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36화 (23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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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단합대회 (1부 完)

「생방송 뮤직코어」의 조연출 허자훈 PD는 대기실에서 본 이화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화를 여러 번 본 경험이 있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부상 이후로 더 예뻐졌어.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치 주위에 후광이 비치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녀의 주위로 하얀 빛이 발산되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취직하고 연예인을 보는 게 신기했지만, 막상 몇 년 동안 본인의 일이 되니 이제는 웬만한 연예인을 보더라도 그냥 덤덤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화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원래 몸매로 유명했지만, 얼굴은 톱티어는 아니라는 평가가 은근히 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얼굴에도 은은한 광채가 감도니 왠지 모르게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와… 이거 다시 한번 이화 열풍이 불겠는데?’

큰 사고에서 회복되었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무관의 제왕이라는 블루비에 대한 팬들의 염원.

허자훈 PD는 휴대 전화를 들어 미튜브로 블루비의 컴백 곡을 검색해 봤다.

“헉… 조회 수 뭐야?”

어제 업로드된 영상의 조회 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무려 3천만 회였다.

“뭐지? 실환가?”

그는 두 눈을 의심했다. 전에 활동을 못 했던 곡도 골수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나름 수억대 조회 수를 넘었지만, 이번 곡은 그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은 것 같았다.

‘댓글들이 죄다 외국어네.’

해외에서 기다려온 팬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좋아요’ 수도 엄청나서 전 세계 인기 동영상으로 급부상 중이었다.

―블루비 완전체를 기다렸다. 강추! 강추!

―와우! 곡이 이번에도 좋구나. 뮤비 퀄리티 대박!

―이화가 회복해서 너무 기쁩니다. 화장했겠지만 맨눈으로 봐선 완벽하네요.

―부상이 몇 년 갈 줄 알고 손절 친 다인기획이 레전드네.

―병신같은 전 소속사였지요. 개똥 같은 곡만 주고…….

―이화의 얼굴이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휴식을 취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수술을 잘했는지…….

―수술은 무슨……. 얼굴은 예전하고 완벽하게 똑같음. 그런데 왠지 모르게 아우라가 뿜뿜이네.

―이번 곡도 일렉케이 프로듀서 작품이네요. 역시 믿고 듣는 일렉케이입니다. 계속해서 블루비랑 작업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현 블루비 소속사 책임 프로듀서가 일렉케이임. 윗분 소식 느리네요.

―리나도 여전하구만. 무흣…….

―그나저나 이 노래 중독성 무엇? 내가 이래서 하루에 한 번씩은 블루비 노래를 듣곤 하지.

―너도 그러냐? 나도 그런데…….

확실히 블루비의 음원 성적과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블루비의 현실 인기를 훌쩍 초월한 감이 있었다. 그만큼 무슨 목적인지 모르지만 계속 스트리밍을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뜻이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 신비한(?) 효과 때문이었다. 성감을 높여준다는 미스터리한 곡이었다.

허자훈 PD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클릭해서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오오…….’

전체적으로 상당히 퀄리티가 올라간 느낌이었다. 다인기획 소속 시절보다 뮤비 제작에 큰 예산을 사용한 듯싶었다.

화려한 세트와 고급스러운 드레스. 그리고 간간이 짧게 등장하는 멤버들의 섹시하고 타이트한 의상까지… 마치 CF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효과가 한층 더 멤버들을 신비하게 만들었다.

그중 압권은 역시 이화였다.

허자훈 PD는 탱크톱 상의에 검은색 돌핀 팬츠를 입고 침대에 엎어져 있는 장면을 보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허… 미친…….”

마치 신이 만든 조각과 같았다.

“후… 이거 다시 한번 이화의 시대가 오겠는데?”

그는 머지않아 CF에서 이화를 많이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CF 퀸은 유어걸 프로젝트의 신이나였지만 왕위는 곧 계승될 것 같았다.

그렇게 음악 방송 리허설이 시작됐다.

* * *

[이런 게 바로 컴백이다! 화려하게 터진 블루비, 섹시 원톱의 귀환!]

얼마 전 소속사를 옮기고 화려하게 컴백한 블루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일렉케이 프로듀서의 곡으로 활동을 재개한 블루비는 현재 메인 음원 순위 1위, 미튜브 조회 수 8천만 회를 돌파하며 그들의 자체 기록을 경신 중이다.

특히 작년 연말 시상식에서 큰 부상을 당한 이화가 완벽하게 회복된 모습을 선보였다. 그 당시 그녀는 리프트에서 떨어져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알려졌는데 현재 이화의 상태를 봤을 땐 그야말로 기적적인 회복이다.

소속사를 바꿔서 그런지 몰라도 전체적인 그룹의 능력치가 한껏 올라간 느낌이다. 곡, 뮤직비디오, 라이브 무대, 퍼포먼스, 그리고 가창력까지 전부 상승했다.

특히 화려해진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메인 보컬 수아의 가창력은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그녀의 독특한 톤이 극대화된 매력적인 곡이 3분 30초 동안 귀를 즐겁게 한다.

종합적으로 판단컨대 절대적인 프로듀싱의 차이다. 통찰력을 지닌 천재 프로듀서의 진정한 실력 말이다.

블루비라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그룹이 그를 통해 값비싼 보석으로 변한 것이다.

향후 그녀들이 얼마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대중음악평론가 임현성

EK 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타자는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트렸다. 누군가는 블루비가 드디어 1.5티어에서 1티어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라고 정의했다.

시청자들은 한층 더 예뻐진 이화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었는지 열띤 취재가 이어졌고 CF 제의가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굿! 베리 굿!”

강전기가 책상을 손으로 가볍게 팡팡 내리쳤다.

“일단 이화 몰빵이긴 하지만 CF가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어. 여기에서 벌어들일 돈만 해도 올해 회사 운영비는 너끈히 뽑을 것 같은데?”

“그 정도야?”

“거기 업체 명단을 확인해 봐. 굵직굵직해.”

“흐음…….”

강전기는 성기호가 가져온 제안서를 힐끔 바라보았다.

성기호는 결국 강전기의 비서 격인 기획실장 자리를 차지했다. 좀 돌아이 기질이 있는 덕후 녀석이었지만 나름 능력이 있어 믿을 만했다. 경험만 쌓이면 바지 사장으로 앉혀놓고 꼭두각시처럼 암중에서 조종할 생각이었다.

레이카가 그의 곁에 있는 한 성기호는 허튼짓할 수 없었다. 강전기는 성기호가 레이카의 덕후인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까불면 죽지.’

워머신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고 봐야 했다. 각종 살상술과 해킹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레이카는 현재 강전기에게 능력을 제한당한 상태였다.

‘요즘 성격도 좋아졌고…….’

“어때? 진행하라고 할까?”

“응? 아… CF? 이런 건 네가 알아서 해라. 난 프로듀서잖아.”

“새로 온 대표가 너한테 결재 받아 오라던데? 무슨 대표가 책임 프로듀서를 사장처럼 생각하더라?”

성기호는 아직 지분 관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EK 엔터의 최대 주주는 강전기였고 다이아엔터에서 온 새로운 대표는 직함만 대표지 사실상 강전기의 의사를 살피는 게 중요한 자리였다. 이기민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른 결과였다.

“네가 괜찮은 거 추려봐.”

“그건 내가 이미 음영으로 칠해놨어.”

“어디 보자. 음… 좋네. 괜찮은데? 잘 선택했어.”

화장품,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주류 등 인기 있는 연예인들만 한다는 브랜드였다.

“이화가 예전에 하던 것도 있고 새롭게 들어온 것도 있고…….”

“오케이, 결재했다. 가져가라.”

“알겠습니다, 총괄 프로듀서님.”

“음… 좋아. 존칭 쓰니까 좋구나.”

“…….”

“그나저나 성 실장, MT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야… 넌 일보다 MT가 중요하냐? 왜 계속 MT만 물어봐?”

“야! 난 책임 프로듀서지 경영자가 아냐, 인마. 난 소속 가수들에게 최고의 곡만 주면 된다고!”

“그게 MT랑 무슨 상관인데?”

“당연히 상관있지. 가수들이 두루두루 화목하고 평안해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것 아냐!”

“뭔 개소리야. 순 제 욕심만…….”

“그래서 넌 안 가려고?”

“응?”

강전기가 툭 던진 말에 성기호가 움찔했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마. 안 말려.”

“프로듀서님, 아니… 형님, 아버지.”

“네가 왜 네 아버지야.”

안면을 바꾼 성기호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MT야말로 진리죠. 대학 신입생들도 그렇게 친해지고 과 분위기도 살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소속 가수들도 그렇게 친해지면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높아지고…….”

조선 시대였다면 환관으로 태어났을 녀석이었다.

“쓰읍… 잡소리는 됐고……. 어쨌건 준비 잘해라.”

“가, 감사합니다. 준비는 완벽하게…….”

“블루비는 두 명만 간다고 했지?”

“어, 맞아. 이화랑 리나 둘만 간다고 하더라.”

“그렇군.”

“블루비 바쁜데 왜 굳이 데려가? 딱 하루 스케줄 비는데 쉬라고 하지.”

“내가 억지로 오라고 했냐? 오고 싶으니까 오는 거지.”

“…이해가 안 가네. 지금 잠이 부족할 정도로 스케줄 뛰고 있는데…….”

“다른 멤버들은 쉰다며? 둘은 몸을 움직여야 피로가 풀리는 스타일인가 보지.”

강전기는 이들이 왜 간다고 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마사지를 받은 후 기분 좋은 만족(?)을 얻으면 세상 어느 때보다 꿀잠을 잘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음… 그런데 좀 불안한데? 둘이라……. 타임 조절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 중이었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가서 생각하자. 강전기 네가 언제 일일이 기획하던 놈이었어? 본능대로 가자고.’

강전기는 머릿속에서 근심·걱정을 날려버렸다. 역시 오늘만 사는 그다운 발상이었다.

“아무튼, 준비는 잘할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그래, 믿는다. 성 실장.”

* * *

강전기와 성기호는 선발대로 하루 먼저 일본에 도착했다.

‘흐음… 이곳이 아야카의 나라인가…….’

그는 바다를 메워 만든 오이타 공항을 나서며 일본의 공기를 음미했다. 미세 먼지가 많은 서울과 달리 공기가 상당히 깨끗한 편이었다.

혼자만 키가 커서인지 사람들이 힐끔힐끔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강전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시야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았다.

“전기야, 가자. 뭐 하냐?”

“응?”

성기호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강전기가 몸을 돌려 승합차를 바라보았다. 이기민이 소유한 온천 별장에서 나온 기사가 그들의 짐을 차에 싣고 있었다.

“왜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 갑자기 뭐라도 생각났어? 막 악상이 떠오르는 거야?”

“아냐, 얼른 타라.”

강전기는 성기호의 등을 밀어 차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는 달리는 차 안에서 뉴욕에서 있었던 일을 추억하며 잠시 상념에 빠졌다. 뉴욕 어학원에서 만난 아야카와의 알콩달콩한 신혼 놀이.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자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왜 그렇게 실실 웃어?”

강전기는 성기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쉿…….”

그의 손짓으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자 기호가 심심한지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성기호는 역시 오덕후라 그런지 일본어에 능통했다. 그는 돌아이답게 처음 보는 일본인과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었다.

그들을 마중 나온 직원은 곧 정년퇴직을 앞둔 아저씨처럼 보였다. 그의 머리에 백발이 성성했다.

“기호야, 아저씨가 뭐라고 하냐? 나 좀 알자. 왜 너만 알아들어?”

“어떤 분들이길래 온천 별장을 통째로 예약하느냐고 물어보시네. 그래서 오너하고 친한 사람들이라고 했지. 일본 사람들은 이런 거에 또 민감하거든.”

“오타쿠라 별걸 다 아네. 너 벌써 일본 와봤지?”

“자주는 아니고 한 대여섯 번 정도?”

“가서 준비 잘하자. 내일 애들 오면 재미있게 놀 수 있어야지.”

“걱정하지 마. 일정은 알차게 짰으니까.”

약 35분여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오이타현과 벳푸 경계에 있는 유휴 산 근처의 한 온천 별장이었다.

“오오! 과연!”

기사 아저씨가 별장을 보고 놀라는 두 청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곳 카아데노는 고급 별장입니다. 숙박 요금이 1인 기준 4만 엔이죠. 호실은 총 열 개입니다. 3일간 예약된 인원이 열아홉 명이군요. 방은 딱 맞겠네요.”

‘딱 맞기는……. 다섯 명은 모자라지.’

호실 부족으로 안타깝지만 네 명의 매니저는 다른 곳에 숙소를 배정했다.

“방이 열 개인데… 왜 추가로 숙소를 잡았을까?”

“방이 2인실이야. 침대도 두 개뿐이고…….”

“그런가?”

사실 공간이 넉넉해서 이불 깔고 바닥에서 잘 수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호야, 솔직히 매니저들도 일본까지 왔는데 애들하고 아웅다웅해야겠어? 그냥 편하게 쉬라고 하고 우리가 애들 케어하자고.”

기적의 논리를 펴는 강전기였다.

“그, 그래. 방은 너랑 나랑 같이 쓰는 건가?”

“…뭐, 일단은 그렇긴 한데…….”

강전기는 이따가 기호에게 술을 먹여서 인사불성을 만들 작정이었다.

“오케이, 좋았어. 역시 우리 피디님이 화끈하네.”

“그럼, 내가 또 쓸 때 쓰는 사람이지.”

그들은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온천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확실히 일본식 전통 가옥 같은 분위기의 고급스러운 숙박업소였다.

‘후후… 내일은 이화와 오랜만에 회포를 좀 풀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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