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06화 (20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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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 비가 와서 길이 엄청 막히더군요. 오늘도 겨우 올립니다.

내일 강전기 취조 들어갑니다.ㅎ

그날의 비밀

“저한테 맡기시라고요.”

“그, 그래…….”

레이카가 강전기의 대답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문을 닫았다. 강전기는 현관문을 바라보면서 담담히 웃고 있었다.

‘안 그래도 너한테 시키려고 했어. 『팩트 투데이』 사건이 해결 안 됐으면 오버로드 스킬을 이용해서 너를 투입해서 다 때려 부쉈을 거야. 흐흐…….’

그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로 돌아와 핑크엔진이 어지럽힌 집 안 물건들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라? 나한테 원판 습관이 남아있었나? 왜 이런 강박증 같은 게 남아있을까?’

강전기는 딴 여자와 바람을 피운 뒤 증거를 인멸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혹시 긴 머리카락이라도 남아있을까 무선 진공청소기로 집 안 전체를 다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침대 위에 놓여있던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레몬캔디가 언제쯤 오는지 체크했다.

한 시 삼십 분.

초인종이 울렸다. 3차 경연곡을 위해 레몬캔디 일곱 명이 도착한 것이다.

“어서 와라, 얘들아. 어제 촬영하느라 힘들었지? 어라? 그런데 매니저님은 어디 가셨니?”

“일이 있으시다고 저희 데려다주시고 잠시 나가셨어요. 아마 끝나는 시간 맞춰서 오실 거예요.”

레몬캔디의 리더 정우리가 대표로 대답했다.

“그래, 거실에 잠깐 앉아있을래? 내가 음료수 좀 가져올게.”

“우와! 피디님 집 너무 멋지다. 뭐랄까? 블랙앤화이트? 모던? 무슨 디자인 잡지에 나오는 곳 같아요.”

“이 소파 좀 봐. 엄청 예쁘다. 이거 이께야에서 사셨어요?”

“여기 봐! 컴퓨터도 그거다, 에어맥! 키보드가 있는 걸 보니 여기서 작곡하시나 봐.”

여고생들이라 그런지 다들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왔다고 아주 야단법석이었다.

“히히… 얘들아, 피디님 침실이다. 옷장도 엄청 크네. 우아아… 피디님 옷 좀 봐. 대단하다. 무슨 연예인 옷 방 같아요.”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강전기는 정신이 쏙 빠져서 애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피디님. 애들이 너무 철이 없죠?”

오직 리더 정우리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전기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아냐. 괘, 괜찮아. 이런 게 뭐 한두 번인가? 너희 숙소에서도 매일 이러지?”

“훨씬 심하죠.”

“네가 고생이 많다.”

“…….”

차분한 이유리는 식탁에 앉아서 수첩을 폈고 마이웨이 김초희는 소파에 털썩 앉더니 편한 자세를 취하고 스마트폰을 봤다.

그리고 이보경은 강전기의 책장을 훑어보며 책상 위의 컴퓨터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부팅해 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래, 보경아. 마음대로 써도 돼.”

한편, 침실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항상 시끄러운 3인방이었다.

“와… 침대 너무 푹신하다. 얘들아, 피디님 침대 너무 좋다.”

“어? 정말 이거 무슨 침대지? 진짜 좋은데?”

“흐음… 이불에서 피디님 냄새나…….”

“야! 공소연! 너 뭐 하는 거야, 이 변태야.”

“뭐가? 숨도 못 쉬어? 언니는 입으로 숨 쉬는 거야? 피디님 냄새가 나니까 난다고 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 왜 그거 코에 대고 킁킁거려?”

“내가 언제 그랬어. 은성이 언니, 왜 모함해요?”

강전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가 나는 침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너희 뭐 하고 있…어? 남민지, 너…….”

침실에선 옷장 서랍이 열려있었다. 강전기는 자신의 팬티를 들어서 보고 있던 도른자 남민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히히히… 피디님… 여기 열었더니 이게 바닥으로 갑자기 툭 떨어졌어요. 진짜 고의는 아니었어요.”

“어허… 얼른 도로 넣어놔. 남의 물건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네…….”

‘호기심에 뭐, 그럴 수도…….’

“피디님, 너무 편해서 막 잠이 와요.”

“저두요.”

차은성과 공소연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참새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얘들아, 일단 30분 후에 3차 경연곡을 알려줄 테니까 그때까지는 좀 편하게 쉬고 있어. 알았지?”

“네…….”

거실에서도 대답 소리가 들려왔다.

“피디님, 저요. 어제 댄스 동영상 찍고 게임 대회도 하고 그랬어요. 여러 가지 종목을 하느라 좀 늦게 끝났어요.”

“하하, 그랬니? 우리 소연이 피곤하겠네?”

“엄청 피곤해요. 어제는 은성이 언니가 자면서 이빨을 갈아서 잠도 못 잤어요.”

“야! 공소연, 너 자꾸 거짓말할래?”

“피디님, 전 거짓말을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응, 벌써 그 말부터 거짓말.”

“시끄러워, 언니. 피디님, 저 진짜 피곤해서 그런데 안마 좀 해주세요. 저번에 대기실에서 해주신 거처럼요.”

“…그래, 그때 시원했니?”

“진짜, 진짜요. 저번에 피디님한테 안마받고 숙소에서 언니들이랑 해봤는데 느낌이 달라요.”

강전기는 공소연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소연아, 그건 지상 최고의 안마 스킬이야. 듣도 보도 못한 기술이지.’

“정말 받고 싶어?”

“네! 저두요! 저두요!”

공소연 말고 차은성과 남민지까지 손을 들고 자기도 받겠다며 덤볐다.

“아, 알았어. 다 해줄게. 일단 소연이만 남고 침대에서 내려가 봐. 그리고 줄을 서라.”

공소연은 이불을 치우고 침대 가운데에 엎어졌다.

[안마 스킬]

강전기가 안마를 시작했다.

[띠링… 부상 부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전신에 광범위하게 약한 피로도가 감지됩니다. 안마로 치료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망막으로 진단된 피로 지도를 송출합니다.]

강전기는 그 지도를 따라 뭉친 부위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아으으으. 피디님, 너무 좋아요.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에요.”

“좋니?”

“네… 진짜요. 부모님이랑 동남아 가서 마사지도 받아보고 했는데요. 진짜 차원이 달라요.”

“하하하… 뭐, 그 정도까지야.”

그는 커다랗고 섬세한 손으로 공소연의 어깨부터 팔, 등을 주물렀다. 공소연은 뼈와 살이 살살 녹는지 그때처럼 얼굴이 확 풀어졌다.

‘어우, 소연이 얘는 왜 이렇게 말랐어. 매니저한테 근력 운동 좀 시키라고 해야겠네.’

“소연아, 다리도 풀어줄까?”

“네… 전부 해주세요.”

‘저, 전부… 쓰읍… 좀 에반데… 뭐, 어때! 내가 사심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정말이었다. 절대 사심은 없었다. 피로를 풀어주겠다는 건데 오해는 금물.

6월이었기 때문에 날씨가 약간 더워져서 그런지 소연이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강전기는 소연이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집중적으로 풀어줬다.

“아흐…….”

“어머? 얘 봐라. 아주 좋아 죽네.”

“어, 언니도 좀 이따 받아봐. 하으으…….”

“자… 됐다. 다음 차은성!”

“잉… 아쉽다. 더 받고 싶다.”

“야, 시간 없다. 얼른 비켜라.”

차은성이 발로 공소연을 밀어냈다.

강전기는 그런 식으로 공소연, 차은성, 남민지 세 명의 피로를 싹 풀어줬다. 힘이 펄펄 나는지 다시 쌩쌩해진 레몬캔디 천방지축 3인방이었다.

‘휴… 힘들다. 썅… 내가 무슨 안마사도 아니고…….’

강전기는 살짝 지치는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는 살짝 타이트한 편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침대에 눕자 배 부근이 살짝 드러났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침대로 파고들더니 자신의 배를 슬쩍 만지는 게 아닌가?

“소, 소연아. 왜 그래?”

“피디님, 여기 총 맞으신 거 아니죠? 동영상 보니까 옷 옆구리에 구멍이 나셨던데…….”

“아… 그거? 총 안 맞았어. 살짝 스치긴 했는데 아무 이상 없지. 봐봐. 아무렇지 않아.”

그는 상의를 살짝 들어서 옆구리를 보여줬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안 맞으셨다니까.”

침대 근처에 서있던 남민지가 차은성을 보며 말했다.

“그러네.”

“피디님, 그런데 무슨 운동 하세요? 근육이 왜 이렇게 화났어요?”

“하하. 소연아, 넌 근육 많은 사람한테 화났다고 하니?”

“뭔가 피디님 근육은 화난 거 같아요. 마블리 아저씨처럼 우락부락하진 않은데…….”

“우락부락하진 않지만, 힘은 엄청나지.”

“정말요?”

“그럼, 너를 등에 태우고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지.”

“에이, 거짓말. 그런 건 마블리 아저씨나 가능할 거 같은데요?”

“허, 참… 올라타 봐.”

강전기는 콧방귀를 뀌고 침대 밑에 푸시업 자세로 엎드렸다. 그 위로 공소연이 살짝 앉았다.

“자, 간다. 중심 잘 잡아라.”

그는 공소연을 등에 태운 채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와! 대박!”

“나 진짜 발에 힘 하나도 안 주고 있어.”

갑자기 자세가 불안정한지 엉덩이를 떼고 마치 코알라나 나무늘보 새끼처럼 강전기의 몸을 껴안아 등에 찰싹 달라붙는 공소연이었다.

“헤헤헤… 내 침대다.”

‘커헉…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강전기는 계속해서 공소연을 등에 달고 팔굽혀펴기를 했다.

“어때? 나 힘 세지?”

“푸히히히…….”

공소연은 대답하지 않고 강전기의 날갯죽지 근육에 뺨을 붙인 채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공소연 표정 뭐야. 완전 변태잖아. 피디님, 얼른 일어나세요. 미친 변태 같은 애가 있어요.”

“왜 자꾸 은성이 언니는 나한테 변태라고 해? 내가 무슨 변태야?”

“그냥 딱 보면 각이 나오는데?”

“나 집에서 아빠랑 이러고 노는데?”

“허이고… 자랑이다. 철이 아주 덜 들었어. 너 이제 고1이야. 중학생이 아니라고. 꼭 생각하는 수준은 초딩 5~6학년이라니까?”

“은성아…….”

“네! 피디님.”

강전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너도 정신 연령 비슷해. 도긴개긴.”

“아녜요. 제가 무슨 재랑… 어휴… 말도 안 돼요.”

“푸헤헤헤헤…….”

“야! 너희 세 명 얼른 피디님 방에서 안 나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보경이 세 명을 혼내고 있었다. 같이 놀던 강전기도 살짝 뜨끔했다. 이럴 때가 아닌데…….

“자자… 이제 3차 경연곡을 들어봐야지. 거실로 가자.”

“너희가 부를 곡은 에이브릴 라빈의 「Skater boy」야. 자, 일단 원곡 한번 들어보자.”

모니터에서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와… 이거 록이네요?”

“뭔가 신나는데요? 가수가 소녀네요.”

“소녀는 아니고… 2002년에 출시된 곡이니까 뭐, 거의 너희 이모뻘이지.”

“저 태어났을 때 나온 노래네요. 그런데 촌스럽지 않은 거 같아요.”

“명곡이지.”

“저희가 약간 이런 식으로 부르면 되는 거예요? 약간 반항아스러운데… 귀여운 느낌도 있네요.”

“빙고! 역시 이보경!”

강전기의 칭찬에 이보경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피디님, 혹시 이거 우리 라이브로 연주해야 하는 거예요?”

“에? 진짜요? 설마…….”

“맞아.”

“엑? 정말요?”

“한 2주밖에 안 남았잖아요.”

“걱정하지 마. 가능해. 보경아, 너 기타 칠 줄 알지? 꽤 수준급인 것 같던데?”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요. 그냥 취미로 만져본 정도예요.”

“아닌 거 같던데… 내가 살짝 쳐볼 테니 한번 봐봐. 그렇게 어렵지 않아.”

강전기는 컴퓨터 책상 옆에 세워져 있던 일렉기타를 꺼내 들었다. 그는 앰프에 기타를 꽂고 연주를 시작했다.

“자, 처음에 줄을 이렇게 잡고 슬라이드로 소리를 내는 거야. 지잉… 지잉… 이렇게… 이거 몇 번 해준 다음에 마지막은 슬라이드를 반대로 하고 바로 코드를 잡고 스트로크를 반복하는 거야. D5 ― A5 ― B5 ― B#5… 어때? 어렵지 않지?”

“우와… 피디님 뭐예요. 하나도 모르겠네.”

옆에 있던 차은성이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보경은 달랐다.

“그렇게 어려운 곡은 아니네요? 저는 일렉기타는 안 쳐보긴 했는데…….”

“한번 해봐, 보경아.”

“이렇게요?”

“일렉기타는 통기타랑 약간 달라서 거기 오른손 쪽 중앙 보면 미들 픽업 부근에서 기타 피크가 움직여야 해. 통기타는 약간 뒤쪽에서 튕기는데… 으음… 일렉은 그쪽에 브리지가 있으니까…….”

“아… 좀 앞에서 쳐야 하네요?”

이보경은 역시나 과학고 영재답게 알려준 것을 빠르게 습득했다.

“와! 너 천재구나? 기타 치는 게 수준급이네. 독학 맞니?”

“근데 이 슬라이드가 익숙하지가 않아요.”

“그거도 해보면 금방 하겠는데? 넌 코드를 다 알고 운지가 가능하니 쉽게 되는 거 같아.”

“음… 피디님, 이거 살살 연습해 보면 되겠어요. 그다지 어려운 곡도 아니고…….”

“그리고 이유리! 피아노 잘 치더라?”

“에? 어떻게 아셨어요? 제 특기예요. 어렸을 때부터 배워서…….”

“장난 아니던데?”

“콩쿠르도 나가고 그랬어요. 물론 공부도 포기하고 그것만 하는 괴물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지만…….”

“기타 다음으로 네가 중요해. 아무래도 베이스를 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 내가 편곡해서 키보드를 많이 이용할 거야. 자신 있니?”

“뭐… 피아노라면 피디님이 작곡하는 것처럼 자신 있어요.”

“어우! 왜 이렇게 든든하니. 하하… 그리고 차은성?”

“저요?”

“너 혹시 드럼 쳐본 적 있어?”

“우와… 피디님 무슨 귀신이세요? 그걸 어떻게… 저 교회에서 밴드부예요. 드럼 담당.”

남민지와 공소연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뭐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었네?”

“뭐? 굼벵이? 드럼 스틱으로 너 같은 애 두들기려고 배웠다. 맞고 싶으냐?”

차은성이 남민지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피디님, 저도 피아노 체르니 40까지 배웠어요.”

“응? 우리 소연이도 피아노 칠 수 있어? 그럼 소연이는 키보드 2 하자.”

“네… 다행이다. 휴…….”

“보컬은 아무래도 우리 언니랑 초희 언니가 하면 될 거 같고 제가 기타를 치고 유리랑 소연이가 키보드를 하고 드럼은 은성이가 하고…….”

“민지는 물 주전자 하면 되겠네.”

“시, 싫어. 차은성 너 죽는다, 진짜!”

“그럼 너 혼자 댄스해. 웃기겠다. 다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는데 춤추면…….”

“아, 씨…….”

“그럼 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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