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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너무 경연 위주로 가면 노잼이라 신 캐릭 등장!
그리고 작품설정을 들어가 보시면 일렉케이 일러가 올라가 있습니다.
장모님의 나라
율리아 파블로바는 정말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인의 외모였다. 키가 크고 비율이 좋은 데다 얼굴도 청초한 스타일이었다. 그야말로 판타지에 나오는 엘프가 아닌가 싶은 외모였다.
우스갯소리로 김태희가 밭을 갈고 한가인이 소를 몬다는 장모님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러시아계 초미녀였다. 우즈베키스탄은 심지어 검찰총장까지 엄청난 미녀였으니 말 다 했다.
그녀가 봉지를 들고 싱그럽게 웃자 이게 정녕 사실인가 싶어 눈을 벅벅 비비는 강전기였다.
“아, 안녕하세요. 강전기라고 합니다.”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옛날처럼 말을 더듬고 말았다.
“아… 이름 불러도 돼요? 왠지 프로듀서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어우, 프로듀서는 개뿔… 이름 부르세요. 프로듀서라고 부르면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 자식이… 하여간 예쁜 여자만 봤다 하면 작업부터 치네.”
“작, 작업이라니! 율리아 님 오해하시겠네.”
“율리아 님? 꼴값하고 있네.”
“그럼 뭐라고 불러?”
“율리아라고 부르시면 돼요.”
“혹시 나이가……?”
“스물세 살요. 3년 전에 한국에 왔어요.”
“오우! 내가 오빠네. 말 놓아도 될까?”
“그, 그러세요.”
강전기는 서구형 울트라 초미녀를 보자 평소와 다르게 살짝 흥분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차분히 쌓아왔던 크리스티안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아가려고 할 찰나…….
‘앗! 안 된다. 경박한 이미지는 절대 안 돼. 어떻게 쌓은 이미지인데!! 미국에 있는 크리스티안이 내 이런 모습을 본다면 분명 실망할 거야.’
“나 화장실 좀…….”
강전기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 등신아! 정신 차려!”
그는 자신의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강전기의 특기인 셀프 빰싸다구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우, 후우… 넌 천재 프로듀서 일렉케이라고. 북유럽 귀족 스타일!”
그는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쳐다보니 자신감 있고 냉정한 이미지의 일렉케이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래! 좋았어.”
강전기는 눈빛을 빛내며 문을 열과 거실로 나왔다.
“전기야, 얼른 앉아서 밥 먹자. 누나가 찌개 끓였다.”
식탁에는 고슬고슬한 밥과 노란 계란말이 그리고 걸쭉한 김치찌개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엇? 누나, 일단 모양은 합격이다.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배웠나 봐?”
“맛보고 놀라지나 마라.”
강전기는 배가 고파서 숟가락을 들다가 앞에 앉은 율리아를 바라보았다.
“율리아, 너 한국 음식 잘 먹어? 김치찌개인데 살짝 매울 것 같은데? 이거 청양고추 들어갔잖아? 맞지?”
“걱정하지 마. 나 매운 거 엄청나게 좋아해. 언니는 알지? 내가 한국 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맞아, 율리아 매운 거 엄청나게 잘 먹어. 입맛이 완전 한국 사람이야.”
정말이었다. 그녀는 매운 김치찌개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콧잔등에 약간 땀이 맺혔지만, 티슈로 닦아내는 율리아였다.
‘아… 저 땀을 내가 닦아주고 싶다.’
“진짜네. 너무 맛있게 먹는구나.”
“언니, 김치찌개 너무 맛있어요.”
전기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술판을 깔았다. 강소라의 집에는 맥주만 있었는데 율리아가 보드카와 와인을 가져와서 술이 아주 다양했다. 오늘 진짜 마시고 죽어야 할 분위기였다.
‘3차 경연은 거의 90% 정도는 준비가 끝났다고 봐야지. 오늘은 한번 마음 편히 마셔볼까? 술이 상당히 당기는구만.’
술이 당기는 건지 아니면 다른 게 당기는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율리아는 「걸그룹 4차 대전」의 열혈 시청자인 것 같았다. 강전기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자 너무 재밌어했다. 특히 헨리 피디가 자멸한 내용을 분석을 곁들여 들려주자 아주 고소해했다.
“오빠 설명을 들으니 글로리아가 왜 그렇게 떨어졌는지 알겠어요. 결국 프로듀서 역량 차이라는 거네요.”
“맞아, 곡도 멤버들에 맞춰서 잘 만들어야 해. 특히 신인들에게 경연에서 자기 최고 음을 내라는 게 말이 되니? 물론 성공시킬 수도 있지만, 도박이나 다름없지.”
강전기는 엘프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뭔가 간질간질했다.
“그러면 3차 경연에서는 누가 떨어질 것 같아요?”
그녀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해서 마치 인형과 같았다. 신비롭기 그지없는 얼굴.
“지금 퓨리틴하고 나인테일이 가장 위험하긴 한데… 그건 나도 모르겠어. 솔직히 1차전에서 핑크엔진이 클로버즈에게 진 게 이해가 안 가더라. 그만큼 대중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힘든 것 같아”
‘그건… 오빠를 벗기려고…….’
율리아는 그 이야기를 해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기도 그 목적으로 클로버즈에 투표했기 때문이었다.
“퓨리틴은 메인 보컬에 문제가 있어. 오히려 다른 애가 더 잘하더라고.”
“그런데 왜 손미연이 메인 보컬이에요?”
“아버지가 카오스 커뮤니케이션즈 고위 임원이라나 뭐라나. 그것 때문에 브라이언 정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
“와, 이런 이야기 너무 재밌다. 오빠, 한잔 더 마셔요.”
율리아는 보드카를 잔에 따르고 라임을 곁들였다. 그는 술잔을 받고 쭉 들이켰다. 뭔가 소주 같으면서도 라임 향이 나는 게 깔끔한 거 같았다. 그는 크래커 위에 치즈를 얹어 한입 베어 물었다.
“얘들아, 과일 먹어.”
강소라가 부엌에서 수박과 참외를 잘라서 가져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어?”
“응, 방송 뒷얘기 좀 해줬어. 율리아가 관심이 많네.”
“율리아 너 케이팝 엄청나게 좋아하잖아. 얘 .EXE 광팬이야.”
“어… 그랬어?”
“네… 맞아요. 사실 아닌 척하긴 했는데 오빠에 대해 엄청나게 많이 알고 있어요. 오빠 팬클럽도 가입했고…….”
“윽… 난 거기 메인 사진부터 짜증 나서 못 들어가겠던데?”
“왜요. 괜찮기만 하고만.”
율리아가 스마트폰에 사진을 저장했는지 저장된 사진을 강전기 앞으로 쭉 내밀었다.
“난 안 볼 거야. 너나 실컷 봐라.”
“헤헤…….”
“율리아, 그런데 넌 한국에 왜 온 거야? 모델이라면 유럽 쪽에 일거리도 더 많고 그렇지 않나?”
“그게…….”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외모는 서양에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틴에이저 스타일이라고 했다.
물론 예쁜 건 맞는데 그냥 예쁜 일반인 수준? 동구권에서 미녀라고 불리려면 인상이 강하고 섹시한 맛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외모가 바로 그쪽에서 여신 취급을 받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말도 안 돼! 한국에서는 율리아가 최곤데?”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거잖아요.”
“그러네. 내가 보기엔 동북아시아에서는 율리아 같은 스타일이 최고야.”
그녀는 모델 에이전시에 등록된 상태였는데 국내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한국에 진출한 케이스였다.
“혹시 조중연 대표라고 아세요? 한국에서 엄청나게 유명했던 모델이셨다는…….”
“조중연? 아! 그분이 사장님이셔?”
조중연은 한국의 1세대 모델로 드라마까지 진출해서 배우로도 얼굴을 알린 사람이었다. 지금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사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회사는 괜찮고?”
“…뭐… 그냥 그래요.”
그녀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 술이나 마셔요.”
강소라와 강전기는 율리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을 계속 마셨다.
오랜만에 외국인하고 이야기해 보니 즐거웠다. 동유럽 쪽 미녀는 또 처음 만나는 거라 신기하기도 했다.
“오빠, 우리 사진 찍자. 나 SNS에 올리려고.”
“응?”
강전기는 살짝 꺼려졌다. 율리아와 같이 나온 사진이 SNS에 퍼지면 또 관련 추측 기사가 쫙 도배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왜? 싫어? 소라 언니랑 같이 찍어도 돼.”
“어? 그럴까? 누나, 이리 와봐. 율리아 사진 찍는다네.”
“으으…….”
강소라는 이제 좀 취한 듯 헤드뱅잉을 하고 있다가 강전기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 하나, 둘, 셋!”
그녀가 셀카를 찍었는데 사진을 확인해 보니 엄청나게 잘 나온 것 같았다.
율리아는 평범하게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고 있었고 강전기는 괜히 폼을 잡는답시고 머리를 쓱 뒤로 쓸어 넘기고 있었다. 반면 강소라는 얼굴이 벌게져서 헤벌쭉 웃고 있었다.
“어? 이거 나 이상하게 나왔어. 딸꾹…….”
강소라는 취한 음성으로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 아냐. 누나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나왔다. 요즘은 이런 사진이 대세야.”
사실 개소리였지만 그는 강소라를 골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거짓말했다.
강전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율리아는 SNS에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랬더니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 보였다. 강전기가 슬쩍 화면을 보니 팔로워 수가 43만 명이나 됐다.
“너 인기인이네. 팔로워 엄청나게 많구나?”
“헤헤… 나 인플루언서야. 와, 방금 올린 거 난리 났다. 좋아요 수가 막 올라가고 있어.”
“전기야, 나도 89만 명이야. 누나가 더 많아. 딸꾹…….”
“누나는 연예인이잖아. 연예인은 기본 3백만 명 아냐?”
의도적으로 강소라를 깎아내리기 위한 발언이었다.
“무, 무슨 개소리야. 3백만 명이 뉘 집 개 이름이냐?”
“손님도 왔는데 말투가 좀 그러네. 술이나 더 해.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강소라는 강전기가 주는 술을 또 넙죽 받아 마셨다. 아무래도 방송하기 전에 미리 보낼 수작인지 강전기는 계속 누나를 공략 중이었다.
‘강소라를 얼른 술로 보내버리고… 오붓하게 율리아와 방송을 보며… 어우, 너무 좋잖아.’
“크… 오늘 왜 이렇게 술이 잘 받지? 지금 몇 시지? 에? 열 시도 안 됐잖아. 방송 도대체 언제 하는 거야?”
“누나, 방송 안 봐도 돼. 재방송 겁나 많이 하거든.”
“아냐, 본, 방, 사, 수! 본방 사수 몰라?”
자꾸만 힘을 내는 강소라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강소라의 잔에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은 술을 계속 따르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율리아의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 율리아 너 전화 왔다.”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 같더니 강전기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빠, 우즈벡에 있는 내 동생인데 SNS를 보더니 오빠랑 통화하고 싶대.”
“나랑? 율리아 동생이 왜? 나를 어떻게 알고?”
“치… 오빠는 아직도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거야? 일렉케이 프로듀서라고 엄청나게 유명해. .EXE 제8의 멤버라고 외국에 쫙 알려졌어.”
“뭐? 제8의 멤버?”
“응, 명예 .EXE 멤버라는 소리도 많고…….”
“난 그냥 .EXE 곡을 만든 작곡가인데?”
“그리고 지금 오빠 때문에 「걸그룹 4차 대전」이 난리야. 우즈벡에서도 보고 있나 봐. 물론 불법이지만… 내 동생도 케이팝 마니아거든.”
확실히 케이팝이 대세긴 대세인 듯했다. 동유럽에서도 인기라니, 참… 강전기의 전생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통화하지, 뭐. 바꿔줘 봐.”
“고마워, 오빠.”
강전기는 율리아가 하는 오빠라는 말에 그냥 살살 녹는 것 같았다.
‘여윽시 장모님의 나라야.’
하지만 강전기는 율리아가 우즈벡에서는 극소수인 러시아계라는 걸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화면에 나온 인형이 한국어를 했다.
‘헉!’
율리아는 폰을 들고 나와 자신이 나오게 투 샷을 잡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전기는 화면의 율리아 동생을 보고 먹던 술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
‘뭐… 뭐야. 율리아 동생 미쳤잖아?’
화면에서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소녀는 그야말로 엄청난 미인이었다. 언니인 율리아와 전체적으로는 비슷했지만 뭔가 러블리함이 공존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야말로 동북아의 이상형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다. 율리아도 천상계였지만 율리아 동생은 그야말로 신계였다.
“컥컥… 안, 안녕하세요. 일렉케이 프로듀서입니다.”
―꺄악! 저 팬이에요. 안녕하세요. 저는 열아홉 살 안나 파블로바입니다.
“응? 한국말?”
생각해 보니 율리아 동생도 한국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내 동생도 케이팝 마니아야.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아서 한글하고 한국말 독학했어. 어학당도 꾸준히 다니고…….”
―맞아요. 저 한국말 잘해요.
안나는 얼굴만 따지면 멜리나와 동급, 아니 그 이상이었다. 갑자기 강전기의 두뇌가 풀가동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 세계적인 무언가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자, 잠깐. 율리아, 안나가 왜 나랑 통화하고 싶다는 거야?”
“그게, 쟤가 요즘 자꾸 한국에 오고 싶다고 해.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자꾸 졸라서. 오빠 옆에 있다고 하니 막무가내로 바꿔달라고 하더라고.”
“그거 하자. 지금 당장.”
“응? 영상 통화로?”
“안 될 게 있어?”
―피디님, 제 채널 주소 보내드릴게요. 거기서 보시면 돼요. 노래랑 케이팝 커버댄스 한 거 올라가 있어요.
“그래, 알았어. 보고 연락해 줄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피디님.
강전기는 급히 율리아에게서 안나의 채널 주소를 받고 그녀가 춤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재생시켰다. 곡은 키스마이걸의 신비한 분위기의 곡 「크리스털」이었다.
‘오. 신이시여. 세상에나. 그야말로 신성하군. 마치 세계수를 위해 댄스를 추는 엘프의 모습이랄까.’
강전기는 동영상을 감상하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의 가슴은 뜨거웠지만, 머리는 냉정했다.
이것은 글로벌하게 커가라는 신의 계시!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율리아, 안나 당장 한국으로 오라고 해.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강전기는 그 말을 하고 율리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