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11화 (21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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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순서대로

1.프라이머리 / 씨스루

2.헤이즈 / 널 너무 모르고

3.자이언티 / 꺼내 먹어요

4.Eminem / Lose Yourself

5.Rage Against The Machine (RATM) / Take the power back

개인전 출격!

경연 순위 랩 부문

1위 핑크엔진 김인하

2위 G파워 하니

3위 퓨리틴 윤혜지

└클로버즈 이영주 ― 공동 3위

강전기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번에 김인하의 레전드 무대로 핑크엔진은 점점 더 엄청난 실력파 그룹으로 우뚝 설 것 같았다. 그녀들은 이미 가창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인 걸그룹으로 무조건 첫 번째로 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우! 인하가 본무대에서 실력을 보여주기 힘들었는데 이런 곳에서 터져주다니 기분이 너무 좋구나.’

강전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박수를 치며 간지 프로듀서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흙빛이 되어있었고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게 고소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 아니면 핑크엔진이 점점 더 거물이 돼서 자신의 지갑을 팍팍 불려줄 것이라는 기분 좋음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인하는 무조건 장기 계약이다. 흐흐흐…….’

김인하는 강전기 사단의 든든한 래퍼 역할을 해줄 거로 생각했다.

그녀는 아이돌을 은퇴하면 헤이즐넛과 같은 싱어송라이터 겸 블랙 치타처럼 래퍼를 육성하는 선생님으로 일렉케이 제국의 큰 기둥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강전기의 현재 표정은 아주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양쪽 입꼬리가 아주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순위는 인하가 당연히 1위였고, 슈퍼 거물이 출연하여 빛이 바래버린 실력자 하니가 2위였다. 그리고 3위는 댄스 부문에서처럼 공동 수상자가 나왔다. 퓨리틴 윤혜지와 클로버즈 이영주가 공동으로 3위를 한 것이다.

사실 이영주는 정식 래퍼가 아니었고 실력에서도 윤혜지에게 살짝 밀렸지만, 곡에 대한 버프를 받은 듯 보였다. 여기 심사위원들도 고된 현실에 치이는 똑같은 사람들이었고 이영주가 부른 노래는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듯한 노래였으니까…….

‘그나저나 한정석 피디님이 무리하시네. 그냥 예산을 이렇게 팍팍 초과해도 되는 건가?’

이번에는 3위가 두 명이라 큰 무리는 가지 않겠지만, 보컬에서도 동점자가 나온다면 큰일이었다.

‘아무래도 심사위원 30명의 표본이 너무 적다. 이러니 동률이 많지.’

강전기는 다음 보컬 부문이 더 기대되는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제가 인하 씨 인터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무대를 보여줬는데 그냥 보낼 수 없죠.”

“인하 씨, 1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어떻게 이런 선곡을 하게 된 거죠? RATM의 랩 메탈이라니?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아… 평소에 프로듀서님이 녹음실에서 듣던 곡이에요. 랩이 너무 어렵길래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부른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몰입돼서…….”

“리부트의 일렉케이 프로듀서 말씀이시죠?”

“네, 맞아요.”

“자, 잠시만요. 이거 곡 선정을 일렉케이 프로듀서님이 해주신 거 아닌가요?”

심해철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강전기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 스태프가 부리나케 달려와 마이크를 강전기에게 주고 갔다.

“아아… 아닙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 곡이 이런 무대에서 가능할지도 오늘 처음 알았고요. 저렇게까지 완벽하게 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는 곡에 대해서 간섭하거나 조언해 준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아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요. 댄스하고 랩에서 핑크엔진 멤버들이 전부 1위를 차지했거든요. 프로듀서님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그다지 놀랍진 않습니다.”

강전기의 표정은 언뜻 보기에 광오한 모습이었다. 오늘 의상에 힘주고 온 그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니 경연장 내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귀족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의상이었다. 현역 아이돌들이 모두 강전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오! 자신감이 아주 대단하신데요. 혹시 보컬에서도 우승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닌가요?”

“개인전이니 저랑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승하면 좋겠죠?”

“만약… 만약에 말이죠. 보컬에서도 우승하게 되면 3관왕인데요. 이렇게 되면 무슨 공약이라도 걸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공약요?”

“프리 허그라든지 변장이라든지 그런 거 있잖아요. 연예인들이 목표 세워놓고 그것을 달성하면 공식적으로 지키는 거 못 보셨어요?”

“아… 만약 그렇게 된다면 뭐, 해철 씨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드릴게요.”

“그거 정말입니까? 나중에 무르기 없습니다.”

“네, 뭐 3관왕이면 못 할 것도 없죠.”

강전기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마도 나중에 자신의 방송에 출연해 달라는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 좋습니다.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제가 원하는 공약 하나를 예고한 가운데 마지막 보컬 부문의 경연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컬 부문은 가장 많은 열두 명이 지원해서 아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보컬 부문은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의 흥미를 위해 복면을 쓰고 실제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타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방식인데요.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고요.”

“첫 번째 주자는요…….”

경연자들이 복면을 쓰고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그들의 실력은 전부 다 뛰어났다.

민족 자체가 워낙 노래를 잘하기도 했거니와 100만 아이돌 시대를 뚫고 데뷔까지 이뤄낸 보컬들이라 그런지 능력이 뛰어났다.

시장에서 아이돌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데뷔하는 것이지 예전이라면 솔로로 가수 활동 하고도 남았을 무시무시한 실력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예전 솔로 가수들보다도 같은 연령대에 가창력은 월등했으며 개성이 훨씬 뛰어났다.

강전기조차 복면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케이팝 보컬들은 최고야.’

이런 보컬들이 노래하면서 팀을 받치니 전 세계 사람들이 케이팝을 듣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는 예외였다.

‘손미연… 너구나.’

퓨리틴의 손미연도 보컬 경연에 참여했는데 실망스럽게도 확실히 다른 참가자와 다르게 실력이 한 단계는 밑인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브라이언 정을 쳐다보니 그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만지며 얼굴을 찡그린 채 눈을 꼭 감고 있는 게 아닌가!

약간 안쓰러운 느낌이 드는 강전기였다.

‘브라이언 씨, 짜증 나면 나오세요. 내가 받아줄 테니… 흐흐…….’

강전기는 브라이언 정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즐겁고 흥겨운 노래를 만드는 것에는 거의 독보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이하트가 줄줄이 노래를 히트시킨 것은 그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를 영입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시 경연에 집중했다.

“자, 다음 참가자는요. 블랙 스완입니다. 노래 주세요!”

검은 백조 가면을 쓴 늘씬한 참가자가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라이브 밴드가 만들어내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자 마이크를 들었다.

첫마디가 나오자마자 두 팔에 소름이 쫙 돋아났다.

3년 전쯤인가?

케이블 TV에서 방영돼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저승사자」의 OST 타이틀곡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라는 곡이었다.

여자 심사위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윽… 성량 지리네. 이거 이다미잖아. 곡 선택 진짜 잘했다.’

마지막 후렴구가 끝나고 심사위원과 강전기는 그 아련한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다들 잘했지만, 곡 선택을 정말 잘했는지 아니면 이다미가 노래를 잘 불렀는지 느껴지는 감동이 대단했다.

“와우… 정말 대단합니다. 이게 정녕 신인들의 실력이 맞나요? 가창력의 끝판왕이라는 이 노래를 이렇게 완벽하게 자기 스타일대로 부르다니요. 놀랍습니다, 「걸그룹 4차 대전」!”

화려한 무대와 최고 수준의 라이브 밴드를 투입해서 만든 퀄리티 있는 공연이었다.

‘이건 뭐, 거의 콘서트 수준이잖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연이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다음 참가자는요. ‘나 홀로 집에’입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이번에도 역시나 발라드였다. 피아노 소리와 기타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나 홀로 집에’가 마이크를 들고 하늘하늘 소녀틱한 보이스로 이유미의 「애인 있어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 홀로 집에’는 저음에서는 청량한 보이스를 냈고 고음에서는 꽤나 심금을 울리는 금속성 소리를 냈다.

‘최시유네…….’

강전기는 노래를 들으며 ‘나 홀로 집에’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와! 이 노래는 커버곡들을 보면 다들 원곡 가수와 비슷하게 부르는데 시유의 이런 감성 진짜 신선하다. 뭔가 교회 오빠를 몰래 짝사랑하는 소극적인 소녀 느낌?’

최시유는 특유의 찐따미를 풍기며 자신감 없는 소녀가 아는 오빠를 짝사랑하며 슬퍼하는 감성을 훌륭히 표현하고 있었다.

‘흐어어… 이거 절절하네. 모태솔로라 그런지 감정이 휘몰아치잖아? 이거 부르다가 울게 생겼네. 쩝… 아무튼, 이거 정식으로 녹음해서 내 플레이 리스트에 넣고 싶다. 갬성 무엇? 너무 독특하잖아.’

강전기조차 눈을 감고 그 애절함을 가슴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 찐따 하면 예전 전생의 강전기 아니겠는가?

여자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그냥 ‘뭐, 잘하네’ 이 정도였지만 남자 심사위원들은 달랐다. 뭔지 모르는 남자들의 무의식을 건드는 마성의 보이스였다.

‘어라… 가만 생각해 보니 최시유가 가요를 부를 때 아이윤하고 보이스가 비슷하구나.’

뭔가 납득됐다.

‘나 홀로 집에’도 엄청난 환호성을 받고(특히 남성들) 무대를 내려갔다.

그렇게 마지막 경연자까지 모두 노래를 마쳤다. 이번에는 아무도 섣불리 우승자를 점치지 못했다. 그만큼 백중세였다.

‘허… 한 명 빼고는 모두 A급 가창력이다. 우열을 가리기 너무 힘드네. 이번엔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걸?’

모든 참가자와 두 명의 MC가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왔다.

“보컬 조는 정말로 우위를 가리기 힘든 최고 수준의 열창이었습니다. 저도 지금 누가 우승을 할지 살짝 감이 안 오거든요?”

“지금 제작진에게서 1~3위가 모두 정해졌다는 사인이 전해졌습니다.”

“자! 「걸그룹 4차 대전」 개인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보컬 경연의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결과를 주목하는 가운데 무대 뒤 전광판에 수상자 목록이 떴다.

두둥!

경연 순위 보컬 부문

1위 나 홀로 집에

└블랙 스완 ― 공동 1위

2위 인내의 열매

3위 머리에 꽃을 달고

“와아아아…….”

심사위원과 관계자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 뒤 화면을 묵묵히 주시하고 있던 강전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사악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주머니가 벌써 두둑해지는 것 같았다.

‘큭큭… 역시…….’

“지금 3위부터 얼굴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3위 얼굴을… 공개해 주세요.”

라이브 밴드가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해 배경 음악을 깔아주었다.

“자, 3위 ‘머리에 꽃을 달고’는 레몬캔디의 리더이자 최연장자인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인 정우리 양입니다.”

“우와아아…….”

카메라 밖 심사위원들 뒤에 있던 레몬캔디 멤버들이 서로 얼싸안고 난리 난 상황이었다. 카메라가 그 모습을 급히 촬영하고 있었다.

2위 인내의 열매는 G파워의 센터이자 메인 보컬인 제일 오래된 연습생으로 알려진 이유진이었다. 뭔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잘했다며 G파워 멤버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자! 이제 대망의 공동 1위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두두두두…….

“정체를 공개해 주세요!”

MC 정상균이 목이 쉰 상태로 외치자 두 명의 1위가 동시에 복면을 벗었다.

“공동 1위는 핑크엔진의 보컬인 최시유 양과 이다미 씨입니다. 축하합니다.”

최시유와 이다미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전기는 그 장면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가볍게 손뼉을 치고 있었다. 개인전은 완벽한 핑크엔진의 승리였다.

카메라들이 그의 모습을 주의 깊게 촬영 중이었다. 화면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강전기의 매끈한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역시 1위에게는 천만 원, 2위는 오백만 원, 3위는 이백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겠습니다.”

“참고로 보컬 조는 1위부터 10위까지의 득표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초접전이었다고 합니다. 떨어지신 분들도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크흠… 치열했던 개인전 경연이 모두 다 끝났습니다.”

이제 파장 분위기인지 MC들이 정리 멘트를 하고 있었다. 정상균이 이제 퇴근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쉰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죠, 해철 씨?”

정상균은 심해철이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대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제가 일렉케이 프로듀서와 한 공약 기억하시나요? 만약 핑크엔진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 제가 요청하는 것을 한 가지 들어준다고 하셨었죠.”

“아… 그게 있었군요. 어떻게, 지금 요청하시려고요?”

“네, 맞습니다. 프로듀서님, 제가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지, 지금요? 원하신다는 그 공약이 뭔가요?”

강전기는 사악하게 웃고 있는 심해철의 표정을 보자 살짝 불안해지고 말았다.

‘설마 또 상의를 탈의하거나 무대에서 스트립쇼를 하라는 건 아니겠지?’

“제가 원하는 것은 바로…….”

꿀꺽.

강전기는 긴장한 채 심해철의 입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무대 위에서 한 곡을 완창하는 것입니다.”

“예? 제가요?”

강전기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정말이냐고 묻고 있었다.

“공약하셨으니 지키셔야죠. 설마 겁쟁이처럼 피하시지 않으시겠죠?”

“큭…….”

설마 여기서 노래를 부르라고 할 줄이야. 무슨 결혼식 축가도 아니고… 그야말로 외통수에 걸린 일렉케이 프로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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