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24화 (22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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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레몬캔디 떡상 갑니다. 사실은 제 최애 그룹임.

3차 경연 방송

레몬캔디가 놀라운 무대를 하고 내려오자 긴장감이 역력한 클로버즈의 멤버들이었다.

[얘들아, 우린 할 수 있어. 힘내자! 프로듀서님이 춤만 잘 추면 무조건 상위권이라고 하셨잖아.]

이태리가 손바닥을 팡팡 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히잉… 발음 구리다고 팬들이 흉보면 어떡해. 나 영어 진짜 못하는데…….]

[야! 김주리. 너만 못하냐? 다 못해. 지우는 가사도 겨우 외웠잖아.]

[영주 언니, 왜 괜한 나를 갖고 그래요. 안 외워지는 걸 어쩌라고…….]

[우리 팀은 다들 머리가 나쁜가 봐.]

[머리가 안 좋아서 연예계로 진로 잡은 거 아니었어?]

[뭐래! 난 아이큐 120 넘거든?]

카메라가 찍고 있는데도 저세상 대사를 치고 있는 클로버즈였다. 서로 티키타카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긴장감이 풀린 것 같았다.

[자! 이제 두 팀 남았습니다. 아직 핑크엔진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팀입니다. 클로버즈의 무대를 만나보시죠!]

경연장 안에 신나는 브라스 밴드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듣자마자 곡명을 알아차렸다.

클로버즈는 곧바로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이 추는 춤은 동작이 상당히 크고 온몸을 이용하는 격렬한 댄스였다. 신나는 펑키 리듬에 맞춰 마치 다섯 명의 남자 아이돌이 춤을 추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옷도 다들 형형색색으로 펑키하게 자유롭게 입고 나왔으며, 전원이 치마 대신 팬츠를 입고 있었다.

이태리가 원곡 가수의 파나마(챙이 있는 중간 사이즈의 남성용 모자)를 쓰고 중간에서 현란하게 춤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역시 춤 경연 1위다운 실력이었다.

괜히 춤에 특화된 멤버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이럴 때 중앙에 서서 팀의 퍼포먼스를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표정조차 자신감에 가득 차서 좌중을 압도했다.

‘크으… 역시 춤신춤왕!’

“와! 클로버즈 춤 미쳤다! 태리는 원래 춤으론 일가견이 있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뭐야? 다들 왜 이래?”

강전기 다리에 앉은 공소연이 TV를 보며 소리쳤다.

다섯 명의 춤은 각과 밀당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야말로 전문 댄서들이 추는 그런 레벨이랄까?

‘후후… 내가 며칠간 마사지해 준 보람이 있구만. 나 없었으면 아마 멤버들이 이태리 때문에 골병들었을걸?’

사실 맞는 말이었다. 강전기가 매일 해주는 마사지가 없었다면 무리한 연습으로 부상을 입고 벌써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간주가 끝나고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영어의 언어유희가 이어졌다. ice cold, white gold 비슷한 발음의 사실상 말장난 같은 가사다.

영어권 사람이 들었을 때는 피식하는 가사라는 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랩같이 라임을 딱딱 맞춘다. hood girls, good girls, Stylin', while in, livin'it……. 언어유희 같은 라임이 계속 쏟아지는 곡이다.

비록 클로버즈의 영어 발음은 구렸지만 이태리가 이끄는 댄스 퍼포먼스는 좌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었다. 역시 대중적인 곡이라 그런지 반응이 상당히 컸다.

카메라가 비추는 관객들을 보면 자세한 가사는 몰라도 대충 흥얼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노래는 썩 매끄럽지 않았지만, 꽤 호응이 컸던 무대였다.

특히 다섯 명의 댄스 퍼포먼스가 압도적이었다. 댄스 S급의 초특급 인재인 이태리의 안무 창작 능력이 빛난 무대였다.

“피디님, 클로버즈 춤 진짜 잘 췄죠?”

강전기의 다리에 앉아있는 공소연이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크흠… 이거야 원…….’

이상한 포지션으로 살짝 난감해진 강전기였다. 공소연의 몸은 종잇장처럼 가벼웠지만 이렇게 밀착하고 있으니 남들 보기가 부끄러웠다.

아무래도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아서 입을 떼려는 순간.

“소연아… 너.”

“아! 클로버즈 애들이 저희랑 되게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딱 잘라냈어요. 피디님을 위협하는 경쟁자잖아요.”

“어? 뭐라고? 경쟁자?”

공소연의 말을 들은 강전기는 상당히 난처한 처지였다. 아직 핑크엔진과 레몬캔디는 일렉케이가 클로버즈까지 프로듀싱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클로버즈가 나름 같은 프로듀서라고 접근하면 그걸 모르는 레몬캔디가 방어막을 친 것이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얘들은 전부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될 건데 친하게 지내야지. 이런 식으로 라이벌처럼 느끼면 안 되지.’

“소연아, 클로버즈랑 친하게 지내. 괜히 경쟁자라고 배척하지 말고…….”

“왜요? 아무리 그래도 경쟁자인데…….”

“야! 공소연 이 바보야. 우리 프로듀서님한테 클로버즈가 경쟁잣감이나 되겠어? 괜히 적을 만들지 말라는 그런 뜻이잖아.”

강전기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는 또 한 명의 멤버인 차은성이었다.

‘으, 은성아, 아냐! 그게 아니라고!’

레몬캔디가 클로버즈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TV에서는 MC인 심해철과 정상균이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걸그룹 4차 대전」입니다. 보셨나요? 클로버즈가 찢었습니다.]

경연장은 관객들의 함성으로 장내가 소란스러웠다.

[자! 클로버즈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발음은 한국적이었지만 댄스는 세계적이었습니다. 자! 이번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태리 씨!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상균이 이태리에게 마이크를 넘기자 다시 한번 관객석에서 소란이 일었다.

[이태리! 이태리! 이태리!]

중앙에서 그녀가 보여준 리드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짧은 무대였지만 관객들도 눈이 있는 이상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고 이름을 외치며 엄청난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제가 오늘 무대가 있기 전까지 우리 멤버들을 너무 혹독하게 다룬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들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맙고 정말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태리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말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곡 선정부터 연습까지 꼼꼼하게 기획해 주신 프로듀서님, 클로버즈는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태리가 대표로 꾸벅 인사하자 멤버들도 시차를 두고 그녀를 따라 감사를 표했다.

[어허… 이거 참……. 강 박사님이 또 정신 교육 단단히 시키셨구만.]

[그렇게 말입니다. 사상 교육을 아주 철저히 받고 나온 거 같아요. 이거 다 준비된 멘트 맞죠?]

[저, 절대 아닙니다. 진심이에요.]

[네, 됐구요. 「걸그룹 4차 대전」은 이런 식상한 멘트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MC 정상균과 심해철이 절묘한 콤비네이션을 펼치며 방송이 무거워지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었다.

[자! 스피드 있게 갑시다.]

[네, 클로버즈 여러분, 수고하셨구요. 무대를 내려가 주시기 바랍니다.]

클로버즈는 손을 격하게 흔들며 무대를 내려갔다.

[이제는 마지막 무대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무서운 그룹이죠?]

드디어 핑크엔진의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와! 핑크엔진 언니들 무대다!”

“언니들 노래 진짜 잘했었는데…….”

“방송으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 죽겠어. 난 보다가 울었다니까?”

레몬캔디 멤버들은 자신이 봤던 실제 공연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핑크엔진입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MC들의 소개가 있고 난 뒤 무대의 조명이 꺼지며 어두운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있는 화면에 홀연히 한 영상이 떠올랐다.

갑자기 나온 영상으로 인해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 저거… 「단 하나의 약속」이다!]

「단 하나의 약속」!

현재 KM 미디어의 드라마 채널 TSV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80년대 배경의 풋풋한 사랑과 현대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드라마였다.

오랜만에 애잔한 예전 감성을 되살린 복고풍 드라마로 30~40대의 고정 시청자층을 사로잡은 수작으로 매회 눈물을 짜내는 아련한 연기가 볼만한 작품이었다.

‘핑크엔진의 뛰어난 가창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지. 분위기가 묘하게 잘 어울리거든.’

강전기는 관객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기민이 형이 좋아하겠지? 오디션도 흥하고 자체 드라마도 살리고…….’

스피커에서 핑크엔진의 센터 레이카의 담담하면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Open Arms」는 록발라드 장르로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와 더불어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절절한 가사의 곡이었다.

“와… 언니들 노래 대박!”

“으으… 소름 끼쳐.”

남민지와 차은성이 노래를 들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거기에 이다미의 소울 풍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멤버들 모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미쳤네.”

어떻게 보면 핑크엔진은 발라드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전천후 보컬 그룹이었다. 멤버 모두가 메인 보컬이라고 해도 무방한 슈퍼 그룹이랄까?

‘흐흐… 자랑스러운 내 새끼들.’

강전기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고 있었고 그의 입꼬리도 슬쩍 올라가 있었다.

이미 관객들은 화려한 보컬의 향연에 취했는지 입을 막고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애절한 영상은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갑자기 원곡과 다르게 인하의 랩이 이어졌다. 역시 아이돌에서는 신디 외에 적수를 찾기 힘든 실력이었다. 인하는 강렬한 랩도 잘했지만 잔잔한 분위기의 랩도 무척이나 잘 소화했다.

‘정말 멋지구나.’

1절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터지는 최시유의 깨끗하고 높은 하이 톤에 공소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최시유의 노래를 듣고 소름이 돋는 모양이었다.

[대, 대박…….]

레몬캔디 멤버들조차 넋을 잃고 보는 수준 높은 무대였다. 4분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조용하던 경연장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우와아!!]

[앙코르! 앙코르!]

급기야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까지 있었으니 얼마나 굉장한 무대였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강전기는 고개를 숙여 소름이 돋아난 팔을 보고 있었다.

‘후… 진짜 소름 돋네.’

무대 위에 참가 그룹들이 모두 올라오고 관객 평가 결과가 공개되었다.

# 3차 경연 순위

1위 : 핑크엔진 460점

2위 : 레몬캔디 411점

3위 : 클로버즈 225점

4위 : G파워 219점

5위 : 라라걸즈 123점

6위 : 퓨리틴 62점

“꺄아악!”

핑크엔진과 레몬캔디 멤버들이 엄청난 점수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변은 없었다. 1위는 압도적인 강함을 선보인 핑크엔진이 차지했으며 꼴찌는 카오스 ENT의 퓨리틴이었다.

퓨리틴의 프로듀서 브라이언 정은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예상했다는 듯 두 눈을 감았다.

[네,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 시청자 투표 결과가 합산되면 누가 탈락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위권 팀들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최하위 팀은 다음 생방송 무대를 설 수 없는 거 아시죠?]

[우우우!!]

무대 위의 참가 팀 멤버들이 너무한다며 야유를 보냈다.

[아니! 다들 알고 있으면서 왜 그래요? 새삼스럽게?]

[하하… 오늘도 멋진 공연을 펼쳐준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잠시 후 마지막 경연 미션이 공개되니 채널 고정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3차 경연 발표가 끝났다.

레몬캔디 회원들은 한껏 집중해서 그런지 상당히 피곤한 모양이었다.

“2등… 아쉽다.”

“얘들아, 그래도 점수 차이가 별로 안 났잖아. 자부심을 가져.”

“그래도 아까워요, 피디님. 진짜 분위기 좋았는데…….”

이유리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내 마음속 1위는 레몬캔디야. 이번 무대는 너희 잠재력이 터지는 무대였어. 기대해 봐. 혹시 아니? 시청자 점수로 뒤집힐지?”

“저, 정말이요? 피디님은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럼…….”

사실 강전기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때그때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진실한 사람.

“얘들아, 그냥 2등으로 위안 삼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그래, 리더 말이 맞아. 너희는 이제 다음 주 생방송 무대만 생각해.”

“앗! 피디님, 이제 광고 끝났어요. 4차 미션곡 발표할 것 같은데요?”

강전기는 다시 TV를 바라보았다. 두 MC는 마지막 미션을 발표했다.

[생방송 Final Mission : 데뷔곡 서로 바꿔 부르기!!]

미션이 발표되고 각 그룹의 대표들이 나와서 무작위로 공을 뽑았고 그 결과가 스크린에 공개되었다.

퓨리틴 ― 시공을 넘어 (글로리아)

라라걸즈 ― 마지막 여름 (레몬캔디)

G파워 ― 루저 혁명 (핑크엔진)

클로버즈 ― 바꾸지 않아 (G파워)

레몬캔디 ― 별빛 속의 댄스 (클로버즈)

핑크엔진 ― 스르륵 (나인테일)

핑크엔진의 리더 김인하는 「스르륵」을 뽑고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지만, 강전기는 그 장면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큭큭… 나인테일의 「스르륵」이라……. 내 18번 장르 아니던가! 또 한 번 뒤집어 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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