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34화 (23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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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 엔터테인먼트

강전기는 관련 기사를 좀 더 찾아보았다. 다행히 아직은 자세한 정보를 찾기 힘들었다. 죄다 문맥만 조금 바꾼 파쿠리 기사였다. 누군가 간단하게 누설한 정보가 기사로 나온 모양이었다.

그는 기사를 찾아본 김에 「걸그룹 4차 대전」에 대한 정보를 좀 더 검색해 봤다.

[핑크엔진, 「걸그룹 4차 대전」에서 최종 우승!]

[신인 걸그룹 대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한 핑크엔진!]

[세대교체는 우리가 책임진다. 리부트 엔터 핑크엔진 인터뷰]

[핑크엔진 1위, 레몬캔디 3위! 경연 프로그램에서 클래스를 입증한 빌보드 1위 작곡가 일렉케이 프로듀서!]

신인 걸그룹의 최고를 가리는 뮤직넷 경연 방송「걸그룹 4차대전」에서 일렉케이 프로듀서가 프로듀싱한 그룹이 1위, 3위를 차지했다.

과연 빌보드 1위 작곡가다운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작곡 말고도 경연의 세부적인 아이디어와 멤버별 맞춤형 진단을 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이었다.

레몬캔디의 막내 공소연은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칭찬했다. 자신도 모르는 강점과 능력을 캐치해서 좀 더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고 했다.

그가 프로듀싱한 그룹들이 그의 능력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경연에서 보여준 편곡 능력이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미 차트에서 광탈한 나인테일의 「스르륵」이라는 곡을 멋지게 편곡하여 호평을 받았다. 현재 나인테일의 팬들은 경연곡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소속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일렉케이의 능력은 작곡, 프로듀싱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그는 이미 스타성과 압도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뮤직넷 관계자는 「걸그룹 4차 대전」 시청률의 반은 일렉케이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뮤직넷을 소유하고 있는 KM 미디어가 전격적으로 일렉케이 프로듀서 소속사를 인수 혹은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후략)

‘으음… 스타성이라… 내가 좀 잘났어야지. 크흠…….’

강전기는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고 점점 뻔뻔해지고 있었다.

‘실제로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 한다지?’

쓸데없는 잡지식이었다. 리얼돌이 되고 슬픈 올챙이 적 과거는 더 이상 생각나질 않는 모양이었다.

* * *

강전기는 회사 합병 문제로 한동안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문적이고 법률적인 것들은 이기민 전무가 다 알아서 했다. 하지만 틀딱인 강전기는 관련 서류들이 문제가 없는지 천천히 검토 중이었다.

그는 다이아 엔터와 리부트 엔터가 합병해서 탄생할 EK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될 연예인들을 검토했다.

먼저 회사의 간판인 소울퀸즈와 핑크엔진은 무조건 포함이었다. 거기에 오디션으로 뽑았던 ‘제2의 아이윤’ 심은하도 데려갈 생각이었다. 심은하는 현재 교육 방송에서 핑크하니로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그리고 연기자 한세영.

그녀도 오디션에서 직접 능력치를 보고 뽑았기 때문에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였다.

‘오케이. 리부트에서는 이 정도만 데려가고…….’

이들 이외에는 다들 고만고만한 조연들만 즐비한 회사였다. 이들은 KM 미디어의 배우 전문 소속사로 이적할 예정이었다.

‘이게 다인가?’

강전기는 서류를 덮다가 비닐 파일철에 들어있는 영문 계약서를 발견했다.

“어? 이건?”

그가 발견한 계약서는 바로 뉴욕에서 만나 재능을 개화시켜 줬던 뮤지컬 배우 멜리나의 계약서였다.

‘아… 멜리나도 우리 회사 소속이었지.’

멜리나는 .EXE의 전속 변호사가 미국에서 활동을 돕고 있었기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국 활동 시 소속사를 통해 일정을 관리해 주면 됐으니 아직은 일이 없는 상태였다.

“멜리나도 데리고 가야지. 음… 오랜만에 멜리나한테 전화해 볼까?”

강전기는 휴대 전화를 들었다가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바쁘지 않을 때 통화해서 관련 내역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음… 결국 걸그룹만 다섯 팀인가?”

소울퀸즈, 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 블루비까지……. 겹치는 콘셉트가 하나도 없었다.

“뭐, 이 정도면 4대 기획사 안 부러운데?”

기분이 좋은지 강전기의 입가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사실 남돌이 없어서 수익으로 따지면 어림도 없었지만… 뭐, 어떤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지. 암!”

지금의 생에 아주 만족하고 있는 강전기였다. 30억짜리 건물이 있으면 뭐 하겠는가? 오늘만 사는 삶처럼 여인들을 사랑하며 살아야지.

* * *

다이아 엔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이기민이 투자한 빌딩으로 아직 빈 사무실이 많았다. 집기 외에는 별로 가져갈 것도 없이 단출했다. 회사의 기존 인력들도 거의 이동을 완료한 상황이었다.

강전기는 자신의 사무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리부트에서는 그냥 녹음실이 주 거처였는데 새로운 곳은 마치 선진 IT 기업 같은 분위기였다.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테리어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들이 존재했다. 그중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만든 곳이 바로 강전기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작곡에 필요한 간단한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고급 가구들과 돈 들인 티가 나는 인테리어가 압권이었다.

‘역시 기민이 형이 배포 하나는 시원시원하다니까?’

강전기는 푹신한 인체 공학적 의자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았다. 20층 꼭대기라 그런지 뷰가 탁월했다.

눈을 감고 나른함을 즐기고 있는 사이,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강 피디님, 안녕하세요? 소속 가수 블루비의 리더 수아입니다! 충성!”

타이트한 흰색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수아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오… 수아야, 오랜만이다. 안 본 사이에 더 예뻐진 거 같다?”

“요새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가 봐. 그런데 우리 전기가 이런 칭찬을 다 하고……. 다시 봐야겠는걸?”

“내가 달라진 게 어디 하루 이틀이니?”

“하긴…….”

수아는 새로운 사무실을 한번 쓱 둘러봤다.

“블루비는 컴백 준비 진행 상황은 어때?”

“음…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이제 곧 활동할 수 있을 거야. 갑자기 회사 이름이 바뀌는 바람에 살짝 늦춰졌어.”

“그렇구나. 각오는 어때? 잘할 자신 있어?”

“저번에 못 한 1위를 한번 노려봐야지. 방송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일렉케이 프로듀서 영향력도 남아있잖아.”

“흐흐… 주위 반응은 어때? 노래는 괜찮은 거 같대?”

“반응 좋아. 곡도 지난번 곡하고 분위기가 비슷해서 일관성 있다고 하던데…….”

‘사실 그냥 자기 복제한 건데…….’

어쨌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표절도 아니고 블루비도 활동을 못 했으니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커피 한 잔 줄까?”

“땡큐…….”

강전기는 커피를 내려 수아에게 건네주었다.

“음… 향기 좋다. 여기에 샌드위치 하나 먹으면 딱인데…….”

“하나 사 줄까?”

“아니야, 나 다이어트 해야 해.”

“응? 네가 무슨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지금 최곤데?”

강전기는 무의식적으로 수아의 상태를 쓱 스캔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수아도 몸매가 상당히 뛰어났다. 괜히 블루비가 섹시 원톱이겠는가?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수아가 움찔하며 얼굴을 붉혔다. 원래 못생긴 사람이 그렇게 쳐다보면 기분 나쁘지만 강전기 같은 미남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수아는 갑자기 자신의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다.

“화, 화면하고 실제하고는 달라. 좀 더 빼야 예쁘게 나오니까…….”

‘하… 내가 왜 이러지?’

“왜 말을 더듬고 그래?”

강전기는 싱겁다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부터 자기도 모르는 사이 크리스티안 모드가 발동된 것이다. 처음에는 본투비 존잘러의 삶이 어색했는데 지금은 숨 쉬듯 자연스러워진 강전기였다.

“아니… 이제 네가 우리 사장님이나 다름없잖아. 그래서 대하기가 애매해서…….”

급히 말을 돌리는 수아였다.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 직함이 총괄 프로듀서니까 공적인 자리에서는 피디라고 부르면 되고 지금처럼 둘만 있을 때는 그냥 예전처럼 불러.”

“그, 그래. 알았어.”

수아는 지금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소꿉친구로, 동생뻘로 생각했던 녀석이 갑자기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강전기가 방송에 등장해서 일렉케이로 명성이 커지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페로몬에 노출되어 나타난 현상이기도 했다.

거기다 소속사 CEO 겸 총괄 프로듀서가 되었고 거의 은퇴 분위기이던 자신들을 구제해 준 은인 아니겠는가? 그러니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 예전처럼 편하게만 대하긴 힘들었다.

“다른 멤버들은 어디 있어?”

“이제 곧 올 거야. 나만 일단 먼저 왔어.”

“그래, 다 같이 합심해서 좋은 성적 거뒀으면 좋겠다.”

“…이화 상태가 극적으로 좋아져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진짜 신기해. 어쩜 그렇게 빨리 회복했는지…….”

“다행한 일이지.”

강전기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는 척 대답했다. 이화의 기적적인 회복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아는 커피를 다 마신 뒤 머뭇거리며 강전기의 방을 나섰다. 그녀는 잠시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했다.

‘내가 왜 이러지?’

오늘 강전기의 사무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수아가 나가자 좀 이따가 한수호 프로듀서와 나인테일 소속사인 대원기획의 정 실장이 찾아왔다.

그들은 강전기에게 곡을 받기 위해 아직 정식으로 개시도 하지 않은 EK 엔터를 방문한 것이다.

“물론 곡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공개 일정은 좀 조정해 주셔야 합니다.”

강전기는 흔쾌히 요청을 수락했다. 더불어 블루비의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스르륵」 뉴 버전의 공개 일정은 살짝 늦추기로 협의했다. 「스르륵」은 어차피 만들어놓은 곡이니 정식 발매를 해서 저작권료라도 받는 게 유리했다.

결국, 강전기는 한수호와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기로 한 뒤 녹음 스케줄을 의논했다.

“감사합니다, 총괄 프로듀서님.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반응이 있길 바랍니다.”

그들이 나가자 이번엔 클로버즈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우와… 사무실 진짜 좋다!”

한동안 시끄럽게 사무실을 구경하던 멤버들이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너희들은 오늘부터 정식으로 우리 회사 소속이다.”

“EK 엔터테인먼트!”

“이야! 드디어 우리도 흙수저 걸그룹 이미지를 벗어나나요?”

강전기의 말에 이태리를 비롯한 멤버들이 떠들썩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희는 곧 시리즈물을 찍게 될 거야.”

“경연 때 보여주셨던 그 영상 그대로죠?”

“그래, 맞아. 이번에 본사에서 컴퓨터 그래픽 관련 회사를 하나 인수했는데 기술력이 장난 아닌가 봐. 너희가 출연할 드라마의 퀄리티는 걱정 안 해도 돼.”

“대박!”

“피디님! 혹시 피디님도 저희 시리즈에 출연하시나요?”

“응? 나?”

이태리의 뜬금없는 말에 강전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피디님 나오시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내가 무슨 연기자도 아니고……. 난 그럴 계획 없어.”

강전기는 이미 드라마 제의까지 들어온 상태였지만 아직 연기할 생각은 없었다.

“태리야, 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가 되게 좀 말을 해! 왜 피디님이 우리 드라마에 출연하겠어?”

안경을 쓰고 온 정지우가 이태리에게 한마디 했다.

“괜찮아, 얘들아. 싸우지 마. 내가 드라마는 출연 못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알려줄게.”

“뭔데요?”

막내 김주리가 강전기 바로 옆에 딱 붙어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전기는 주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다.

“방송도 끝났으니 휴가를 잠시 줄 건데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어.”

“정말이에요? 와!”

클로버즈 멤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기뻐했다. 그간 혹독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였는데 휴가라는 말을 듣고 환호성이 터진 것이다.

“여러 회사의 가수들이 한 식구가 되었으니 한번 모여서 친목을 다질 필요가 있겠더라고…….”

“와… 신난다.”

클로버즈는 안 그래도 방송 내내 라이벌 취급을 당하며 소외 아닌 소외를 당했는데 같이 놀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기뻐했다.

“그런데 장소는 어디고 누구랑 같이 가는 건가요?”

“MT 장소는 일본이야. 방송했던 같은 소속사 식구들 전부 같이 갈 거야. 그리고 컴백 때문에 바쁠 거 같지만 블루비 멤버들한테도 한번 물어봐야지.”

“오오! 블루비 선배님들도 오시나요?”

“대박!”

역시 시끄러운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EK 엔터테인먼트 발족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 * *

며칠 후.

홍보부에서 합병에 관한 언론 보도 자료를 작성하는 중 한 인터넷 매체에 EK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기사가 떴다.

[본지 단독보도! 새로운 대형 아이돌 기획사의 탄생?]

KM 미디어의 다이아 엔터와 리부트 엔터가 합병한다는 소문에 본지 기자가 다이아 엔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 앞에서 며칠간 잠복 취재를 감행했다.

그 결과 놀라운 소식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레몬캔디와 핑크엔진이 사이 좋게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1)

두 번째 사진은 최근 다이아 엔터와 계약에 성공한 블루비가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2)

가운데 있는 인물이 바로 블루비의 센터 이화인데 놀랍게도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꽤 심각한 상태라고 알려졌는데 급격히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사진은 클로버즈가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클로버즈는 KM 미디어가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사실로 밝혀졌다.

이런 증거로 봤을 때 합병으로 탄생하는 기획사는 의외로 규모가 클 전망이다.

핑크엔진, 레몬캔디, 클로버즈라는 신진 걸그룹을 필두로 중견 그룹인 블루비와 소울퀸즈가 소속된 꽤 규모가 큰 대형 기획사가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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