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25화 (22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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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쓸 거 같습니다. (월, 수, 금 예상)

오래 놔서 그런지 스토리나 캐릭터가 헷갈릴 수 있는데 지적해주시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한겨울의 부활

일단 클로버즈는 G파워의 「바꾸지 않아」를 뽑았다.

예전이라면 살짝 버거운 수준의 곡이긴 했지만, 경연을 거치며 급성장한 클로버즈라면 그럭저럭 가능할 것 같았다.

반면, 레몬캔디는 클로버즈의 데뷔곡 「별빛 속의 댄스」였는데 춤만 좀 신경 쓴다면 넉넉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핑크엔진이었다. 나인테일의 「스르륵」은 방송발로 며칠 차트에 들어갔다가 광탈한 철 지난 사운드의 곡이다.

G파워의 간지 프로듀서나 자신이 작곡한 곡은 1티어 그룹들이 부를 만한 곡이었지만 「스르륵」은 차트 순위권에 올리기엔 상당히 부족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음… 한수호 프로듀서한테는 미안하지만, 평가는 냉정해야지.’

강전기는 녹음실 컴퓨터 앞에서 미디파일을 열었다. 한수호에게 부탁해서 편곡하기 위해 소스를 받아냈다.

‘흐음… 신곡인데도 사운드가 구리긴 해.’

강전기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처음 들었을 때 괜찮았던 건 과거 텐뮤지스에 대한 추억 보정 효과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아무리 시대를 앞서간 텐뮤지스였다지만 막상 예전 곡들을 들어보면 살짝 낡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댄스곡은 발라드곡과 달리 흐름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낡은 느낌이 강하게 들곤 한다. 발라드에서 종종 역주행이 나오지만, 댄스곡에서는 그게 힘든 이유가 바로 유행을 심하게 타고 계속 스타일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이한 케이스로 역주행하는 곡들이 있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나머지 새 버전을 발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우… 「스르륵」은 안 되겠어. 이건 갈아엎어야…….”

강전기는 구 텐뮤지스 스타일의 곡인 「스르륵」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북유럽 스타일의 최신 EDM과 재즈를 가미해 완전히 새로운 곡을 만들고 있었다.

“하… 빡세다.”

벌써 밤 아홉 시였다. 어제 방송이 끝나고 최대한 빨리 곡을 편곡하기 위해 지금까지 집중했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끼익…….

“전기야, 너 퇴근 안 하니?”

시유의 아버지인 최민호 사운드 엔지니어였다. 그는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녹음실로 들어왔다.

“아! 형님, 먼저 퇴근하세요. 전 조금만 마무리하면 됩니다.”

“고생이 많다. 이제 마지막 경연이지?”

“네, 유종의 미를 거둬야죠.”

“그래, 우리 시유 좀 잘 부탁한다. 3차 경연에서 「Open Arms」 너무 잘 불렀다고 칭찬이 자자하더라.”

“아… 그거요? 다 보셨어요?”

“그럼, 그럼. 뉴스랑 사이트란 사이트는 죄다 뒤져서 꼼꼼하게 다 봤지. 너무 뿌듯하더라고…….”

역시 부모 아니랄까…….

“시유가 진짜 잘하긴 했어요. 좋으시겠어요. 딸 잘 두셔서…….”

“우리 시유가 엄마를 닮아서 노래를 잘하긴 해. 요즘 너무 행복하다.”

“다행이네요. 가진 재능을 꽃피울 수 있어서요.”

“다 네 덕이지. 전기야, 고맙다.”

“고맙긴요. 전 그냥 할 일을 한 건데요.”

“아냐, 난 너 때문에 이제 걱정이 없다. 우리 시유 이렇게만 크면 아무 여한이 없어요.”

“돈은 못 벌어도 상관없습니까?”

“그, 그건 좀 곤란하지. 이왕 아이돌이 되었으니 1티어는 한번 찍어야 하지 않겠니?”

“…….”

“우리도 이제 연립 주택 좀 벗어나야지. 흐흐…….”

강전기는 최시유가 살고 있던 낡은 연립 주택이 생각났다.

‘엘리베이터도 없었는데…….’

“형, 이제 퇴근하세요. 저 곡 좀 마저 쓰려고요.”

“그래, 써야지. 내가 얼른 비켜줄게.”

최민호는 강전기를 보고 씩 웃더니 문을 살살 닫고 녹음실을 빠져나갔다.

“휴…….”

한 15분 정도 마스터링을 손보다가 save 버튼을 눌러 음원을 저장했다.

“으으… 드디어 끝났다. 「스르륵」 New version 완성!”

강전기는 몸이 뻐근한 듯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켰다.

적막한 녹음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리부트 엔터 건물. 갑자기 현타가 오는 것 같았다.

‘오늘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이 없을까?’

머릿속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대학교 후배 유하리.

최근 스트리머로 대박을 터트려서 결국 인방 대기업이 된 똑순이. 연락해서 만나자면 만날 수 있지만, 이제는 그와 가는 길이 달라져 버린 그런 사이.

‘여우 같아서 귀여웠지.’

같은 대학교 그냥 아는 애 황아영.

남사친, 여사친 관계지만 쿨하게 떡정을 나누는 사이로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미튜버다. 처음부터 강전기에게 모종의 흑심이 있었던 친구였다. 살짝 순수하지 않은 관계이긴 했다.

‘아영이는 전화하면 바로 나올 텐데……. 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급하진 않지. 아영아, 미안.’

해외에서 만난 인연들은 제외하고…….

최근으로 한정하자면 역시 블루비의 리나와 이화를 들 수 있다. 어딘지 모르게 자유분방한 리나와 관음증이 심한 이화.

‘안 돼. 블루비는 열심히 컴백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가 초를 칠 순 없지.’

강전기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면… 역시 엘프인가…….’

강전기에겐 최근에 만났던 엘프녀 율리아 파블로바가 있었다.

‘든든한 율리아. 하지만 얘는 살짝 부담스럽달까?’

의외로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쿨(?)한 사이로 오래 지내긴 힘들 것 같았다.

‘의외로 동생이 괜찮았던 거 같은데…….’

한국을 동경하고 아이돌이 꿈이라는 율리아의 동생. 무조건 해외 요원으로 확보해야 하는 인재로 보였다.

‘아… 이래저래 걸리는 게 많네. 풍요 속의 빈곤이구나.’

막상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지금 강전기의 상황이 딱 그 짝이었다.

‘흐음… 그렇다면 노답 3인방이라도……. 아니야! 이건 아니지.’

‘디어엔젤’의 노답 3인방이라니…….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철저히 응징한 후 다시는 만나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잠깐 외롭다고 연락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강전기는 곧바로 노답 3인방인 백장미, 정미래, 지원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이제는 얼굴이 전국에 팔려서 클럽에서 놀기도 뭐하고…….’

괜히 얼굴을 팔았나 싶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걸그룹 제국을 세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벌써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아기 새들(?)이 얼마나 많은가? 핑크엔진, 레몬켄디, 클로버즈, 블루비까지…….

“젠장! 그냥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강전기는 집에 가기 위해 휴대 전화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으으으…….

주머니에 넣었던 휴대 전화가 진동하고 있었다. KM 미디어의 이기민 전무의 전화였다.

“오랜만이에요, 형.”

―전기야, 내가 너무 늦게 전화한 거 아니지?

“아니에요, 저 지금 일 마치고 퇴근하려고 했어요.”

―다행이네, 너무 늦어서 전화할까 말까 했는데…….

“괜찮아요. 무슨 일이신데요?”

―다름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어제는 방송을 보다가 너무 경황이 없었네.

이기민 전무도 어제 본방 사수를 했는지 레몬캔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놀란 모양이었다.

“뭘요. 어차피 그게 제 일인데요. 계약도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혹시 지금 시간 좀 있어? 비즈니스 이야기도 좀 하고…….

‘이런 우연이 있나.’

“형, 저 마침 술이나 한잔하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혹시 집이세요?”

―그래, 지금 올래?

강전기는 전화를 끊고 이기민의 럭셔리 펜트하우스를 떠올렸다. 그리고 녹음실 불을 끄고 복도로 나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응? 아직도 누가 있나?”

연습실에서 누가 아직까지 댄스를 추는 모양이었다.

‘핑크엔진 애들은 오늘 휴가인데……. 누구지?’

곡을 편곡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핑크엔진에게 하루 휴가를 준 상태였다.

강전기는 음악이 들리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끼익…….

문을 열어보니 연습실에서 누군가 댄스 음악에 맞춰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풍만한 몸매에 쭉 뻗은 다리! 흡사 서양인을 방불케 하는 체형의 소유자였다.

“여름 씨!”

“응? 작곡가님?”

춤을 추고 있던 사람은 소울퀸즈의 한여름이었다.

“지금까지 혼자 뭐 하세요?”

“아… 이번 주말에 방송에서 신규 코너로 걸그룹 도전이 있거든요.”

“그거네. 다른 멤버 소원 들어주기 콘텐츠?”

“맞아요, 하린이가 연기자 데뷔 전 꿈이 걸그룹이었다네요.”

“하린 씨는 연기자로 대박 났는데요, 뭘……. 그런데 계속 연습하실 거예요?”

“아… 저도 이제 가려던 참이에요.”

한여름은 현재 공중파 주말 예능 방송에 고정 멤버로 출연 중이었다. 엉뚱한 매력이 있어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캐릭터랄까?

연습을 많이 했는지 얼굴에 땀이 흥건했다. 한여름은 의자에 걸어두었던 수건을 들고 땀을 닦기 시작했다.

‘오… 여름 씨……. 역시 소울퀸즈 센터답다. 섹시해.’

한여름은 방송에 집중적으로 출연하면서 카메라 마사지라도 받은 모양인지 나날이 예뻐지는 것 같았다.

강전기는 한여름이 땀을 닦는 모습을 보다가 예전에 술을 마신 그녀를 떠올렸다. 갑자기 몸에 한기가 들며 오싹함을 느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갔는데 사실 이중인격이라는 심각한 문제였다.

‘뭐… 그래도 술만 안 마시면 되니까……. 평소에는 본인이 절제도 하는 것 같고…….’

“집까지 태워줄까요? 아! 여름 씨 차 있었죠?”

“아니요, 차는 최근에 팔아버렸어요. 새 차를 사려고 보고 있거든요.”

“오… 그렇군요.”

“저번에 운전해 본 스포츠카가 너무 좋아 보여서요. 이제 살 여력도 좀 생기고 해서…….”

“와, 이거 우연인데요? 지금 제가 여름 씨가 운전했던 차 주인 집으로 갈 예정이거든요.”

강전기는 그 당시 한여름이 모는 차를 타고 헛구역질까지 했던 터라 그녀가 말하는 차가 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그분 집이요?”

“네, 그때 수영장 딸린 펜트하우스요. 술이나 한잔하려고요.”

“내일 일정도 없는데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1층에 스포츠카 말고 유명한 차들이 많던데… 한 번씩 몰아보고 차 사는 데 참고할 수 있을까 싶은데…….”

한여름은 차를 시승하고 구매하는 스타일인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부탁하는지라 자신도 살짝 민망한지 목을 긁적거리고 있었다.

“잠시만요. 사실은 술 마시면서 비즈니스 이야기도 할 예정이라……. 형한테 한번 물어보고요.”

강전기는 이기민 전무에게 전화했다. 이기민은 한여름이 온다고 하자 갑자기 말을 더듬으며 무조건 데려오라고 했다.

* * *

그렇게 도착한 청담동의 펜트하우스였다.

“와… 다시 봐도 으리으리하네요. 이 형은 돈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그러게요. 낮에 보는 거랑 밤에 보는 거랑 분위기가 다르네요. 조명도 진짜 신경 많이 쓰고 고급스럽네요.”

강전기와 한여름은 대문을 지나 정원을 거쳐 1층으로 들어갔다. 1층에서는 이기민이 옷을 쫙 빼입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 저 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 여름 씨는 오랜만이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이렇게 갑자기 온다고 해서 놀라셨죠?”

“아, 아닙니다. 여름 씨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아무 때나 마음껏 방문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강전기는 평소에 냉철하던 이기민이 한여름 앞에서 쩔쩔매자 살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형, 뭔가 이상한데?”

“뭐, 뭐가……. 아니야. 내가 요즘 좀 외롭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서 그래.”

“하긴 이런 큰집에서 혼자 살면 좀 무섭기도 하겠다.”

“뭐, 그 정도는 아니고…….”

“아, 참… 여름 씨가 곧 차를 산다는데 형 차 좀 몰아봐도 돼요? 저번에도 저 스포츠카를 몰았는데 운전은 진짜 잘하더라고요. 사고 날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

“자… 이쪽으로…….”

이기민은 한여름을 에스코트하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값비싼 그릇에 담긴 차 키를 내밀었다.

“사고 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마음껏 몰아보세요.”

“가, 감사합니다.”

이기민은 인사하는 한여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시야에 한여름의 가슴이 들어왔다.

꿀꺽…….

이기민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침을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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