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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안녕하세요. 코로나인데 술한잔 했습니다. 물론 저희 부장님하고...ㅠㅠ
하지만 연재는 빵구 안냈습니다. ㅋㅋ
3차 경연 방송
강전기는 드디어 그의 우상이었던 김강호를 만나고 소원을 풀었다. 아쉽게도 경연 녹화가 있었기 때문에 김강호와 길게 이야기할 순 없었다. 대신 그와 조만간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콜라보에 관한 논의도 하기로 했다.
그렇게 3차 경연 녹화가 시작되었다.
* * *
오늘은 레몬캔디 공소연의 생일이자 3차 경연 방송이 있는 금요일 밤 열한 시였다. 강전기는 레몬캔디 멤버들에게 초대를 받고 그녀들의 럭셔리 숙소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소연이 생일 축하합니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얼굴도 못생긴 게 왜 태어났니?”
“와아아!!”
멤버들이 다들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자! 얼른 소원 빌고 촛불 불어야지, 소연아.”
그러자 레몬캔디의 막내이자 마스코트 공소연이 케이크의 촛불을 입으로 불어 껐다.
“우와, 우리 막내 이제 벌써 고1이네.”
“와… 소연이 벌써 고1이야? 난 아직도 중학생인 줄 알았어.”
강전기는 내심 너스레를 떨며 시원한 콜라를 한 잔 마시는 중이었다.
“피디님, 너무해요. 저 고등학교 들어간 지 6개월이 됐는데 그걸 모르셨어요?”
“하도 바빠서 그랬지. 미안해, 소연아.”
강전기는 삐진 척하는 공소연을 보고 아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우… 레몬캔디 애들은 정말 너무 귀엽다니까? 러블리 그 자체야.’
“피디님! 오늘 여기서 자고 가세요. 7화 방송 끝나면 거의 한 시쯤 되잖아요.”
“그건 안 돼. 어떻게 너희 숙소에서 자고 가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히잉… 괜찮은데…….”
“야! 공소연. 괜히 피디님 조르지 마. 부담스러워하시잖아.”
리더 정우리가 막내를 살짝 타박했다.
“죄송해요, 피디님. 소연이가 요즘 특히 외로움을 많이 타더라고요. 맨날 아빠 보고 싶다고 난리예요.”
“내, 내가 아빠 또래는 아닌데… 크흠…….”
“이상하게 우리 아빠랑 비슷한 느낌이 나요.”
“컥…….”
그들은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방송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전기는 어느 정도 배가 부른지 물티슈로 손을 닦고 소파에 기대어 TV를 응시했다.
“오! 이제 시작한다.”
“야! 다들 조용히 해!”
“남민지! 너만 조용히 하면 된다. 얼른 앉아.”
처음 장면은 참가 걸그룹 멤버들이 녹화장에 모여서 경연 전 사전 인터뷰를 하는 자리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걸그룹 4차 대전」의 MC 심해철, 정상균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3차 경연을 앞두고 사전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모든 그룹과 프로듀서분들이 자리에 나와계십니다.]
[제가 웬만하면 그냥 경연 이야기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할 수가 없네요. 오늘 기사들 보셨어요?]
[저는…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크흠. 여러분들, 이거 농담이신 거 아시죠? 이런 게 정상균 씨 유머입니다.]
[지금이라도 한번 보세요. 무슨 난리가 났는지 말이죠.]
그때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며 일렉케이 열풍에 관한 기사가 화면을 수놓았고 그가 하이라이트 부분을 부르는 장면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냥 경연이나 빨리하지. 뮤직넷, 너무 우려먹네.’
불만에 찬 강전기의 얼굴이었지만 강전기의 모습이 화면에 많이 잡히면 잡힐수록 시청률이 올라가는 뮤직넷으로는 부득이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기사 보셨습니까?]
[아… 네, 봤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냥 연예면을 아예 독차지하고 계신데요.]
[여기 참여하신 분들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괜한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니요. 이건 좀 잘못된 것 같네요.]
[크… 이거야 원……. 좀 당황스러운데요. 누가 그렇게 노래 부르라고 했습니까? 거기서 그렇게 부르는데 난리가 나죠.]
MC인 심해철이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대의 피해자가 바로 핑크엔진입니다. 이슈 몰이를 하나도 하질 못했어요. 여기서 핑크엔진의 말을 꼭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인하 씨?]
[넵! 여기 있습니다.]
[지금 보니까 핑크엔진 트리플 크라운 기사는 딱 하나가 올라가 있네요. 억울하지 않나요?]
[전혀요. 저희 프로듀서님은 저희 네 명이 합친 것보다 더 잘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불만이 없죠.]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혹시 정신 교육을 하고 오신 건가요? 아니면 철저하게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돌리신 건가요?]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레이카 씨, 정말로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노래 실력을 알지 못했나요?]
[전혀요. 제 기억엔 남 앞에선 단 한 번도 노래를 부른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황당했어요.]
[다른 멤버들도 다 마찬가지인가요? 레몬캔디도 그렇고?]
다른 참가자들도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들 진술의 일관성이 있네요. 이걸 종합해 본다면 일렉케이 프로듀서는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진짜 노래 부르는 것에 취미가 없는 거군요.]
[예, 말했다시피…….]
그러자 갑자기 심해철이 큐시트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어이가 없어서…….]
[해철 씨, 진정하세요. 방송 중에 이러시면 곤란하죠. 사족으로 하나 말씀드리면 저 외고 나온 거 아시죠? 저희 반 전교 1등이 저랬어요. 쉬는 시간에 매일 떠들고, 짤짤이하고, 기숙사에서는 가자마자 책상에서 엎어져 자고 공부를 하는지 마는지… 룸메이트에게 물어봐도 방에 들어가서 그냥 잔다는 거예요. 그런데 시험을 보면 항상 1등이었죠. 그때 느꼈습니다. 아, 세상은 불공평하구나, 라구요.]
[…….]
강전기는 두 MC가 찍고 있는 시트콤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자신이 제삼자의 눈으로 봐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규격 외의 존재였다.
‘그런데 뭐, 이젠 돌이킬 수 없지. 전 세계로 방영됐으니……. 그냥 뻔뻔하게 밀고 가는 수밖에 없다.’
[자! 아무튼, 이렇게 화제가 되었던 일렉케이 프로듀서 이야기를 해봤고요. 혹시 누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실 분 계신가요?]
[일릭케이 프로듀서를 상의 탈의하게 만들었던 클로버즈의 강 박사님? 그래도 경쟁을 하는 사이셨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나와계시죠?]
[네, 나와있습니다.]
클로버즈 앞에 있는 모니터에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말씀 해주시죠.]
[그는 기만자입니다.]
[네? 기만자요?]
[존재 자체가 사기라는 말입니다. 1차 경연 최종에서 제가 내기에서 이기고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상의를 탈의시킨 적이 있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완패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엇… 강 박사님이 또 폭주하시려고 시동을 거시는 거 같은데요.]
[아닙니다, 저번에 좀 혼났습니다.]
[그래도 강 박사님께서 이긴 적도 있으시잖아요.]
[한마디로 일축하겠습니다. 아이고, 의미 없다.]
[그래도 뭔가 빈틈이 있지 않겠습니까?]
[아! 하나 있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그는 스타일이 약간 호구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호… 호구요?]
[아… 죄송합니다. 방송에 부적합한 단어였나요?]
[아닙니다, 왜 그런 소리를 하시죠? 평소에 안면이 있으신가 봐요?]
[살짝 알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어떤 관계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애증의 관계죠.]
‘저, 저 시키! 또 폭주했어. 뭐? 내가 호구라고? 어이가 없네, 진짜…….’
강전기의 미간에 주름이 갔다. 이미 녹화 끝나고 방송국에서 따끔하게 혼내긴 했었다.
[자! 강 박사님이 또 방송 사고를 치시기 전에 얼른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오늘은 3차 팝송 경연이 있는 날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자리에 있는 일곱 팀 중 한 팀은 무대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가혹하네요.]
[우우우우…….]
[집어치워라!]
참가 걸그룹들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야유하며 엄지를 땅으로 내리꽂았다.
[잠시만요. 지금 집어치워라, 누굽니까?]
[자! 다들 조용히 하시고요. 곧 최종 탈락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탈락 유력 후보 두 팀을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무대 화면에 퓨리틴과 나인테일의 자리가 비치고 있었다. 두 팀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저번 현장 평가에서는 나인테일이 6위, 퓨리틴이 7위를 차지했었는데요. 과연… 탈락자는…….]
두둥―
화면에 탈락할 그룹명이 떠올랐다.
탈락 : 나인테일
갑자기 나인테일의 자리에서 조명이 꺼져버렸다.
[네, 안타깝게도 최종 탈락은 대원기획의 나인테일이었습니다. 현장 경연에서는 6위였는데 온라인 투표에서 퓨리틴에게 뒤지면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나인테일과 한수호 프로듀서는 무대 밑으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결과는 가혹했다. 나인테일 멤버들은 다들 억울해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반면 퓨리틴은 거의 지옥에 한 발을 담갔다가 나온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하고 있었다.
[퓨리틴 여러분, 축하합니다. 살아남으셨네요. 온라인 투표를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자! 이제는 드디어 대망의 3차 경연 무대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채널 고정!]
* * *
화면에서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으… 잔인해요. 나인테일 언니들 진짜 열심히 했는데…….”
“맞아요. 퓨리틴보다 훨씬 잘했는데… 그놈의 인기가 뭔지…….”
“너희 나인테일하고 많이 친해졌니? 퓨리틴하고는 별로야?”
“언니들이 얼마나 잘해줬는데요. 퓨리틴은 그 메인 보컬이 인하 언니하고 사이가 안 좋은지 저희랑도 친하게 안 지내려고 하더라고요.”
“아… 둘이 더블케이 출신이지?”
“인하 언니가 자세히 말은 하지 않는데 예전에도 사이가 별로 안 좋았나 보더라고요.”
“그렇구나. 손미연이 노래도 못하면서 성격도 안 좋은가 보네.”
“킥킥… 피디님 너무 다이렉트로 이야기하시네요.”
강전기를 보며 웃더니 테이블 위의 케이크를 다 먹고 배를 두드리는 공소연이었다.
“아우… 배불러…….”
갑자기 공소연이 강전기 쪽으로 슬쩍 움직이더니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킥킥킥…….”
“응? 소연아, 피곤해? 소화 안 되게 왜 눕고 그래.”
“괜찮아요. 저 맨날 먹고 바로 누워서 뒹굴어요. 와… 편하다. 나 이러고 TV 봐야지.”
“야! 공소연, 넌 왜 그렇게 아무한테나 스킨십하고 그러냐?”
“뭐래… 피디님이 아무나야? 가족이잖아, 가족!”
누운 상태로 막내가 언니인 차은성을 다그치고 있었다.
“어? 그래. 그럼 나도…….”
“그럼. 나도, 나도!”
레몬캔디의 개그 듀오 차은성, 남민지도 강전기의 다리를 베고 똑같이 누웠다.
세 명이 모두 달려들어 서로 강전기의 다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얼마간의 치열한 몸싸움 끝에 공평히 세 명 다 서로의 위치를 고수하기로 했다.
“아이고…….”
강전기는 그들의 유치한 싸움에 너털웃음을 보였다. 왠지 모르게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얘들아, 안 불편하니? 불편할 것 같은데?”
“괘, 괜찮아요.”
좋은 포지션을 이미 차지한 공소연은 편안해 보였으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강전기의 두꺼운 허벅지를 베고 누운 차은성과 남민지는 목이 꺾여서 상당히 힘든 자세였다.
“그래, 불편하면 일어나라고.”
“알겠어요, 피디님. 걱정 마세요.”
“으음… 피디님 냄새…….”
“응? 나한테 냄새나니?”
남민지가 대답하려고 고개를 돌리자 강전기의 불룩한 그곳이 눈에 딱 들어왔다.
“아… 아니에요. 그냥 하는 소리예요.”
강전기는 그 모습이 귀여워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광고가 끝나고 다시 방송이 시작되었다.
첫 경연 순서는 퓨리틴이었다.
퓨리틴이 부른 노래는 크리스티나 고메즈의 「Fighter」였다. 초장부터 상당히 파워 풀한 노래를 선곡한 그들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저번 경연 꼴찌다운 솜씨로 어설픈 걸크러시를 보여주었다.
“와! 겨우 살아서 저런 무대를 보여주다니…….”
“그러게. 저렇게 할 거면 아까 떨어지지. 나인테일 언니들 진짜 불쌍하다.”
무대를 본 레몬이들까지 혀를 차며 성토했다. 편집되고 음이 보정된 화면으로도 허접스럽게 보였다. 특히 이마를 탁 치는 브라이언 정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
‘짜증 나겠지. 짜증 날 거야.’
다음 무대는 라라걸즈였다. 그녀들은 케시의 「TiK ToK」을 깔끔하게 잘 소화했다. 신나고 인상적인 리듬에 맞춰 춤도 무난하게 잘 추었다. 물론 거기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보컬 전문 요원인 메인 보컬의 존재였다. 그녀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찰떡같은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좌중을 압도했다.
“라라걸즈 언니들 잘했다. 방송으로 봐도 알겠네. 와, 특히 선아 언니 보컬 뭐야. 정말 잘하잖아.”
레몬캔디가 칭찬한 멤버는 역시나 메인 보컬이었다.
하지만 강전기의 눈에는 코리안 엘프 이서린의 모습만 들어왔다. 키 172cm의 장신이자 비율 퀸이었다.
꿀꺽…….
‘역시 이서린이야. 다리 진짜 길다. 대박!’
음흉한 생각이 강전기의 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전기가 머리를 만져주자 공소연은 노래도 듣지 않고 그대로 뻗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무대가 끝나고 드디어 1강 3중 체제인 핑크엔진, 클로버즈, G파워, 레몬캔디의 무대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