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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3차 경연 방송
3차 경연에서 G파워가 선택한 곡은 아리아 그란데의 「Problem」이었다. 상당히 신나는 곡으로 댄스 팝 장르였다. 그녀들은 어떻게 보자면 무난한 인기곡을 선택했다. 어느 정도 평타만 쳐줘도 반응이 꽤 괜찮은 곡이라는 뜻이었다. 이 곡은 전적으로 개인전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았던 이유진에게 특화된 곡이었다.
곡은 G파워의 래퍼 레이첼로부터 시작되었다.
곧바로 컨템포러리 알앤비 특유의 목소리인 이유진의 중, 하이 톤의 보컬이 시작되었다.
“와! 유진이 언니 대박!”
이유진의 시원한 고음이 터져 나왔다.
노래가 끝나고 중간 브리지에 그루비한 단체 군무가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진짜 잘한다. G파워도 사기 같은 핑크엔진 언니들하고 클로버즈의 화제성에 밀려서 그렇지 실력은 진짜 좋아.”
맞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SSJ에서 오래 버틴 연습생들이었고 멤버 각자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외모에 실력 또한 출중했다.
단, 한 가지 재수가 없다면 하필 강전기 사단 그룹하고 동시에 데뷔한 거? 최근 데뷔한 신인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든 실력이 분명했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간지 프로듀서는 나오지 않았을 거야.’
이 정도면 분명히 우승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강전기는 그래도 G파워 정도면 데뷔하자마자 경연을 통해 인지도를 많이 쌓았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반부에 랩 부분도 재미 교포 레이첼이 원곡 가수를 능가하는 래핑으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캬…….”
드디어 G파워의 무대가 끝났다. 경연장에 모인 관객들에게서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다들 많이 아는 노래라 그런지 확실히 반응이 좋았다.
“와! 드디어 우리 나온당.”
차은성과 남민지가 동시에 튕기듯 일어났다. 목이 뻐근한지 서로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다.
짝!
“야, 공소연! 너 자지 말고!”
“으…음……. 자지 말고?”
남민지에게 허벅지를 처맞은 공소연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더니 잠이 덜 깬 멍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강전기의 하체를 주시했다.
“드, 드래곤.”
“뭐라고? 소연아, 지금 드래곤이라고 했어?”
강전기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고개를 갸웃했다.
“야, 이… 미친……. 막내 너 정신 안 차려? 아까부터 꾸역꾸역 처먹더라니!”
공소연은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하하하……. 소연이가 자다가 용이 나오는 꿈을 꿨나 보구나?”
“…….”
공소연은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은성이 입을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저 철딱서니……. 이제 사춘기인가?’
TV에서는 MC들이 다음 무대를 소개하고 있었다.
[자! 관계자들의 예상을 깨고 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일곱 명의 소녀들입니다. 이번에 파격적으로 변신했다고 하는데요. 지금 만나보시죠.]
갑자기 캄캄한 무대에 조명이 환하게 들어오며 레몬캔디를 비췄다. 그녀들은 각각 악기를 가지고 있거나 악기 뒤에 앉아있었다. 악기를 보아하니 완벽한 밴드 스타일이었다.
갑자기 드럼에 앉아있던 차은성이 스틱을 마주치며 「Skater boy」의 시작을 알렸다.
탁! 탁! 탁! 탁!
그러자 이보경이 일렉기타의 슬라이딩 주법으로 시원한 소리를 내자 차은성이 드럼의 스내어를 엄청난 속도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이탐과 미드탐을 번갈아 가며 두드리며 마치 전문 드럼연주자처럼 연주하기 시작했다.
드럼에 맞춰 이보경이 신나는 기타 리프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남민지도 강전기가 시킨 대로 기본음만 잡고 베이스기타를 같이 치기 시작했다.
키보드 1, 2인 이유리와 공소연은 베이스인 남민지의 구멍을 키보드로 훌륭히 메워내며 풍성한 사운드를 담당했다.
원, 투, 쓰리, 포!
더블 보컬인 정우리와 김초희가 신나게 외치며 대중을 향해 노래의 시작을 알렸다. 그녀들은 각각 검은 긴 바지에 민소매 브이넥 셔츠를 입고 있었다. 정우리는 하얀색, 단발이 된 김초희는 검은색이었다. 옷차림은 간편했지만 목걸이와 반지, 팔찌 등을 주렁주렁 달고 록의 느낌을 깔끔하게 연출하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패셔너블한 교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특히 김초희 같은 경우는 하얀 피부에 검은색 아이섀도를 살짝 강하게 발라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관객들은 갑자기 라이브로 급발진하는 레몬캔디를 보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가 그들의 연주가 MR이 아니라 실제 연주라는 걸 깨닫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와아!!]
[대박!]
1초에 하나씩 응원 게시물이 올라오던 레몬캔디 사설 팬클럽 MLB 커뮤니티에서조차 일순간 게시물 업로드가 뚝 끊기고 말았다.
에이브릴 라빈의 「Skater boy」는 가사가 아주 참신했다.
발레 하던 여자가 자기를 좋아하던 남자애에게 살짝 관심이 있었지만,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나 타는 껄렁한 애라고 트집을 잡자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의 관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중에 그 소녀가 커서 홀로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을 때 그 소년은 슈퍼스타가 되어 MTV를 뒤흔들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도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정작 그 노래를 하는 사람은 그 슈퍼스타와 일생을 함께하며 서로를 사랑하는 영혼의 동반자로 둘이 함께 쓴 곡으로 너의 노래를 부를 거라는 내용이었다.
발매 당시 신드롬을 일으키며 충격을 줬던 히트곡이었다. 그 곡을 공장형 아이돌에 외모만 보고 뽑았다고 폄하되고 있는 레몬캔디가 마치 프로 밴드 못지않게 곡을 소화하자 장내는 난리가 났다.
정우리와 김초희가 번갈아 가며 통통 점프해서 관객들의 점프를 끌어내고 있었다. 세트로 만들어진 경연장이 울릴 정도였다.
‘크흐흐… 역시 내 의도대로였어. 이 얼마나 충격적이란 말인가! 공장형 아이돌이라 욕을 먹는 레몬캔디가 웬만한 라이브 밴드 못지않게 멋지게 이 곡을 소화하다니…….’
물론 여기에는 일렉케이의 편곡도 한몫했다. 가장 쉽게 비슷한 사운드를 낼 수 있게 편곡한 것이다. 어려운 부분들은 키보드 1, 2로 상쇄하는 식으로 곡을 구성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운드도 기존의 곡보다 훨씬 풍성하고 화려하게 낼 수 있었다.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오고 있었다.
과학고 출신 이보경은 마치 진짜 기타리스트처럼 섬세하게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딱 봐도 자신의 연주에 심취한 모양이었다.
‘후후… 역시 이보경은 진짜 천재야. 아무리 기타를 취미로 쳐봤다지만 어떻게 저렇게 몰입하면서 치는 것인지… 무서울 정도야.’
강전기는 TV를 보다가 이보경을 슬쩍 바라봤다. 그녀는 TV에서 화려하게 기타 연주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또한, 안정적인 드럼 실력으로 팀의 든든한 기둥이 된 차은성! 항상 뭔가 어설픈 개그캐 차은성의 드럼은 의외로 칼 박자였다. 흥분해서 빨라지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대담함이 아주 돋보이는 씹덕 여왕이었다.
그리고 사운드를 화려하게 만들어준 수준급 키보드 연주자 이유리… 그녀는 항상 맡은바 포지션을 묵묵히 소화해 내는 숨은 일꾼이었고…….
공소연과 남민지… 크흠… 넘어가도록 하자.
귀여우니 됐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무대 매너와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단발 여신 김초희와 원곡 가수보다 훨씬 파워 풀한 노래를 부르며 안정적인 A급 가창력을 선보인 정우리였다.
노래가 끝나자 경연장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열광적인 분위기였다. 멤버들도 자신들이 멋진 무대를 해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사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강전기가 ‘너희는 최고다’라는 주문을 살짝 걸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들은 아주 대담하게 노래를 불렀고 엄청난 반응을 끌어냈다.
‘크… 뽕 오진다. 앞으론 최면도 필요 없어 보이는구만…….’
레몬캔디 멤버들은 TV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경연장에서도 펑펑 울었지만, 그날의 감동이 떠오르는 것 같아 보였다. 그간 알게 모르게 공장 양산형 아이돌이라는 비아냥과 악플에 시달려온 설움이 한 방에 날아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강전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진짜 자랑스럽다, 얘들아.”
강전기가 손뼉을 치고 있으니 멤버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눈물을 글썽이는 멤버도 있었고, 이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멤버도 있었다. 전원이 전부 감동의 도가니였다.
물론 TV 영상도 멤버 하나하나 풀샷을 잡아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송출하고 있었다.
“피디님… 으아앙…….”
갑자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들이 강전기에게 달려들었다.
공소연과 이유리가 품 안에 안겨오자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던 강전기가 그녀들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도 전부 강전기를 감싸 안았다.
“피디님, 고마워요.”
강전기는 일곱 명에 둘러싸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쪽!
급기야 누군가 강전기의 볼에 뽀뽀까지 한 상황!
삽시간에 그의 볼이 붉게 타올랐다.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로커 일렉케이는 어디 가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촌 동네 소년이 되어버린 강전기였다.
그는 성기호의 말처럼 호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실인 것 같았다. 그게 바로 강전기의 정체성!
“얘들아, 피디님 당황하시잖아. 이제 그만해.”
리더인 정우리가 엉망이 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하나둘씩 제정신을 차리고 강전기에게 떨어졌다.
“야! 공소연 너 뭐야. 일로 안 와?”
“싫은데?”
공소연은 다른 멤버들이 멀어지자 그 틈을 타서 강전기의 다리 위에 앉고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헤헤… 이제 내 거다.”
딱!
“아! 왜 때려!”
“왜 피디님이 네 것이야? 이게 돌았나? 그리고 피디님 무거운데 얼른 내려와.”
“안 무거워. 나 얼마나 가벼운데?”
“하하… 소연이 너 밥 좀 많이 먹고 살 좀 쪄야겠다. 왜 이렇게 가벼운 거야?”
“그래도 돼지보단 낫잖아요.”
“뭐? 하하… 뭐, 그렇긴 하지.”
“난 이제 이러고 TV 볼 거다! 나 말리지 마.”
언니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당당하게 선포하는 공소연이었다. 그 모습을 모두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오직 강전기만 아빠 미소로 담담히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한편, 사설 팬클럽인 MLB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크흑… 평생 팬질합니다. 무대 미쳤어요. 남들이 무시해도 전 레몬이들을 믿었습니다. ㅠㅠ 가슴이 먹먹하네요.
―항상 발전하고 진화하는 레몬캔디네요. 정말 대기만성형 아이돌입니다. 이렇게 멋지게 무대를 할 거라곤 정말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걸그룹 안 해도 되겠네요. 이렇게 그냥 밴드로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다가 지렸습니다.
―저도 방금 팬티 갈아입고 왔습니다. 저거 방금 라이브였죠? MR은 살짝 깔린 건가?
―제가 보기엔 안 깔린 것 같습니다. 다 라이브 밴드 사운드예요. 소리와 손 모양도 똑같고요. 핸드 싱크를 저렇게 똑같이 하는 게 더 어려울걸요?
―와, 진짜… 미쳐버렸다. 퀄리티 실화인가? 대학교 때 록밴드 동아리에 있었습니다. 아까 이보경 기타 치는 걸 유심히 봤는데요. 절대 초보가 아닙니다. 연주 기법이 현란해요.
―원래 기타도 취미로 쳤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아… 정말요? 아무리 봐도 취미 수준이 아닌데요?
―이보경은 천재잖아요. 피아노하고 바이올린도 거의 프로급으로 연주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창생 피셜)
―우리 씹덕 여왕님 드럼도 깜짝 놀랐어요. 여왕님도 절대 초보 아닙니다.
―교회에서 드럼 배운 지 3년 됐다고 「걸즈 스쿨」 지원서 특기 칸에 쓰여있음.
―그걸 화면을 멈추고 봤습니까? 대박…….
―안녕하십니까?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프로 작곡가입니다. 제가 보기엔 100% 라이브 연주였고요. 드럼은 평타, 기타는 수준급, 키보드 1도 수준급 연주네요.
단지 베이스를 치는 멤버가 없는지 키보드 2로 베이스를 대체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멤버들의 실력을 철저히 파악하고 곡을 밸런싱한 편곡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허어억… 여윽시 천재 프로듀서답네요. 그야말로 미친 능력이네요. 저번 주에는 소름 끼치는 가창력으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더니…….
―저런 존재가 있다는 게 이제 그냥 허탈하네요. 화도 안 납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네요. 갓케이!
그렇게 계속 엄청난 속도로 게시물이 포스팅되기 시작했다.
레몬캔디의 화려한 변신은 시청자들을 충격으로 몰고 갔고 그것을 전부 프로듀싱한 일렉케이에게 또 한 번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이 경연 영상은 각 커뮤니티의 게시물과 SNS를 통해 핫클립으로 플레이되고 있었다. 만년 4위로 평가받고 있는 레몬캔디의 평판이 갑자기 극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