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30화 (230/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헛소리하지마. 인마!

다음 에피소드 갑니다.

EK 엔터테인먼트

“그래, 소속사에서 그런 망나니짓을 했으면 쫓겨날 만했겠어. 네 말 듣고 이해가 잘 안 갔는데 침대에서 하는 거 보니까 네 얘기가 맞겠더라. 내가 봤을 땐 너 때문에 걸그룹 연습생 풀이 그냥 박살 났을 거 같은데…….”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형. 오버예요. 정말 딱 한 번 실수했습니다. 지금은 반성 중이고요.”

전 소속사의 차기 걸그룹 데뷔 조가 엎어진 것은 어느 정도 그의 잘못이 맞았다. 하지만 속사정을 세부적으로 보면 내부 정치 싸움이 상당히 작용했었고 딥블랙 멤버 교체를 하기 위한 담합이 있었다.

‘그리고 망나니였던 진짜 강전기가 한 일이지. 뭐, 그래도 살짝 꺼림칙하긴 해.’

그리고 깨진 연습생들도 연기자나 아이돌로 다 성공했으니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강전기는 한숨을 내쉰 뒤 벽에 붙어있는 겨울을 보고 뻗친 머리를 매만졌다.

“형, 오해하지 마세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솔직히 여름이 누나랑은 엮이기 싫습니다. 여기 괜히 데려왔나 싶네요. 쩝.”

“…그렇구나.”

“그렇다니까요.”

아직까지 이기민의 표정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멀티 오르가슴을 선사해서 트라우마가 치료됐는지 모르겠지만 위험한 누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가까이해선 득이 될 게 없어 보였다.

“그런데 아까 침대 위에서 했던 건 뭐야? 여름 씨랑 무슨 연기 같은 걸 하던데?”

“아… 그건…….”

상당히 난감했다. 얼마나 이상했을까? 뜬금없는 사이코드라마라니……. 강전기는 이기민의 의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나가 예전에 전 소속사에서 성 상납 요구를 받았나 봐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런 트라우마로 다중 인격이 생긴 게 아닐까 해서요. 그전에도 이런 일을 겪고 여기저기 알아봤거든요.”

“그래?”

이기민은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이었다.

“소울퀸즈 누님들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트라우마는 그냥 제 추측이지만…….”

강전기는 말끝을 흐리며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제 생각이 맞는 거 같습니다. 긴가민가했었는데 트리거를 당기니 누나가 상황극에 쏙 빠져들더라고요.”

“…긴가민가한 것치곤 그냥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아, 아니다.”

인공 지능의 정신 분석이라는 걸 알 리 없는 이기민은 방금 일어난 일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도 이 사건을 이쯤에서 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침실에 잠시 이상한 침묵이 감돌았다.

“크흠… 전기야,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 안 할 거지?”

이기민이 자신의 패닉 룸을 가리키며 슬쩍 운을 뗐다.

“형, 저 입 무겁습니다. 걱정 마세요. 사람들은 다들 숨기고 싶어 하는 게 하나씩 있잖아요. 형도 제 비밀을 알고 있으니 같은 처지인 거죠.”

“아… 전 소속사 이야기 말이지?”

“네, 그건 당사자들만 알고 있으니까 소문나면 무조건 형이 범인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그래.”

이로써 강전기는 이기민과 서로 중요한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 남자들끼리 술자리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공유하고 친밀해지는데 딱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형.”

“응? 왜?”

이기민은 빠른 동작으로 바지를 추켜올리고 있었다.

“형, 혹시 여름 씨한테 관심 있으세요?”

“…아, 아니야. 그냥 호감 정도?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음은 없어.”

사실 이기민은 한여름의 방송 섭외도 신경을 써주고 마음속으로 그녀를 은근히 담아두고 있었지만, 오늘 일로 그런 감정이 상당 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음… 그럼 다행이네요. 여름 씨는 트라우마를 완벽하게 치료해야 할 것 같아요. 잘하는 병원이라도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좀 알아볼까? 아무래도 내가 그쪽으론 인맥이 좀 있잖아.”

“그래 주시면 감사하구요.”

“그래, 일단 전문가한테 진단을 맡겨보자.”

“넵!”

“그리고 오늘 이야기했던 비즈니스는 말한 대로 진행할 거야.”

“알겠습니다.”

옷을 다 입은 이기민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그는 간이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음… 이제 곧 있으면 EK엔터테인먼트가 정식으로 설립되겠네.”

“EK에서 더 성장한 레몬캔디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부탁한다. 그리고 오늘 일은 너와 나만 아는 거다.”

“그거야 당연하죠.”

강전기는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며 가볍게 웃고 있었다.

이기민의 저택에서 벌어진 사태는 결국 잘 마무리되었다. 아침에 깨어난 한여름은 강전기와 이기민의 설득으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치료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 * *

다음 날 강전기는 초췌한 얼굴로 회사에 출근했다. 오전 열 시부터 핑크엔진의 마지막 라운드 경연곡을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어? 넌 왜 이렇게 일찍 출근했냐?”

녹음실로 가기 위해 사무실을 지나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성기호를 발견했다.

“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성기호가 강전기를 보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형님, 바쁘다. 왜? 무슨 일인데? 너 혹시 또 헛소리하려고 그러지?”

“뭔 소리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알았으니까 이야기해 봐.”

“잠깐만…….”

성기호는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고 강전기는 사무실 테이블에 가방을 던져놓고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이고… 삭신이야. 죽겠네.”

[띠링… 피로 해소를 위한 나노 봇을 가동하시겠습니까?]

‘그래, 가동해라.’

[에너지의 17%를 소비하여 몸속의 피로 물질을 청소합니다. 음식물을 추가로 보충하시길 바랍니다.]

강전기는 테이블 위에 있던 샌드위치를 집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야! 그거 내 거야!”

“쏘리. 나 한 입만 주라.”

“그게 한 입이냐? 거의 절반이잖아!”

성기호는 반쯤 없어진 샌드위치를 보고 화를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샌드위치가 아침밥이었던 모양.

“형이 점심 쏜다. 됐냐?”

“이, 씨……. 내가 오늘 꼭 비싼 거로 털어먹는다.”

“우리 기획실장님 고생하는데 헤븐으로 갈까?”

“거기가 어딘데?”

“어디긴? 김밥천국이지.”

“허… 있는 놈이 더하네. 추접스러워서 안 먹는다.”

“농담이고… 맛있는 거 사 줄게. 아, 참! 할 말 있다며? 곧 있으면 애들 녹음하러 올 거야. 시간 없다고!”

“그래, 빨리 이야기할게. 다름이 아니라 너 앞으로 출연 섭외가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어.”

“섭외?”

“어, 일단 「유희관의 스케치북」 같은 음악 관련 프로그램 세 건, 「친한 형님」이나 「달려라 패밀리」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일곱 건, 그리고 인터뷰 요청이 약 30건, 마지막으로 드라마 출연 요청이 두 건이나 들어왔어.”

“엥? 다른 건 알겠는데 드라마는 왜?”

“왜긴? 얼굴발이지, 얼굴발.”

“야… 너 말하는 게 너무 다이렉트 아니냐?”

“…거기다 화제성과 스타성을 겸비했지.”

“이 녀석, 양심은 있네.”

“솔직히 요즘 연예계에서 제일 핫한 이슈가 바로 너잖아.”

“나? 내가 왜?”

“왜긴 인마. 잘 나가는 빌보드 1위 작곡가에, 외모도 출중하고 거기다 노래도 잘 부르잖아.”

“…….”

기호가 말하는 것들은 전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팩트였다.

“아니, 그래도 드라마는 이해가 안 가잖아.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일단 드라마는 왜 섭외가 왔는지 알면 웃겨. 하나는 배역이 프로듀서 역할이고 하나는 록가수 역할이야. 둘 다 주연은 아니고…….”

‘아니… 내가 요즘 연기에 물이 올랐는데 어떻게 알았지?’

강전기는 턱을 쓰다듬으며 내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져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드라마 제작사 한 곳에서는 아예 회사로 찾아왔더라고…….”

“진짜?”

강전기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엄청 적극적이던데? 꼭 좀 보자더라.”

“잠깐! 근데 그 이야기를 왜 네가 하냐?”

성기호는 다이어리를 닫으며 안경을 손가락으로 쓱 밀어 올렸다.

“그거야, 내가 네 매니저잖아. 거기다 리부트 엔터의 기획실장이기도 하고…….”

“네가?”

“뭐… 일단 임시니까. 내가 방송에서 네 측근처럼 나왔잖아. 너한테 연락도 안 되고 하니까 다 나를 무슨 매니저처럼 보고 연락하더라. 이 대리님도 귀찮다고 나한테 다 일임하고…….”

강전기는 그제야 이해가 갔다. 정식으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성기호가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실상 미튜브 채널 작업도 기호가 하고 있으니 누가 보기엔 개인 매니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드라마는 됐고… 네가 판단해서 계획을 잘 세워봐. 내 채널이랑 연계해서 콘텐츠 홍보를 할 수 있는 곳도 좋고…….”

“오케이. 내가 기획서를 만들어서 올릴 테니까 보고 결정해.”

성기호는 뭐가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다이어리에 뭔가를 빠른 속도로 적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내 미튜브 채널 만든다고 했잖아. 그건 어떻게 진행되는 거야?”

“일단 김강호 씨와 스케줄을 맞추고 있어. 1번 타자는 역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던 그 영상을 스튜디오 버전으로 불러야지. 김강호 씨하고 듀엣 하면 조회 수 장난 아닐 듯…….”

“그래, 역시 일 하나는 꼼꼼히 잘하네.”

확실히 성기호는 일머리가 좋았다. 똘기가 충만해서 추진력이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살짝 나대는 게 문제긴 하지만 열정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 녀석도 EK에서 한 손 거들어야지. 일은 진짜 잘하니까… 머리도 좋고…….’

강전기는 신난 것처럼 보이는 성기호를 보며 남은 샌드위치도 입에 싹 다 털어 넣었다.

“기호야, 나 녹음실 간다.”

“그래, 점심에 나 밥 사 주는 거 잊지 말고…….”

“알았어, 좀 이따 들를게.”

* * *

드르륵…….

열 시가 되자 녹음실 문이 열리며 최민호 엔지니어와 핑크엔진 멤버들이 들어왔다. 멤버들은 모두 환한 얼굴로 생기발랄한 표정이었다. 경연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유지하자 모두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안녕하세욧!”

“Good morning. 다들 잘 쉬었니?”

“넵!!”

핑크엔진 멤버들이 모두 힘차게 대답했다. 긴장감 없이 하루는 푹 쉰 모양이었다.

“그래, 음…….”

반면, 강전기는 피곤한 얼굴을 손으로 한 번 훔치며 멍한 머리를 한번 흔들었다.

“피디님, 어제 무리하셨어요? 얼굴이 안 좋으세요.”

이다미가 강전기의 상태를 눈치채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희들이 뽑은 곡을 편곡하느라 무리 좀 했다.”

실제로는 어젯밤 과하게 무리해서 그런 거였는데… 순간적으로 뜨끔한 강전기가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그, 그건 리더 언니 때문에…….”

“리다 똥손!”

나인테일의 「스르륵」을 뽑은 김인하에게 갑자기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아니! 그게 왜 내 잘못이니? 그냥 그게 우리 운명인 거야. 그리고 피디님이 알아서 세련되게 편곡해 주실 텐데 무슨 걱정이야. 너희들 피디님 못 믿는 거니?”

“아니… 믿긴 하지만……. 그래도 곡 이미지가 좀 그래서 걱정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이미지가 어때서? 나랑 다미는 섹시한 콘셉트가 잘 어울리잖아. 우리 막내는 힘들겠지만…….”

갑자기 리더 김인하가 가슴을 쭉 내밀며 모델 포즈를 취했다.

“우우! 섹시 1도 없다.”

“이게 까불어!”

“꺄아아…….”

리더와 막내 최시유가 서로 부둥켜안고 장난을 쳤다.

“얘들아, 조용.”

목이 잠긴 강전기의 목소리에 장내가 고요해졌다. 일순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집중됐다. 나노 로봇으로 피로가 가셔서 그런지 안색이 급격히 좋아졌다.

“음… 자, 어제 편곡한 곡을 들려줄게.”

“와! 기대된다.”

강전기가 마우스를 클릭하자 녹음실 스피커를 통해 강렬한 기타 리프가 흘러나왔다. 편곡을 진행하면서 코드는 최대한 살리되 최신 신스 사운드로 버전 업을 진행했다.

많이 바뀐 곡을 들은 멤버들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우와… 지금 들어보니 완전 다른 곡 같아요.”

“큰 줄기는 똑같아. 사운드만 내 스타일로 바꾼 거야.”

「스르륵」은 마치 인공 지능이 최적의 사운드를 찾아낸 것 같은 복잡한 구조의 곡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거 재즈 스타일을 좀 섞었네.”

“맞아요, 형. 역시 전문가라 다르시군요.”

엔지니어인 최민호가 엄지를 치켜세우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재즈풍이 들어가서 그런지 뭔가 절묘하게 더 고급스럽고 어른스러워졌네. 사운드도 빈 곳 없이 풍성해지고… 뉴욕 가서 배운 거야?”

“아… 뭐… 그렇죠.”

최민호가 뉴욕을 언급해서 살짝 뜨끔했지만 대강 얼버무리는 강전기였다.

‘뉴욕에서는 주로 음악 작업을 한 게 아니라 인간관계를 넓히는 작업을 했었지. 그래서 빌보드 동시 1, 2위라는 업적을 세웠잖아? 그게 중요했어. 암…….’

역시 모든 걸 자기 위주,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는 강전기였다.

“와… 대박이다. 어쩜 곡이 이렇게 달라지지? 피디님, 미쳤는데요?”

김인하는 느낀 그대로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다.

“곡이 진짜 복잡하고 현란해졌네요. 좀 더 섹시한 거 같기도 하고…….”

레이카가 팔짱을 낀 상태로 감았던 눈을 뜨며 감상평을 이야기했다.

“다미는 어땠어? 노래 괜찮아?”

“완전 저를 위한 곡인데요?”

소파에 앉아서 유심히 노래를 듣던 다미가 허리를 세우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역시 섹시 1티어였다. 범접할 수 없는 그녀의 섹시함이란! 고양이 눈매의 다미에게는 정말 찰떡같은 곡이었다.

‘다미도 이제 스물한 살이구나. 물이 오를 대로 오를 나이지.’

핑크엔진 멤버들은 최근 카메라 마사지를 받고 미모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외모에 있어서는 어느 멤버 하나 빠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이들의 시선이 최시유에게 쏠렸다. 미자(미성년자)인 최시유는 불안한 표정을 하며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과연 이것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