭔가 자신들의 실수를 눈치챈 흑마법사들이 서둘러 취소 주문을 외우며 절도 있는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검은 로브의 흑마법사들은 조용한 심포니에 맞춰 마치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는 듯 장엄한 노래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와… 미쳤다. 무슨 성당 성가대 같아…….”

이화는 몸을 움츠리며 강전기의 목을 꽉 껴안았다.

경연장 가득 성스러운 노래 선율이 퍼져나가고 있었고 색욕 악마의 소환은 취소되는 듯 보였다. 성가에 의해 일렉케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재개되고 드러머까지 등장하여 엇박자와 정박을 번갈아 가면서 고난도의 연주가 터져 나왔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듯 높은음의 기타 배킹 사운드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화면에 맞춰 긴박감을 주고 있었다.

마치 악마가 자신의 힘으로 부활을 시도하려는 모습 같았다.

“아… 제발…….”

이화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악마가 소환되기를 바라는 광신도의 표정 같았다. 아마도 이 장면을 지켜보는 전국의 수많은 여성이 이화와 똑같은 심정이었으리라.

대기실의 다른 경연 팀 참가자도 일절 예외가 없었다.

‘악마를 부활시켜!’

한편, 강전기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팍 찌푸리고 있었다.

‘아씨… 안 한다고 해야 했어.’

그레고리오 심포니 성가와 프로그레시브 풍의 메탈 사운드가 묘하게 어울리며 관중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메탈 사운드가 강해지며 일렉케이의 얼굴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핑크엔진은 그 강렬한 사운드에 맞춰 격렬한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이다미와 최시유의 화려한 하모니가 울려 퍼지며 후렴구가 끝나가고 있었다. 최시유의 메탈릭한 보컬이 하이 노트를 때리는 순간 일렉케이의 얼굴에 금이 가더니 빛이 좍 흘러나오며 화면이 뿌옇게 흐려졌다.

[허억… 허억…….]

최시유가 힘을 다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관객들은 장대한 심포닉 메탈에 완벽하게 압도되었는지 같이 온 일행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때 김인하가 오른손을 들어 염소의 뿔을 상징하는 Sign of the horns 표시를 했다. 그게 신호가 되었는지 관객들은 김인하를 따라 손동작을 흉내 내며 거대한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이런 경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천재적인 편곡과 압도적인 무대 구성이었다. 시청자들과 관객들은 눈을 한시도 떼지 못하고 숨을 죽여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뭐… 그럭저럭 괜찮았네.”

강전기는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영상이 나온 것만 빼면 말이다. 왠지 게이 같은 자신의 모습이 연상돼 짜증이 치민 것이다. 그는 그런 것을 차별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이 그렇게 보이는 것은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 * *

이 무대 구성은 성기호와 기획하면서 우연히 나온 생각이었다. 강전기는 심포닉 메탈로 편곡한 곡을 성기호에게 들려주었다.

“좋네… 그런데 어렵네.”

“그러냐?”

“한국에서 록, 메탈 음악이 비주류잖아.”

“성기호 너 인마, 시청자들은 그런 거 하나도 신경 안 써. 듣기 좋으면 된다고. 내가 편곡한 노래 좋아, 안 좋아?”

“좋지… 아니, 훌륭하지.”

“거봐. 좋으면 장땡이야.”

“흐음… 그런데 다들 선배들 노래 커버하니까 노래 좋은 건 기본으로 깔고 간단 말이야. 뭔가 차별화된 것이 필요해.”

“뭐 생각나는 거 있어?”

강전기가 고민에 빠진 성기호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야! 방금 곡을 들려줘 놓고 뭔 아이디어 타령이야!!”

“깜짝이야. 왜 화를 내고 그래? 야, 그럼 이건 어떠냐? 핑크엔진 멤버들은 흑마법사야. 비밀스러운 곳에서 마법을 연구하고 있어. 그걸 무대에서 연출하는 거야. 로브 같은 거 쓰고 비장하게 말이야. 괜찮아 보이지 않냐?”

“노래 제목이 나이트메어(악몽)라며?”

“콘셉트인데 뭔 상관이야.”

“흠…….”

잠시 회의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강전기는 뭔가 고민하는 기호를 보면서 탁자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거 뭐냐?”

강전기가 손가락으로 기호의 팔꿈치 아래에 있는 책을 가리켰다.

“아… 이거? 내가 요즘 일러스트레이터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도 배우고 있거든. 일러 참고하려고 산 거야.”

“줘봐. 뭐야, 이거… 세계의 천사와 악마? 일본 거냐? 겁나 씹덕스럽네. 어… 어라?”

강전기는 우연히 펴본 페이지에서 흥미로운 일러스트를 발견했다. 색욕의 악마 아모스데우스 삽화가 있는 페이지가 우연히 펼쳐진 것이다.

“오… 뭔가 섹시한데 게이 같다.”

“응? 뭐야. 줘봐. 아모스데우스?”

“야, 기호야. 좋은 생각 났다. 흑마법사들이 이세계 소환 마법을 연구하다가 대악마를 실수로 소환하는 거로 하자. 그레고리오 성가와 심포닉 메탈하고 분위기가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어……? 정말이네?”

기호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그래… 그럼 그렇게 가자. 화면 연출은 네 특기니까 네가 좀 알아서 해라.”

“오케이, 나한테 맡겨둬라.”

하지만 다음 날 성기호는 녹음실에 찾아와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악마 역으로 자신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소리에 손사래를 쳤더니 색욕의 악마는 강전기 네가 제일 잘 어울린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온종일 성기호에게 시달린 그는 결국 설득당하고 블루비 뮤직비디오를 찍어줬던 감독에게 짧은 영상 촬영을 의뢰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게 방금 TV로 나온 경연 영상이었다. 그 감독은 더한 인간이었다. 콘티를 보며 점점 자극적인 장면으로 자꾸 바꾸기 시작했다.

‘어휴… 그 사이코 홍 감독. 어떻게 그런 코스튬을 준비해 왔는지… 허어…….’

영상에 나왔던 복장은 그가 전적으로 알아서 준비한 것이었다. 언뜻 보면 어디 게이 클럽? 아니, SM 클럽에서 쓰는 그런 의상 같아 보였다.

‘아… 흑역사 또 썼어… 젠장, 이제 내가 이 프로그램을 끝으로 이런 거 하나 보자.’

강전기가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의외로 여성들에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 * *

2차 경연의 모든 무대가 끝났다. 참가 팀들은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녹화장에 집합했다.

[드디어, 2차 경연이 끝났습니다. 자… 축하의 박수!!]

[와…….]

[좋습니다. 제가 보기엔 2차 경연도 1차 경연 못지않게 엄청난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휘익…….]

[잠시만요. 저 오늘 한 남자의 벗은 모습을 두 번이나 봤습니다. 이거 어떻게 된 건가요, 일렉케이 작곡가님.]

[…할 말이 없습니다.]

녹화장에 모인 걸그룹 멤버들이 손으로 입을 막고 킥킥거리고 있었다.

[예… 그러시겠죠. 전 아까 영상 나오길래. 데자뷔인가 싶더라고요. 분명히 우리가 오전에 상의 탈의를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또 나오길래…….]

[그만하시죠. 착잡합니다.]

일렉케이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회피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봤을 땐 그 장면이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가면 조회 수 폭발할 겁니다.]

[제발… 안 보셨으면 좋겠네요.]

[전 보겠습니다.]

레몬캔디의 도른자 남민지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강전기 근처의 걸그룹 멤버들이 무의식적으로 남민지의 말에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민지 씨… 숙소 가서 조용히 보시고요…….]

[저희는 숙소 없는데요?]

[으하하…….]

차례로 간단한 인터뷰를 끝내고 드디어 순위 발표를 할 차례가 됐다.

[지금 화면으로 2차 경연 전문가, 관객 점수가 합쳐진 순위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자… 순위 보여주세요!]

# 2차 경연 순위

1위 : 핑크엔진 525점

2위 : 클로버즈 285점

3위 : 레몬캔디 255점

4위 : G파워 165점

5위 : 라라걸즈 105점

6위 : 나인테일 90점

7위 : 퓨리틴 75점

이변은 없었다. 단지 의외라면 핑크엔진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으며 중위권에 있었던 퓨리틴이 최하위로 떨어진 것이었다. 결과가 발표되자 퓨리틴 멤버와 브라이언 정은 충격이 큰지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자! 지금 상위권 네 팀은 큰 변동이 없습니다. 그런데 퓨리틴이 7위를 차지했네요. 하지만 낙담하긴 이릅니다. 시청자 투표가 있어서 1차 클로버즈가 역전한 것처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MC 정상균의 위로가 있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퓨리틴의 메인 보컬 손미연이었다. 아무리 무대에서 음정이 불안했기로 평균 나이가 약 다섯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나인테일에까지 밀렸다는 게 충격이었나 보다.

[다음 5화는 경연 에피소드 방송과 릴레이 댄스, 게임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주시길 바라며, 다음 3차 경연의 주제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 경연의 주제는요. 바로!!]

[팝송을 커버하라.]

웅성웅성…….

어떤 팀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차분한 표정이었고, 다른 팀은 생각을 못 했는지 머리를 부여잡는 모습도 보였다.

[각 팀은 자신 있는 팝송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3차 경연을 준비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투표를 합친 순위가 꼴찌가 되면 다음 3차 경연 무대를 못 하시게 됩니다.]

[지금 위험한 두 팀이 화면으로 나가고 있죠?]

화면에 2분할로 퓨리틴과 나인테일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자신의 팀이 아니길 두 손 모아 빌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겁 없는 신인 걸그룹들이 세상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화제의 「걸그룹 4차 대전」! 다음 경연을 기대해 주세요. 저희는 이만 물러갑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그렇게 두 번째 경연 방송이 끝났다.

김찬기 작곡가와 간지 프로듀서는 녹화장을 빠져나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후배님… 마케팅 전공인가? 노이즈 마케팅!! 거기서 벗고 나오는 건 너무하잖아. 안 그래?”

“벗, 벗다니요? 처음에는 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두 번째는 입고 있었습니다.”

“입기는? 벗고 있는 것보다 더 선정적이던데… 뭘…….”

“…….”

“내가 후배님을 너무 쉽게 봤어. 그렇게 목숨 걸고 이를 갈면서 할지 몰랐다고…….”

“이 안 갈고 목숨 안 걸었는데요?”

“그래… 다음번에 또 보자고…….”

김찬기 작곡가는 가면서도 강전기의 흑역사를 한 번 더 언급했다. 이른바 부관참시(이미 사망한 사람의 관을 꺼내고 시신을 참수하는 형벌)였다.

다시 한번 강전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기야, 상도덕 좀 지키자. 거기서 꼭 너까지 나와서 벗어야겠니?”

간지 프로듀서가 김찬기 작곡가처럼 한마디 하고 강전기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왠지 모르지만, 그녀의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프로듀싱한 그룹들이 전부 1~3위를 달리고 있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동시에 뭔가 찝찝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 * *

그렇게 방송이 끝나고 그날 밤…….

뮤직넷 홈페이지에 트래픽이 엄청나게 몰리기 시작했다. 강전기의 상의 탈의 장면은 오직 뮤직넷 홈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클로버즈 김주리는 집에 도착해서 자신의 컴퓨터를 부팅시킨 뒤 뮤직넷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독점 영상을 보려면 뮤직넷 회원으로 가입해야 했다. 그리고 KM 미디어 통합 아이디를 생성해야 했으며, 추가로 KM 홈쇼핑 스마트폰 앱까지 강제로 깔고 인증까지 해야 했다.

“아이 씨… 짜증 나. 왜 이렇게 해놨어? 영상 하나 보려고 지금 몇 분째야!”

드디어 모든 행위를 완료한 김주리는 일렉케이 영상을 클릭하기 전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 진정해, 김주리. 넌 직접 눈으로 봤잖아. 응? 와… 핑크엔진 무대 스크린에 나왔던 영상도 있네? 우와… 역시 뮤직넷! 땡큐, 땡큐!”

그녀는 입술에 침을 한번 바른 뒤 조심스럽게 동영상을 클릭했다. 무슨 경건한 의식을 행하는 사람 같았다.

[404 에러 웹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아악! 뭐야!! 짜증 나… 진짜…….”

김주리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날 밤 방문자 폭주로 뮤직넷 홈페이지는 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관련 내용이 등장했다.

1위 : 뮤직넷 접속 불가

2위 : 일렉케이 상의 탈의

3위 : 핑크엔진 경연곡

5위 : 아모스데우스란

9위 : 위치소울 나이트메어

각 커뮤니티에서도 2차 경연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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