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27화 (227/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양도는 없고요.

한겨울의 부활

한여름은 기분이 좋았는지 다가와서 도수 낮은 와인을 가볍게 몇 모금 마셨다. 이기민은 한여름의 변화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조금 마신 것뿐인데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아저씨, 집 되게 크다? 혹시 금수저야?”

“…여름 씨, 취하셨어요. 술이 이렇게 약하신 줄 알았다면 권하지 않는 건데…….”

“저 한여름이 아니라니까요. 왜 사람 말을 못 믿는 거예요?”

“그, 그럼요. 그러시겠죠.”

다른 사람이 이런 주사를 부렸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이 사람은 거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여성이 아니던가? 그냥 평소대로 막 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갭 차이 뭐야?’

이기민은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한여름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그렇지만 밤도 깊었고 분위기도 분위기인지라 이런 당돌한 모습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여름 씨는 술에 취했어도 귀여운 구석이 있네?’

이기민은 일단 여기서부터 그릇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는 헤일리 퀸 같은 광녀(狂女)인 한겨울을 깨우지 말았어야 했다.

반면, 오랜만에 깨어난 한겨울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더군다나 으리으리한 저택에 고급 와인이라니. 대답은 안 했지만, 앞에 앉은 아저씨가 이 저택의 주인인 것 같았다. 한겨울은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흑우향(黑牛香)을 감지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랜만에 보는 먹잇감이군. 아메리카 들소급이야.’

이기민을 쳐다보는 그녀의 안광이 스산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혀로 윗입술을 살짝 핥고 말았다.

“아저씨, 술이 이거뿐임? 쏘주 없어요? 맛은 좋은데 취기가 안 올라오잖아요.”

한겨울도 저택의 위용에 살짝 기가 눌렸는지 반말을 찍찍 내뱉진 않고 있었다.

“여름 씨, 저 아저씨 아닙니다. 이기민입니다.”

“…저기요, 이기민 씨. 쏘주 없냐고요.”

“아니… 지금껏 와인을 잘 마셨으면서 갑자기 웬 소주 타령인가요?”

한겨울은 이기민의 대답에 테이블을 힐끔 쳐다보았다.

‘술이 다 고급인 거 같은데? 이 아저씨 금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인가?’

“제가 소주파라 그래요. 기민 씨가 좀 이해하세요. 워낙 어렵게 자라서…….”

‘어렵게 자라서 소주를 좋아한다? 사람 조사하는 걸 전문으로 하는 놈들이 이런 걸 놓쳐? 뭐?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심부름 센터보다도 못한 놈들…….’

이기민은 한여름에 대한 개인 정보를 조사해 온 사설 탐정들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렇군요. 소주를 좋아하셨군요.”

그가 한껏 폼을 잡으며 다시 소파에 앉으려는 찰나.

“집 구경 좀 해도 되나요?”

“응? 저번에 촬영 왔을 때 한번 보지 않으셨어요?”

“…촬영이요? 아…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 못 봤거든요.”

“그, 그러시든지요.”

이기민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서 도로 일어났다. 그는 한겨울을 에스코트하며 개인 극장인 지하층부터 구경시켜 줬다. 2층 서재와 수영장이 딸린 환상적인 뷰의 3층 테라스까지 구석구석 친절하게 안내했다.

“와… 아저씨, 진짜 부자구나?”

“하하… 이 정도쯤이야. 근데 자꾸 아저씨라는 말은 좀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아저씨가 아니면 오빠라고 해요?”

“오, 오빠!!”

다소 빠른 진도에 당황한 이기민이었다. 냉철하던 사람이 말까지 더듬으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오빠, 저기 안쪽은 뭐예요? 방문이 엄청 화려하네요?”

한겨울이 손가락을 들어 3층 안쪽에 보이는 화려한 방문을 가리켰다.

“저긴 제 침실입니다.”

“침실이요? 저 침실도 구경시켜 주세요.”

한겨울은 갑자기 이기민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

뭉클…….

B컵에 육박하는 우월한 가슴이 이기민의 팔에 밀착되었다.

‘크흑… 가, 가슴이…….’

이기민은 한겨울의 육탄 돌격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저곳은 자신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방이었다.

“구, 구경이요? 저긴 그냥 잠자는 곳인데요?”

“치… 저는 보면 안 되는 곳이에요?”

한겨울이 뽀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앙탈을 부렸다.

꿀꺽…….

달덩이 같은 가슴을 자신의 팔에 부비부비하는 한여름. 이기민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갔다.

“가, 가시죠.”

그는 서큐버스에 홀린 듯이 한겨울을 데리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섰다.

“와! 이게 침실이에요? 웬만한 집 거실 사이즈인데…….”

침실은 최고급 침대와 고풍스러운 앤티크 가구들로 깔끔하게 채워져 있었다. 초대형 박막 TV와 컴퓨터 여러 대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개인적인 공간인 것 같아요.”

한여름은 뒷짐을 지고 공원을 산책하듯 방을 한번 휙 돌았다.

“어라? 침대에 웬 사람이…….”

그녀가 침대에 누워있는 강전기를 발견했다.

“아… 전기가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는 바람에 잠깐 제 방에다 눕혀놨어요.”

3층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너무 무거워서 멀리 가질 못하고 그냥 자신의 침실에 던져놓은 게 패착이었다.

‘제, 젠장… 실수다.’

잘만 하면 거사를 치를 수도 있었는데 정신이 없어 강전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겨울은 고개를 숙여서 자고 있는 강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응? 이 녀석은…….’

최근 자신이 깨어났을 때 마지막으로 본 허우대 멀쩡한 녀석이었다. 전투와 같은 섹스를 나눴던 사이였다는 게 생각났다.

‘아니… 이 녀석이 왜 여기에…….’

여기 집주인과 이 녀석의 관계가 어떤지 모르니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녀석은 거나하게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상태였다.

“술을 많이 마셨네요.”

한겨울은 강전기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본 후 고개를 돌려 이기민에게 미소를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지 취하고 싶다고 급하게 마시더니만… 쩝.”

한겨울은 다시 고개를 돌려 강전기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모델 같은 그의 육체가 들어왔다.

‘와… 이 자식. 다시 봐도 진짜 잘생겼네. 몸도 죽이고…….’

자신에게 엄청난 쾌락을 안겨줬던 그 당시를 떠올리며 침을 꿀꺽 삼키는 한겨울이었다.

‘응?’

한겨울은 강전기 옆에 놓여있는 이상한 모양의 리모컨을 발견했다.

“뭐지?”

그녀는 손을 뻗어 침대 위에 있던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아무래도 특수하게 제작된 물건인 것 같았다.

“어? 아, 안 됏!”

그 장면을 본 이기민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띠리릭…….

침실에 설치되어 있던 초박형 TV에 전원이 켜지며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혼또니 쓰고이…….]

떡(?) 치는 소리가 2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진공관 스피커를 통해 생생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큭… 아뿔싸!! 망했구나. 이번 생은 끝이다.’

이기민은 재생되고 있는 일본 야동을 보고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너무나 창피해서 일순간 사고가 정지돼버린 것이다. 도우미 아주머니조차 접근을 못 하게 했던 공간인데 여자에게 홀려 이 방의 실체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한겨울은 흘러나오는 동영상을 보며 코웃음을 쳤고 그 모습을 본 이기민이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그녀는 리모컨을 들어 정지 버튼을 누르고 이기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그를 45도 각도로 올려다보았다.

“오빠, 순한 거 좋아하나 보네?”

“에?”

이기민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벙찐 표정으로 한겨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취향이 이쪽? 의외로 담백하네.”

“……?”

“왜요? 이런 거 보는 게 담백한 거 아닌가?”

한겨울은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볼을 터치했다.

‘돈 많은 흑우에 일본 야동 마니아라……. 오랫동안 우려먹을 수 있겠는데?’

“으윽…….”

한겨울의 섬세한 터치에 이기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에게는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자의 손길이었다.

“오빠, 간접 체험보다는 직접 하는 게 좋지 않아요?”

“지, 직접요?”

이기민이 대담한 한겨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치… 놀라긴…….”

흑우 본연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기민을 보고 피식 웃은 한겨울이 손에 들린 리모컨을 들고 다른 색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 그만!!”

이기민이 혼비백산하며 리모컨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이미 뭔가가 작동된 상태였다.

드르륵!

갑자기 벽이 움직이며 비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뭐예요? 침실에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이 비밀의 방은 이기민이 특수하게 고안한 일종의 패닉 룸이었다. 외부 침입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완벽한 보호소이자 커다란 금고랄까?

현재는 본인의 은밀한 취미를 보관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었다.

“이 오빠 음흉하네. 와… 이게 다 뭐야?”

패닉 룸 안에는 SM에 관한 온갖 복장과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겨울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걸려있는 사진과 그림 그리고 기구들을 구경했다.

이기민은 충격을 받은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그녀가 리모컨을 발견했을 때 진즉 빼앗았어야 했다. 물론, 이미 늦었지만…….

한겨울은 패닉 룸으로 들어가 전시되어 있던 SM 용품을 살펴보았다. 올 블랙의 가죽 속옷과 채찍, 구속구, 속박 세트, 가면 등… 다양한 아이템이 진열돼 있었다.

그녀는 멍하니 서있는 이기민을 슬쩍 본 후 속옷과 채찍을 집어 들었다.

“오빠 M(마조히스트)이지? 내가 S 역할 좀 해줄까?”

“아, 아니… 갑자기…….”

한겨울의 도발적인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이기민이 손을 들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기다려봐. 내가 오빠의 섹슈얼 판타지를 채워줄 테니까…….”

말을 마친 그녀가 뒤를 돌아 훌러덩 옷을 벗기 시작했다.

“헉…….”

휘릭… 탁!

한겨울은 화려하게 장식된 올 블랙 가죽 속옷을 착용한 뒤 채찍을 휘둘렀다.

“와우! 오랜만에 잡아보니 되게 어색하네.”

‘오, 오랜만?’

아무래도 한겨울은 SM 플레이를 해본 적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이기민에게 검지를 까딱였다. 패닉 룸으로 들어오라는 신호인 모양.

이기민은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고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패닉 룸으로 다가갔다.

“어벙하게 그러지 말고 얼른 벗어봐요. 안 놀 거예요?”

원래대로라면 반말에 욕까지 섞어서 이야기했을 한겨울이었지만 상대가 이용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는지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결국 이기민은 한겨울의 말을 듣고 옷을 하나둘씩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팬티만은 주저하며 끝내 벗지 않았다.

“오빠, 뭐 하는 거야. 다 벗어야지.”

“아니… 여름 씨, 우리 이래도 되는 걸까요?”

“호호호… 뭐래? 오빠야, 본능에 솔직해져 봐. 거긴 벌써 흥분해서 커진 거 같은데? 킥킥…….”

“헉…….”

이기민은 한겨울의 말을 듣고 중요한 부위를 손으로 가리고 말았다.

“오빠, 나만 믿어. 뿅 가게 해줄게. 천국으로…….”

“처, 천국.”

한겨울은 말하면서도 철저히 이기민을 살피고 있었다. 이 정도 재력을 갖춘 남자라면 이런 찐따일 확률이 지극히 낮은데 그는 별종 중의 별종인 것 같았다.

‘뭔가 다른 사람이야. 특이해. 완벽하게 지배해서 내 맘대로 가지고 놀아야겠어. 자동차건 재산이건 전부 다!’

그녀는 팬티만 입은 이기민을 의자에 앉게 하고 수갑을 채운 뒤 팔을 들어 쇠기둥에 자물쇠로 결박했다.

“자… 이거 물어봐.”

어디선가 재갈을 가져온 한겨울이 이기민의 입 속에 볼을 넣고 뒤통수에 버클을 채웠다.

“우읍…….”

“호호호…….”

재수 좋게 울트라 흑우를 GET한 한겨울이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

자정.

한겨울이 주도하는 SM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이기민은 흥분에 몸서리를 치며 자신을 그녀의 손에 맡겨버린 상태였다.

한참 동안 그녀의 발을 핥고 채찍으로 얻어맞은 뒤 촛농 고문까지 받은 후 개처럼 엎어져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팬티 안의 존슨은 흥분할 대로 흥분해서 이미 풀 발기 상태였다.

‘대, 대박. 여름 씨는 신이 나에게 준 선물이야.’

이기민이 흥분에 몸을 떨고 있는 사이 그의 등을 발로 지그시 밟고 있는 한겨울의 시야에 쿨쿨 잠에 빠져있던 강전기가 들어왔다.

‘저 녀석이 깨면 좀 방해가 될 거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 아무래도 침대에 누운 녀석을 처리해야 할 거 같아. 구속구를 채워야겠어.”

“그, 그냥 패닉 룸을 닫으시면 될 텐데…….”

짝!

“으악!”

한겨울이 채찍으로 이기민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이, 씨… 어디서 주인한테 참견이야? 노예는 노예답게 시키는 것만 해. 알았어?”

“죄, 죄송합니다. 여름… 아니, 주인님.”

“그래, 좋았어.”

한겨울은 전시된 아이템 중에서 두 팔과 두 다리를 구속하는 가죽 체인을 들어 자고 있는 강전기의 사지를 침대 코너에 묶기 시작했다.

철컥.

구속구가 철컥 소리를 내며 완벽하게 결합되자 한겨울이 미소를 지으며 강전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넌 두 번째니까 잠시만 기다려.”

그녀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순간, 자고 있던 강전기가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으음…….”

살짝 깨어난 강전기의 흐릿한 시야에 검은 속옷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응? 뭐, 뭐야? 아니! 너는?”

강전기는 복장과 눈빛만 봐도 앞에 서있는 여자가 한여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팬티만 입고 개처럼 엎어져 있는 이기민이 민망한 얼굴을 하며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거기다 자신의 손과 발이 체인으로 다 묶여버린 상태!

‘뭐지? 이 개 같은 상황은?’

강전기는 자신을 보고 비릿하게 웃고 있는 한겨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어이없어서 한숨이 나왔다.

“야, 한겨울. 좋은 말할 때 풀어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