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97화 (19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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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경연만 나오면 지루할 거 같아서 에피 하나 넣습니다.

앞에 안보신 분은 연참을 하였으니...이전편을 보시기 바랍니다.

노답 3인방

“아라가 이야기 안 하던가요?”

강전기가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는 아라랑 그런 얘기 안 해요.”

“그렇군요. 아라와 그냥 친구 사이지 원희 씨 말처럼 사귀는 사이는 아닙니다.”

“아하, 그래요? 두 사람이 너무 다정한 것 같아서 그냥 해본 말이에요.”

지원희는 말을 마치고 다리를 반대쪽으로 다시 꼬며 양주를 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상당히 고혹적이었다. 입고 있는 원피스가 붉은색 계열이라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청순파 디어엔젤이 이런 룸식 가라오케에서 그것도 이런 복장으로 놀고 있다니 뭔가 이미지가 안 맞는데?’

매의 눈이 발동하여 맴버들의 복장을 순식간에 스캔했다. 정미래, 백장미, 지원희는 셋 다 야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쓰러져있는 주아라를 보니 그녀는 흰 블라우스에 간편한 청바지 차림으로 이들 세 명과 다른 차림새였다.

‘음… 아라 복장도 그렇고 평소에 멤버들을 돌아이라고 하는 거로 봐서는 뭔가 노는 결이 다른 모양인데?’

그는 복장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몸매도 분석에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세 명 모두 슬랜더였다. 아무래도 이미지가 있다 보니 다이어트를 빡세게 하는 모양이었다. 셋 다 마르긴 했지만, 원희 > 미래 > 장미 순으로 볼륨감이 있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는 백장미는 새침한 얼굴과 어울리게 상당히 마른 편이었다. 볼륨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도 강전기가 보기엔 턱걸이 수준이었다. 딱 마지노선 느낌? 거기서 더 나갔다간 안쓰러운 수준이었을 것이다.

강전기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갈비뼈가 드러나는 거였다. 전생에 말라깽이였던 그는 자신의 몸매를 극히 혐오했다. 그래서 여자 아이돌이 가끔 배꼽티를 입었는데 갈비뼈가 앙상한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관심 리스트에서 거르곤 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육감적인데 갈비뼈가 드러나는 어쩔 수 없는 체형도 있다 보니 그것은 예외로 하곤 했다.

백장미가 딱 강전기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에 걸린 상태였다. 그녀는 일행에서 가장 서열이 처지는 느낌이었다.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게 있었다. 지원희가 중전의 느낌이라면 옆에서 총애받는 무수리 1이 정미래고 그냥 닥치고 있는 무수리 2가 백장미인 것 같았다.

아, 참. 주아라는 무수리 느낌은 아니고 중전이랑 친한 후궁 느낌이랄까? 라이벌이지만 어쩔 수 없는 동료 같은 느낌이었다.

강전기는 스캔을 완료하고 정미래가 따라준 양주를 약간 마신 후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작곡가님, 원래 술을 그런 식으로 드세요? 홀짝홀짝?”

정미래가 술을 마시는 아주 저렴한 손동작을 선보이며 강전기에게 말을 걸었다.

“아… 제가 술이 별로 세질 않아서요.”

“원희야, 작곡가님이 술이 약하신단다. 우리가 좀 많이 마셔야겠는데?”

정미래가 하는 말은 꼭 일렉케이를 많이 먹여야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지원희는 정미래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없이 잔을 들어 강전기에게 내밀었다.

“한잔해요, 우리.”

“네, 그러시죠.”

강전기는 말만 그렇게 했다 뿐이지 말술이었다. 간도 최상이고 온몸이 근육질이었기 때문에 알코올 분해 능력도 뛰어났다. 그는 이미 크리스티안 모드를 실행한 상태로 쿨가이로 변한 상태였다.

‘크… 오늘따라 술이 입에 쫙쫙 붙네. 뭣 같은 기사 때문인가?’

“자, 여기요. 안주 좀 드세요.”

앞에 앉은 정미래가 초장에 버무려진 골뱅이를 포크에 찍어 강전기의 입에 대령했다. 어째 하는 짓이 룸빵 아가씨같이 자연스러웠다.

강전기는 별말 없이 그윽한 눈빛으로 손도 안 대고 골뱅이를 받아먹었다.

“흡…….”

그의 눈빛을 고스란히 받은 정미래가 숨이 막히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딸그랑!

정미래 옆에 있던 백장미도 멍한 눈으로 있다가 들고 있던 포크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미, 미안…….”

상당히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땅에 떨어진 포크를 줍는 백장미였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자 원피스 사이로 가슴골이 살짝 보였다. 가장 마른 슬랜더치고는 그래도 가슴이 있는 편이었다.

“저 작곡가님 그때 음방에서 뵀어요.”

지원희가 강전기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 생각납니다. 그때 소울퀸즈 때문에 저도 음방에 처음 가봤었죠.”

“그때 아라가 혼자 소울퀸즈 언니들 대기실에 들어가더라고요. 언니들은 무대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건 아마 서로 오랜만에 봐서 그럴 겁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겠죠.”

“설마요. 작곡가님 같은 사람을 어떻게 긴가민가해요? 알았는데 모른 척한 거겠죠.”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 지원희였다.

“글쎄요. 제가 그런 것까지는 별로 생각해 본 적 없어서요.”

강전기는 크리스티안 모드였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쿨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의심은 아예 처음부터 끊어주는 게 중요했다.

“그래요. 그렇다고 해두죠. 전 처음에 무슨 매니저가 저렇게 생겼지? 했거든요.”

“아, 그렇게 오해하실 만합니다. 매니저 역할로 구경하러 간 게 사실이니까요.”

“그랬던 사람이 알고 보니 일렉케이였다니… 진짜 충격이었어요.”

“뭐, 충격까지야.”

강전기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테이블 밑에서 성기호에게 톡을 날렸다.

[강전기 : 디어엔젤 정보 좀]

그는 전원 버튼을 눌러 화면을 끈 후 테이블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정작 저를 부른 사람이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잃었네요. 왜 불렀는지도 아직 물어보지도 못했는데…….”

“아! 제가 작곡가님 보고 싶다고 졸랐어요.”

정미래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하면서 다시 강전기의 술잔에 양주를 따라 주었다.

“아, 네…….”

“제가 작곡가님 나오는 방송 광팬이거든요.”

“하하, 어떤 그룹이 제일 맘에 드세요?”

“전 당연히 핑크엔진이죠. 휴… 어제 정말… 보다가 진짜 깜짝 놀랐어요.”

“왜, 왜요? 혹시…….”

“맞아요. 그 영상 때문에요. 그거 보려고 뮤직넷 홈페이지까지 가입했다니까요?”

“아오…….”

강전기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떨궜다.

“뮤직넷에 그거 내려달라고 하든지 해야지. 쩝…….”

그는 민망한지 테이블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손으로 털어서 땅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있었다.

“아… 안 돼요. 아직 저장을… 흡!”

갑자기 한마디도 안 하고 있던 백장미가 자신이 한 말이 어이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게 무슨…….”

“아하하하… 작곡가님, 저랑 한잔 더 해요.”

정미래가 자신의 잔을 강전기 쪽으로 쭉 내밀었다. 강전기는 그녀와 가볍게 건배를 하고 술을 들이켰다.

“크…….”

이번에는 백장미가 허겁지겁 포크로 과일을 찍더니 강전기의 입으로 디밀었다.

“아니, 그거 말고요. 골뱅이…….”

“아, 죄송…….”

아까 저장 어쩌고 하면서 자연스레 상하 관계가 설정돼 버렸다. 백장미는 강전기에게 호감이 높아서 을의 처지가 된 것이다. 그걸 본능적으로 파악한 크리스티안 모드의 강전기가 그녀의 약점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지원희가 혀를 차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 병신같은 년, 지가 무슨 룸빵걸이야? 하여간 모지리 중에 상모지리라니까?’

“작곡가님, 저희가 아라하고 다들 동갑이거든요. 우리 말 놓죠? 되게 불편하네요.”

지원희가 섹시한 표정을 지으며 손등에 턱을 괴었다.

“뭐, 그러든가.”

강전기는 백장미가 준 골뱅이를 씹으며 지원희의 오묘한 눈빛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은 피하지 않아. 예전 같으면 어리바리했겠지만 난 걸그룹 최강 몸매 이화랑도 볼 장 다 본 사이란 말이다.’

지원희는 의외로 자신의 눈빛을 받아치는 일렉케이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웬만한 남자들이라도 3 대 1이라면 약간은 주눅 들게 마련이었다. 더구나 자기들은 꽤 잘나가는 걸그룹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미인 아니던가?

그녀는 오늘 일렉케이를 부른 목적도 잊고 그의 섹시한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아… 미치겠어.’

그녀의 눈에 뜨거운 정욕이 일렁이고 있었다. 지원희는 테이블 밑에서 자신의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

땡그랑―

‘저 병신 같은 년이…….’

지원희가 포크를 줍고 있는 백장미를 쳐다보았다. 무수리 2인 백장미가 오늘 정신이 혼미한지 자꾸 찐따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중에 따끔하게 혼내주기로 했다.

대화는 주로 정미래가 주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걸그룹 4차 대전」의 팬인지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방송에 대한 이런저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당히 풀어줬더니 재미있다며 박수를 치고 듣고 있었다.

어느 정도 서먹한 게 없어지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분위기가 풀어지니 자연스럽게 술잔도 오갔다. 강전기도 미인들과의 술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어느 정도 술기운이 올라오자 지원희가 은근히 자신들의 차기 앨범 어쩌고 하는 소리를 계속해 대고 있었다.

뭔가 싸한 느낌이 강전기의 머리를 스쳐 갔다.

‘뭐야? 이것들 타이틀곡 받고 싶어서 이러는 거였어?' 달라고 하면 줄 건데… 아아… 나 엄청 바쁘지? 괜히 지금 줘봐야. 시기가 안 좋구나. 우리 애들도 방송 끝나고 쭉 활동할 거고 블루비도 출격해야 하는 데다가 얼마 전 곡을 준 신디도 솔로로 데뷔하는데 얘들까지 내 곡을 들고 나오면 모양새가 좀 이상하겠구나.’

청순파 걸그룹은 사실상 디어엔젤 이후 멸종 상태라 사운드 클라우드에 저장된 곡들이 모조리 동면 상태였다. 몇 개월 후쯤은 가능할 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기야, 혹시 우리 곡 좀 줄 수 있어?”

술을 많이 마셔서 얼굴이 붉어진 지원희가 은근슬쩍 본심을 꺼내기 시작했다.

“으음… 내가 요즘 바빠서…….”

“왜? 어차피 하루 이틀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너 곡 금방 만들잖아.”

“어… 그게 방송 후로도 나올 노래가 꽤 돼서 그래. 심지어 우리 애들 말고 곡을 준 걸그룹도 있어. 그렇게 해놓고 너희 컴백곡을 써준다? 상도덕에 어긋나지.”

“왜? 우리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자주 들어. 한 곡 더 많아지는 게 무슨 대수야?”

정미래가 지원희와 강전기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지원희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봐서는 아주 잘 치고 들어왔다고 칭찬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야! 내가 쓰면 무조건 10위 안에서 놀게 돼있어. 안돼. 서로 경쟁하게 된다고.”

그야말로 광오한 선언이었다. 자기가 곡을 쓰면 무조건 10위 안에 든다니? 그 말을 들은 지원희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물들었다. 꼭 이번 컴백 앨범의 타이틀곡은 일렉케이의 곡으로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너 저번 주에도 음원 차트 1, 2위가 다 네 곡이었잖아. 예전 빌보드도 그렇고…….”

“그거야 방송에 나왔으니까 그렇지. 차트 상위권에 너무 내 곡만 나오면 대중들이 피곤해할 거야. 내 수명만 단축하는 꼴이지.”

“그래서 못 준다고?”

지원희의 얼굴이 짜증으로 물들었다.

“너 기분이 얼굴로 그냥 드러나는 스타일이냐? 좀 그렇다?”

“쳇…….”

“뭐, 아라를 봐서 주긴 할 텐데… 지금은 안 돼. 조금 이따가…….”

강전기가 주아라의 이름을 꺼내자 자존심이 상하는지 지원희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

‘이것들 뭐 있는 거 아냐?’

지원희는 불온한 상상을 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르게 질투심이 샘솟고 있었다.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갑자기 강전기의 폰이 테이블 위에서 지잉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신자 : 성기호]

“잠깐만, 나 통화 좀 하고…….”

“그래.”

강전기는 기호의 전화를 받기 위해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 문을 나서니 좀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어! 그래, 기호야.”

―야, 자려고 하는데 뭐야? 갑자기 디어엔젤은 왜 또?

“됐고… 뭐 중요한 정보 없어?”

―디어엔젤은 깨끗해. 별다른 소문이 없는 그룹이야.

“그래? 그거 의외네. 일단 알았어.”

―자, 잠깐! 이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말해봐, 괜찮아. 그냥 참고만 할 테니까.”

―그냥 구전으로 이어지는 뜬소문이야. 디어엔젤의 지원희 있잖아. 학창 시절 일진은 아닌데 아주 개차반이고 더럽게 놀았다는 소문이 있더라. 그 옆에 꼭 붙어 다니는 정미래하고 백장미라고 있지? 게네들이 약간 시녀 비슷한 애들인데… 에이, 됐다. 그냥 그 정도만 알고 있어.

“그거 정말이야?”

―난들 아나? 모르지. 디어엔젤 이야기는 진짜 돌아다니는 게 없어. 인터넷이든 증언이든. 심지어 지라시도 없어. 그냥 구전뿐이야.

“거 이상하네. 어떻게 지라시도 없어?”

―이런 지라시는 있더라.

“뭔데?”

―지원희가 『지존일보』 사주 손녀라는 썰이 있더라고…….

“뭐? 진짜?”

자신이 너무 큰 소리를 냈다고 생각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강전기였다.

강전기는 처음 갔던 음방에서 디어엔젤을 만났다. 문득 그 당시 소울퀸즈 매니저인 김 실장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디어엔젤 멤버 중에 누군가가 유명 신문사 사주 집안이라고 하더라는 지라시가 있었죠.’

‘『지존일보』, 『팩트 투데이』, 지원희… 에이, 설마…….’

“그래, 기호야. 고맙고, 이제 자라.”

―야… 뭔데. 그리고 너 어디야? 음악 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

“아냐, 인마. 얼른 걸그룹 직캠 끄고 잠이나 자셔. 끊는다.”

―야…….

‘아직 정확한 건 아니잖아. 그냥 내 짐작일 뿐이지.’

강전기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가게 문을 열고 7번 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안쪽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일단 룸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귀를 가져다 댔다. 인간계 끝판왕급 청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정신을 집중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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