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일렉케이의 열풍은 계속된다.
록커 일렉케이 열풍
방송이 끝난 후 일렉케이 팬클럽 사이트는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들끓어 올랐다. 게시물이 올라오는 속도가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이 있는 금요일 밤 MLB 커뮤니티와 같은 수준이었다.
[제목 : 일렉케이 님의 노래를 듣고 펑펑 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소 .EXE의 열광적 팬으로 일렉케이 님에게 입덕한 지 얼마 안 된 풋내기입니다.
그를 조금이라도 보기 위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걸그룹 경연 프로그램도 보고 있답니다.
오늘 일렉케이 님께서 프로듀싱 중인 핑크엔진 멤버들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셨지만 케이 님은 마치 보란 듯이 엄청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좌중을 압도하셨죠.
저는 음악의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릅니다.
케이 님이 남자로는 거의 내기 힘든 영역의 고음을 사이다처럼 뿜어내셨다는 거 잘 압니다. 3옥타브 솔#? 누군가는 3옥타브 시까지도 올라갈 것 같다는 추측을 하고 있지만 저는 그런 거 몰라요. 그냥 가슴으로 느낍니다.
케이 님이 노래를 마쳤을 때 제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 시절 친구의 남자 친구를 열렬히 짝사랑했었거든요. 그게 생각났나 봐요.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저는 케이 님이 무조건 가수 데뷔를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재능 낭비예요.
노래 부르는 건 개인적으로 취미가 없으시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저는 케이 님의 앨범을 꼭 기다리겠습니다. 그게 언제가 되든 말이죠.
P.S 비록 한 곡이지만 미튜브 뮤직넷 채널에 들어가 계속 반복 재생 중입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네요.
아, 참. 노래는 이어폰으로 듣고 있습니다. 저희 신랑이 깨면 안 되거든요. 신랑은 여자 친구랑 헤어지고 결국 저랑 결혼했답니다. 네, 맞아요. 대학 시절 제가 짝사랑하던 그 남자입니다. 헤헤…….
[댓글]
―와! 축하축하. 마지막 반전 무엇?
―결실 맺으신 거 축하드립니다.
―신랑이 여기서 이러는 거 알고 계심?ㅋㅋ
―저도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일렉케이를 가수로! 그는 전대미문의 싱어송라이터가 될 재능을 타고났어요.
―와… 나도 케이 님 노래 부르는 거 생방송으로 보다가 깜짝 놀라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탁자에 무릎 깨짐.
―록이나 메탈 좋아하는 남동생도 입을 떡 벌리고 보더라고요.
―진짜임. 우리 신랑도 미쳤다고 했음. 남자들 저거 부를 수 있는 사람 거의 없다는…….
―진짜 감성적으로 잘 부르시더라고요. 가슴이 떨려 미치는 줄…….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의상도 어쩜 그렇게 입고 나오셨는지 화면에 진짜 멋지게 나오더라고요. 지금 계속 돌려보고 있습니다.
―노래도 노래인데 진짜 외모+노래+기럭지+심지어 패션까지 완벽하더라.
―저랑 똑같네요. 지금 새벽 세 시인데 지금 두 시간 동안 똑같은 거 연속 재생시키고 있어요. 봐도 봐도 안 질려.ㅠㅠ
―케이 님이 한국 록의 전설 김강호 씨의 팬인가 보네요. 미튜브에서 김강호 씨 20년 전 영상을 보니 공연 자세가 판박이네요.
―맞습니다. 동작 하나하나 전부 섬세하게 똑같이 표현하심.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요. 의지가 없으면 안 하게 되는 게 사람 심리잖아요. 김강호 씨를 역으로 띄워서 콜라보 등으로 어떻게든 엮고 방송에도 출연시키고 해서 가수로 데뷔하게 합시다.
―오! 좋은 아이디어네요. 지금부터 김강호 씨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스밍(스트리밍) 총공(총공격) 갑니다!!
―데뷔 가자. 아자!
―스밍 갑니다.!
―저도 스밍 갑니다. 잘 몰랐지만 김강호 씨 버전도 신선하네요. 일렉케이 님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얇지만 시원시원한 샤우팅이 인상적이네요.
―윗분 나이 어리신 듯. 록의 전설 김강호를 모르다니….
―앗! 김강호 씨 SNS에 일렉케이를 언급하심!
―오오! 타이밍 좋네요. 우린 얼른 스밍 총공 갑시다. 팬카페 회원이 이제 40만 명이 넘었습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엊그제가 20만 명 정도였는데 정말 무섭게 불어나네요. .EXE가 회원 수백만 명으로 넘사벽이지만 아이돌 그룹을 포함하더라도 40만 명이면 3위권입니다.
―그만큼 가수도 아닌데 알게 모르게 팬이 많다는 겁니다. 내 친구도 이상하게 무의식적으로 가끔 생각난다고 하네요.
―존재감이 그만큼 엄청난 듯… 특히 여성들한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일렉케이 사진 깔아놓으신 분들 가끔 봅니다.
―컥… 제 바탕화면도……ㅠㅠ
―살아있는 만찢남이잖아요.
―아무튼, 스밍! Everybody 스밍!
이제는 남자 아이돌 그룹 3위권 수준까지 불어난 회원들이 뭉치니 그 효과가 엄청났다. 새벽부터 불이 붙기 시작한 스밍 총공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1위인 파인트 Top 100 차트에 김강호의 노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95위 :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 김강호
95위로 차트에 입성하더니 71위 → 44위 → 29위 → 11위 → 3위까지 치고 올라오고 급기야 1위에 등극하고 말았다. 스밍 총공도 영향이 상당했지만, 당연히 방송의 힘이 컸다.
모든 연예면이 일렉케이로 뒤덮여 있으니 사람들이 궁금해서 일렉케이 동영상을 클릭해 보고 예전 곡이 생각나는 사람들이 김강호의 오리지널 곡을 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초 커뮤니티인 에프엠꼬레아 게시판에도 일렉케이가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로드되었다.
댓글들이 아주 가관이었다.
일렉케이가 부른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얘들아, 이거 보고 자괴감 느끼지 마.
―일렉케이가 나를 슬프게 한다. 엿 같다. 재능 중에 하나만 주면 안 되겠니? 이광현 바르는 축구 재능을 다오.
―생태계 파괴자 등장, 킹이네, 킹!
―연예계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베스! 하다 하다 이제는 가수까지 처바르네.
―와… 이건 인정! 가창력 실화냐? 얘들아, 혹시 이거 원키로 되는 인간 있냐?
―내 친구가 비슷하게 하는데 이렇게 파워풀하게는 못 하지. 이거 그냥 즉흥적으로 시킨 거 같은데… 이렇게 한다고?
―처음에 심해철이 노래시킬 때 이제는 망신 한번 당하겠지 생각했던 사람 손!
―나! 살짝 기대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이 새끼 잘하는 게 뭐더라? 작곡, 노래, 외모, 패션, 머리, 축구, 돈, 키, 거시기… 약점 없나?
―약점은 아마도 문란한 사생활?
―이 빙신아, 그건 강점이잖아. 분위기 파악 못 하네.
―일렉케이 미친 거 아니냐. 내가 보컬 트레이너라서 잘 아는데 영상 보면 애드립부터 시작하거든? 일단 3단 고음을 저렇게 내기가 쉽지 않아. 거의 목이 나간다고.
그런데 쭉쭉 올리는 거 보이지?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야. 3단 고음이 끝나고 지옥의 3옥타브 구간이 연달아 나온다고. 난이도 개극혐, 개헬! 김강호조차 AR을 깐다고… 그런데 일렉케이는 이걸 쌩으로 다 함. 나는 이제 일렉케이 인정한다. 갓이다, 갓!
―이번엔 진짜 한강 간다. 자살 마렵다. 누구는 이렇게 축복받게 태어났는데 나는 야설이나 쓰고 앉아있고…….
―위의 녀석 야설 작가인 듯! 제목 좀 불러봐라. 한번 보자.
* * *
오늘은 오후 다섯 시부터 「걸그룹 4차 대전」 3차 경연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강전기는 열두 시쯤 회사에 도착했다. 성기호와 로드매니저가 핑크엔진과 함께 방송국으로 가기 위해서 일찍 나온 상태였다.
“전기야……!”
“어… 그래. 성기호, 인마. 호떡집에 불났냐? 왜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오냐?”
“헉헉헉…….”
“애들 준비는 다 된 거냐? 언제 출발해?”
“하, 한 시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그럼 뭐가 중요한데? 지금은 경연에 집중해야지. 딴생각할 틈이 없다고!”
오늘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율리아와 달렸던 건 기억나질 않는 모양이었다. 그때는 경연 생각을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심지어 6화 방송은 연기하면서 율리아 반응 살피느라 잘 보지도 못했다.
“황제 프로덕션에서 연락이 왔어.”
“황제라고?”
“그래, 김강호 소속사 말이야.”
“뭐, 뭐래? 거기서…….”
“왜 그렇게 흥분해? 황제에서 김강호 형님이 오늘 녹화장을 좀 방문했으면 한다고 하더라.”
“형님께서?”
“너랑 만나고 싶다고 했다네.”
“저, 정말? 진짜야?”
“왜 그래. 뭐 이상하냐? 난 당연히 김강호 측에서 접근할 거로 생각했는데?”
“접근이 뭐냐, 접근이! 강호 형님이 그럴 분이 아니야.”
김강호의 열혈 팬인 강전기가 불손한 성기호의 언행에 화를 내고 있었다. 성기호는 얘가 왜 이러나 싶었다. 자기 나이 또래에서는 김강호가 그다지 인기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큼… 어찌 됐건 뮤직넷 녹화장 안에서 좀 만날 수 있겠느냐고 연락이 왔어.”
“당연히 가능하지. 무조건 찾아뵙겠다고 알려드려라.”
“오케이, 알았어. 전기야, 그런데…….”
“어, 뭐 할 말 있냐?”
“김강호 씨랑 네가 만나는 걸 찍어서 일렉케이 채널에 올리자. 내가 저번 소울퀸즈 때처럼 멋지게 편집해 줄게. 저번처럼. 그리고 콜라보도 좀 물어보고…….”
“그, 그럴까?”
강전기는 성기호와 김강호 관련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핑크엔진이 탄 밴을 따라 뮤직넷에 도착했다.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핑크엔진은 리허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 떨려. 내가 강호 형님을 만나다니…….’
그는 진짜로 떨고 있었다. 젊은 시절 우상이었던 사람을 실제로 동등한 위치에서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경연 생각은 이미 훨훨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대기실로 3차 경연을 위해 프로듀서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강전기의 어깨를 건드렸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한수호가 빙긋 웃고 있었다.
“수호 씨,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완전 난리던데요? 좋으시겠어요?”
“어우… 부담스럽네요. 이게 뭐라고 이렇게 화젯거리가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농담도 잘하시네요. 방송을 보시고 하는 소리세요? 제작진들이 영혼을 갈아서 만든 장면이던데요? 편집 진짜 잘했던데…….”
강전기는 율리아의 표정을 살피느라 자세히 보진 못했다. 솔직히 민망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이참에 데뷔나 하시죠? 지금 팬클럽에서 피디님 가수 만든다고 난리 났어요. 팬클럽에 한번 들어가 보셨어요?”
“민망해서 못 들어갔습니다. 앞의 대문 사진부터 절 거부하더군요.”
“오늘 대문 바뀌었던데…….”
옆에서 조용히 한수호와 강전기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간지 피디가 슬쩍 입을 열었다.
“정말요? 피디님이 어떻게 아세요?”
“그, 그게… 누가 알려줬어. 한번 보라고 알려주더라고… 크흠…….”
간지 피디는 자신이 말하고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에이, 설마. 간지 피디가 내 팬클럽 회원은 아니겠지?’
드르륵―
문이 열리며 푸근한 인상의 김찬기 작곡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셨어요?”
“오우! 로커 일렉케이 님 아니신가! 화제의 주인공!”
“놀리지 마세요.”
“크하하… 놀리는 게 아냐. 어때? 나한테 곡 하나 받으실? 진짜 나 1위 한번 가보자. 내가 어제 급히 곡을 하나 뽑았거든. 한번 들어볼래? 왕년에 내가 또 천재 작곡가 아니겠어? 그때 감성으로 한번 만들어봤지.”
오자마자 자신의 곡을 영업하는 김찬기였다. 그는 역시나 뻔뻔한 얼굴로 태연스럽게 곡을 홍보했다.
‘이런 뻔뻔함이 롱런의 비결인가?’
“에휴… 나중에 메일로 보내주세요. 집에 가서 들어볼게요.”
“우왓! 정말이야? 데뷔할 생각 있는 거야? 이제 가요계가 또 한 번 들썩이겠구만. .EXE와 필적하는 괴물이 등판을 준비하는 건가. 무섭구만, 무서워.”
“선배님, 그런 건 아니에요. 저를 위해 작곡하셨다니까 들어는 드리는 게 후배 된 도리죠.”
“캬아… 이거 봐. 잘나가는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역시 내 후배님… 내가 사람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보지.”
‘이 양반, 50억 정도를 주변인들에게 뜯겼다고 자기 입으로 이야기한 거 같은데 어이없구만.’
강전기가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찰나… 갑자기 문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앞문이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장발의 한 사내가 환한 표정을 하고 사람들에게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강호입니다. 반갑습니다.”
‘헉! 강호 형!’
강전기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버선발로 뛰쳐나갔다.
“형님!”
“오! 안녕하세요,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반갑습니다.”
김강호가 일렉케이를 보며 인사하려고 했는데 혼자 감동한 강전기가 김강호를 확 끌어안았다.
“어어…….”
김강호는 갑작스러운 일렉케이의 포옹에 약간 당황했지만 이내 그의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팬임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뒤에서 성기호가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역사적인 레전드의 만남이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