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37화 (23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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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단합대회 (1부 完)

이곳은 일본식 료칸으로 고급스러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따라 내부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분위기 좋다.”

뭔가 신비한 분위기의 별장이었다. 호실마다 개인 온천은 기본에 커다란 공용 온천 수영장과 각종 다른 형태의 중소형 노천탕이 산재해 있었다.

“크흠…….”

갑자기 머릿속에 일본 AV에서 보던 무흣한 영상이 떠올랐다.

“왜 그래? 놀랐어? 좀 이국적이지?”

“뭐… 좋네. 근데 여기 좀 비싼 곳인가 봐. 풍광이나 건물이 진짜 멋진데?”

“나도 이런 비싼 곳은 처음 와봤는데 확실히 좋은 곳 같아.”

“역시 기민이 형이구만.”

“가진 돈이 조 단위라는데, 뭐……. 우리 기민이 형네 집도 가봤잖아. 그 집만 수백 억이래.”

“돈은 이제 됐어. 난 하고 싶은 걸 하고 살 거야.”

“이 기만자…….”

강전기와 성기호는 숙소를 한번 돌아보고 필요한 것들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 * *

다음 날 정오였다.

오전에 공항에 마중 나갔던 버스가 숙소에 도착했다. 잠시 곯아떨어졌던 멤버들이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어? 도착했나 봐.”

“여기가 MT 장소인가 봐.”

“경치기 진짜 예쁜데?”

버스 문이 열리며 레몬캔디, 핑크엔진, 클로버즈 멤버들이 줄줄이 하차했다.

“어! 피디님이다! 피디님!”

“그래, 다들 이제 왔니?”

“피디님은 어제 오셨어요? 어때요? 여기 좋아요?”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좋더라. 어제 온천욕하고 꿀잠 잤다.”

“오, 온천욕요?”

“왜? 이상해? 온천 별장이니까 당연하잖아.”

“잉… 다이어트 아직 못 했는데…….”

클로버즈의 자이언트 베이비 김주리가 두 팔로 가슴을 가리더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돼지.”

옆에 있던 이태리가 김주리의 옆구리를 잡고 돼지라고 놀려댔다.

“언니! 가만 안 둬!”

“푸하하하…….”

클로버즈의 비글미에 레몬캔디와 핑크엔진 멤버들도 모두 현웃이 터졌다.

“하하하……. 주리야. 다이어트는 무슨 다이어트야. 어린이는 잘 먹고 잘 크면 돼.”

“킥킥… 피디님이 주리보고 어린이래.”

“피디님, 저 어린애 아니거든요? 여기서 제일 크거든요?”

“뭐가 제일 클까?”

이태리가 계속 말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 뭐래! 미쳤나 봐.”

“왜 호들갑이야? 키 이야기하는 건데?”

“크흠… 얘들아, 너희 너무 편하게 말하는 거 아니니?”

강전기는 애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살짝 불편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담당 매니저가 앞으로 나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피디님, 죄송합니다. 워낙 천방지축인 녀석들이라…….”

“아… 괜찮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강전기는 크리스티안 모드로 아주 정중하고 신사적으로 직원들을 대했다. 그는 곧바로 성기호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눈짓은 매니저들에게 자유 시간을 주라는 뜻이었다.

성기호는 짐들을 숙소 직원들에게 인계한 뒤 매니저들을 불러서 자유롭게 즐기고 내일 아침 아홉 시까지 오면 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어차피 여기 다른 사람들도 없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을 거니 편하게 있다가 내일 오시면 됩니다. 매니저님들 숙소는 여기 바로 아래 내려가시고 있던 하얀 건물 있죠? 거기로 가시면 됩니다. 여기 방이 부족하다네요.”

“그, 그래도 될까요? 애들 관리는 누가…….”

“여기도 직원들이 계시니 상관없습니다.”

졸지에 하루 휴가를 얻은 매니저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사실 매니저들은 걸그룹의 민낯을 매일 보기 때문에 신비감 같은 건 없는 편이었다.

“그, 그럼 뭐… 알겠습니다.”

매니저들은 이게 웬 떡인가 하면서 급히 별장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강전기가 멤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얘들아, 이제 짐 풀어야지. 다들 올라가자.”

“네!”

일행들은 각자 맘에 맞는 룸메이트와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우와! 진짜 좋다. 구석구석에 온천탕이 있네? 대박!”

일행들은 숙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긋한 나이의 직원 아주머니가 성기호에게 뭔가를 질문했다.

“왜? 뭐라고 하시는 거야?”

“아… 총괄 매니저신데 도대체 뭐 하시는 분들인데 다들 왜 이렇게 예쁘냐는데?”

“그냥 여대생들 MT라고 둘러대라. 귀찮아질 수 있으니…….”

강전기는 자기가 말하고도 웃긴지 입을 씰룩거렸다. 무슨 소설에 나오는 미소녀학원도 아니고 말이지.

“에에? 혼또? 혼또니?”

마치 건물의 안주인 같아 보이는 아주머니는 여대생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질렸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뭐라고 중얼거리시는 거냐?”

“…한류가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알 거 같대. 일반인도 이렇게 예쁘고 잘생겼다는 게 안 믿어진다나 봐.”

“큭큭… 뻥 한번 거하게 쳤네.”

“그런데 왠지 이 아주머니가 나를 불쌍하게 보는 거 같은데?”

성기호는 그 미남미녀에 자신이 안 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 살짝 자괴감이 드는 모양이었다.

탁!

강전기는 성기호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어깨동무를 했다.

“기호야, 자신을 가져. 너도 평균 이상이야.”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살짝 짜증 나려고 한다.”

“어쨌든 나만 따라와, 인마.”

오후에는 온천 수영장에서 단합대회가 있을 예정이었다.

“자자! 중앙에 있는 온천 수영장에서 행사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옷 갈아입으시고 30분까지 집합해 주시길 바랍니다.”

성기호가 각 방을 돌며 공지를 전달했다.

잠시 후 성기호가 남성용 래시가드를 입고 목에 호루라기를 차고 제일 먼저 나와있었다. 초스피드로 샤워하고 곧바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다음으로 강전기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등장했다. 그는 얇은 흰 티에 검은색 사각 수영 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는 패션 테러리스트 아재였지만 모델과 같은 몸이 열일하는 중이었다. 그냥 아무거나 걸쳐도 자연스럽게 그림이 되는 마법!

마치 서양 패션모델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야! 전기야, 너 하의 너무 타이트한 거 아니냐? 반바지를 입지 그랬어?”

“아… 이거 입고 보니 좀 그렇네? 왜 이렇게 타이트하지? 반바지를 가져올 걸 그랬네.”

“내 것 줄까? 아무래도 안 맞을 거 같은데…….”

“뭐…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위에 티셔츠도 긴 거로 입었고…….”

“흐음…….”

“피디님, 벌써 나오셨어요?”

핑크엔진의 김인하와 레이카가 제일 먼저 입장하고 있었다.

‘으음…….’

놀랍게도 둘은 수영복을 입고 온천 수영장으로 들어왔다. 김인하는 하얀색 비키니를 입고 모델같이 쭉 뻗은 몸매를 과시했다.

‘스, 슬렌더네.’

강전기는 민망했지만, 크리스티안 모드를 강하게 발동했다.

‘정신 차려, 강전기. 이 촌놈아! 넌 국제적으로 놀았던 녀석이잖아. 쓰리썸까지 해놓고 부끄러워할 거냐?’

그는 주먹을 쥐고 자신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옆을 보니 성기호가 입을 헤벌리며 레이카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레이카는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수영복 대신 무슨 육상 선수 같은 복장으로 나타났는데 그게 또 묘하게 섹시했다. 하얀 퓨마 탱크톱에 삼각도 사각도 아닌 애매한 슬림 팬츠를 입고 있었다.

‘비율 보소. 미쳤네.’

김인하가 마르고 날씬한 몸매였다면 레이카는 마치 여전사다운 근육질의 몸매였다. 우락부락하다는 게 아니라 아름답고 건강한 몸이었다.

강전기는 팔꿈치로 성기호의 옆구리를 건드렸다. 그는 그냥 입만 벌리고 정신 줄을 놓은 상태였다.

‘정신 차려, 인마.’

“제일 먼저 왔네. 어서 와라, 인하야. 레이카도 어서 오고…….”

다음으로 이다미가 들어왔다. 그녀는 강렬한 붉은색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어우야… 큰일 났네.’

이다미의 비키니 상의는 올 레드였고 하의는 골반 부근이 끈으로 된 스프라이트 무늬의 팬티였다. 역시나 몸매로는 이화와 좌청룡 우백호를 다툴 인재라 그런지 나오고 들어갈 곳이 완벽했다.

순간적으로 최고 단계의 크리스티안 모드가 깨질 뻔했지만, 입술을 깨물며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강전기였다.

“어흑…….”

옆에 있던 성기호가 자신의 허벅지를 강하게 꼬집으며 낮게 소리를 질렀다.

‘쯧… 애국가라도 부르고 싶겠지. 아님, 주기도문을 외우든지…….’

강전기는 심호흡한 뒤 이다미를 반겨줬다.

“다미 왔니? 강렬한 빨강이네?”

“피디님, 저 어때요? 괜찮아요?”

이다미는 누군가를 유혹이라도 하는 듯 그 자리에서 빙글 돌며 몸매를 과시했다.

‘크흠… 다미는 나랑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 갔으니 거리낌이 없는 거겠지.’

이제 다미와 비즈니스 관계가 되어 남녀 관계나 선후배 사이로 지내지 않고 있었다.

“아쉽…….”

“네?”

“아, 아니야. 얼른 들어가서 놀아. 곧 직원분들이 음식도 차려주실 거야.”

다미에게 정신을 팔려있는 사이 뒤쪽에서 사과 머리를 한 귀요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유야, 얼른 와. 어깨랑 허리 좀 펴고! 왜 그렇게 구부정하니?”

“네, 넷!”

최시유가 강전기의 말에 움찔거리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유는 귀여운 프릴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신체 결점을 가릴 수 있는 장식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복장이었다. 기본적으로 S라인이었지만 시유는 여전히 마른 스타일이었으니까…….

“그래, 어깨 펴고. 옳지. 가서 놀아라.”

강전기가 시유의 등을 밀어 탕으로 밀어 넣었다.

풍덩!

“으앗…….”

그리고 전원 미성년자인 레몬캔디와 클로버즈가 래시가드를 입은 채로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입장하고 있었다.

“꺄아!”

그들은 강전기가 말릴 틈도 없이 곧바로 탕으로 입수했다.

풍덩! 풍덩! 꺄아아…….

탁!

강전기가 멍하니 탕 쪽을 바라보고 있는 성기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뭐야! 아까부터 왜 그래!”

“파리 들어간다. 입 좀 다물어라. 그리고 레몬캔디랑 클로버즈를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라고! 미성년자잖아!”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불순한 눈으로 쳐다봤다는 거야?”

“씁… 조심! 알겠냐?”

강전기가 야수의 눈빛으로 성기호의 기를 팍 꺾어놨다. 그의 몸에서 패왕색기(페로몬)가 뿜어져 나왔다.

“아, 알았어.”

“다들 모였으니 어서 시작하자고……. 음식은 30분 후에 나오는 거 맞지?”

“마, 맞아. 아줌마들이 갖다준다고 했어.”

급 쭈구리 모드가 된 성기호는 강전기의 질문에 대답하며 뒤통수를 만지고 있었다.

이 온천 별장의 종업원들은 모두 40대가 훌쩍 넘은 아주머니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전기는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의자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 된다. 안 돼! 강전기! 과유불급이라고 했거늘! 오늘은 그냥 MT란 말이다. 회사 식구들을 위한 자리야!’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훔쳤다.

‘강전기! 이화로 만족해라. 어린애들 앞에서 무슨 추태냐. 평정심이다. 평정심!’

강전기는 자신의 뺨을 짝 소리가 나도록 내리쳤다. 지킬 것은 지키는 사나이였다.

강전기까지 온천 수영장으로 들어오자 호루라기를 찬 기호가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EK 엔터테인먼트의 제1회 단합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무사히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잠시 물놀이를 하고 요 옆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입니다. 식사를 마치면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팀을 짜서 게임을 할 예정입니다.”

“와! 게임도 해요?”

“그렇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재미를 위한 소소한 게임이에요.”

“와… 재미있겠다. 킥킥…….”

모두의 눈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자… 그리고 저녁에는 일본 료칸식 식사를 하고 밤에는 캠프파이어 및 장기자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우! 신나!”

“…그럼 이 자리를 어렵게 마련해 주신 우리 EK 엔터테인먼트의 기둥! 강전기 책임 프로듀서님을 소개합니다. 자 박수!”

“우와아!”

성기호는 공익근무요원을 하면서 숟가락이라도 잡아본 것처럼 꽤 그럴싸하게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흠흠… 민망하네요. 강전기입니다.”

“우와! 피디님!”

“잘생겼다!”

“강전기! 강전기! 우유 빛깔 강전기!”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드는 멤버들.

강전기는 정신이 빠질 것 같았지만 크리스티안 모드로 평정심을 유지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오늘은 아시다시피 첫 번째 단합대회입니다. 모두들 아직 어색한 것 같은데 이번 기회로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네요. 보니까 우리 기획실장님이 행사를 알차게 준비했던데 오늘하고 내일은 맘 편하게 놀았으면 좋겠네요.”

말을 마친 강전기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했던 멘트가 꼭 공무원 연수원에서 들었던 틀딱 연설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가 말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소속사 멤버들은 모두 다 강전기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멤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강전기의 얼굴과 몸을 은근슬쩍 훑고 있었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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