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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 엔터테인먼트
SSJ 연습실에서 G파워 멤버들이 경연을 준비하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온몸은 땀으로 이미 범벅된 상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유명한 선배들이 하나둘 등장해서 오랜만에 나온 소속사 막내 걸그룹을 응원하며 각종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후후… 무대를 잘해야지 저런 게 뭐가 중요하다고…….’
강전기는 저런 영상이 살짝 부러운 듯 입술을 씰룩거렸다.
영상에는 SSJ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역량이 들어있었다. 화려한 사옥, 최고의 프로듀서진, 아이돌 출신 트레이너와 지원 팀의 빵빵한 서포트.
자신이 만들어나가야 할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이 바로 그 화면 안에 담겨있었다.
‘아니야, 한 가지가 빠졌어. 저긴 인간다움이 없다. 피비린내 나는 무한 경쟁 체제.’
그에게는 나노 봇이 있기 때문에 능력자만 선발할 수 있었고 쓸데없는 경쟁을 줄일 수 있었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아이돌이 아니라 스스로 반짝이는 본투비 아이돌 말이다.
드디어 영상이 끝나고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카메라가 무표정하게 무대를 응시하고 있는 강전기를 계속 촬영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강전기의 얼굴이 영상으로 계속 나와야 시청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거대한 스크린에 강전기의 얼굴이 계속 비치고 있었다.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눈부신 하얀색 조명이 무대를 비췄다.
뚜벅뚜벅 걸어서 무대에 등장한 G파워는 꽤나 멋진 의상을 입고 있었다. 확실히 1류 기획사다운 스케일이었다.
‘돈 좀 썼네.’
바로 홀에 핑크엔진의 데뷔곡인 「루저 혁명」의 전주곡이 재생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편곡 없이 강전기의 원곡 그대로를 쓰는 것 같았다.
‘…잘 생각했네. 어설프게 만졌다가는 망할 수 있으니까.’
SSJ의 프로듀서인 간지 피디와 스모킹독은 역시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강전기가 작곡한 곡은 음악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구조에 각종 악기와 사운드 사용이 치밀할 정도로 조직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편곡하더라도 원곡 이하의 퀄리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대 위의 G파워는 강렬한 힙합 비트에 맞춰 일사불란한 칼군무를 보여주었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멤버들의 능력이 대부분 1티어에 근접해서 그런지 확실히 실력이 뛰어났다.
특히 리더 이유진.
SSJ의 7년 차 연습생이었다는 전설의 멤버.
하지만 핑크엔진의 곡은 네 명의 메인 보컬이 나눠서 불러야 할 정도로 어려운 노래였다. 핑크엔진이 괜히 메인 보컬이 없다고 했겠는가? 네 명 모두 메보급의 가창력을 보유한 미친 팀이었다.
G파워는 리더 이유진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능력이 핑크엔진보다 살짝 떨어졌다.
‘맛이 안 살아. 그래도 이 정도까지 따라온 것은 칭찬해 줄 만하지. 역서 SSJ랄까?’
강전기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G파워니까 이 정도 무대를 보여주는 거지 다른 팀이었다면 흉내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노래 파트는…….
멋진 마무리 동작으로 G파워의 무대가 끝났다. G파워 멤버들은 이제 끝났다는 듯 부둥켜안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 모습을 본 강전기가 박수를 치며 G파워를 인정했다.
‘역시 지독한 악바리들이네. 짧은 시간에 저 정도까지 연습하다니……. 역시 이런 게 대형 기획사의 저력인가!’
이제 남은 건 세 팀. 모두 강전기가 프로듀스한 그룹이었다.
클로버즈 ― 바꾸지 않아 (G파워)
레몬캔디 ― 별빛 속의 댄스 (클로버즈)
핑크엔진 ― 스르륵 (나인테일)
사실 클로버즈도 극상성 곡을 뽑긴 했다. G파워의 「바꾸지 않아」는 그야말로 걸크러시의 대표 격인 곡이었으니까. 그런 곡을 초통령으로 등극한 아이돌 전사 파워 업 클로버즈가 부른다고?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어차피 전대물과 걸크러시는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긴 했다. 앞으로 촬영할 드라마에서 괴물들을 때려잡을 때 강렬한 카리스마는 필수였다. 연습할 때 잠깐 지켜본 결과 클로버즈는 무리 없이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네! 다음 무대는요. 방영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그룹입니다.”
“맞습니다. 드라마는 언제 나오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는 그룹이죠? 바로 클로버즈입니다.”
클로버즈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리더 성다솜을 필두로 눈이 예쁜 정지우, 래퍼 이영주, 자이언트 베이비 김주리 그리고 천재 댄서 이태리까지…….
‘좋아, 아주 좋아. 나이스!’
강전기는 당당한 여전사 복장으로 무대에 오른 클로버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연습을 무진장 많이 한 느낌이랄까? 노래는 성다솜이 이끌고 댄스는 이태리 그리고 표정 연기는 김주리가 치고 나가는 작전이었다.
체육관에 G파워의 데뷔곡이 흘러나왔다. 고막을 울리는 더티 신스 사운드가 일품인 곡이었다.
[내 입술을 지우고, 귀걸이는 노노노
하이힐은 치우고, 머리를 물들였어.]
귀여운(?) 막내 김주리가 강렬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노래를 불렀다.
“오오오!!”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실 성다솜이 백그라운드에서 더블링을 쳐주고 있어서 주리의 노래가 그럴듯해 보였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부르는 것처럼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정말 매력적인 아이야.’
그리고 압권은 계속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댄스 천재 이태리의 개성 있는 춤선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왠지 모르게 사람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역시 S급의 댄스 능력자다운 실력이었다.
G파워의 원곡보다 노래 부분에서 살짝 밀린 경향이 있었지만, 일주일 연습한 것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평가를 받을 것 같았다.
“클로버즈 대박!”
“우와아!”
클로버즈의 노래가 끝나자 수천 명의 관객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 뿌듯하다. 멤버들이 이제 거의 포텐을 다 터트렸어.’
강전기는 진심을 다해 기뻐했다. 그의 입가에 아빠 미소가 감돌았다.
‘아무래도 이 기세로 드라마를 바로 촬영해야 할 것 같은데?’
그만큼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지금껏 해왔던 경연 무대가 그들의 재능을 폭발시킨 것이다. 흙수저 아이돌 흉내를 내다가 톱티어급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클로버즈였다.
‘장하다, 장해. 내 새끼들…….’
방송국 카메라는 연신 강전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사실 이는 강전기가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시청자들은 그가 클로버즈를 프로듀싱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식적인 라이벌 관계로 구도가 짜여져 있었다. 만약 모두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큰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일렉케이가 왜 저렇게 기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 신기한 모습에 카메라맨이 그의 모습을 계속해서 촬영하고 있는 상황.
‘아차… 내가 이렇게 좋아하면 안 되지? 에이… 뭐, 어때. 이제 마지막 무대인데… 곧 회사도 만들 거고…….’
강전기는 그냥 맘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렉케이 프로듀서님? 아니, 왜 이렇게 좋아하세요?”
MC 정상균이 화면으로 그 모습을 재미있게 봤는지 뜬금없이 강전기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니… 가수들을 인터뷰하셔야…….”
“다들 프로듀서님 표정 보느라 그럴 정신이 없습니다. 왜 그렇게 좋아하시냐고요.”
“좋아하면 안 됩니까?”
“아니… 클로버즈는 경쟁자 아닙니까? 프로듀서인 강 박사님과 라이벌이시잖아요.”
MC가 자꾸 강 박사와 강전기를 경쟁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하지만 강 박사의 실체는 강전기였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오로지 책임 피디밖에 없었다.
“…크흠… 잘했으면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강 박사님께서 아주 잘 키워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클로버즈 여러분들도 아주 잘하셨고요. 이건 제 진심입니다.”
“와아!”
클로버즈 멤버들이 감격에 찬 눈으로 팔을 들어 하트를 날려줬다.
“저기요, 클로버즈 여러분.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본인들 프로듀서인 강 박사님보다 훨씬 반응이 좋은 거 같거든요? 그렇게 해도 괜찮은 겁니까?”
“네에!!”
“괜찮습니다!”
“하하하…….”
MC의 질문에 클로버즈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아, 이거 당황스럽네요. 보고 계신 강 박사님 민망하실 거 같은데 말이죠.”
“괜찮습니다.”
“진짜 괜찮아요.”
클로버즈 멤버들은 다들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대답했고 MC만 머쓱해진 상황이었다.
“크흠…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클로버즈 여러분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 주시길 바랍니다. 자! 다음 무대는 누구죠?”
“네, 지난주 방송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그룹입니다. 청순, 큐트한 아이돌에서 실력파 그룹으로 인정받은 팀입니다. 바로 레몬캔디 여러분들인데요.”
“이번에는 어떤 무대를 보여줄까요? 정말 기대됩니다. 그럼 바로 만나볼까요?”
말이 끝나자마자 세일러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레몬캔디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오…….”
MC들이 레몬캔디의 의상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아니… 무대 의상이 세일러문(?)이네요?”
“네!!”
“클로버즈의 「별빛 속의 댄스」란 곡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 의상을 선택했습니다.”
유쾌한 성격의 차은성이 다리를 쭉 뻗으며 의상을 뽐냈다.
“그렇군요. 레몬캔디는 정말 변화무쌍한 팀인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니까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무대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볼까요?”
화면으로 레몬캔디 멤버들이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이 곡은 강전기가 강 박사 역할로 프로듀싱했기 때문에 원곡을 거의 그대로 쓸 예정이었다. 레몬캔디도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였기 때문에 별다른 튜닝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지금 입고 있는 세일러복도 성기호와 함께 의논해서 선정했다.
클로버즈가 전대물 느낌이었다면 레몬캔디의 「별빛 속의 댄스」는 소녀 히어로물,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도록 곡을 부드럽게 편곡했다. 브라스를 줄이고 애니 느낌이 나게 살짝 몽환적 느낌을 첨가했다.
완전히 같은 곡이었지만 분위기가 살짝 달라지자 객석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곡에서 마치 별빛이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클래식에 쓰이는 악기를 많이 넣었는데 그야말로 딱 맞는구나. 내가 만들었지만 뭔가 신비롭다, 신비로워.’
신나는 복고풍 댄스곡이 이런 식으로 변하다니… 거기에 청량한 레몬캔디의 비주얼이 더해지자 진짜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음… 비주얼 좋고… 아무래도 우리 레몬이들도 드라마에 출연시켜야 할 거 같은데?’
곡의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관객들의 마음을 훔쳐버렸다. 특히 남성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레몬캔디의 무대는 시원한 레모네이드 같은 청량한 느낌을 줬다. 전 무대에서 밴드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댄스도 원곡의 코믹 요소를 줄이고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안무로 바꿨더니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레몬캔디표 「별빛 속의 댄스」였다.
인터넷 MLB 커뮤니티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미, 미쳤다. 우리 레몬이들……. 귀, 귀여워!
―원곡도 신나긴 하는데 이런 분위기 너무너무 좋고…….
―일렉케이가 확실히 포인트를 잘 잡는 듯……. 미쳤네. 일본에서 모델로 쓰자고 할 거 같다.
―이 정도 클래스면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거 같은데?
―세, 세일러복이라니……. 마법 소녀들이다!
아재들도, 씹덕들도 심지어 이기민 전무까지 한마음 한뜻이 된 무대였다.
“우와아아!”
묵직한 저음이 콘서트장을 가득 메웠다.
역시 레몬캔디는 아직까지 남초 픽이 분명했다. 이 정도의 저음이라니…….
“이야… 레몬캔디! 역시 마지막에 레전드 무대를 보여줍니다.”
MC 심해철이 환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는 레몬캔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수고하셨구요.”
“가, 감사합니다.”
“해철 씨, 그렇게 좋습니까? 입이 그냥 귀에 걸리셨어요. 뭐가 그렇게 좋습니까?”
“딱 봐도 그냥 요정들 아닙니까? 이게 바로 취향 저격이죠!”
“쓰읍… 뭐, 취향은 개인적인 거니까요.”
정상균이 흥분해 있는 심해철을 보고 혀를 찼다.
잠시 인터뷰가 있고 난 뒤 레몬캔디가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드디어 마지막 그룹만 남았다. 줄곧 1위를 달리고 있었던 팀. 바로 핑크엔진이었다.
‘음… 드디어 나온다. 자… 마지막을 레전드로 만들어보자고…….’
첫 영상은 강전기가 녹음실에서 편곡하는 장면이었다.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심혈을 기울여 편곡한 나인테일의 「스르륵」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했다.
‘이건 내가 만든 곡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훌륭한 곡이야.’
팔짱을 낀 강전기의 입가가 마구 씰룩대고 있었다. 터지려는 웃음을 애써 참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