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05화 (20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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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작가는 절대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습니다. 쿨럭.

그날의 비밀

[뉴욕 M케이콘 레드 카펫 근처에서 찍힌 일렉케이 사진 입수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여자애 하루키 료코 아니냐?]

[댓글]

―테러 현장에 있던 여자랑 똑같은 옷이네.

―일렉케이가 첫 번째 범인 쓰러트렸을 때 껴안는 사람 맞지?

―옷을 보면 맞는 거 같다.

―그런데 하루키 료코랑 진짜 닮은 것 같은데? 화장 안 하고 안경 쓰고… 왠지 연예인이 변장한 그런 모습임.

―진짜 애매한데 사진 더 없냐?

―몇 장 더 찾았는데 첫 번째가 제일 잘 나온 사진임. 일렉케이 사진은 엄청나게 많은데…….

―아아… 나의 료코가 그럴 리 없어. ㅠㅠ

―지금 하루키 료코 일본에서 영화 찍고 앨범 활동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임.

―응, 아냐. 1월 3일부터 촬영 시작. 고로 12월 말에 뉴욕에 있었을 수도 있음.

―지랄하네. 사요나라 11 활동하다가 번 아웃 오지게 와서 고향에서 쉬고 있다고 소속사에서 밝힘. 섣부른 추측하지 마라. 닮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부정하고 싶어도 너무 닮았잖아. 나 죽을 거 같다. 안 돼. 나의 료코 짱!

―뭣 같은 기만자에게 우리의 료코 짱을 뺏긴 거임?

―기만자라면 일렉케이를 말하는 거냐?

―당연하지! 존잘에 키 크고 머리 좋고! 거시기도 크고! 돈도 많고… 자괴감 오진다.

―이 병신아, 넌 원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어. 자괴감은 개뿔.

―윗분 팩폭 자제 좀요. 지금 그럴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방금 누군가가 사요나라 11 팬 페이지에 관련 게시물 번역해서 올림.

―일본 팬클럽에서 난리 났다. 폭동 일어날 듯.

―폭동은 무슨… 일부 팬들만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수준임.

―형이 정확하게 분석해 준다. 일렉케이가 처음 방송에 나온 게 군대 제대 후 2개월인가 됐을 무렵임. 그전에는 외국에 나간 적 없음. SSJ 루키즈 사이트 참조함. 리부트 엔터에서 프로듀서 활동을 잠깐 하고 외국에 단기 유학을 감.

여기까지 보면 절대 만났을 리가 없음. 단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키 료코가 미국에 갔다 왔는지 하는 것임. 하지만 이것은 밝혀진 바 없음. 공식적인 자료에 따르면 6개월간 휴가를 받고 고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하지만 그녀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함.

―아씨, 그래서 둘이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잖아!

―당연한 말임. 하지만 그런 우연은 상당히 적을 것이라는 게 본인 판단임. 왜냐하면, 그 당시까지 일렉케이는 소울퀸즈 정도만 성공시킨 햇병아리 프로듀서였음. 어떻게 뉴욕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런 애가 료코의 눈에 찼을 리가 없음.

―야! 넌 일렉케이를 방송으로 본 적 없는 거 아니냐? 그 새끼는 얼굴하고 몸뚱이 하나만 있어도 먹힐 것 같은 외모란 말이야.

―하긴 윗분 말대로 그 기간이 엄청나게 짧아. 일렉케이도 뉴욕에 겨우 두 달 있었더라고.

―그 짧은 기간에 서로 만났다?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서 우연히? 일본 최고 아이돌을? 아예 소설을 써라.

―그렇게 믿고 싶은데 올라온 사진을 보면 믿음이 흔들린다.

―와… 번역해서 팬 페이지에 올린 게 크네. 기획사 오피셜로 속보 떴다.

―내가 번역해서 퍼왔다 잘 읽어봐라. ―링크―

안녕하십니까? 사요나라 11 기획사 레드썬즈입니다. 금일 팬 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은 확인 결과 하루키 료코 상 본인의 사진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저희 측에서는 합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루키 료코 상은 고향에서 휴식을 취한 후 올 초에 회복하여 영화 촬영을 하는 등 힘을 내는 상황입니다. 이런 섣부르고 근거 없는 게시물들은 하루키 료코 상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해당 게시물처럼 없는 사실을 게재할 경우 법적인 모든 수단을 마련하여 책임을 물을 것을 밝힙니다. 팬 여러분께서는 이런 게시물이 보이면 저희에게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사요나라 11의 캡틴 하루키 료코는 K-POP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와! 얘네 소속사 일 처리 엄청나게 빠르네. 일본답지 않게 왜 이러냐?

―사요나라 11은 하루키 료코의 인기가 절대적이야. 괜히 일본 톱 아이돌이 아님.

―이거 맞다. 료코한테 걸린 이권이 수백억이 넘어감. 영화, 드라마, CF, 콘서트… 빠르게 해명 안 하면 정말 난리 남.

―아무튼, 다행이네. 사실이 아니라고 하잖아. 난 그럴 줄 알았다.

―마지막 줄 뭐임? 굳이 저런 멘트를 왜 다는 거지?

―왜겠니? 일본에서 사요나라 11의 팬층이 40~50대 혐한 아재들이 대다수잖아. 한국에 한 자만 꺼내도 그 아재들 경기를 일으킴

―맞다. 라이벌 그룹이었나? 한류 좋아한다고 했다가 선거에서 순위 뒤로 확 밀리고 쩌리됐다던데…….

―와… 일본 아이돌 극한 직업이네. 아재들이 악수회 가서 손 주물럭대고… 그걸 몇 시간이나 해야 한다는 거 아냐.

―거기다 좋아하는 거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거지.

―그러니까 한국 왔으면 좋겠다.

―한국 오면 안경에 똥배 나온 젊은 오덕후 새끼들만 있음. 일본 아재들하고 막상막하!

―어이, 어이. 팩폭은 그만하라고.

―다들 저 기획사의 발표를 믿는 거임? 푸훗… 누가 일본 최고 아이돌의 상품성을 망가트리고 싶겠니. 이권 때문에 아무도 제대로 말 못 함.

로리웹에서는 핫하고 난리 나서 일본까지 수출된 글이었지만 국내에서는 담담한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일본 아이돌 그룹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이돌 메이커 48」에 나와던 48그룹만 조금 인지도가 있는 상태였다. 물론 해외에서도 큰 반응이 없었다. 다만 동남아권에서는 약간의 소란이 있는 것 같았다.

* * *

강전기는 월요일에 곡을 마무리하느라 바빠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다. 세 곡이나 편곡해야 했는데… 리부트 엔터 사옥 앞은 기자들로 장사진이라고 해서 근처에 가질 못했다. 곡 작업을 집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방 안에 틀어박혀 배달 앱으로 세 끼를 해결하면서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고민 중이었다.

그는 결국 열두 시가 넘어서야 최종 편곡을 완료하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이민영 대리에게 연락해 보니 회사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이 더욱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피디님, 기사 안 보셨어요?

“기사요? 무슨 기사요? 제가 어제 곡 작업을 하느라 인터넷을 안 봐서요.”

―허… 전화는 받지도 않으시더니…….

“방해 금지 모드로 해놨어요.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회사 앞에 왜 기자가 더 늘어났는지는 연예 기사 1면을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일단 그거를 한번 보세요. 아, 참. 오늘 3차 경연곡 들려주시기로 했는데 어쩌죠?

“으음… 다이아 엔터 앞에도 기자들이 있겠죠?”

―아마 혹시나 해서 대기 중인 기자들 몇 명 있을걸요? 피디님과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 주위에 기자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그 정도라고요? 설마…….”

―피디님은 아직도 자신의 위치를 모르시는 거 같네요. 얼른 기사나 읽어보시고… 음… 차라리 애들을 그냥 피디님 댁으로 보낼까요? 세 팀 모두요.

이민영 대리도 강전기가 클로버즈를 프로듀싱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제집으로요?”

―네, 아직 피디님 살고 계시는 곳만 안 털렸어요. 오히려 마포 본가 쪽에 기자들이 좀 있을걸요?

“허… 이거야 원…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이쪽으로 차례로 시간 맞춰서 보내주세요. 특히 클로버즈는 아예 리부트에 들르지 말라고 하시고요.”

강전기는 한숨을 푹 내신 후 전화를 끊었다.

‘아… 진짜 피곤하네. 유명인의 삶이 이렇게 고단하구나.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뭐 잘못한 일도 없는데… 굳이 숨어있어야 할 필요가 있나? 위험한 사태를 막은 거잖아?’

그는 그런 식으로 자기 위안을 삼으면서 좀 더 당당해지기로 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민영 대리의 말대로 연예 기사란을 클릭했다.

[특종] 네임드로즈의 리더 신디 폭탄 발언 ‘일렉케이에게 관심 있다.’

네임드로즈의 리더 신디가 솔로 데뷔 쇼케이스 현장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 도중 폭탄 발언을 했다. 그녀는 뉴욕 M케이콘에서의 일을 묻는 기자의 대답에 그 당시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하지만 모 기자의 껴안는 듯한 행동이 혹시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는 기습 질문에 신디는 당황한 나머지 사귀는 건 아니며 개인적으로 호감이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 것……. (후략)

[긴급] 네임드로즈의 신디 일렉케이에 공개 구애

[핫이슈] 신디! 언제부터 일렉케이를 맘에 두고 있었나? 완벽 분석!

[트렌드] 신디의 솔로곡 「Real me」! 국내외 모든 스트리밍 차트 올킬!

강전기는 기사를 보고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는 비틀거리며 침대에 앉아 이마를 손으로 받치고 관자놀이를 눌렀다.

“하아… 미친…….”

짝! 짝!

강전기는 극약 처방으로 자신의 뺨을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으아… 이럴 때일수록 정신 차려야 해. 신디가 왜 저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안 되지.’

정말 마음이 여린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자 외강내유의 신디였지만 강전기는 그냥 신디가 자신의 데뷔곡을 위해서 어그로를 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디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네. 처음부터 곡을 달라고 떼를 쓸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아차… 곧 애들이 들이닥칠 텐데 집 청소는 해놔야지.’

강전기는 얼른 집을 대강 치운 후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자신이 프로듀싱하는 걸그룹을 기다렸다.

열 시쯤이 되자 첫 번째 주자로 핑크엔진이 도착했다. 문을 열어주자 성기호가 핑크엔진 멤버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기호 왔냐. 애들 데려오느라 수고했다.”

“후… 말도 마라. 기자들이 어찌나 극성맞은지 죽는 줄 알았다. 기자들 진짜 성질 더럽더라. 너 빨리 내놓으라고 아주 그냥…….”

“너희도 어서 와라.”

“와… 여기가 피디님이 사시는 곳이구나. 전 피디님이 홍대 근처에 사시는 거 처음 알았어요.”

김인하가 놀란 얼굴로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학교가 이 근처잖아. 가깝기도 하고…….”

“아, 맞다! 피디님 연제대 다니신다고 하셨죠?”

“어, 지금은 안 다녀. 휴학했거든.”

“집이 아담하네요?”

레이카였다. 그녀는 강전기의 투룸을 쓱 훑어보고 말을 했다.

“경연 끝나면 좀 넓은 곳으로 이사하려고 준비 중이야.”

“아… 나 화장실 좀 써야 해. 어디예요?”

“화… 화장실?”

갑자기 썰렁하던 강전기의 집에 생기가 넘쳤다. 그는 현재 사는 투룸이 그럭저럭 크다고 생각했는데 다섯 명이 들이닥치자 좁게 느껴졌다.

‘방송 끝나면 무조건 이사한다. 쩝…….’

그들은 M케이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피디님, 안 무서우셨어요? 범인이 총을 들고 있었잖아요.”

“무서웠지. 그런데 누군가는 막아야 하잖아? 그때 뭔가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거 같더라.”

“와, 진짜 우리 피디님 대단해요. 저 같으면 진짜 무조건 엎드려 있었을 거 같은데…….”

“어쩌다 그랬냐? 왜 굳이 비밀로 한 거야? 좋은 일 한 건데…….”

“솔직히 말하면 귀찮아서 그랬지. 얼굴 팔리기 싫어서… 그때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뭐…….”

“하긴… 그땐 그랬지. 너 방송에 얼굴 나가는 거 싫어했잖아.”

“맞아, 예전에 누나랑 예능 나가서도 안 좋은 기억이 있었지.”

“아… 그 흑역사?”

“쉿! 일단 너희 곡부터 알려줄게. 오늘 설명을 듣고 각자 파트 연습해라. 이번 노래에서는 악보대로만 하면 될 거야. 내가 다른 영상 같은 것들은 알아서 할 거니까.”

강전기는 핑크엔진 멤버들에게 3차 경연곡 「Open Arms」를 들려주고 설명까지 다 해줬다.

“이번 주 금요일 방송 보고 토요일에 녹음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연습해 와. 알았지?”

“네!”

왠지 오늘 핑크엔진 멤버들이 강전기를 보는 눈이 약간은 달라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뉴욕 테러 사태를 막은 장본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녀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난 것이다.

그렇게 핑크엔진과 성기호가 일정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얘들아, 잘 가. 기호 너는 운전 조심하고.”

“알았어. 계속 고생해라. 난 간다.”

그렇게 문이 닫히는데 문틈으로 불쑥 손이 들어와 문이 다시 열렸다. 그 손의 주인은 레이카였다.

그녀는 강전기 앞으로 다가와 다짜고짜 말했다.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응? 뭐? 뭐가?”

앞뒤 자르고 말하는 레이카에게 적지 않게 당황한 강전기였다.

“위험하니 절대 그러지 말라구요. 그리고 그런 건 저한테 맡기세요.”

레이카가 강렬한 눈빛으로 강전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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